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엔

오락실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도 인기가 많은 게임들이 즐비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비해서는 약화일로라 할 수 있다. 그 시절의 오락실은 동전의 탑을 쌓고 차례를 기다리기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였으니깐.


그 당시에 비하면 요새 오락실은 한산하고 적막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과거에 편린이 재현되고 있다. 바글바글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의 눈은 어렸을 때처럼 한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현란하게 좌우와 앞뒤로 움직이며 서로간의 간격을 재면서 가벼운 견제를 계속해서 날린다. 한 순간의 빈틈, 그것만을 노리며 쉴 틈 없이 무빙을 친다.


Iron fist 8.


 넘버링이 8이 될 정도로 오래되었고 pc게임과 비교해서도 꿀리지 않는, 오락실계의 정통 강자다. 



 스테이지 클리어 보다는, 상대방과 겨루는 오프라인 매치가 주 컨텐츠의 게임이다. 요새는 딱히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다른 오락실에 사람들과 떨어져서도 매칭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는 건 게임기를 가운데에 둔, 두 절대 고수의 싸움이었다. 프레임 단위로 쪼개지는 싸움에서 선딜과 후딜을 고려하며 2지 선다의 기술을 강요하거나 심리전을 건다. Iron fist에 문외환이 보더라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


순간, 격투가 풍의 캐릭터가 빈틈을 보인다. 위로 스쳐지나가는 상단 공격. 그것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공격을 하단으로 피하면서 지쳐들어가는 소녀. 


작은 체구에서 나올 수 없는, 물리법칙을 초월하는 타격. 쾅-! 붉은 이펙트와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는 격투가. 그리고 이어지는 타격, 타격, 타격.


-K.O-!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근육질 남성 캐릭터. 그 앞에는 천사의 날개 코스튬을 한 소녀 캐릭터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에! 제가 이겼어요, 여러분!"


여성 캐릭터를 조종한 그보다 더 어려 보이는, 천사 같은 외모의 소녀였다. 

질끈 동여맨 검은 머리카락이 스커트 자락 아래까지 내려와 꼬리처럼 흔들린다. 두 눈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고급 와인이 넘칠 듯 담겨있는 글라스를 연상케 한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 그 안에는 어떠한 구김도, 슬픔도 없었다.


"와아"

"엄청 잘해요!"


"고마워요! 제가 게임을 좀 하죠, 흐흠!"


사람들의 환호에 손을 화답하며 으쓱거리는 모습에 아이 같은 순수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작은 체구와 조막만한 얼굴에 비해 길게 쭉 뻗은 팔다리와 동그스름하게 여문 가슴, 잘록한 허리와 여성의 태가 느껴지는 골반은 소녀가 단순히 어린애 같이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어려보이지만, 충분히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아니 오히려 왠만한 성인 여성들 보다 더 매력적인 그 몸이 주변 남자의 음심을 뒤흔든다.


"크흠.."

"흐흡..."


실제로 일리엔이 리액션을 하며 방방 뛰자, 흔들리는 가슴에 고개를 돌리면서 아닌 척 열심히 힐끔거리는 남자들이 대다수였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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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낑낑 : 헤으응... 눈나... 고추아파..

-관리자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모나미미쨩 : 존나 암캐년

-관리자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관리자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관리자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그뉵그뉵 : 오프라인 이벤트라 그런가 더러운 애들 유입 개많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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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엔이 현실(오락실) 사람들로 인해 채팅창에 신경쓰지 못하는 동안, 그녀의 방송 관리자들이 열심히 채팅을 청소하고 있다. 오프라인 이벤트로 밖에서 방송을 하다가 보면 새로운 시청자들이 대거 들어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일리엔은 정말 보기 드문 미소녀였다. 사실 미소녀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녀의 태생은 천사였고 신의 피조물인 만큼 완벽한 소녀라고 불러도 무방했으니깐.


새하얀 눈의 아름다움의 그녀의 피부에 담겨있고, 칠흑 같은 밤하늘의 아득함이 그녀에 머리카락에 흘러내렸다.


