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을 폐지하려면 히로히또에 대한 민심이 악화돼서 미국이 덴노의 이용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어야해. 그런 경우라면 히로히또를 전범재판에 회부했을테고, 황실재산은 거의 국유화했겠지. 상징성을 고려해서 히로히또 일가는 고쿄에서 내쫓았을 거고, 당시 일본 재정이 붕괴상태였으니까 고쿄를 민간에 불하했을 수도 있는데... 재벌들도 해체 대상이었으니 사갈 사람이 없네. 관청으로 활용할만한 구조의 건물도 아니고, 한국의 경우처럼 한동안 방치하다가 공원+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듯?
그보다는 이스라엘 국가처럼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33층짜리 고급형 아파트단지를 짓거나 소비에트 연방처럼 TNT로 폭파하고 으리으리한 정부청사를 새로 닦을 가능성이 아주 높음. 실제로 스탈린 시절과 흐루쇼프 시절의 모스크바 개조사업 및 이스라엘 노동당 시절과 국민자유운동 시절의 예루살렘 도시계획이 저렇게 되었음. 비용? 국채와 주식 및 화폐개혁과 부가가치세로 밀어붙이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됨. 근데 70년 전의 일본인들의 90%는 히로히토에 대하여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감읍하는 족속들이라 왕정 폐지는 매우 힘들고, 일본 공산당조차 공화정 계획을 빨리 포기했으니 가망은 없겠네.
그건 쏘련이니까 가능한 거고, 미국은 그런 식으로는 잘 안해. 더군다나 GHQ 방침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민간이 흡수하게 하면서 재정을 정상화하고, 천천히 농업 중심으로 안정시키는 거였으니까 거창하게 뭘 짓고 그러진 않았을 거야. 원폭이 계속 되었거나, 원폭이 아예 늦어져서 본토 상륙작전이 벌어진다거나 해서 어떻게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데도 히로히또가 전쟁을 계속 고집했더라면... 여론이 뒤집힐 수도 있었어. 굶주리며 폭격에 시달리던 국민들 입장에선 누구 떔에 이 고생을 하냐를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 전후에 국난을 함께 극복하는 덴노로 이미지 세탁에 성공하며 많이 미화돼서 그렇지, 처신을 잘못했더라면 일본 역사가 뒤집혔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