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 높여보려고 최대한 단순하게 썼는데 술술 읽히는지 몰루것다




사립 카르텔 대학교

 

아름다운 학교와 넓은 부지로 유명한 학교의 학장실 한 명의 사내가 학장과 면담을 나누고 있

 

다.

 

“학장님 제발 이제 도망치지 말아주십시오.”

 

“허어 도망이라뇨. 레멘군 저는 언제나 학장실에 있습니다.”

 

그렇다. 학장님은 언제나 학장실에있다.

 

문제는 학장실이 열리지 않은지가 한달이 넘었다는거지.

 

“학장님 제가 여기 들어오려고 목소리 변조 마법까지 익혔습니다.”

 

“목소리 변조 마법이라니! 카르텔 학교의 흥복이군요. 좋은 발전입니다 레멘군.”

 

따스한 목소리에는 학장이 얼마나 레멘이란 학생을 아끼는지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물론 레멘의 눈에는 가증스러울 따름이었다.

 

“교수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레멘은 학장의 앞에 다가가 학장의 책상을 양손으로 붙잡고 학장과 눈을 마주쳤다.

 

무례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학장은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레멘을 바라봤다.

 

“무슨 말인가요 레멘군. 큰일이 아니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큰일이 아니죠 학장님. 아주... 아주 작은일입니다.”

 

레멘은 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하나 꺼냈다.

 

자퇴서라고 큼지막하게 글씨가 적힌 종이봉투, 봉투를 흘끗보고 레멘을 다시 한 번 본 학장은 

 

“하하 자퇴서라뇨. 농담이 지나치군요.”

 

“진짜 진심. 자퇴할래요.”

 

절실한 레멘의 눈빛을 마주한 학장이 선택한 방법은 심플했다.

 

“텔레포트”

 

순식간에 텅 빈 학장실. 남아있는 건 팔이 덜덜 떨리는 레멘 뿐이었다.

 

“자퇴 시켜줘. 자퇴 시켜달라고! 제발!!!”

 

학장실이 떠나가라 괴성을 지르는 레멘. 하지만 그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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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멘이다. 

 

종족은 인간.

 

나름 근처 학교에서 소위 껌 좀 씹어봤다는 부류로 당연히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사고도 몇 번 터뜨려 1년 꿇기도 했다.

 

부모님들은 그런 나를 걱정했지만 뭐 요즘 세상 살아가는데 공부가 필요한가? 

 

아무런 장래계획은 없었지만 막연히 뒷세계로 들어가 수금을 하거나 가게를 관리하는 등의 직

 

업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고학자로 명성을 얻으셨던 부모님은 내가 대학을 가서 공부를 하길 원하셨는지 내가 

 

그렇게 싫다고 어차피 절대 못붙는다고해도 억지로 대학시험을 치러 보냈다.

 

돈도 아깝게쓰리 왜그랬는지 몰랐다.

 

시험은 당연히 쫄딱 망했다.

 

시험치는날에도 집에서 술까먹고 운동만 했는데 지당한 결과다.

 

성적표를 가져온 날 죽어라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부모님들은 아무 대학교에나 다 입학서를 넣

 

었다.

 

당연히 별일 없이 전부 떨어지겠다 싶었는데 어느날 통신이 왔다.

 

마침 밥먹고 있어서 어머니가 받는거 보고 있었는데 동공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

 

다.

 

통화중이라 바로 물어보지는 못하고 있는데 마침 전화를 끊으셔서 뭔일이냐 물었다.

 

어머니는 감동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을 하셨다.

 

 “루멘아 너 대학교 합격했어.”

 

??? 내가 왜?

 

“수석합격이래.”

 

?????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대로 잡혀가서 나는 대학을 입학했다.

 

살면서 받아본 적이 없던 수석이란 칭호를 성적우수라는 놀라운 항목으로 받은 나

 

는 어리둥절하면서 기숙사에 도착했다.

 

수석입학이라 전면장학금에 기숙사비도 면제 그리고 학교 마법시설 무료 사용 등등의 수많은 

 

혜택부여는 끌려온 대학교라 거부감이 드는 나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또 대학교란 어떤곳인가?

 

사랑과 낭만.

 

인간들이 사는 곳에 있는 학교를 다녀서 이성은 인간 밖에 보지 못한 다양한 이종족과의 만남

 

에 두근거렸다. 또한 취향에 맞는 클럽에 가입하여 클럽 구성원들과 무언가 함께하는 즐거움

 

이 있다고 대학교에 먼저 입학한 친구가 말해줬다.