여자의 관심이 없는 사람, 같은 여성인 동성의 이목도 움켜잡는 마성의 매력.


본디 인방이라는 작은 틀에 갇혀서, 카메라라는 앵글에 한계에 부딪쳐, 감퇴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미모가 여과없이 드러나는 오프라인 이벤트.


페북이며, 인스타, 각종 커뮤에 글이 올라오고 유입이 많은 건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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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뉵그뉵 : 채팅에서만 여포짓하는 넘들 ㅉㅉ


느엄 : 난 니들처럼 채팅으로만 치는 찐따가 아니다. 보여주마.. 나의 매그넘 포를..


그뉵그뉵 : ㅆㄴㅈ


몰랑몰랑 : 근데 오늘따라 유독 채팅질이 떨어지는 듯.


루나도코인이야코인 : 질이 떨어지...방장님 자궁 하락 ..ㅗㅜㅑ


-관리자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그뉵그뉵 : 아 진짜 병신들 많네. 오늘 오프이벤 하는 거 이상한 커뮤에 올라갔나봐. 방장님도 오늘은 방종 빨리하고 집 들어가셔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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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여기서 방종할께요. 모두들 일바~. 일리엔 바이바이, 일요일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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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뉵그뉵 : 일바

-피에스와이 : 일요일 바이바이는 ㄹㅇ 개 킹받네

-호우우 : 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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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버렸네.'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일리엔은 서둘러 오락실이 나왔다.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거리로 나선다. 오늘 오프이벤트는 어디서 나타난건지 자꾸만 고수들이 몰려와, 정신 없이 진행과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예상 방송 시간을 넘고 말았다.


초저녁이기에 그리 어둡지는 않지만 집에 가서 편집 파일들을 정리해서 편집자한테 전달해야 하고 다음 컨텐츠도 짜야한다. 가서 씻고 밥 먹는 생각까지 한다면, 촉박하지는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지~'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재밌는 방송과 그렇지 않은 방송이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방송과 그러지 못하는 방송이 있다. 전자는 시청자들의 볼거리가 있냐, 없냐고 후자는 방송인이 재미를 느끼냐, 아니냐다.


똥게임을 하면, 시청자들은 재밌지만 하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생긴다. 반대의 경우는 방송인은 재밌지만 시청자가 재밌어 할 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오늘 한 방송은,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면서도 수준 높은 게임으로 볼거리가 많았고, 일리엔 자신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발걸음이 자연스레 들떠지며 동여맨 머리카락이 포니테일이란 명칭처럼, 즐거움으로 인해 살랑거린다.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색 밴 한 대.


적정 속도를 준수하면서, 천천히 다가온다. 특이한 점은 썬텐이 매우 짙어, 차 안이 전혀 안 보인다는 점. 일리엔은 차가 지나가고 도로를 건너기 위해 가만히 자리에 선 채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밴.


"....?"


일리엔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속도가 점점 줄어 든다. 갓길 주차라도 할 생각인가? 이 주변에는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상가도 없고, 사람도 없다. 낙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아직까지 오락실이 남아있는 거니깐.


"어어?"


일리엔 앞에서 멈추는 차량.


"Iron fist 8 대전 끝났나요?"


차 창문이 내려지면서, 다소 후덕해 보이는 중년인이 부끄러운 듯 묻는다.


"어, 네."


"이런. 제가 너무 늦었나 보네요. 방장님? 이라고 부르나? 오늘 처음 방송 봤는데 엄청 잘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엄청 미인시네요."


단순히 늦게 온 오프 이벤트 참가자인듯 하다.


"감사합니다."


"제가 일만 아니여도 좀 더 빨리 왔을텐데, 아쉽네요. 제가 이래보여도 한창때는 오락실 죽돌이로 동네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는데. 혹시 방장님 또 Iron fist 이벤트 또 하시나요?"


