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최전선이 동아시아와 중부유럽 두 곳이라 볼 수 있는데 동아시아(특히 한국과 중국)쪽 구상을 하다가 유럽 쪽도 흥미가 있어서. 제목 그대로 시나리오가 성립되려면 동부전선이 현실 역사보다 더 오래 교착되고(실제 역사에서는 소련군이 이겼어야 할 전투들이 패배한다든가) 서부전선에서는 반대로 서방 연합군이 현실 역사보다 장애물없이 더 파죽지세로 밀고들어와야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소련군이 동프로이센 등지를 제외한 독일 본토에는 들어오지도 못하다가 겨우 소련 본토를 수복하고 폴란드 동부에 진입하려고 할때 서방연합군은 이미 독일 본토를 휩쓸고 폴란드 서부까지 밀고 들어왔었을 때여야 성립되는 얘기일듯. 이렇게 되면 서부 폴란드 뿐만 아니라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도 잘하면 공산권이 아닌 자유진영이나 중립국으로 편입되어있었을 수도. 발칸반도 쪽은 확실치 않다만.


서부전선이 너무 빨리 무너지는 바람에 히틀러가 베를린를 버리고 폴란드 회랑이나 동프로이센로 도망가는 시나리오의 경우 히틀러의 광기를 생각해보면 상상하기는 힘들 듯. 히틀러가 자살하고 플렌스부르크 정부 마냥 나치 잔당이 동부지역으로 임시 수도를 옮기면 모를까.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유럽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확 줄어버릴 듯. 이러면 커즌 라인 보다 좀 더 동쪽 영토들을 보존할 수 있었을 지도? 빌뉴스 등지가 소련에 편입되는 건 이 세계관에서도 막기 어려울 듯 하다만 르부프, 잘하면 브제시치(벨라루스 브레스트) 정도는 건져낼 수도? 물론 이 지역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인이 많다는 점이 변수긴 한데. 그리스-터키 마냥 인구 교환이 이뤄지면 모를까. 그리고 소련이란 나라 자체의 힘이나 스탈린의 야욕을 생각하면 냉전 자체는 피할 수 없었을 것 같긴 함. 다만 현실보다 불리해진 상태에서 냉전이 시작되는거.


여러 가능성들을 차치하고 독일이 일본 포지션, 폴란드가 한국 포지션이 되어버린 것을 가정하면 흥미롭기는 함. 폴란드 전체가 공산주의 마수에 들어간 현실보다는 서부라도 자유 진영에 편입된 세계관을 좋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만약 이런 세계관이면 독일은 재무장을 한다 한들 실제 역사의 독일연방군 수준이 아니라 일본처럼 제약이 대단히 많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