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답사기를 사후에 쓰려고 하면 꼭 한달 묵혀두고 쓰는지... 저의 안좋은 버릇입니다.

이번 답사기는 상당히 ㄴㄷㅆ스러운 부분이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길...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VPKwmGwESqg&t=1s&ab_channel=Okinawa%E2%98%86%E6%B2%96%E7%B8%84%E3%80%8E%E4%B8%89%E7%B7%9A%E3%80%8F%E3%80%8E%E5%94%84%E8%80%85%E3%80%8F%E3%80%8E%E6%AD%8C%E6%89%8B%E3%80%8F)

오키나와의 아리랑 급 위상의 민요인 틴사구누하나(てぃんさぐぬ花). 류큐어(오키나와 방언)으로 "봉선화" 라는 뜻이며, 오키나와현 유일의 도시철도인 유이레일에서 현청앞역의 도착시에 흘러들어오는 노래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서두가 좀 깁니다, 스킵하실 분은 하셔도 무방-

봄방학을 맞이해 한국에 잠깐 들어온 것을 계기로 한국 근처의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 값을 알아보았는데, 마침 나하행 항공편이 저렴해서 곧장 구입했습니다 (왕복 20만원 정도).

다만 봄방학 자체가 짧았던지라, 2박3일의 일정으로 콤팩트하게 다녀와야 했는지라 이곳저곳 많이 다니지는 못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여기서 덕밍아웃을 하나 하자면, 전 10년째 매 분기 평균 애니 10개는 기본으로 보는 히키코모리 쉽덕인지라, 일본어도 수준급으로 하고 (JLPT 본 시험은 코로나로 인해 보진 못했지만 N1 모의시험에서 합격컷은 가볍게 넘음) 일본 각 도도부현에 있는 애니메이션 로케지를 싹 정리해 가볼 계획도 세운 놈인데, 군대 전역하고 곧장 일본 전국일주를 달리려 했지만 제 전역 시기가 2020년 5월...

대신 선택한게 또 하나 언젠가는 벼르고 있던 한국 국내여행이었지만, 언제나 일본에 가서 쉽덕 성지순례를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도 쉽덕 성지순례 여행을 추구하던 저는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들을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여러 애니의 수학여행 및 방학 에피소드로 오키나와가 자주 나오지만 오키나와 자체가 배경인 애니는 생각보다 없더군요...


(출처: https://aquatope-anime.com/)

그러다 문득 2021년에 방영한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이란 애니가 오키나와(주로 난죠 시)를 굉장히 아름다운 배경으로 묘사한 것이 떠올라, 이 애니의 로케지들을 답사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2박3일의 일정을 꽉꽉 채워두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짐을 가볍게 싸고 인천공항 탑승동까지...

참고로 이 날은 친구들과 청와대를 갔다오느라 2만보를 걸은 다음날이었다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졌습니다.


제주도까진 맑음(미세먼지)이었다가 오키나와 근방 해역으로 들어오니 급격히 흐려지는 날씨.

저 섬은 착륙 직전에 찍은 케라마 제도(慶良間諸島). 오키나와 본섬 바로 서쪽에 붙어있습니다.


착륙하고 보니 비가 내리는 오키나와. 이거이거 시작부터 난관이군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줄을 서야 했는데, 바로 VisitJapan 등록 여부 때문이죠.

이 VisitJapan에 백신 접종 정보를 업로드 해놔야 하는데, 3차까지는 맞아야 코로나 음성확인서 제출이 면제되니 참고하시길...


생각보다 세관원이 짐검사를 빡세게 하느라 오래걸린 일본 입국.

2017년 이후 오랜만의 일본인지라 표지판 등등이 꽤나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 1화 中)

성지순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멘소~레 오키나와" 대신에 "환영"에 가림 스티커를 붙이고 "코로나 PCR검사 실시 중"이라는 좀 김 빠지는 문구가 들어갔군요... ㅠㅠ


처음에 교통수단을 먼저 구하러 갈까 했지만, 비행기에서 자도 피곤했던지라 그냥 숙소로 곧장 향하기 위해 유이레일 역으로.


멘소~레


수요는 많은데 딱 2량짜리인지라 항상 사람이 꽉꽉 차서 가는 유이레일...


제주도에 오라 야구장이 있다면 오키나와에는 셀룰러 스타디움이 있습니다. 오키나와 특유의 기후 덕분에 스프링캠프 및 연습경기로 애용되는 구장.


현청앞 역에 내리면 그곳이 나하 시의 중심인데, 시 한복판에도 보이는 오키나와 특유의 빨간 기와 지붕. 물론 이런 빨간 기와는 류큐 왕궁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류큐 왕국 멸망 이후에나 민간에 퍼지게 되었다는...



게하 체크인이 3시라길래 빠르게 점심을 해결하러 들린 오키나와 소바집.


