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글써맛이에요

하나의 모험 이야기 중간의 내용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댈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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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의 모험

 

 

 


 

 

오늘도 하나는 시달리고 있다. 하나는 대체 뭘 해서 유령들에게 그렇게 사랑받는 걸까. 옆에서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음, 그녀 본인부터 신비하니 그럴 법도 한가?

 

 

하나는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자기 말로는 저 머나먼 곳에서 왔다고 한다. 지구라는 대륙이라고 했던가? 이 대륙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나에게 그녀는 보물상자 같았다. 하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심심한 줄 모른다. 딱히 다른 취미도 없고 그저 여행 다니는 게 전부인 나에게 그녀의 얘기는 그윽한 향초 같다.

 

 

머나먼 곳에서 왔지만 하나는 이곳의 언어를 할 줄 알았다. 그 유창함에 모두 그녀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을 안 믿었지만, 이제는 다들 믿는다. 과학과 마법이라고는 하나도 알지 못하는 소녀가 귀족들의 전유물인 마도 기계들을 그렇게 완벽하게 다룰 수 없으니까. 필시 어디서 자주 사용한 적이 있다는 건데 마도 기계라는 게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니까.

 

 

잡생각이 길었던 것 같다. 하나는 벌써 커피를 다 마셨다. 오늘은 유령들이 장난을 덜 쳤나 보다.

 

 

"언니, 무슨 생각 해요? 준비 끝났어요."

 

 

하나는 나를 언니라고 부른다. 그렇게 불리는 게 어색해 한사코 거절했었는데, 꿋꿋하게 언니라 불렀다. 그냥 체념했다. 다른 놈이 그랬다면 몰라도, 하나니까 그냥 넘어갔다.

 

 

"언니?"

 

 

하나는 자신의 매력을 모른다. 그것 또한 매력이다. 하지만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또 요망한지 또 사랑스러운지 알아야

 

 

"언니!"

 

 

아야. 고개를 돌리니 하나가 볼을 부풀리고 있다. 그 모습이 언젠가 봤던 다람쥐 같아 귀여웠다. 생각 같아선 빵빵한 볼을 푹 찌르고 싶지만 화낼 것 같아 그냥 참았다.

 

 

"언니 또 이상한 생각하신 거죠? 아니면 또 야한 생각 하신 건가요?"

 

 

잘 참은 것 같다. 조금 화가 난 것 같으니 어떻게든 말을 돌려보자.

 

 

"응, 우리 하나 생각하고 있었지. 준비는 다 끝났니?"

 

 

"아까 다 끝냈어요!"

 

 

삐졌다는 티를 뿡뿡 내는 게 퍽 귀엽다. 처음 봤을 때는 모르지만 하루가 갈수록 귀엽고 날마다 하나가 좋다.

 

 

"그러면 지금 나갈까?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탐정 아가씨?“

 

“이 마을 동쪽 외곽에 빈 유곽이 있다는데, 그 뒤편 숲에서 좀비를 봤다는 말이 있어요, 언니. 놔두면 스러질 녀석들이지만, 마력 결정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서 가 보려 해요.”

 

유곽이라. 이런 시골 마을에도 유곽이 있었던 건가? 하나에게 조금 더 알려달라고 했다.

 

“음, 여긴 예전에 큰 도시였대요. 그래서 유곽이 있었나 봐요. 광산이 닫히고 서서히 망했지만요.”

 

“그렇구나.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 원한과 마력으로 움직이는 좀비가 빈 유곽 뒤편의 숲에서 나타날 이유가 없잖아요? 만약 그곳에 원한이 서려 있다면 진작 나타났어야 해요. 최근에 이곳에서 죽은 사람이 없었거든요. 위험한 몬스터도 딱히 없는 곳이고. 그런데 갑자기 나타났다니, 수상해도 너무 수상해요.”

 

잠깐 쉬는 사이에 하나는 마을을 쏘다니며 정보 수집을 했나 보다. 자그마한 몸으로 이리저리 뽈뽈대며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을 하나를 생각하니 가만히 있어도 행복하다.

음, 하나의 귀여움 때문에 사고가 안 된다. 고개를 한 번 휘젓고 잡념을 떨치니 하나가 어느새 큼지막한 막대사탕을 물고 있었다.

 

“또 그거야? 너 진짜 이 썩는다?”

 

“그히만 이그 어흐면 새가기 아 대다 마히헤요.”

 

하나는 내가 사탕을 뺏어갈까 두려운 건지 사탕을 꽉 물고 말했다. 진짜,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하나는 예전에 탐정을 따라 하겠답시고 어디선가 파이프 담배를 가져와서 피운 적이 있었다. 당당하게 가져와서 한 모금 피우고 몇 분 동안 기침하던 건 정말 귀여웠다. 내가 놀려대니 삐져서 달랜다고 고생했었지.

그 뒤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담배 대신 큼지막한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더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다. 단 걸 먹으면 생각이 훨씬 잘 떠오른다나 뭐라나.

