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밤, 한 소녀가 나무  아래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우울한 얼굴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는 그녀는 선하윤, 자랑스러운 선도부원으로서 정의를 지키는 소녀다.


그녀는 오늘 실연을 당했다.


선하윤은 정의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그렇기에 정의로운 사람 역시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와 같은 선도부원, 이민철은 교내에서 착하기로 유명한 소년이었다.

선하윤 역시 내심 그를 마음에 들어했고, 그렇기에 선도부실에서 우연히 손이 맞닿은 오늘 점심, 두근거리는 심장에 굴복해 고백해버렸다.


그리고 까였다.

대차게 까였다.


'미안. 넌 친구로서는 정말 좋고 재밌는 애인데... 여자로서의 매력은 못느끼겠어.'


선하윤은 그에게 물었다. 뭐가 문제냐고. 내 키가 문제냐고.


'아냐. 난 너 키도 귀여워서 좋아. 다만 난 네가 날 우선으로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들어서 거절한 거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네가 나랑 내일 중요한 점심 약속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네가 내일 약속 장소에 오다가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본다면, 약속을 위해 그 상황을 무시할 수 있겠어?'


아니었다. 정의는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솔직히...너무 정의타령만 하니까 너한테 설렘을 못느끼겠어. 미안.'


떠나가는 그를 잡을 수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목적지 없이 걸었다. 

그래도 마음의 상처는 무뎌지지 않아, 걸음걸이미다 날카롭게 저며지는 듯 했다.


선하윤은 생각했다.

정의롭게 살면 행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의로운 사람은 축복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녀는 고민했다. 

그녀의 고민이 선하윤을 잡아먹을 때까지, 계속.


아,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서 행복하지 않은것이 아닐까.

그래. 그렇구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정의로워서 행복한게 아니라 행복한게 정의인거구나.

그러니까. 정의를 버리고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정의구나.


아.

행복하다.


바야흐로 한 소녀가 두 번의 실연을 거듭한 하루가 완성되었다.







좋은글 잘 읽었어요!!!

근데 남자는 결국 약속시간 안지킬거같으니 찬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