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후후. 어쩐지 오늘은 운이 엄청 좋단말이야? 기분나쁜 동네 멍멍이들도 한번도 안마주친데다가, 어쩌다보니 갓 구운 빵도 얻어버리구, 거기다 공짜 아이스크림까지! 얼른 집에 가서 먹어야지. 너무너무 맛있겠다~"

싱글벙글 웃으며 길을 걷는 아벨리.
오늘따라 모든 일이 다 잘 풀려 기분이 좋은지 희고 길다란 꼬리가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것도 모르고 기분좋게 길을 걷고있었다.

하지만 그때 아벨리의 앞을 가로막는 작은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왜오오오옹...!!

"뭐야, 저건? 고양이인가?"

그 정체는 검은 고양이. 생각보다 작은 체구의 그것은 아벨리를 올려다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계하듯 울음소리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벨리의 눈에는 자신이 들어선 골목길 어귀에 설치된 작은 고양이 집이 들어왔다.
아마 간혹 길고양이들에게 밥주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 물건으로 보였다.

"아! 여기가 니 집이었던거야? 미안해, 근데 언니가 잠깐 지나가기만 할게? 너무 그렇게 화낼 필요는 없어"

모든 일의 전말을 깨달은 아벨리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고양이를 진정시키려 했다.
고양이에겐 미안하지만, 이제와서 길을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운이 없으면 기껏 얻은 공짜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버릴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벨리는 일단 고양이를 진정시킨 후, 조심히 길을 지나가려 한것이다.

하지만...

왜오오옹!!

"꺄악!"

고양이가 휘두른 매서운 앞발에 아벨리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질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아벨리가 들고있던 봉투에 선명하게 고양이 발톱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이... 이건! 진심으로 날 공격한거야?!"

아벨리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대체 뭘 했다고?!

"으으읏... 내 귀랑 꼬리 때문에 날 동족으로 착각하는건가...? 아니, 그래도 나머지 90%는 사람이잖아! 이걸 어떻게 착각하는거야!"

왜오오오옹! 캬옹!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말라고 화를내보기도 했지만 고양이는 비켜줄 마음이 전혀 없는듯 했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다가왔다간 바로 그 날이 제삿날이라는듯 발톱을 신랄하게 갈고있는게 아닌가?

"으읏... 그래, 계속 이렇게 나오겠다는거지? 그럼 나도 이제 못봐줘"

한낱 동물주제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하다니.
그녀에게도 사람의 자존심이라는게 있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자존심을 계속 건드려대면, 그땐 아벨리도 내면의 동물을 깨울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왜오오오옹!!!

다시한번 고양이가 큰 소리로 울었다.

"애오오오옹!! 애옹!!"

하지만 이번엔 그녀도 지지 않았다. 아벨리도 큰 소리로 울며 맞받아쳤다.
그리고 순간 놀란듯 몸을 움찔거리는 고양이!

"지금이야! 이야아아압--!!"

그녀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가 크게 점프하며 발차기를 날렸다.

상대는 그냥 고양이.
아벨리는 고양이+인간!!
종족으로서 생각하면 완전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아벨리는 이 버릇없는 고양이를 따끔하게 혼내주기 위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왜옹

느려.
... 라고 들릴만한 소리와 함께, 고양이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 어딜간거지?!"

결국 팔을 허우적거리며 실속없이 착지해버린 아벨리가 주변을 둘러보고나서야 눈 앞에서 사라졌던 고양이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었다.

"어... 어? 그런데 저건 뭐지? 고양이가 물고있는 저건..."

하지만 방금전과는 뭔가 달랐다.
고양이가 밝은 핑크색의 무언가를 물고 당당하게 그녀를 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생겨버린 그 물건. 그 물건의 정체는 팬티였다.

"어... 라?"

누구의 팬티인가?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샌가 다리 사이로 휑한 바람이 스며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벨리는 저 팬티가 누구의 것인지 궁금해할 틈도 없이 정답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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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제 딸이구욘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