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S(당신)은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잠들었다 눈을 뜹니다.

그런데 이런? 당신은 벽과 바닥이 콘크리트로 된 기묘한 방에 갇혀 있습니다.

자기 전에 입고 있었던 것, 가지고 있던 것은 전부 사라져 있습니다. 지갑이나 핸드폰은 물론이고 액세서리까지도요. 대신 입고 있는 건 백색의 오래된 환자 옷 같은, 넝마가 되기 직전의 옷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일단 주변을 둘러볼게."

"알겠습니다. 선배님."


주위를 둘러보니 눈앞에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책상과 의자가 있고 방의 각 벽에는 문이 하나씩 달려 있는 게 보입니다. 천장에는 작은 전구가 하나 있을 뿐이라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입니다. 또한책상 위에는 나무 그릇에 담긴 무취의 빨간 스프가 하나.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네요. 의자 위에는 낡은 종잇조각이 두 개 떨어져 있습니다.


"데자와가 아니야?"

"데자와 아닙니다. 빨간 스프."

"데자와로 해 줘."

"아니, 그보다 데자와가 갑자기 뜬금없이 나오는 게..."

"스프가 있단 것도 이상하잖아, 그러니까 데자와로 해 줘."

"알았어요. 알았어. 책상 위엔 나무 그릇에 담긴 연갈색? 커피 빛깔 데자와가 한 그릇 노여 있습니다. 그래서요?"
"쪽지를 볼게."

"네, 첫 번째 쪽지엔 

돌아가고 싶다면, 한 시간 안에 독 스프를 마셔라. 

(조미료는 자신들이 찾을 것.)

마실 때까지 너희들은 여기서 나갈 수 없다. 

한 시간 안에 마시지 않는다면, 마중을 나오겠다.

이라고 쓰여 있어요."

"두 번째 쪽지는?"


거기엔 이 곳의 지도라고 추측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중앙엔 스프 방, 북쪽엔 조리실, 남쪽엔 예배당, 서쪽엔 서재. 동쪽엔 하인의 방이라고 적혀 있네요. 그리고 여기서 관찰해 주세요.


"음...실패."


실패했나요, 그럼 S는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습니다.


"성공했으면 뭔가 발견했으려나? 숨겨진 자료? 아니면 데자와 냉장고?"


데자와는 없어요. 하아, 그래서 다음엔...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하인의 방으로 갈게."


알겠습니다. 근데 뭐 하인의 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따까리가 있으면 편하잖아. 데자와도 가져다 주고." 


아...알겠습니다, 하인의 방은 녹슨 철문으로 막혀 있어요. 열려면 근력 판정을 해야 합니다.


"일단 문부터 열어야겠지? 문손잡일 잡고 힘껏 당길게."

"네, 그럼 근력 판정을."

(주사위가 굴러간다.)

"성공."

"성공인가요, 그럼 S는 문을 열지 못했지만, 문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와 문을 여네요."

"그럼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관찰을 쓸래."

"예입, 관찰 굴려 주세요."

"성공."


운이 좋으시네,  그럼 S는 소녀를 관찰하고, 소녀가 은발에 적안, 흰 원피스를 입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권총을 들고 있다는 것도요. 그럼 이제?


"소녀에게 물어볼래. 이름이 뭐야?"


이름이 뭔지 물어본다라...그럼 소녀는 당신의 물음에 침묵합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네요.


"그럼 말을 못하냐고 물어보는 걸로."


말을 못하냐고요? 소녀가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네요.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 소녀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다는 거네."


그렇죠.


"그럼 나를 여기로 불러온 게 너니? 하고 물어볼게."


고개를 저어요.


"데자와 있어? 아니면 어디 있는지 알아?"


소녀가 둘 다 고개를 저어요. 그리고 당신을 왠지 살짝 퉁명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네요. 


"데자와가 뭐 어때서, 마셔보면 얘도 좋아할걸? 너도 한 입 해보라니깐."


