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정도만에 다시 답사기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일주일 정도만 쉬려고 했는데 글 쓰려고 한 날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난 바람에 뭔가 갤 전체적으로 답사 글을 올릴 분위기가 아니더군요... 돌아가신 분들 명복을 빕니다.


몽골 여행 후 2주 정도 한국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 제 2터미널. 대한항공과 스카이팀 항공사들 위주인지라 아직은 사람이 한적한 모습.


시애틀 갈때 타고갔던 델타의 A330-900neo. A339는 처음 타보는지라 기대 많이 했는데...

그냥 A350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1인.


시애틀에 착륙하기 직전에 오랜만에 본 레이니어 산. 제목에 나온대로 오늘은 저곳을 가보려고 합니다.


가는 길에 요즘 핫한 더치브로스 커피를 들려서


커피를 사가지고 본격적으로 출발.



산까지 가는 길은 대충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남겨 놓았으니 시간 많으시면 함 봐주시길...


이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에는 차로 접근할 수 있는 출입구 3곳에 도보 및 자전거로 접근할 수 있는 북서쪽 출입구 1곳이 있긴 한데, 1년 365일 상시 열고있는 출입구는 저 남서쪽의 Nisqually Entrance 한 곳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기상 상태에 따라 통제되기 일쑤...

다행히 전 9월 말에 시즌이 끝나가기 전에 갔다온지라, 남서쪽 출입구로 입장해 북쪽 출입구로 빠져나가는 루트를 골랐습니다.


미 서북부 산지 특) 나무들 키가 장난아니게 높음

레이니어 산 같은 대자연에 오니 시애틀에 있을때 보다도 더 커진 나무들의 키...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의 첫 탐방지는 바로 Narada Falls. 많고 많은 레이니어 산의 폭포 중 하나이지만, 초입에 자리잡아 있는지라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동쪽으로 시계가 좀 뿌연걸 느낄 수 있는데, 이 시점의 미 서북부 산지에서 산발적으로 산불들이 계속 일어난데다 날도 건조한 탓에 탁해진 공기가 진정이 안된 모습이었습니다. 이 산불들이 곧 10월 중순쯤 시애틀을 하루 가량 전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탁한 도시로 만들게 됩니다...


다음 목적지는 레이니어 산의 남벽을 감상할 수 있는 Paradise. 이 곳에 롯지와 Visitor Center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면...



레이니어 산의 웅장한 남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남벽은 저도 옛날에 I-5에서 시애틀로 올라가는 길에 한번 본 것 말곤 본 적이 별로 없네요...


유명한 자연보호주의자이자 미국 초기 국립공원의 설립에 큰 공을 세운 존 뮤어의 레이니어 산에 대한 평가.

가장 화려하고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는데, 전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잠시 트레일을 따라 걷기로.


이게 NPS에서 운영하는 롯지. 드럽게 비싸서 보통 미국인들도 주로 그냥 캠핑으로 숙박을 해결합니다...




걸어가면서 본 풍경. 놀랍게도 사람들이 저 바위산 위까지 올라가 있더군요...


이번엔 이 뒷산(?)의 남벽을 땡겨보면




웅장한 빙하와 만년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땡겨보면서도 뭔가 현실감이 안들던...


나무가 딱 수목한계선 이상으로는 쉽게 자라지 못한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당도한 또 하나의 폭포인 Myrtle Falls. 저 뒤에 레이니어 산 혼자서 굉장히 초현실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더 올라가보기엔 시간이 늦은지라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찾은 세번째 포인트 Reflection Lake. 이름대로 호수가 거울 역할을 하면서 레이니어 산의 남벽을 반사하는 호수인데, 물론 비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씨여야 비로소 이 사진상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도 모토스 호수라는 이와 비슷한 도쿄 뒷산(?)을 반사하는 호수가 있다고 하니, 이쪽도 꼭 한번 나중에 가보도록 하죠.


아까 말했던 산불의 연기가 노을빛을 받아 오묘한 색깔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첨엔 구름인줄 알았는데 같이 간 친구가 산불 연기라고 알려주더군요...


아까 말했듯이 롯지에서 묵을 돈은 없었기에, 하룻밤 그냥 캠핑하기로 합니다.

참고로 이 국립공원 지역은 곰 출몰 지대인지라, 먹을거 특히 달달한 것은 보관 상에 큰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나무 사이로 흩뿌려진 엄청난 수의 별. 물론 전 이 시점엔 몽골에서 별을 보고온지 얼마 안되던 때였던지라 이걸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는 후문...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비로소 보이는 캠핑장 주변의 울창함. 그야말로 온대우림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참고로 저 등산로를 따라 쭉 올라가면 레이니어 북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나오는데...

차를 끌고 왔으니 차로 접근해야죠 ㅋㅋㅋㅋㅋㅋㅋ


캠핑장에서 보이는 비현실적인 크기의 레이니어 산을 먼저 보고 Sunrise 뷰포인트로 이동해 봅시다.


한 20-30분 정도 캠핑장에서 이동해 주면 뷰포인트 스러운 곳이 하나 나타나는데,


이 곳이 바로 레이니어 산의 북벽이 보이는 Sunrise 되겠습니다.

항상 시애틀 집에서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레이니어 산 북벽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뭔가 CG 같이도 느껴집니다.


참고로 멀리 시애틀에서 바라본 레이니어 산 북벽은 이런 모습. (망원렌즈로 땡긴 것)


Sunrise에서 잡아본 좀 더 전체적인 북벽의 모습.


Sunrise란 닉값대로 일출도 볼 수 있고


그 바로 밑에 빙하가 빚어낸 거대한 U자곡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뷰포인트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저 호수의 이름은 Sunrise Lake. 멀리서도 물의 청람색 빛깔이 보일 정도입니다.


저 호수 근처로 내려가는 산책로가 있는 듯 했지만, 시간 관계상 저는 Sunrise Visitor Center 쪽으로 이동해 보도록 하죠.


이게 Sunrise의 Visitor Center. 혹독한 북벽 쪽의 겨울 날씨 상 머지않아 폐쇄될 곳이기도 합니다.


요런 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이런 희귀한 새도 보이고


레이니어 산의 북벽도 질릴 정도로 계속 보입니다. 이걸 한번 땡겨보면





확실히 편서풍의 힘 덕분에 북벽 쪽이 더 만년설과 빙하가 발달한 모습이네요.

여름엔 저 산의 정상을 등반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그건 미친 짓이라고 느껴졌습니다... ㅎㅎ


산책로의 끝에 있는 버려진 듯한 창고.


참고로 레이니어 산은 여름에 오면 야생화 들판으로 꽤나 유명한데, 저는 시즌 막바지에 간지라 져가는 야생화들만 실컷 보고 왔습니다... 후후


국립공원 내부에 주유소가 없어서 사실 조금 쫄렸는데, 다행히 출입구를 나오자마자 하나 있더군요... (휴)


국립공원을 조금 빠져나온 이넘클러(Enumclaw) 근방에서 잡아본 레이니어 산. 여기서 바라보면 또 바로 앞의 산에 의해 시야가 오히려 막히게 되는군요.


참고로 이 산을 미 서북부 원주민들의 언어로 타호마(Tahoma)인데, 시애틀 근교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타코마(Tacoma)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뜻은 언어에 따라서 '모든 물의 어머니' 혹은 '딥따 큰 눈덮인 산'으로 해석되는데, 과연 그 당시 원주민들이 경외심을 품을만한 산이라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걸로 레이니어 산 탐방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