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900번대 노선은 주로 동 지역 중에 촌인 곳을 다니며, 배차간격은 대체로 60분 이상임. 913도 그 중 하나로 정북동~정하~사천신동아~북부시장~시청~사창사거리~시외터미널~휴암동~수의동~현암동~동막동~다락2리 노선임. 옛날에는 동막까지만 다녔는데 어느새 다락2리로 연장이 되었음.

그리고 교원머의 공식 지번주소가 '강내면 다락리 산 7'로 돼있는데, 같은 다락리네? 그럼 가깝겠지? 하는 마음에 '다락2리에서 교원대까지 걸어가기'라는 발상을 하게 됨.


그렇게 거리를 찍어본 결과 교원머 동편 오솔길을 따라가면 종합교육관까지 1.5km 거리임. 이 정도면 한번 걸어가봄직 하니, 한번 시내에서 913을 탑승해봤음.


일단 조치원 가는 길로 쭉 가다가 수의동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함. 그러면 바로 왕복 1차로로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들어가면...


신세계가 펼쳐짐. 너무 푸르러서 숨이 막힐 정도이다. 근데 내가 버스 안에서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폰카로 찍어봤자 그 자연의 웅장함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서 사진은 생략. 현암동 쪽 가면 남이면도 보이기 시작함. 이정도로 촌인 곳이 1983년 청원군에서 청주시로 이관되면서 졸지에 동이 돼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동막동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면 버스가 다니기조차 쉽지 않을 농로를 대형버스로 막 타더라. 전담배차인 지역에서는 농어촌버스급 노선에 길이가 짧은 중형버스를 넣는 게 일반적인데 청주는 그런 거 없음. 청주도 일부 농어촌노선은 전담배차를 하긴 하는데 대체로는 다른 노선들이랑 같이 뺑뺑이 돌림. 차를 완전 랜덤으로 넣기 때문에 어제까지 30-1번을 달고 가축수송하던 차량이 오늘은 완전 엉뚱한 산골에서 공기 담아서 올 수도 있다는 말.


뭐 그렇게 다락2리를 도착함. 물론 여기까지 온 승객은 나밖에 없었고, 타는 사람조차 없이 홀연히 차 돌려서 가버림. 그럼 스톱워치 켜고 출발.


매우 푸름. 언덕줄기라 그런지 농경지들은 대체로 모양이 불규칙하고 계단식으로 있음.


시골 마을인데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집만 있는 게 아니고 이쁘장한 집도 꽤 있는 걸 보면 전원 주거지로 약간씩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나 봄.


다락2리 마을회관


근데 은근히 길이 경사가 있음... 일단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이쁘장한 집들이 몇 개 모여있는 곳도 있음.


좀 더 가면 교원머가 보이기 시작함. 저기가 교원머 최남단에 있는 교원머 ROTC임.


두 번째 언덕에는 또 이쁘장한 집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음. 여긴 아까보다 집이 더 많음.


두번째 언덕을 넘어서 오다 보니 어느새 체육관이 보임. 참고로 체육관은 그냥 운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체육교육과가 강의 듣는 곳임 ㅋㅋㅋㅋ 강의실도 있음 ㅋㅋㅋ 음악교육과가 강의 듣는 곳이 음악관이고 미술교육과가 강의 듣는 곳이 미술관인 것처럼 체육교육과에 체육관이 있다고 보면 됨.


교원대 동편으로도 이쁘장한 집들이 꽤 있음. 날 좋다.


그리고 뜬금없이 나타난 측량 기준점


그렇게 근성으로 학교를 도착하고...


16분 가량 걸림. 513을 한 대 아깝게 놓친 상황에서 913을 탔는데 513 그 다음 차를 탄 것보다도 일찍 도착한 걸 보면 미션 성공임.


결론: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