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commission1/42466587?p=1

--------------------------------------------------------------------------------------------------------------------------------------------


- 반짝이는 네온이 수놓인 밤거리의 어느 주점 -


 젊은 인파로 복작이는 주점의 분위기는 퍽 들떠 있었지만, 아벨리, 당신은 바 테이블에 홀로 앉아 독한 위스키로 입술을 적시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우퍼에서 흘러나오는 하우스 음악이 실내를 가득 메워, 당신이 관심 없는, 남들의 사적인 대화 소리를 먹먹하게 가려줍니다.


 술기운보다는 분위기에 취한 당신이 무심코 주점의 입구를 돌아보았을 때, 투박한 철문을 가볍게 밀고 들어오는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어두운 조명에도 안쪽 머리칼이 유난히 붉게 반짝이는 단발머리는 당신과 눈을 맞추며 생긋 웃어 보입니다.


 당신은 청초한 물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큼지막한 고양이 귀를 쫑긋거립니다. 

아는 이도 아닌데, 그녀는 반가운 얼굴로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당신이 앉은 자리까지 곧장 걸어온 그녀는, 자연스레 당신의 옆자리에 앉으며 어깨에 팔을 둘러옵니다.


"자기야, 오늘따라 예쁘네. 많이 기다렸지?"


 외로운 밤의 도시에서 헌팅은 흔한 일이지만, 당신 또래의 여식이 플러팅을 해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무례한 손길을 피하지 않은 당신은, 도도한 고양이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뚱한 목소리로 되묻습니다.


"당신, 내 이름은 알아요?"


 그녀는 대답 대신 당신이 마시던 잔을 제 것처럼 가져가, 잔에 반쯤 남은 술을 단숨에 비워냅니다.


 그러고는 당신의 어깨에 두른 팔을 끌어당겨, 가느다란 손끝으로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올립니다.


"응. 에이미였나?"


 그녀는 "아냐, 리벨리였어." 하고 뇌까리며 재미있다는 듯 혼자서 키득거립니다.


 당신의 뺨을 타고 올라간 그녀의 손가락은, 어느새 당신의 고양이 귀를 살며시 그러쥐고 있습니다.


 당치도 않은 소리에 싸늘한 얼굴이 된 당신이 그녀를 밀어내려 했으나, 그녀는 팔에 힘을 주어 당신을 더욱 제 품으로 끌어당깁니다.


 눈꺼풀을 반으로 접어 빙글빙글 웃던 그녀는, 느리게 고개를 기울여 당신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합니다.


"첫눈에 반했어, 자기."


 사랑에 빠진 듯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입니다.


 당신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 끌어 내리려 했으나, 주점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린 탓일까, 그저 오늘뿐인 변덕일까 

 무례한 손목을 붙든 손에 힘을 들이지 않습니다.


 뭇 남성들이 추파를 던질 때에는 느껴본 적 없던 오묘한 감정들이 당신의 호기심을 자극시킵니다.


"아벨리예요."

"그래, 아벨리."


 그녀는 당신이 이름을 알려준 것이 기쁜 듯, 무언가의 허락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새치름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되뇌입니다.


 그러고는 거꾸로 당신의 손목을 홱 잡아채, 힘껏 끌어당겨 당신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웁니다.


"아벨리, 나 급해. 같이 가줄 거지?"


 허락을 구하는 물음과는 반대로, 그녀는 당신의 손목을 꽉 붙들고, 강압적인 태도로 당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당신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당신에게는 충분히 그녀를 뿌리칠 힘이 있었지만, 혀끝이 아린 기대감이 마음을 간질여 못이기는 척 마지못한 발걸음을 떼어놓습니다.


-------------------------------------------------------------------------------------------------------------------------------------------------------------------------------

@헤이지


도입으로 이정도라니.. 너무 잘쓰시네용 흐극흑

다음을 상상할 능력이 안대는게 애석한!!!!!!!!

예쁜글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