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팔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손에 든 담배를 쭉 빨아들였다가 뱉었다.


그러나 그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야야. 봉구야.”


“아, 씨발, 지금 맹구가 골 넣어서 5만원 꼴았으니까, 잘 생각하고 말해라.”


“지금 토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미친 새끼, 이거 아니면 이번 주말에 여자애들 데리고 어디 동네 슈퍼 앞에서 맥주 까야 해, 임마!”


“아 진짜! 그딴 거 신경 끄고 저기 좀 봐봐.”


 


봉구는 그가 가리키는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진홍색 색깔의 모자를 꾹 눌러쓴 탓에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뭔데? 시발 그냥 평범한 고딩 년이 … 아는 년이네? 쟤, 걔 맞지? 학교 정문에서 존나 떽떽거리는 년.”


“응. 맞아. 선하윤.”


 


봉구는 봉팔을 째려보았다.


 


“쟤 이름도 알아?”


“저년 몸을 봐라. 젖통이 아주 두 손으로 받쳐 들어야 할 정도 아니냐?”


“가슴 빌런 새끼. 저딴 난쟁이 년이 뭐가 좋다는 거냐? 자고로 계집년이란 방뎅이가,”


“아 쫌! 니가 어떤 여자 좋아하는지 관심 없고, 니가 볼 때 어때?”


“뭐가?”


“저거 원조교제 맞지?”


 


봉구는 학교 선도부인 선하윤이 거리를 지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평소와 달리 통통한 허벅지가 다 드러나도록 짧게 입은 학교 교복치마와 적어도 한 치수 작은 듯한 흰 블라우스는 팽팽하게 당겨진 가슴 때문에 복부는 헐렁했다.


마치 술집 여자 같은 복장의 그녀 옆에 40대 대머리 아저씨와 살 집이 잔뜩 오른 돼지 같은 남자가 그녀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 그런 거 같은데?”


“시발 년!”


“왜 욕질이야. 개자식아.”


 


봉팔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저년 내가 같이 술이나 한잔 빨자고 하니까 존나 똥 씹는 표정으로 학생이 술을 마시면 되느냐고 학주한테 찔렀단 말이야.”


“큭 지난주에 화장실 청소했던 거, 저년 때문이었냐?”


“그래! 근데 지는 원조교제를 해? 개 같은 년.”


 


당장이라도 선하윤에게 가서 따지려는 봉팔을 봉구가 붙잡았다.


 


“아, 씨. 왜?”


“기다려봐. 좋은 생각이 났으니까.”


 


봉구는 스마트폰을 꺼내 술집 거리를 남자와 걷는 선도부 선하윤의 모습을 찍었다.


그녀는 두 남자와 함께 꽤 괜찮아 보이는 호텔로 들어갔다.


 


“야. 이거 빼도 빡도 못하겠지?”


“당연하지. 이제부터 박는 것도 내가 빼는 것도 내가 결정한다.”


 


학교에서 알아주는 양아치인 봉팔과 봉구는 난생처음 등교가 기다려졌다.


 


다음날.


 


전날과 달리 단정한 교복 차림의 선하윤에게 두 양아치가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선. 하. 윤.”


“… 그렇게 부르지 말아 줄래? 그리고 너 이름표 어디 갔어? 넥타이도 하지 않았고. 그리고 봉팔이 너는 바지 수선한 거 맞지?”


“맞아.”


“가서 갈아입고 와. 안 그러면 학생주임 선생님께 말씀드릴 거야. 이번엔 화장실 청소로 안 넘어가실걸?”


 


선도부인 선하윤의 단호한 경고에도 두 사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봉팔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너랑 할 얘기가 있는데. 매점으로 잠깐 같이 갈래?”


“이거 놔! 그리고 할 얘기 있으면 여기서 해!”


“뭐 난 상관없지.”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제 찍었던 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


 


안색이 창백해진 선하윤.


봉팔과 봉구는 승리를 확신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너 맞지?”


“봐, 봤어?”


“흐흐 그래. 천하의 정의 빌런 선하윤이 밤에 술집 거리에 나타날 줄이야.”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고, 봉팔의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봉팔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너도 관심 … 있어?”


“있긴 한데. 너에게 돈을 줄 생각은 없다. 난 공짜를 좋아하거든.”


“뭐, 그럼 곤란한데.”


“곤란? 내 알 바 아니지. 오늘 학교 끝나고 준비해. 맥주랑 소주도 아! 그리고 담배도 사놓고.”


“학생이 술과 담배라니! 안 돼!!”


 


봉팔과 봉구는 이 상황에까지 와서 착한 척하는 그녀가 어이없었다.


 


“원조교제 하는 년이 고작 술하고 담배 가지고 지랄이야.”


“뭐?”


“어제 다 봤어. 너 어떤 아저씨들하고 호텔에 들어가는 거, 영상도 찍은 거 보여줘?”


 


선하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원조교제?”


“왜 들키니까 쫄리냐? 얌전히 술, 담배 사놓고 다리 벌리고 기다리고 있어라. 관장도 해놓고. 봉구는 똥꼬로 하는 거 좋아하니까.”


 


봉팔은 저열한 이야기를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선하윤이 분을 이기지 못해 몸이 부르르 떠는 것을 보았다.


승리의 표정을 지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선하윤이 붙잡았다.


 


“왜? 여기서 한 번 대주게? 나야 나쁘지 않은데.”


“… ….”


“뭐라는 거야. 시발 안 들리니까 크게 말해.”


“원조교제 아니야.”


 


봉팔이 그녀를 비웃었다.


 


“고작 하고자 하는 말이 그거야? 난 증거도 있다고!”


 


선하윤이 그녀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녀의 갤러리 속에는 어제 찍은 사진으로 가득했는데, 봉팔과 봉구가 보았던 두 남성도 있었다.


 


“뭐, 뭐야 이게!”


 


그 둘 뿐이 아니라, 꽤 큰 호텔 특실에 비슷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 모여있었다.


 


K 히어로즈.


 


서울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의 유니폼이었다.


 


“어제 부산 원정을 가지 못한 야구 소모임 사람들이랑 모여서 응원한 것이 전부야.”


“거, 거짓말!!”


“믿든 안 믿든 내 말을 증언해줄 사람들이 열 명이 넘어.”


 


그녀의 스마트폰을 빼앗은 두 양아치가 사진을 넘겨보지만, 정말 건전하게 야구를 관람하는 사진뿐이었다.


그 와중에 경기에서 졌는지 분한 표정으로 글썽이는 선하윤의 표정은 참 귀여웠다.


 


반대로 현실 세계의 그녀의 얼굴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실망이야. 잠깐이나마 너를 같은 팀 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자, 잠깐만!!”


 


선하윤은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등교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좆 됐다.”


 


큰 오해를 하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가방도 던져둔 채 학교 밖으로 도망쳤다.


 


한편 건물 안으로 들어간 선하윤은 거울 속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차가운 물로 세수했다.


어차피 교칙대로 화장을 하지 않은 그녀니 찬물 세수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들킬뻔했어.’


 


선하윤이 어젯밤 끈적한 액체로 가득 찼던 아랫배를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