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올린 거: 기아나들 그려봄

기아나(Guiana)는 남아메리카 북동부에 있는 지방 이름으로, 원주민 언어로 '물이 많은 땅'이란 뜻이라고 카더라. 베네수엘라 동부(오리노코강 以東)에서 브라질의 아마파 주에 이르기까지 100만 km² 되는 넓은 지역을 지칭함. 이 지역은 기아나 순상지라고 불리우는 아주 오래된 지괴 위에 위치해 있으며, 내륙으로 들어가면 테푸이라고 부르는 탁자 모양 산들과 높은 폭포들이 있는 걸로 유명한 동네. 기후적으로 보면 이 지역은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해 있어 덥고 1년 내내 강수량이 많은 기후가 나타나고, 덕분에 거의 대부분 지역 ㅡ 기아나 94%, 프랑스령 기아나 96%, 수리남 97% ㅡ 이 울창한 열대 우림으로 덮여 있음.

가이아나의 명물 카이터 Kaieteur 폭포

기아나의 원주민은 주로 카리브와 아라와크계 부족들이었으며, 이들은 아직도 내륙 지역에서 상당한 인구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 15~16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인들이 아메리카 식민지에 착수했지만, 정글로 뒤덮여 있던 오지인 기아나 지역은 17세기부터 영국·네덜란드·프랑스가 식민지화를 시도함. 요 세 나라는 카리브 근처가 으레 그렇듯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납치해 와 사탕수수밭에서 노예 노동을 시켰는데, 많은 흑인들이 내륙으로 탈주해 원주민들과 더불어 식민 지배자에 저항하기도 했음(이들의 후손을 '마룬'이라 부름). 19세기 노예 무역이 금지되자 영국은 인도에서,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이민자들을 데려왔고, 덕분에 이 나라들은 굉장히 다양한 인구 구성을 가지게 됨. 탈식민화에 따라 가이아나는 1966년, 수리남은 1975년 본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프랑스령 기아나는 1946년 본토의 일부로 편입되었고, 이후 독립 여론도 약한 듯.

세 나라는 의외로 면적이 꽤 넓은데, 가이아나는 한반도와 비슷한 21만 km², 수리남은 16만 km², 그리고 프랑스령 기아나는 남한보다 조금 작은 8만 km² 정도라 합치면 46만 km²에 달함. 이에 비해 인구는 가이아나 78만 + 수리남 63만 + 프랑스령 기아나 29만 = 약 170만으로 희박한 편이며, 대부분은 해안 지역에 모여 있음. 앞서 언급했듯 이 지역의 인구 구성은 굉장히 다양한데, 프랑스는 인구조사에서 민족이나 종교 등을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자료가 없지만 가이아나와 수리남의 경우 인구조사 데이터가 있어서 참고가 됨. 대략 요약해 보면:

	가이아나	수리남	프랑스령 기아나
민족	인도인 39.8% 흑인 29.3% 혼혈인 19.9% 원주민 10.5%	흑인 37.4% (마룬 포함) 인도인 27.4% 자바인 13.7% 혼혈인 13.4% 원주민 3.8% 중국인 1.5%	주로 흑인 (마룬, 아이티인 포함) 백인 원주민 아시아인 (중국인, 몽족 등)
종교	기독교 63.9% 힌두교 24.8% 이슬람 6.8% 무종교 3.1%	기독교 49.7% 힌두교 22.3% 이슬람 13.9% 윈티 1.8% (흑인 토착 종교) 무종교 7.5%	주로 기독교 (가톨릭)
공용어	영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통용 언어	가이아나 크레올 (영어 기반)	스라난 통고 (영어 기반)	기아나 크레올 (불어 기반)
		마룬 크레올 (사라마카어, 알루쿠어, 은주카어)
	외래 언어 (힌디어, 자바어 등)
	다양한 원주민 언어들

더불어 가이아나와 수리남의 경우 선거 때마다 인도계 vs 흑인계 정당이 경쟁하는 구도가 나타나기도 ㅋㅋ

이 오지에서 무얼 먹고 사느냐도 논의해 봄직한 주제인데, 여기에 대해선 가이아나와 수리남의 희비가 최근 갈렸음. 기아나 지역의 식민화는 원래 농업 식민지로 시작되었는데, 가이아나는 최근까지도 사탕수수와 쌀 등 농작물이 주 수출품이었으나 2015년 해상 유전이 발견되면서 2020년부터 산유국으로 데뷔하게 됨. 반대로 수리남은 1970년대 알코아사가 운영하는 보크사이트 광산과 제련소가 세워지면서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었으나, 2010년대 후반 채산성 악화로 보크사이트 광산이 폐광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음. 현재는 브로코폰도의 로즈벨 금광이 수출을 캐리하지만 여기도 경영 상태가 안 좋은 모양..? 프랑스령 기아나도 금광업과 어업이 주 산업이고, 쿠루에 있는 프랑스 우주센터에서도 수입이 들어오는 모양. 전반적으로 세 지역 모두 일자리가 부족해 실업률이 높고, 인구 유출이 심한 편(특히 가이아나. 프랑스령 기아나는 이민자 유입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나은 듯?).

기아나 지역은 인구밀도가 희박하고 행정력이 약해서 콜롬비아발 마약 유통의 경로이기도 한데, 모 드라마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듯. 특히 수리남의 군사 독재자 데시 바우테르서(1980-1987, 2010-2017 집권)는 마약 밀매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인물. 현재는 바우테르서가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2000년대 법무부장관 시절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한 찬 산토키가 새로 수리남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수리남 정부가 드라마 내용에 불편함을 표시했던 듯..? 바우테르서는 재임기간 동안 정적과 마룬인들에 대한 살해로도 악명을 떨쳤는데, 바우테르서에 맞서 싸우던 마룬인 반군 지도자 출신 로니 브륀스베이크가 현재 수리남의 부통령임(대통령과 다른 정당). 문제는 이 사람도 반군 활동을 하면서 마약 거래를 했다는 거 ㅋㅋ;

무슨 인외마경마냥 묘사된 드라마의 묘사와 대조적으로 치안상황은 외교부 피셜로는 가이아나나 프랑스령 기아나보다 수리남이 양호한 듯? UNODC에 의하면 10만명당 살인범죄 발생률은 가이아나가 20.0명, 프랑스령 기아나가 13.2명, 그리고 수리남이 5.4명으로 집계되었음(cf. 브라질 20.9명, 미국 6.3명, 한국 0.6명).

가이아나 조지타운
수리남 파라마리보
프랑스령 기아나 카옌

막짤은 3기아나의 수도들. 역시 이베리아 색채 짙은 나머지 남미 도시들과 분위기 차이가 꽤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