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절름발이>를 믿는가?"



 지저분하고 얼굴까지 가린 망토의 모습은 필시 어딘가의 은둔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니면 집을 잃은 흔한 부랑자일지도 모른다.


 변화없는 하루를 맞이하고,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일과를 시작하는 문지기 앞에 낯선 노인이 나타났다.



 "전 관심없으니, 그 이상은 다가오지 마십시오."



 적당히 창으로 위협하니 노인은 힘없이 그 자리에 넘어진다.



 중얼중얼...



 부쩍 이런 기분나쁜 사람들이 이 주변에 나타난다. 어느 시골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쓰레기들로만 보였다.



 '아, 제발 좀 가라고...'



 성문을 지키는 병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리를 이탈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애매하게 정해진 룰은 언제나 후임 병사들을 괴롭히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면...



 문을 지키는 병사는 성문 앞에 존재하는 거수자들을 체포, 연행한다.



 이 두개의 원칙은 애매한 거리에 있는 거수자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신병들을 놀리기 위해서 선임병들이 주로 사용한다. 시골에서는 신병들이 잘 오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새로운 흐림이 없는 군문화는 퇴색된지 오래이고 나라의 정한 규율은 이미 그들만이 정한 규칙으로 대체 되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한명은 자리에 유지한 체로 거수자를 체포하면 되지만...



 '무슨 화장실에 무슨 한 시간을 넘게 가 있는거야 ...'



 현실은 사수와 부사수가 함께 있어야하는 문 앞에는 후임병이 혼자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교육 담당이라고 싱글거리며 다가왔던 그 사람은 첫인상과는 달리 상당한 쓰레기였다.



 "오오오오!!! 붉은 달이 뜨면 신의 축복이 내릴것이다!!!"



 만약 저 노인이 난동부리고 있는 이 타이밍에 선임이 돌아온다면 두고두고 자기를 씹을 것이다.



 "뭐야? 이건 무슨 소리야 앙?"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그게 외부인이 찾아왔습니다."


 "외부인? 저게?"



 적당히 발광하는 노인을 흝어본 선임병은 그대로 후임병의 머리를 내리쳤다.



 "네가! 제대로! 응? 근무를 안서니깐! 이런게 꼬이는거 아니냐고!"



 술냄새가 난다. 얼마전에도 근무시간에 음주를 한 전적이 있으면서 그 새를 못 참은 것이다.


 머리를 맞는 것은 일상, 뺨이 얼얼해지는 것은 보통.



 "미친놈이 오면 바로 체포하라고 했어 안했어?! 응?"


 "저번에는 자리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이젠 말대꾸도 하네? 이게...""오오오오오오오오! 그대는 <절름발이>를 아는가!"



 갑자기 광분한 노인의 목소리가 선임병의 말을 잘라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선임병의 분노는 그 노인으로 향하게 되었다.



 "시끄러워! 다리 병신을 누가 몰라? 이 미친 새끼!"



 커헉...!



 취해서였을까 힘 조절을 하지못한 선임병의 주먹이 노인의 급소를 가격하고 그대로 숨이 턱 막히는 꺼름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커헉...컥컥...



 듣기에도 괴로워하는 소리와 함께 노인에 입에서 거품이 물리고 있다.



 "야이...시발! 그걸로 죽은건가?"



 경련을 일으키는 노인을 바라보던 선임병은 자신의 부사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야! 곧 교대시간이니 네가 처리해. 인수인계는 내가 할테니 빨리 꺼져."


 "하지만...이건 살인아닙니까?"


 "아, 시끄러워! 이 주변에 너와 나 뿐이야! 네가 데려가서 살리든지, 죽이던지 알아서 하라고!"



 무책임한 선임병의 등쌀에 밀려 신병은 쓰러진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크흡...크르르르



 괴롭워 보이나 아직 숨은 붙어 있는 상태인거 같았다. 빠르게 응급처치를 한다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겁먹은 신병은 그런 노인을 들처메고 뒤에는 선임병의 시선을 느끼며 빠르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급하게 응급처치는 끝냈지만 노인의 거친 숨결은 나아지질 않는다. 초조해진 신병이 어쩔줄 몰라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 때 노인의 눈이 떠졌다.



 "그대는...<절름발이>를 아는가?"



 "이제는 그런거 모릅니다. 괜찮아졌으면 나가 주세요."



 <절름발이> 그것은 신병이 어렸을 적 어머니가 믿었던 이교도의 신을 은어로 부르는 말이였다.


 국가에서 지정한 이외의 신을 믿는 행위는 이단으로 몰려서 법의 심판을 받곤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인은 그 신의 믿음을 전부 버렸어야 했다. 어째서 그런 신을 믿었는지 어머니에 대한 원한만이 한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



 그런 소용돌이치는 신병의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은 몸을 떠는 신병의 눈을 바라 보고 말했다.



 "3일뒤...붉은 달이 뜨네..."



 어머니가 항상 기다리던 신의 은총 하지만 신병에게는 어떠한 종교이든, 그것이 사이비이든 평범한 종교이든 그러한 교리 자체를 믿는 것이 고통이고 괴로움이였다.



 "싫어요! 저는 그런거 안믿어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요! 제발 날 좀 내버려둬!"



 세상이 밉다.


 이 세상을 만든것이 신이라면 신도 밉다.


 차라리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저 살아가고 싶은데 왜 나를 괴롭히는가.



 "그렇다면 지켜보게나...<방관자>가 되는 걸세."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신병에게 작은 종이를 건네주었다.



 "거기에 적힌대로 행동한다면. 자네는 <은총>도 <저주>도 피할수 있을 걸세." 죽어가는 노인을 편하게 해준 마지막 배려일세...




 작은 목소리와 함께 미치광이 노인의 숨소리는 더 이상 들려 오지 않았다.



 


 그후 신병은 온 마을의 개와 돼지를 죽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광인 취급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새빨간 피를 뒤집어 쓴 광인은 마을 사람들 보다 앞으로 다가올 밤이 더 두려웠다.




 그는 새빨간 짐승들의 피를 자신의 집 창문과 문에 잔뜩 뿌렸다.




 마을 사람들이 기분나쁘다며 그에게 분변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기뻐하며 분변을 모아서 집안의 작은 틈새를 전부 막았다.




 코가 마비되고




 시야가 붉은 피로 가려졌다.




 그는 짐승의 내장으로 만들어진 매듭으로 문 자물쇠를 걸었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 집안에서 그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이제 그런 그를 찾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3일이 지났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귀를 막았다.




 다른 집의 문이 박살내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문 앞에서는 고기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집의 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광인의 집에서는 피를 핥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냄새나는 은둔자의 집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시체의 산으로 가득한 시골에는




 살아남은 미치광이가




 스스로를 <방관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헤응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