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이쁜 손녀분하고 저이 둘째?랑 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우연히 알게된 인연을 이렇게까지 사용해주시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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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의 이름은 유혜성




소녀는 늘 외로웠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어버이 슬하의 외동딸로 자라오며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아왔으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각자의 일로


먼 이국 땅으로 딸을 잠시 홀로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이따금씩 안부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자주 전했지만 한참 부모가 그리운 나이인 아이의 외로움을 온전히 달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혜성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 뿐만이 아니었다.


혜성은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의 식사와 집안일을 해결해주는 고용인 아주머니는 분명 여섯시 무렵에 돌아갔을 터인데


자신 이외에 혼자여야 할 집 안에는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짙게 받았던 것이다.


혜성의 방이 있는 2층 밑 응접실에 누군가가 뚜벅 뚜벅 걷는 듯한 소리가 들려


난간을 통해 내려 보았을때도 아무도 없었고 멀쩡히 걸려 있던 액자가 툭 떨어지는 등의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기분 탓일 거라고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주변을 멤도는 실체 없는 무언가들은


점점 명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매번 밤이 오는 것이 너무 무서웠고 늘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는 아버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잘 웃지 않는 소녀도 웃음 짓게 해주는 감수성 풍부하고


밝은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다.




혜성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집에 언제 돌아오실 거냐는 말을 애써 삼켰다.


부모님들이 걱정하실테니까.. 바쁜 부모님이 힘드실까봐..




아직 낯선 학교에서의 생활도 별 다를바는 없었지만 아이는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혼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아이들 특유의 활기와 밝음으로 가득찬 교실은


집에 비하면 따듯한 느낌도 들었고 이상한 기척도 딱히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평소 다니던 길이 공사로 막혀 있어 다른 방향을 통해 집으로 향하던


아이는 불현듯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고


별달리 이상한 기미를 못 느끼고 아이가 마지막으로 시선을 둔 곳은 어느 작은 장난감 가게의


진열창이었다.




아이는 그곳으로 다가가 유독 자신의 이목을 끄는 인형을 바라보았다.




"............."




인형은 예쁘다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고 아이는 지금까지 딱히 인형을 가져본 일이 없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백화점이나 뭇 아이들의 이목을 끄는 더 화려하고 밝은 장난감 가게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간질이는 인형들을 보아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하나 골라보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권유에도 고개를 저었던 아이였는데..




이 인형은 어딘가 달랐다 소녀의 눈으로 보기에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그 인형은


그리 예쁘게 생긴 인형이 아니었다 공룡? 무슨 공룡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뿔이 돋아나고


등 뒷편엔 세모꼴 모양의 돌기들이 돋아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 남자애들이 더 좋아할 법한 인형이었지만


그 나이대의 남자아이들은 인형보다 변신, 합체 로봇에 더 흥미가 있을 때고


여자애들이 갖기에도 어딘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아이는 어딘가 오래도록 덩그러니 놓여있던 것 같다는 느낌이 역력히 드는 그 인형에


자신과 같다는 마음이 들었던 탓일까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결심한 듯이 가게로 들어섰고




가게를 나올땐 소녀의 품엔 그 인형이 안겨 있었다.




그 인형을 산 다음부터 기분 탓일까 소녀는 인형과 함께 있으면 그다지 외로운 느낌도 들지 않았고


소녀가 홀로 있을때 주변을 멤도는 것 같은 발 걸음 소리와 집안에서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일이 부쩍 줄어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혜성의 조용한 일상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 일이 또 있었으니




"안녕 혹시 혼자야? 나도 전학 온지 얼마 안됐어




나랑 친구할래?




나중에 집에 놀러가도 돼? 너도 우리 집에 놀러올래?"




긴 머리칼을 땋아 어깨 너머로 늘어뜨린 또래의 소녀가


언제 봤냐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어온 것이다.




"집이 어딘데..."




"저어기 "




손가락으로 먼 산 너머를 가리키는 소녀의 모습에


혜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슨 동이고 어떤 아파트 같은거지 몰라?"




"몰라 주택이래 나중에 우리 집 놀러오면 엄마가 맛있는 것도 해주실거야


아직 여기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혹시 친해지는 애가 있으면 놀러오라고 하셨거든.."




조금전까지 재잘재잘 떠들다 짐짓 시무룩해진 아이의 모습에 혜성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알았어... 나중에 꼭 놀러갈게."




너무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 약속이었다.




"정말? 우리 친구한거다?"




작은 어두운 청색을 띈 남자 아이 모습의 인형, 그리고 밝은 분홍빛과 노란빛을 띈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인형과 언젠가 책에서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날듯 말듯한


전통 매듭을 고리로 달고 있는 휴대 전화를 떠내든 아이가 혜성에게 전화기를 내밀었고


혜성은 그날 처음으로 부모님 이외에 다른 아이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교환하였다.




"내 이름은 유혜성.. 네 이름은 뭐야?"




그제서야 뭔가를 깜박 잊었다 떠올린 듯 벙찐 모습의 소녀가 말했다




"으 응? 아 맞다! 내 이름은 유.."






그것이 같은 이름의 어머니를 두고 자신과 비슷하면서 다른 운명을 가진


서로 반대의 거울을 마주보는 듯한 한 아이와의 인연의 끈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이후 혜성을 멤도는 불길한 기척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


그 부모님을 통해 자신을 멤도는 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조언과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은 조금 더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그 아이와 처음 만나고 함께 보낸 시간들은 성인이 되어


한국을 떠난 이후로도 잊지 못할 혜성의 어린 날의 추억들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