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작가. 웹툰 작가. 드라마 작가. 작가라는 자들은 모두 기발한 스토리를 찾고,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그 세상이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생동감있고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글만 있던 소설엔 그림이, 웹툰은 움짤과 소리. 드라마는 cg기술의 발달이 그런 고민의 흔적일 것이다. 다만, 그건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에 표현하는것이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만약 그 일을 직접 격는다면 어떨까?


"끼야아아아아아! 기분 좋아!"


두 뺨을 가르는 매서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감싸안고, 푸른 하늘을 이불삼아 저 드넓은 대륙에 뛰어드는, 마치 꿈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으아아아아! 쏘오님! 이거 너무 높은거 아니에요?"

"몰라!!! 재밋으면 되는거지!"


낙하산도, 밧줄도 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멀리서 분노한 드래곤이 소리치는 그런 환상같은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경험을 적은 글은 진짜 인기있지 않을까?


"이야호!"

"쏘오님! 점점 땅이 가까워져요!"


평소 겪어보지 못한 스릴. 예를 들면 몰래 용의 등에 타고 날라가다 들켜 싸우던 중, 용의 공중재비를 버티지 못하고 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경험은 얼마나 생동감있게 적어나갈 수 있을까!


"주머니에 충격완화스크롤이 있어! 그거 써!"

"으아아아아! 네!"


급하게 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남자. 그 남자의 머리엔 강아지같은 커다란 귀가 팔락이고 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넣은 내 바지 뒤에는 길다란 고양이 꼬리가 바람에 출렁대고 있었다.


"내가 쓴 세상이지만 너무 좋아!!!"


그래. 내가 떨어지고 있는 이곳은 내가 만든 소설. 알프레시아 대륙. 점점 커져가는 산과 풀, 그리고 바람 한 줄기까지 내 상상력으로 만든 세상!


"스크롤 그어아아아아!"

"꺄아아아아!"


주문이 발동되었다는듯 노랗게 빛나는 마법진이 내 손등에 새겨진다. 그와 동시에 머리부터 떨어진 마람에 앞은 보이지 않고 높이 떨어져서인지 깊게 패인 구덩이에 박혀 손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충격 완화때문에 죽진 않았지만 죽을만큼 아프다. 크으. 이게 몸이 비명을 지른다는 건가?


"포치! 어딧어! 나좀 꺼내봐!"

"으으. 머리야... 네!"


무언가가 내 다리를 붙잡고 날 끌어당긴다. 점점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잠시 후 포치가 날 완전히 뽑아내자 나는 포치의 금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좋아. 잘했어! 다음엔 충격완화 말고 무중력 스크롤로 사자."

"으으... 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그저 입을 다무는 포치. 무슨말인진 몰라도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한 포치니 고운 말은 아니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뭍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용가리놈은 우리가 죽은줄 알거야. 그냥 조용히 도망치자."

"흐으. 네."


나의 말에 싫어하면서도 순순히 따르는 포치. 이럴땐 진짜 애완동물 같다니깐? 우리는 저 멀리 포효하는 드래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숲속에 몸을 숨기고 우리의 거점지인 엘폰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근데 방금 스카이다이빙. 재밋었지?"

"아뇨! 앞으로 이런거 하실땐 꼭 쏘오님 혼자 하세요!"

"에이 그러지 말고!"


아마 원래세상에 돌아가면 이것도 소설에 써야겠지? 나는 수첩을 꺼내 좀전의 일을 조용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다음엔 뭘 적어볼까? 리자드맨과 팔씨름? 놀 무리 놀래키기? 벌써부터 내일이 기다려진다.


사과강정님의 글버스에 탑승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