제주에 고기국수가 있다면 오키나와엔 오키나와 소바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 소바는 차슈 비슷한 썬 고기가 들어가지만, 주인장님 추천으로 소키(ソーキ)라는 돼지갈비를 올린 소바를 먹어봤습니다. 추가로 공기밥도요 ㅋㅋㅋ

어지간히 배고팠던 모양입니다 ㅋㅋㅋ


주인장님 허락 맡고 찍은 가게 내부. 전형적인 일본의 라멘 노포같이 생겼습니다만, 이 느낌이 되게 그리웠습니다 ㅎㅎ






오키나와 소바를 먹고도 체크인 시간이 남아 비도 그쳤겠다 본격적으로 스쿠터를 빌리러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던 중 찍은 나하 시내의 사진.

군데군데 류큐 전통양식을 가미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긴 했지만, 이런 고층 건물이나 거리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여지없이 본토와 그닥 다르지는 않은 느낌.


이게 나하의 메인 거리이자 관광객들의 메카 국제거리(国際通り).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가 1:1:1의 비율로 들리는 참 신기한 곳입니다 ㅋㅋㅋㅋㅋ



밤에는 이런 곳으로 변모합니다.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 1화 中)

이 곳도 여지없이 애니 로케지 중 하나.


국제거리에 있는 한 과자점인데, 생긴게 꼭 슈리성 정전같이 생겼더군요. 진짜는 불타 없어졌는데 ㅠㅠ (물론 거기 불타 없어진것도 복원품이긴 하지만...)


국제거리에서 조금 동쪽으로 걷다보면

마키시 시장(牧志市場)이 나옵니다.

제주도로 치면 한 동문시장 쯤 되는 위치?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 1화 中)

이 곳도 마찬가지로 애니 로케지. 다만 정확한 위치를 찾기에는 귀찮으므로 대충 비슷한 사진으로 때우겠습니다...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 OP 中)

골목 구석구석에도 로케지들이 숨어있습니다. 다만 애니가 방영한지 1년 조금 넘었는지라 약간은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



밤에 너무 늦게 와 폐점 분위기인 마키시 시장.

그래도 이곳저곳 이자카야들이 문을 연 곳들이 있어 그 곳으로 가봅니다.



바이크 여행인지라 어울려 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는 혼술혼밥. 뭐 익숙하긴 합니다만 ㅋㅋㅋㅋㅋ

사진은 오키나와식 동파육인 라후테(ラフテー)를 올린 볶음밥(챠한)과 산토리 하이볼.

맛 없을 수가 없는 조합.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이자카야의 분위기. 근데 왜 나만 혼자지 ㅠㅠ


오키나와엔 뱀이 상당히 많다고 하던데, 바로 이 이자카야에서 뱀술을 볼 줄은 ㅋㅋㅋㅋㅋㅋ


어머니의 사론파스를 좀 사달라는 미션 때문에 돈키호테 면세점을 잠깐 들렀는데,

쉽덕여행답게(?) 오키나와현 지역 버튜버도 있길래 의도치 않게 굿즈 구경도 좀 하고,


앗... 역시 성진국...


왠만한 이자카야에는 붙어있는 오리온 맥주 광고. 오키나와 로컬 맥주답게 이곳의 술집에서 다루는 맥주는 십중팔구 오리온 맥주.

참고로 저 밑의 텟판야키(철판구이)도 오키나와의 관광지 음식으로 꽤 유명한 모양. 주로 일본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먹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밤의 사자상. 류큐어(오키나와 방언)론 시사(シーサー)라고 하는, 사자(獅子)를 류큐어로 읽은 류큐인들의 수호동물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해태 뭐 그런거...



밤의 현청앞 역. 3월 오키나와의 밤은 은근 쌀쌀합니다...

참으로 희한하게, 맑다가도 흐리다가도 비가 오다가도 번개가 치는데, 기온은 반팔을 입으면 춥고 긴팔을 입으면 습기때문에 더운 정말로 기묘한 날씨...

오키나와에선 날씨예보 따윈 장식입니다 ㅋㅋㅋㅋㅋ



일본답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자판기. 이게 있어야 일본 거리 분위기가 나는 ㅋㅋㅋㅋㅋ



새벽 편의점 털이. 일본 애니에서나 봐왔던 물건들이 눈 앞에 있는게 참 감회가 새롭던...


오키나와의 편의점에는 특이하게 쥬시(雑炊, ジューシー)라는 잡탕밥 주먹밥을 파는데, 이건 그냥 가정식 식당가서도 쌀밥 말고 쥬시 달라고 하면 쥬시 주니 그걸로 드셔보시길...

 

참으로 기묘한 엘리베이터 안 거리두기 ㅋㅋㅋㅋㅋㅋㅋ


편의점을 턴 결과. 역시 일본 애니에서 많이 보이는 메론빵과 오키나와 로컬 맥주인 오리온 맥주, 미츠야 사이다, 그리고 역시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인 블루 씰의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집어 봤습니다.

참고로 저녁 먹은지 1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저걸 올클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


호텔 앞 밤거리. 호텔이 참 편리한 위치에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편부턴 본격적인 바이크 여행. 뭐 그래봤자 하루 탄 것이지만, 전 일본 여행의 찐 묘미는 바이크 여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