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시내버스 타고 베이징 북부 외곽지역 탐방기 (1편) - 덕승문에서 명십삼릉까지)에 이어서.

원래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망할 쇼트트랙 개호로니미럴들 올림픽 결승전을 동북3성 체육대회 꼬라지로 만들어놓은 마당에 중국 여행 답사기 올리는건 불 붙은데에 기름 끼얻는 행위라는 판단에 오늘 올림. 

(물론 여전히 분위기상 오늘보단 내일 올리는게 나을수도 있지만 당장 미래에 또 어떤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장릉 옆 좁은 길로 걸어가면 나오는 시골마을 입구에 위치해있는 버스정류장.

반대편에서 오던 창(昌)55번 버스. 저번 글에서 언급했던 공중분해 직전의 버스보다는 컨디션이 나아보였으나 그래도 베이징 도심 버스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장릉에서 출발해 산을 타고 넘어가 옌칭(延庆) 시내로 들어가는 925번.

창핑 외곽에서 옌칭 시내로 넘어가는 수요가 그닥 많은 편은 아니라 하루에 4회만 운영한다. 창핑 외곽에서 시내에 갈 일이 있으면 차라리 위에서 언급한 창55번 타고 더 가깝고 규모도 더 큰 창핑 시내로 가면 되기 때문.


답사 며칠 전, 버스 노선에 대해 상의하는데 친구가 대뜸 나한테 혹시 차 멀미 심하냐고 물어봤다. (예전에 같이 놀이공원에 갔었는데 롤러코스터 두어번 타고 내가 폭풍구토를 한 모습을 친구가 목격한 바 있음.)

음, 롤러코스터야 빙빙 도니까 그런거고 차멀미는 로나코 이전에는 방학때마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반 시외버스 타고 전주로 내려가는게 일상이라서 딱히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안논산고속도로가 아닌 개태사 드리프트급 노선도를 보고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뭐, 정 안되면 창문 열거나 차에서 뛰쳐내리거나 친구 가방 희생시키면 되겠지.

베이징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광역버스 차량. 타본적도 없는 우리나라 90년대 관광버스가 생각난다(?)

어찌 첫 출발 급커브부터 예사롭지 않았으나, 저 정도 커브는 이번 여정에서 별것도 아닌 축에 속했다.

매우 전형적인 중국 북방지역 시골마을의 모습.

그렇게 산을 타고 올라가다가 창핑"구"와 옌칭"구"의 경계점 도달. 무슨 구와 구의 경계선이 시와 시의 경계같은... 

(은 옌칭구는 사실 현에서 구로 승급된지 7년밖에 안됨. 옌칭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마지막편에서 다루겠음.)

아무튼 대강 이렇게 생긴 산길과 급커브길들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영상도 찍었는데 뭣때문인지 아쉽게도 업로드가 안됨 ㅠㅠ)

무려 80년대 산아정책 선전물이 남아있는 마을을 지나,

우리의 두번째 목적지, 영녕고진(永宁古镇)에 도착. 다행히 소화기관 이상 현상은 없었음.

위치도 그렇고 딱히 규모도 크지 않아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베이징 사람들마저도 잘 모르는 굉장히 생소한 관광지인데 (외갓집이 근처라 자주 와본 친구 아니었으면 나도 평생 몰랐을듯), 그래도 나름 옌칭지역에서는 유명한 전통마을이다.

웬만한 관광지들은 성공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때문에 현지인들이 떠나버리고 과한 상업화때문에 변질되기 쉬운데, 여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인지도가 낮은 덕분에 여행객들과 현지 주민들이 서로 뒤섞여있는 매우 색다른 곳이었다.

위 사진처럼 현지인 바이브가 느껴지는 재래시장과, 그 옆에 관광객들 대상으로 영업하는 취두부 노점상들이 공존하는 신기한 공간이었음.

근데 뭔 사람이 황금연휴때 만리장성 매표소 수준으로 많았음. 친구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지 놀람.

중간중간에 자주 보였던 두부 파는 노점상. 이유는 모르겠으나 특히 두부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한다.

그렇게 걷다가 거리 끝자락까지 도착. 비좁은 주차장에 관광객들이 끌고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 시골마을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생긴 중국 국장 박힌 초대빵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지도에 찾아보니 진(镇)정부청사였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크니 중국의 행정구역 등급을 한국과 1:1로 비유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저긴 한국으로 치면 읍사무소(......)에 해당하는 건물.

매우 전형적인 길 제대로 닦인 중국 시골길의 모습. 오른쪽 저 멀리 (아마 마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 재개발한것으로 추정되는) 5층짜리 신축 아파트까지 모든게 완-벽한 중국의 현대식 시골이었다.


원래 다음 목적지인 용경협(龙庆峡)도 이번편에 같이 쓰려고 했는데, 그 부분은 분량이 애매하게 많아서 다음 편으로 자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