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어느 날 오후. 


"흐음."


천사이자, 현재는 인간계에서 스트리머로 활동하고 있는 일리엔은 작은 지퍼팩을 눈 앞에 두고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찌푸렸다. 


"이게 어제 방송에서 사람들이 말하던......"


일리엔이 못마땅한 얼굴로 지퍼백을 집어들고 안의 내용물을 쳐다봤다. 


작은 지퍼백 안에 흰 눈처럼 담긴 가루를 보며, 일리엔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왜 이걸 '천사의 숨결'이라고 부르는 거지?"


어제 방송에서 어쩌다가 언급된 이 '천사의 숨결'에 대해 일리엔이 물었을 때, 그녀의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마약임ㅋㅋㅋ들이마시면 한방에 훅감 ㄹㅇ'


'훅 간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둘째치고, 일리엔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봤을 때였다.


"마귀 마魔?"


악마를 지칭하는 한자에 천사의 숨결이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신성모독이 따로 없었다. 


천사의 숨결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시청자들에게 물어봤었지만 다들 묘하게 대답을 피하면서 주제가 흐지부지 됐었고, 결국 그날 일리엔은 그대로 방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방송이 끝난 후에 일리엔이 천사의 숨결에 대해 검색하자 가장 위에 노출된 광고가 눈에 띄었다. 


"천사의 숨결, DV세일즈에서 쇼핑하기."


생각보다 쉽게 이 정체불명의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리엔은 곧바로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을 했고, 하루가 지난 오늘 이 천사의 숨결이라 불리는 가루가 담긴 작은 지퍼백이 일리엔의 손에 들리게 된 것이다. 


일리엔은 가루와 함께 온 작은 메모지에 적힌 짤막한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최상의 효과를 위해 코로 흡입할 것.'


"보통 입으로 먹지 않나......?"


일리엔이 조심스럽게 지퍼백의 내용물을 종이 위에 사르륵 부었다. 


"코로 먹으면 아플 거 같은데......아직 훅 간다는 게 뭔지도 안 찾아봤고."


일리엔은 가루를 좀 더 가까이 관찰하기 위해 얼굴을 종이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두 번 생각할 틈도 없는 번뜩이는 궁금증으로 인해 일어났다. 


일리엔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색도 없는 이 가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가루에는 냄새도 없을까 궁금했었고, 


순간적인 그 궁금증에 이끌려 가루에 코를 대고 숨을 한 번 들이켰으며, 


생각보다 기류를 타기 쉬웠던 가루 한 줌이, 일리엔의 콧속으로 곧바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케흡?! 콜록! 콜록!"


예상치 못한 이물감에 일리엔은 황급히 기침을 했지만, 가루는 이미 점막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뒤였다. 


"여, 역시 아프잖ㅇ......아프......"


눈물을 글썽이며 투덜거리던 일리엔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갑자기 조금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가루가 코의 점막을 통해 점점 일리엔의 몸 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그것은 빠르게 일리엔의 뇌 신경으로 전달되었고, 일리엔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무언가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자극이 그녀의 뇌 안에서 이빨을 서서히 드러나고 있음을 느꼈다. 


"......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가 마치 머릿속에서 티딕티딕 불씨를 지피는 듯한 감각에, 일리엔은 크게 확장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니, 앞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야에 담긴 모든 것들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흣......아?"


머리가 구름과 불씨로 그득해져, 무슨 말을 꺼내야할 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더라?


천장을 향해 덜컥 젖혀진 머리를 작게 움찔거리며 미약하게 울리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는다. 


타닥타다닥, 머릿속의 불씨는 이제 구름 속에서 스파크가 되어 뇌 전체를 저릿한 자극으로 지지고 있다. 


"아......헤윽!"


아직 자기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조금 강한 스파크가 티딕 가해지자 온 몸이 감전된 것 마냥 튀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기분좋아 기분좋아 기분좋아.


온 몸을 쾌락의 전류로 찌릿하게 만들었던 방금 전의 스파크가 계속해서 타다닥 터져나가자 머릿속에서 환희하는 나의 목소리가 기계처럼 반복된다. 


