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차버릴꺼야



 가장 기다려왔던 나날이, 오지 않았으면 했던 최악의 나날이 되는 데에는 이틀이면 충분했다.


 그녀의 생일도, 해류의 부름도, 전부 기뻤지만 이 날만큼 좋을 수는 없었다. 이 날은, 드디어 비비안네가 인어들의 도시 인-틸레이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첫 임무를 받는 날이었으니까. 첫 임무를 받으면 인간들의 정당한 영역인 뭍으로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비비안네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끔찍했다.


 그녀의 가슴을 붙잡고 젖을 빠려는 무언가는, 평범한 인어가 아니라, 광인의 악몽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처럼 뒤틀려있었으니까. 형언할 수 없는 프랙탈의 형태로 이곳저곳 뻗어나오는 혐오스러운 변이. 비비안네가 자신의 자궁으로 뱉어낸 괴물을 멀리서 지켜보던 엘레이나가, 멀찍이서 지켜보던 인어들을 비켜세우고 가까이 가려 했다.


 "여왕님! 지금 가시면..."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왕으로서 알아야 할 책무, 알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엘레이나는 가까이 가서 죽은 눈으로 괴물이 젖을 빨게 내버려두던 비비안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왕이 몸을 만지면, 그건 최고의 영예였고, 인어들은 그녀의 손길에 합당한 방식으로 감사를 표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비비안네는 엘레이나를 스윽 보더니, 다시 고개를 푹 늘어뜨렸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모양인데..."


 "우으윽..."


 헛구역질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 그리고 비비안네는 표정을 찡그리고 우는 소리를 냈다. 빛나는 눈물이 방울방울 올라왔다. 하지만 인어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흘리는 슬픔의 눈물도 아니고, 기쁨에 흘리는 눈물도 아니었다. 반짝였지만, 반짝이면 반짝일수록 불길한 검은색이었다. 문어의 먹물이 아닌, 태생적인 불쾌감이 느껴지는 무언가, 깊은 심연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의 검은 눈물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그 칠흑 같은 눈물과, 비비안네의 가슴을 빠는 식욕 내지는 성욕만 남은 돌연변이를 볼 때, 인어들의 역사에 길이 남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비비안네를 심문할 수도 없었다. 엘레이나는 잠깐 고민하더니, 비비안네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여왕님! 그건...!"


 "무슨 괴물한테 당했는지는 몰라도, 반드시 알아야 해요. 제가 아니면 누가 이걸 해요?"


 "...여왕님..."


 미안해요, 비비안네. 엘레이나는 비비안네의 정신으로 들어갔다.



 비비안네는 물고기 떼를 인도하는 임무를 맡고, 물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첫 임무부터 해수면과 가까운 곳에서 돌아다니게 되어서 매우 기뻤다. 해수면과 가깝다는 것은 곧 육지와 가깝다는 것이었고,육지와 가깝다는 것은 곧 인간과 가깝다는 것을 뜻했으니까. 


 "얘들아! 저기로 가자!"


 비비안네는 옛날에 배운 대로 물고기들을 인도했다. 물고기들은 비비안네의 인도에 따라 떼지어 움직이고, 해류를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이기를  비비안네는 임무대로 물고기떼들을 전부 보내고 나서, 해수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대왕고래의 심장고동보다도 더 우렁찬 소리에 비비안네는 가까이 가보았다. 


 "이건... 인간의 배잖아!"


 비비안네는 뛸 듯이 기뻤다. 인간들은 물 속에서 살 수 없어 "배"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 배라는 것에는 고래의 그것보다도 크고 강한 지느러미가 달려있고, 그 지느러미를 부지런히 움직이기 위해 심장이 1초에 모든 인어의 심장박동을 합친 것보다도 더 빨리 뛴다고 들었다. 


 게다가 그 "배"라는 것이, 한대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려 두대가 가까이 있었다. 비비안네는 그 배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다가, 해수면 위로 올라와서 손을 흔들었다. 배 위의 인간들이 그녀를 볼지는 몰랐겠지만, 인간을 보니 괜히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 순간, 부딪칠 정도로 가깝다고 생각했던 두 배가 진짜로 부딪쳤다.



 "어, 어어?!"


  두 배가 충돌하며 거대한 비명이 들려왔다. 두 배는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듯하더니 기우뚱거리다가 옆으로 비껴나갔다. 하지만 두 배가 부딪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 배에서, 검은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배, 배도 피를 흘리던가?"


