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을 자의적으로 추가하거나 하고싶은 데로 살짝 비틀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이 침대에 어지럽게 내려 앉는다.

 

습관처럼 인형을 안으며 천장을 올려 다 보는 소녀... 그림자가 내려 앉은 도심의 한 가운데에서. 그 누구도 찾아와 주지 않을 오래된 집의 방 안에서 소녀는, 멍하니 천장만을 올려 다 보았다.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는 무채색의 얼굴과

어떠한 생각도 담겨 있지 않은 잔잔한 눈망울.

 

소녀의 하얀 머리에 꽂혀져 있는 까만 고양이 모양의 머리핀은 색 바랜 채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이 매달려 있고 다 헤지고 기워진 녹색 인형은 소녀의 품 안에 조심스레 안겨 있다.

 

절대로 놓아줄 수가 없는 것들, 놔 버릴 수가 없는 기억의 피스.

아빠와 엄마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

 

 

 

소녀는, 그 선물들을 절대로 놓아줄 수가 없다. 단 하나의 작은 조각 조차도 떨어지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녀에게서 멀어져 버리는 걸 허락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소녀는, 오늘 밤도 침대에 누운 채로 하염없이 기다린다. 떠나가 버린 기억속의 존재들을 떠올리면서,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게끔 기억하고 기억하며 또 기억한다. 그 들이 소녀에게 남기고 떠난 소중한 머리핀과...인형을 안은 채로, 기억한다.

 

 

 

‘...코메타...’

‘...코메타!’

‘...코메타,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코메타, 숙제는 다 했니?’

‘어려운 게 있으면 얘기하렴’

‘...이 나라는 좀 많이 덥지 코메타?’

‘코메타 요 녀석! 편식 하면은 못쓴다!’

‘마틴, 코메타가 당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

.

.

.

.

-꽈아악!

 

 

 

소녀의 손아귀에 잡힌 이불이 뒤틀려진다, 잔잔하던 눈망울에 파문이 임 과 동시에

무채색의 얼굴에 여러가지 색이 입혀 짐 과 함께

눈망울에서 흘러내려 버리는, 눈물과 함께.

 

 

 

“...흑, 흐윽... 흐으윽…아빠...아…”

 

 

 

소중한 인형을 품에 강하게 끌어안은 소녀는... 오래된 이불을 쥐었던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아빠... 엄마...

그렇게... 떠나 버리면 어떡해...

나... 너무 무섭다 말이야...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지켜봐 주던 아빠가 없으면...

아침에 나를 깨워주던 엄마가 없으면... 너무 무섭단 말이야...

모두가 함께 살던 이 넓은 집에... 아빠랑 엄마가 없으면 나... 너무 무섭단 말이야...

 

 

 

“흑...끄윽...흑...흐윽...”

 

 

 

한번 떠올리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몰아치기 시작하는 기억. 기억 속의 순간들이 따뜻했었던 만큼이나 추워져 버리는 것은 왜일까. 봄처럼 따뜻했던 추억들을 쥐고 있을 때 면 마음은, 눈 내리는 겨울처럼 얼어버리고 만다...

기억을 감당하지 못하고 격렬한 감정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소녀를 품고 있는 텅 빈 집은, 더 이상 돌아올 사람이 없을 비어 버린 집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소녀가 머무르는 것을 허락할 뿐이다.

 

 

 

소녀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을 아빠를 기다린다.






@Axia


내가 뭐 기대하지 말랬지? 우선 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