일리엔의 고심했다. 진지하게 Iron fist를 사랑하는 게이머 같은데, 그렇다면 대답도 진지하게 함이 맞았다.


"으음... 확언은 드릴 수 없지만. 이벤트성 대회임에도 반응이 좋고 사람들도 즐거워해서 앞으로 메인 컨텐츠로 추가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 중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그거 참.... 오늘 꼭 참가하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어라..?'

일리엔이 머리에 물음표를 띄었다.


"...다음에 참가하시면 되는 거 아니에요?"


"다음번이 있다면 말이죠."


"....?"


무언가가 대화가 엇나가는 기분.


"정말,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니깐요. 이번에는 너무 빨라가지고요. 아니, 저 녀석이 늦은건가?"


"그게 무슨..읍!"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일리엔의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막았다. 콧속을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 그것은 일리엔을 무의식으로 인도하였다.


남자는 일리엔을 안아든 채, 밴에 탑승했다.


부르릉.


후덕한 인상의 중년인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운전대를 잡고, 악셀을 밟았다.















'여긴.....'


정신이 든 일리엔를 반긴 것은 낯설고 낮은 회검정 천장이었다. 곧 그녀는 자신이 시트를 눕혀서 만들어진 간이 침대, 승합차 안에 눕혀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두 남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를 도와준 걸까?'


혼미한 기억 속. 정신을 잃은 자신을 싣고 병원에 데려다 주는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니, 왜 이렇게 늦었어?"


"야, 나도 방송 보고 부랴부랴 준비했어. 락스에서 클로로포름 뽑아내는 것도 존나 오랜만이라 가물가물하고."


"새끼, 학창시절에 존나 따먹었는데 그걸 기억 못하네." 


"야야, 우리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는데 시바, 고삐리랑 대학생 때 만들던 걸 어떻게 기억하냐? 이런거 요즘 걸리면 빨간줄이 아니라 유튭에 박제되고 목에 빨간 줄 그어지는 거에요, 이 사람아. 오피나 부르고 말지"


무언가 아니었다. 클로로포름이나 오피란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결코 앞의 있는 두 사람은 선인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야, 이 년 정신 차렸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마스크 남이 일리엔을 보며 말하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의, 그 후덕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정신 드셨어요? 방장님?"


하지만 그를 본 순간, 일리엔은 전신에 오소소 소름이 일었다. 선한 가면이 벗겨진, 추악한 욕망이 번들거리는 눈빛에 일리엔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뒤척뒤척.


"...!?"


그제서야 자신의 손발이 자유를 빼았긴채 구속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양손은 머리위로 들려서 벤의 찬장에 붙어진 보조용 손잡이에 끈을 통해 묶여져 있고 다리는 운전석과 조주석에 각각 포박되어 있다.


일리엔은 자신이 돌아가는 길에 납치 되었다는 걸, 싫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거 풀어 주세요."


공포로 떨리는 목소리. 그러나 꿋꿋하게 말한다. 천사로서 꺽이지 않는 자긍심이 공포에 주저앉는 걸 막아준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


정론. 그러나 말을 하는 건 일리엔이다. 같은 말이라도 무엇을 담느냐에 차이가 생긴다. 일리엔의 마음에 존재하는 건 박애와 자비와 용서.


"그러니 저를 돌려보내주세요."


일리엔의 목소리는 어느새 또렷해졌다. 무력과 외력에 굴하지 않는, 고결한 정신이 느껴진다. 한 나라의 왕이라도,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목소리다.


그러나...


"야, 야. 들었냐? 보내달래."

"그건 곤란하네요."


마스크 남의 이죽거림에 중년인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그들은 왕이 아니다. 왕은 커녕 일반 백성 조차도 되지 않는, 무법자이자 약탈자. 사회의 밑계층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범죄자.


논리가 없기에 이성적이지 못하고 신의가 없기에 믿지 못한다.


일리엔의 호소는 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름이 일리엔? 가명이냐? 생김새를 보자니 혼혈 같디고 한데, 뭐 상관없지."