 

‘무슨 클럽에 가입할까?’

 

당장 떠오르는 것은 헬스 클럽.

 

있을 리가 없었다.

 

요즘처럼 마법시대에 누가 몸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자기와 같이 마법부적응 체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기숙사방 앞에 도착했다.

 

기숙사의 방은 깔끔했다.

 

멋들어진 나무 목재 재질로 이루어진 네모난 문에 방에 들어오니 푹신푹신한 2층 침대가

 

우측에 배치되어있고 샤워기와 목욕탕이 있는 화장실이 좌측에 있었다.

 

거기에 마법냉장고까지!

 

그야말로 최신식 시설이었다.

 

휘파람을 부르며 짐을 다 풀어놓은 나는 느긋하게 침대에 누웠다.

 

‘똑똑’

 

어느샌가 잠이들었는지 갑작스러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누구세요?”

 

“오늘부터 여기 사는 사람인데 혹시 룸메이트?”

 

룸메이트.

 

그 얼마나 신비로운 울림인가.

 

“맞습니다. 나가요.”

 

문을 열자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 퍼져왔다.

 

찰랑이는 은빛머릿결. 에메랄드빛 눈. 신이 빚은듯한 얼굴. 늘씬한 몸매. 

 

‘어라?’

 

멍해있는 나에게 인사말이 들렸다.

 

“반갑군 난 애슬레인이다.”

 

목소리도 고으시다.

 

그렇다 나는 대학교에 온 하루만에 아름다운 엘프를 만날 수 있었다.

 

남자엘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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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엘프를 아는가?

 

엘프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바로 엄마 친구 아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재빠른 몸놀림과 타고난 시야, 밝은 귀를 가지고 있고 비약적으로 높은 지능으로 마법까지 능

 

숙하게 다룬다.

 

이게 끝이냐고? 당연히 끝이 아니다.

 

성격 역시 현명하고 차분하며 이성적이라고한다.

 

아주~ 끝내준다.

 

이 기똥찬 스펙들이 룸메이트가 되면 변환되는 마술을 내가 보여주겠다.

 

우선 타고난 시야.

 

아무리 룸메이트라도 엄연히 거리가 벌어져있는법 통신폰으로 만화를 보고있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온다.

 

“네놈도 그 만화 보고 있는가? 나도 예전에 봤는데 꽤 재밌더군.”

 

차가운 말, 그렇지 못한 고운 목소리. 왜곡된 간섭.

 

당신도 생각을 해봐라 집에서 방에서 문 닫아놓고 야동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문자

 

로 “아들 그 야동 재밌더라~” 하면 무슨 생각이 드나?

 

첫 날이라 뭐라 하기도 그렇고 보고 있는걸 계속 훔쳐보이는 상황도 싫어서 화장실을 들어갔

 

더니 나오는 두 번째 문제.

 

‘뛰어난 청력’

 

화장실에서 나오니 자신이 굉장히 배려해줬다는 얼굴로 이런말을 한다.

 

“손을 씻을 때 물을 약하게 틀도록. 내가 귀가 좋아서 소리가 좀 심하군.”

 

이젠 손도 조용히 씻으시란다.

 

자자 마지막 문제.

 

‘높은 지능과 뛰어난 마법실력’

 

내가 이걸 참겠는가? 바로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주먹은 어디다 뒀냐고?

 

뛰어난 마법실력에 주먹을 왜 휘두르냐.

 

예전에 마법 조금 쓴다는 꼬맹이한테도 주먹 한 번 닿지도 못하고 두드려 맞았는데 내가 멍청

 

하긴하지만 이정도 사리분별을 할 줄 안다.

 

장하다 나!

 

‘장하긴 무슨 룸메이트 바꿔줘!’

 

마음속의 격렬한 슬픔을 참아내고 말로 이 사태를 풀어내려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여긴 함께 쓰는 공간이고 소중한 룸메이트를 배려해줬으면 해.”

 

아주 당연하고 깔끔한 말이였기에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훌륭한 말이다. 서로 배려해야한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눈과 귀가 너무 좋다. 그렇기에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작은 그림이 잘 보이고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렇기에 나를 배려해서 

 

무언가를 의도하지않게 보는 것과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을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설마 ‘소중한 룸메이트’가 가진 선천적인 불편함을 막으려는건 아니겠지?”