 

“안 뺏을 테니 물고 말하지 마.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니. 얼른 이동하자. 이렇게 대화하다간 날 밝겠어.”

 

“네! 어서 가요 언니!”

 

 

 

 

 

 

 

 

 

 

 

밤의 숲은 스산하다. 더군다나 마력이 감도는 숲은 더더욱.

 

“하나, 조심해. 마력이 짙고 사악해. 자연적인 마력의 흐름이 아니야. 확실히 뭔가 있어.”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굳은 걸 보니 짙은 마력에 긴장한 것 같았다. 긴장하지 않게 기운을 조금 흘렸다. 차가운 기운에 순간 놀라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긴장이 좀 풀린 것 같다.

 

“대체 뭐가 있기에 이렇게.”

 

“하나!”

 

모든 힘을 실어 하나를 밀쳤다. 하나가 땅에 쓰러지고, 마력탄이 나를 강타했다.

 

“언니!”

 

멀리서 하나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것 같다. 의식이 흐릿하다.

 

 

 

 

 

하나는 절망했다. 그녀의 눈앞에서 언니가 공격당했다. 자기가 주의를 조금만 더 기울였다면, 차라리 미리 변신했었더라면 달랐지 않을까? 그녀는 분노와 절망이 담긴 눈으로 적을 바라보았다.

 

리치였다. 지팡이의 수정구가 작은 거로 봐서 강하진 않다. 아마도 떠돌이 리치겠지. 하나는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저 정도면 상대할 만하니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언니를 회복시키자. 그녀의 행동은 빨랐다. 하나는 번개처럼 왼팔의 부적을 뜯어냈다. 하나는 리치가 주문을 외울 틈도 없이 변신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부끄러움 같은 건 없었다.

 

“옴마하 바라밀 급급 여율령!”

 

하나가 짧은 진언을 읊자, 그녀의 옷이 만개하며 유령들이 뛰쳐나갔다. 리치는 당황하여 외우던 주문을 끊고 소규모 마법을 전개했다. 몇몇 유령이 피탄 당하여 흐릿해졌으나 이내 더 많은 유령이 리치를 에워쌌다.

 

“옴 소와야 바즈라 훔!”

 

리치가 결계를 펼침과 동시에 하나의 진언이 울렸다. 유령들이 순간 타오르며 리치를 공격했다.

 

‘타이밍이 느렸어!’

 

하나는 혀를 차며 부적을 하나 더 꺼내 들었다. 빨리, 더 빨리. 이번만큼은 그녀도 차분하지 못했다. 타이밍을 뺏기니 조급해졌다. 그렇기 때문일까, 하나는 그녀에게로 다가온 좀비를 발견하지 못했다.

 

“크......우.......”

 

좀비가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 몸을 비틀 때쯤 되어서야 그녀는 지척에 다가온 좀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당했네…….’

 

하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우리 하나, 뭐가 그렇게 급할까?”

 

반가운 목소리에 하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녀가 하나 앞에 서 있었다. 정확히는, 떠 있었다. 

언니는 긴 손톱을 휘둘러 손쉽게 좀비를 베어 갈랐다. 멍하니 서 있는 하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미안해, 하나야. 걱정했니? 일단 하나가 해야 할 일부터 하고 얘기할까?”

 

그제야 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진언을 읊었다.

 

“급급여율령!”

 

유령들이 더 세게 죄고 더 세게 타올랐다. 일견 성스럽게 보이는 불꽃이 하얗게 바래 연기가 되었을 때, 리치는 깨진 수정구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걸 확인한 하나는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언니한테 기대렴. 고생 많았어.”

 

“네……. 에?!”

 

하나는 언니가 품으로 인도하자 자연스럽게 언니에게 기댔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언니! 어떻게?!”

 

어떻게 기댈 수 있냐고? 글쎄, 하나가 나에게 너무 잘해 줘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하나를 그만큼 사랑해서 그런 걸까? 이제야 하나의 수호령이 되었지 뭐야.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나에게 돌아올 수 있게 된 것 같네.”

 

하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언니를 바라보았다. 습기가 맺히는 눈가를 손으로 훔치고, 하나는 언니를 바라보았다. 미안함과 난처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니 하나는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언니……. 그거랑 별개로, 그렇게 소멸하는 것처럼 연출해 놓고 이렇게 몰래 기어들어 온 거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 같다?”

 

“아, 하하하. 안 넘어가네. 그것보다 하나야. 저기 마력 결정체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딴 건 지금 상관없어. 언니. 중요한 건, 앗!”

 

하나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언니는 하나를 다시 안고 품에 뉘었다.

 

“우리 탐정 아가씨, 언니가 돌아왔으니 조금만 이렇게 기대고 있을까?”

 

“……. 들어가면 혼날 줄 알아.”

 

“그래, 그래.”

 

“고마워, 언니.”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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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무 재밌게 읽었어요

주문이 특이해서 인상깊었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