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

특정 인물에 관한, 소실된 기록에 대한 연구 : 고대

-사학자 N.E


현재 무봉산맥이 위치한 지역에는 옛 이야기가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위험에 처하였을 때 수호자가 강림하여 도움을 준다는 구전문이다.

이것이 내가 찾는 인물에 대한 기록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들어맞기에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이야기란 : 

먼 옛날, 수 천 년도 더 이전에

산속에 은거한 한 선인이 근처의 마을 주민들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그에게 음식과 술을 공양하고, 그는 마을을 위해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나먼 나라의 군대가 마을을 공격해왔다.

선인은 그들에게 경고장을 보냈지만 그들은 경고를 무시했다.


자신의 것을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선인은, 분개하여 전장에 나섰다.

하늘이 갈라지고, 땅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으며 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별의 비가 내리고 난 후 남은 것은 재와 먼지뿐이었다.

그의 계약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그 마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와 실제 역사 속 기록의 공통점을 찾았기에 추후 서식한다.



인용됨 :

고대 천령(天令)국 장수의 전쟁 기록 중 마지막 권, 작성년도는 밝혀지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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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사실상 우리의 적군이라 함은 그저 작은 산골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땅을 내놓고 투항하라는 명을 따르지 않아 정벌전에 나섰고, 첫 전투는 압승으로 끝났다.

의외로 농토를 버리고 도망갔기에 굳이 땅을 망칠 필요가 없어 추격에 나서진 않았다.

적의 피해라곤 작은 양조장 하나가 불탔다는 것 뿐이었다.


????/06/02

적의 사기가 꺾였는지, 밤이 되어도 조용했다. 

내일은 어명을 거역한 죄로 본격적인 섬멸이 있을 터였다.

폭풍전야라고 하였던가, 아군도 적도 잔잔한 수면과 같이 조용한 상태로 밤을 보냈다.


????/06/03

큰 문제가 생겼다.

잔도를 건너 산골짜기로 진입하여 전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인기척도 하나 없던 뒤쪽에서 길이 끊어져 버렸다.

매로 서신을 주고받은 결과 갑자기 하늘에서 큰 돌덩이가 떨어져 길을 막아버렸다고 한다.

무슨 짓을 해도 움직이지 않고 깨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06/06

퇴로가 끊긴 지 사흘째, 전략회의 끝에 배수의 진을 친다는 의지로 잔존 병력이라도 이끌고 공격을 감행하기로 하였다.

돌아갈 길이 사라진 것이지 군량과 병력은 충분하기에 의견 충돌 없이 결정된 것 같다.


????/06/07

대대적인 공격이 감행되어 소규모 촌락 하나를 불태우고 진영으로 복귀하였을 때,

사령부 막사에 화살에 묶인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즉시 회군하지 않으면 몰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제 두 곳만 더 없애면 완벽한 토벌이리라. 

이틀 후에 있을 출격을 대비하여 휴식을 취해야 하니 가볍게 무시하였다.


????/06/08

후발대가 전멸했다는 믿을 수 없는 서신이 배송되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첩첩산중에 은신하고 있던 부대가 누구에 의해 전멸한다는 말인가.

혹시 어제 보았던 쪽지를 쓴 자가 그리하였다면 그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단신으로 3천의 부대를 전멸시키다니.


????/06/09

섬멸전 개시의 날, 혼잡한 심정을 가라앉히고 최전방에 나섰다.

아군을 막아선 것은 갓 성년도 되지 않아 보이는 어린 소녀였다.

자신이 관계맺은 것을 건드리지 말라며 대군을 막아서는 것을 보아 정상적인 자는 아닌 듯 했다.

치워버리라는 명령을 받은 병사가 앞으로 나섰고, 미처 검을 뽑기도 전에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직후 전군이 돌격하였지만 병력의 1/3을 잃고 말았다. 


????/06/10

태양이 사라지고, 온통 칠흑같은 어둠뿐이다.

검은 하늘에선 불길에 휩싸인 별들이 떨어지고 있다.

천지개벽과도 같은 광경에 병사들이, 그리도 나 또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른다.

하늘이 무너진다. 재해ㅡ 아니, 재앙이다. 발을 들여선 안 될 곳을 공격해 버렸다.

오늘 일자에 적힌 글은 오늘을 마무리하며 써내려가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현재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누군가 이것을 읽는다면 절대 이곳..


이후 기록 소실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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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록과 구전문이 일치하는 부분, 그리고 묘사를 보아

내가 찾고 있는 인물이 실존했다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든다.

그에 대해 알려고 하면 할수록 베일에 싸여있던 기록들이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

완벽한 논문을 위해서 더욱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연구일지 7 마침.





작가의말

유성우는 아무튼 폭죽놀이죠?

아이디어 제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