기분좋아기분좋아기분좋아기분좋아.


도움을 청해야 해.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보다도 작은 목소리에 팔다리를 조물거려 의자에서 벗어나보지만, 몸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철푸덕 바닥에 널부러진다. 


이건위험기분좋아기분좋아위험좋아살려기분좋아.


"아읏! 으! 아아!"


이제는 몸이 시도때도 없이 움찔거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진동기마냥 부르르 떨며 쾌락에 물어뜯긴다. 벌려진 입에서 비죽 나온 혀를 집어넣을 수도 없다. 질질 흐르는 침을 닦기도 싫다. 기분, 온 몸이 좋다. 좋다. 좋다. 


아아, 아아. 


향기로운 교향곡의 향기가 코를 애무한다. 혀 안에 펼쳐진 꽃밭의 색깔이 달콤하니 맛있다. 마룻바닥 넘어 저편의 우주에서 한 마리의 파르페가 자위한다. 좋아! 좋아! 


"헤윽, 헥, 응긋! 그읏! 응호옥!"


스파크는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뇌를 튀기고 있다. 하지만 일리엔은 알고 있었다. 느끼고 있었다. 


이 모든 전류들과 즐거움의 구름은 그저 준비단계일 뿐임을. 


한 방의 폭발을 향해, 천사인 일리엔조차 보지 못한 진짜 천국을 향해 자신의 나약한 고깃덩어리 몸을 쏘아올려 행복에 겨워죽일 마지막 숨결.


"......!!!!!!!!!"


허리가 부러질 듯이 튀어 올랐다. 쾌락이 목을 졸라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눈이 회까닥 돌아 터져나가는 뇌를 볼 듯했다. 다리 사이에서는 금색과 투명색이 액체가 터져나왔다. 


"............허억!"


팽팽하게 당겨졌던 몸이 한 번에 장력을 잃으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일리엔은 온갖 것이 뒤섞인 액체 속에서 몸을 계속 움찔거렸다. 


황홀함에 범해진 채 죽게 되어 기분이 좋다. 


그녀가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


일리엔은 눈을 떴다. 


"엥?"


이상한 소리를 입밖으로 낸 일리엔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의문은, 왜 밖이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는지와, 왜 자신이 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지였다. 


일리엔은 천천히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바닥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깨끗했다. 


"으음......깜빡 잠들었나? 기억이 안나네......분명 천사의 숨결인지 뭔지를 구경하려고 했었는데......어라?"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중얼거리던 일리엔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눈을 번쩍 떴다. 


"......어라라?"


일리엔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 뒤를 보았다. 그곳에는 일리엔의 몸만한 순백의 두 날개가 아름다운 깃을 뽐내며 접혀져 있었다. 


"천사의 날개잖아!" 일리엔의 외침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섞여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분명 천계로 못돌아가게 됐을 때 잃었는데......"


일리엔이 황급히 손바닥으로 바닥을 스윽스윽 문질러보았다. 아주 미세한 먼지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촉감에 일리엔의 의심은 확신이 되어갔다. 


"이건 분명......천사의 '정화 권능'인데!"


일리엔이 벌떡 일어났다. 


"서, 설마 천사의 숨결 때문에?"


일리엔은 서둘러 마지막으로 흰색 가루를 모아두었던 책상 위로 갔지만, 가루들은 이미 일리엔의 기침에 의해 흩어져버린 후였다.


"안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절규하는 일리엔의 등 뒤에 있던 날개들도 이내 퐁,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빛이 되어 허공에 녹아들어갔다. 


"으으......겨우 집으로 돌아가나 했는데."


일리엔이 훌쩍거리며 책상에 남겨진 지퍼백과 작은 메모지를 챙겼다. 


"......이걸 더 많이 먹으면, 그때는 힘을 완전히 찾을 수 있겠지? 분명 그럴거야!"


스스로를 그렇게 독려하며, 일리엔은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키고,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천사의 숨결을 산 사이트가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악마가 만들어둔 사이트였다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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