 

난 죽음을 택하겠다.

 

어중간하게 건 토론은 나의 참패로 끝이났고,

 

활짝 웃고 있는 엘프 앞에서 쭈구리가 되어 침대에 누웠다.

 

‘엄마 집에 가고 싶어.’

 

대학교에 온 첫날 나는 집에가고 싶어졌다.

 

 

 

힘없고 약한 아침.

 

많은걸 제재당한 나는 이제 아침 벨소리도 포기당했다.

 

어젯밤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제발! 진동모드로라도 하게 해주세요 애슬레인님.”

 

“어림도 없다. 이봐 레멘 너 자신을 믿고록 해라. 언제까지 마법에 의존할 것이냐.”

 

이젠 나의 마법에 대한 의존성까지 걱정해주시는 상냥한 애슬레인님의 앞에서 내가 할 말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때 잘나가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과거 호랑이와 같은 위세를 누렸던 나의 카르텔 대학교에서 위치는 토끼와 같았다.

 

토끼? 아니지. 토끼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

 

나는 마치 토끼가 씹어먹는 잔디와 같은 존재이다.

 

굳어세라 레멘.

 

 

 

애슬레인 덕분에 나는 나란 사람이 얼마나 알람에 의존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애슬레인님‘

 

는 무슨 저 성질머리 나쁜 엘프가 일어나지 않도록 포복 자세로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에 들

 

어가서 거울을 보았는데 흐릿했다.

 

’김이 꼈나?‘

 

김이 낀건 거울이 아니고 내 눈이다.

 

안구에 습기가 아주 가득 차있다.

 

편히 쉬어야할 방에서 자유를 빼앗긴 나에게 봄은 있는가.

 

얼른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나는 험악한 대학생활에서 살아남지 못함이 분명했다.

 

 

애슬레인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을 닫은 나는 소리를 내는 자유를 누렸다.

 

“나는 루멘이다!!!”

 

주변의 눈초리가 따갑다. 하지 말아야겠다.

 

저번에 받아놓은 학교 지도를 마법폰에 띄워놓았다.

 

“이야 더럽게 크네.”

 

과연 학교 부지로만 따지자면 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교인가.

 

대학교 크기가 무슨 작은 영주의 성 급의 크기였다.

 

’같이 다닐 친구가 한명도 없네.‘

 

이런 상황이 오니 MT를 안 간게 아니 못 간게 아쉬웠다.

 

대학에 가게 될 걸 빨리 알았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안갈줄 알아서 합격결과도 제대로 알아보

 

지 않다가 합격 포기하는거 맞냐고 전화 올때야 준비해서 오게 된게 문제였다.

 

’어디보자‘

 

내가 다니게 될 학과는 실용체육과 모든 대학교 모든 과에서 가장 인기가 없다는 과로 졸업하

 

고 나서도 취업이 어렵다는걸로 유명한 학교였다.

 

오죽하면 자퇴율 70퍼센트의 학과라고 하겠는가.

 

그래도 부모님이 아들의 성향에는 맞춰주신다고 이곳에 넣어주신거겠지.

 

부모님의 따스한 마음에 타지에 있는 쓸쓸함에 다시금 눈가가 촉촉해졌다.

 

“고마워요 어머니.”

 

 

 

루멘의 집.

 

루멘의 아버지 펠릭스는 자신의 아내 아벨에게 말했다.

 

“루멘이 대학교를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정말 다행이야.”

 

아벨이 따스하게 웃으며 펠릭스에게 말했다.

 

“다행이죠. 대학교도 못가고 나쁜 길로 애가 빠질까봐 되게 걱정했다니깐요.”

 

“그러게 말이야. 걔도 그렇게 싫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정작 가는 날이 되니 얼굴에 기대 가득하던데 말이야.”

 

“쿡쿡, 그러게요. 겉으로는 싫다고 해도 몸은 솔직하다니깐요.”

 

“참, 루멘이 실용체육과에 넣은 이유는 뭐야? 거기 취업도 힘들다던데 그래도 마법에 재능이 없는 루멘이 특기를 반영해준거야?”

 

“특기를 반영하긴 뭘 반영해요. 루멘이 성적으로 어딜 붙겠어요. 일단 제일 입시 성적 낮은 학과 낼 수 있는 대학교에 다 집어넣었죠.”

 

 

평화로운 루멘가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