저는 됐습니다...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안쪽 방을 조사할게. 나 이래봬도 설정에 나름 킬러라고 되어 있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자...S가 본 것은 바닥의 종잇조각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종잇조각 옆의 손가락에 눈이 갑니다. 손가락을 타고 올라간 시선은, 목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이 시체는 머리가 없으니까요. 


"얘가 죽인 건가?"


아무튼 여기서 SAN체크, 1/1D4+1로요.


"음, 실패."


그럼 1D4 주사위로 굴려 볼게요.


"잠깐만, 후배. 이 녀석 킬러잖아? 데자와를 즐겨 마시는 여성스런 모습도 있긴 한데, 그래도 엄연히 킬러라고."


그렇죠?


"사람 죽이는 걸 밥 먹듯 했는데 이제 와서 잘린 머리로 이렇게 반응하다니 좀 그렇지 않아?'


흠,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자동 성공으로 넘어갈게요. SAN치는 -1 감소하고, S는 시체를 확인합니다. 관찰 써 주세요.


"성공했어."


그럼 S는 그 시체의 옷이 당신이 입은 흰 옷과 같은 걸 확인합니다. 20대 여인의 시체 같은데, 뭐 그 이상은 알 수가 없네요.


"음...그럼 종이 쪽지를 볼게."


알겠습니다.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어요.


그것은 이름이 없는 당신의 하인입니다. 

명령하는 것은 싫더라도 절대적으로 따릅니다. 

과묵하지만 상냥하고 좋은 아이이므로 귀여워 해주세요.


라고요.  소녀를 보자 소녀도 당신을 멀뚱히 올려다보아요.


"관찰 써도 돼?"


물론이죠.


"그럼 한 번 살펴볼게."


넵. 소녀는 길게 뻗은 은빛 생머리와 죽은 빨간 눈을 하고 있어요. 키는 그렇게 크지 않고 몸도 호리호리한 편이에요. 


"잠깐만, 나 목이 좀 말라서."


또 데자와에요? 아니 선배, 다른 것 좀 마실 순 없어요? 아무리 징크스라고 해도...아!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 쪽지랑 단서를 줬지만 이게 다 진실이란 건 아직 모르잖아?"


그렇죠.


"그럼 일단 시계 방향으로 돌아볼래. 소녀를 데리고 남쪽 방으로 가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S와 소녀는 남쪽 방으로 갔어요. 남쪽 방에는 한층 더 크고 두터운 철문이 달려 있고 그 옆으로는 작은 창이 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창문으로 방 안을 볼 수 있어?"


네, 엿듣기랑 관찰 사용 가능합니다.


"그럼 소녀에게 엎드리라 한 뒤, 그 위로 올라가서 창 안을 들여다보겠어. 관찰은...성공했으니까 되지?"


정말 주먹구구식...에휴. 알았어요. 관찰 성공했습니다. 소녀는 명령을 듣기 싫은 눈치지만, 그래도 명령을 따라 엎드리네요.

S는 그 위로 올라가 안을 보았습니다. 어둡지만 희미하게 밝은 하얀 방 안에서 한 쌍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뱀 같은 괴물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3m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잠깐만. 이거 나중에 하자. 타겟 온다."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슥, S는 미리 준비해 둔 저격총에 외눈을 갖다댔다. 

잠시 후 푸슉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미터 밖에 있던 리무진 차량의 유리창이 깨져나갔다.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주변을 확인한 S는, 후배인 T가 내미는 데자와 한 캔을 받아 단숨에 비웠다.


"캬.  이 맛이야."


근데 선배, 제가 한 가지 궁금해서 그런데.


"뭐."


데자와는 무슨 맛이 나요? 먹어보진 않았는데 진짜 맛 없다고...


"아, 맛이 확실히 그다지 별로긴 해."


네?


"니 정액 맛 나거든."


아. 




***


==


사실 크툴루의 부름은 잘몰라서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가볍게 데자와에 집착하는 킬러에 캐릭터 묘사를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trpg를 하는 킬러 이건 조금 희귀하거든요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젖포스터로 답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푸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