난 어렸을 때(4살부터 초딩때까지) 평촌신도시에 살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도시의 장점은 단순히 새 아파트가 많다가 아니라, 정주환경이 좋다는 점에 있는 것 같음.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 공원 있고, 마트가 있고, 지하철역이 있으며, 보행자도로가 많아서 등하교길이 안전했었음. 삶의 질 자체는 신도시>서울이라고 봄.

 

따라서 출퇴근을 서울로 하지 않는다면 신도시는 살기 좋은 곳임. 난 어렸을 때 살아서 확실한 건 아니지만 친구들 중에서도 아빠 직장이 서울에 없는 애들도 꽤 있었음. 그리고 평촌 같은 경우에는 근처에 공업단지가 꽤 크게 있었음. (지금도 오뚜기 제1공장이 신도시 바로 옆에 있지) 아무튼 신도시 주변에 일자리가 많으면 망하지는 않음. 직장이 집 근처인데 비교적 넓은 새 집에다가 환경까지 좋다? 그러면 누가 굳이 서울에서 살겠어 신도시 살지. 그래도 1기 신도시는 이런 비율이 적지 않다는 거임.

 

2기 신도시도 보면 테크노밸리 있는 판교나, 경기도청 들어올 예정이고 수원시 인구 빨아들이는 광교는 그럭저럭 성공한 케이스인 반면, 김포나 양주는 아파트만 지어놓아서 미분양 사태 먹었잖아. 동탄도 나름 산업단지+삼성전자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분양받으려고 오고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비교적 빨리 신도시가 개발될 수 있었다고 봄. 

 

이에 대한 연장선 상에서 단순히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지구들은 망하기 쉽고, 따라서 신도시 개발 자체에는 그리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비판할 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함. 이거야말로 서울시 밖에 아파트 지어놓을 테니까 니네들이 알아서 통근해라? 잖아. 여기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싸게 새집 살 수 있다고 해서 멋모르고 들어가는 흑우들이 실제로 많겠지. 근데 예컨대 동탄 산다는 이유만으로 흑우 취급을 하는건 과도한 비약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