 두 배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비비안네는 "배"라는 생명체를 걱정했다. 그녀는 그 검은 피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 먹물을 내뿜는 오징어도 있는 마당에, 검은 피를 흘리는 생명체가 이 세상에 없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비비안네는 두 배 가까이에 갔고, 그것은... 비비안네가 멀쩡한 생각으로 한 선택들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결과를 돌려주었다.


 "그... 배라는 건 괜찮은 걸까? 응?"


 검은 피가 빠르게 확산했다. 처음에는 해수면 위를 자신의 검은 색깔로 덧칠해서 햇빛을 막았다. 비비안네는 검은 피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검은 피가 비비안네 가까이 확산하자, 검은 피는 비비안네를 인식했는지 그녀 가까이로 손을 뻗었다. 비비안네가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잠깐, 이건?! 이건?!"


 도망가려고 했지만, 검은 피는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검은 피가 끈적하게 그녀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가까이서 보니 검은 피는 질척질척했고, 불길한 검은색을 띄고 있었다. 비비안네는 그것을 보고 겁을 먹어 떼어내려 했지만, 손을 대니 손이 오히려 먹힐 뿐이었다.


 "안돼! 오지 마!"


 벗어나려 하면 할 수록 점점 검은 피에 얽혔다. 검은 피는 비비안네의 몸을 탐닉하듯이 옮아맸다. 검은 피가 닿은 곳이 화끈화끈하고 따가웠다. 나가야 해, 나가야 해, 혼잣말하며 지느러미를 움직이려는데, 닿으면 안 될 곳까지 검은 피가 엄슴했다.


 "잠깐, 거기...ㄴ"


 비명을 질렀다.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검은 피가 그녀의 가장 소중한 장소로 비집고 들어갔다. 검은 피는 자꾸만 비비안네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기절할 듯이 아팠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차라리 죽었으면! 하지만 그녀는 죽지 않았다. 죽지 않고 검은 피가 그녀의 음부를 찢어버리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만하라는 비명이 죽여달라는 애원으로 바뀌고, 죽여달라는 애원이 알 수 없는 단말마가 되어도, 검은 피는 계속 비비안네의 몸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30억년 같은 30초가 지났는지, 진짜로 30억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검은 피는 비비안네의 배가 대왕고래의 새끼를 밴 것처럼 부풀어오르고 나서야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를 놔주었다.


 비비안네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바로 그녀의 고향으로 도망쳤다. 그 기괴한 모습을 보고도 고향 사람들이 그녀를 받아줄지, 그런 것까지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




 눈을 뜬 엘레이나의 표정에는, 끔찍한 절망이 묻어나왔다. 엘레이나는 말없이 비비안네가 있는 동굴을 나섰다. 당당하고 우아하던 지느러미의 움직임도 전부 사라지고, 축 늘어져있었다. 엘레이나의 모습을 보고, 한 인어가 그녀에게 물었다.


 "여왕님,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겁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막으면 되겠습니까?"


 인어들이 앞다투어 물었다. 그들은 이 문제가 무엇이건, 앞장서서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자신의 가족이, 동족이 또 저런 꼴이 되는 것은 막고 싶었으니까. 엘레이나는 비비안네가 그랬던 것처럼, 죽은 눈으로 말없이 아래를 쳐다보았다.


 "여왕님! 대체 그것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


 "그게 무슨... 신이시여."


 "...어떻게 이런 일이."



 엘레이나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인어들은 엘레이나의 손가락을 따라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무언가, 온다. 검은색의 무언가가, 푸른 해수면을 자신의 색깔로 덧칠하며, 그들의 위로 내려온다. 인어들은 그들의 여왕을 붙잡고, 해결책을 간구했다. 



 "여왕님! 알려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여왕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제발요!"



 하지만 여왕은 그들의 탄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은 간단했다.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광기도 악의도 없는 순수한 재앙을 받아들여서, 그대로 죽으면 된다.


 비명이 울려퍼졌다. 검은 피가 인어들을 집어삼키고, 인어들의 코와 입을 막아 숨을 못 쉬게 하고, 눈과 귀를 틀어막았다. 비비안네는 자신이 내질렀던 것과 비슷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집어삼키기 위해 다가오는 검은 피를 보며, 깨진 기억의 파편 속에서 자신이 배웠던 것들을 이어맞춰, 이 세상에 일어날 일을 생각해보았다.


 거대한 배는 어디선가 또다시 부딪칠 것이다. 또다시 검은 피가 흐르리라. 검은 피는 이곳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흐를 것이니. 비비안네는 기이하게 뒤틀린 아기를 꼬옥 안으며 웃었다.





 우리 세계에 파멸이 찾아왔다.






어떻게 된게 나란새끼는

인어쨩의 질펀한 문어촉수섹스 짤링을 보고 이딴글을 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