마스크남이 일리엔을 방송 프로필을 보다가 이내 흥미가 없다는 듯,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눈 앞에, 카메라로는 다 담지 못하는 실물이 있는데 화면 속 프로필이 뭔 대수인가?


"그것보다 진짜 존나 이쁘네. 내가 시다바리냐고 욱해서 죄송합니다, 형님. 클로로포름 공장이 될테니 앞으로 존나게 불러주세요."


"야, 내가 첫빠따다."


"고럼고럼. 대신 입은 내가 먼저 써도 되지?"



일리엔은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령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깃든 음습하고 음흉함이, 일리엔의 정신을 좀 먹고 있으니깐.


그러나 사지가 포박되어 있기에 도망갈 수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움을 요청하는 일 뿐.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오!!"


일리엔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방송으로 다져진 성량이 승합차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렀다.


하지만.


"방장님, 계속 소리치면 목 상해요."

"나는 여자애가 꽥꽥 거리는게 그렇게 꼴리더라."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온다. 차 창문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바깥은 나무가 늘어서 있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어느 산 속.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렇기에 손발을 철저하게 묶었음에도 입은 봉하지 않은 거였다.


차 시트를 넘어서 점차 가까워지는 두 남자. 일리엔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흔들렸다.


'입....  입고 있지 않아?!'


두 남자는 하반신에 속옷 한장 걸치지 않았다. 여실히 드러나는 사타구니. 거기에는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두 남성의 성기가 더운 김을 뿜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보는 남자의 생식기. 그것도 또래의 것이 아닌, 진한 검갈색에 수컷의 향기가 풍기는 물건은, 일리엔 안에 잠들어 있던 공포를 다시금 일깨웠다.


"시, 싫어어어어---!"


바둥거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너무나 자명했기에, 아무것도 몰라도 본능적인 두려움이 솟아날 수 밖에 없다. 일리엔은 그 형상화되지 않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미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틀지만, 단단히 구속된 팔다리는 옴짝도 하지 않고 그저 몸을 비틀고, 또 비틀 뿐이었다.


"자, 그럼 오랜만에 몸보신좀 해볼까?"


마스크남이 마스크를 들어올리자, 덥수룩한 수염에 까슬까슬한 입술이 나타났고 그 입술은 점차 일리엔에게 다가온다. 고개를 좌우로 젓는 일리엔. 그러나 마스크남의 손이 일리엔에 머리를 붙잡고 서로의 입술이 맞닿아 버린다.


"웁..!?!?"

'싫어, 나... 첫 키스인데...!'


한층 더 몸부림치는 일리엔. 그러나 마스크남은 그런 일리엔의 격렬한 저항에 오히려 하반신이 더 꼿꼿해진다. 하반신으로부터 올라오는, 남자의 봉으로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맥박. 남자의 물건이 신체에, 옷 위로나마 접촉되는 불운한 감촉을, 일리엔은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흐읍...춥....쯔읍..."


일리엔의 입술을 격렬히 물고 빠는 마스크남. 마스크남의 건조한 입술의 일리엔의 침으로 점차 번들거려진다.


이어서 일리엔의 앙 다문 입술 사이로 마스크 남의 혀가 침투해 온다. 일리엔의 치열을 음미하듯이 핥아간다. 일리엔은 그 불결한 첫 키스에 더 저항하려 하지만...


'숨... 숨막혀....'


마스크남은 일리엔의 머리를 한 손으로 안고, 다른 손으로는 일리엔의 코를 움켜잡았다. 부족해질 수 밖에 없는 산소. 게다가 입에는 일리엔과 마스크남의 질척질척한 타액이 빈공간을 남김없이 막고 있다.


"푸하...흐읍..! 읍..! 츠읍.."


자신도 모르게, 살기 위해 입을 벌린 일리엔. 


마스크남의 혀가 일리엔의 구강 속으로 침투한다. 일리엔은 그것을 밀어내려다가, 마스크남의 입에 혀가 붙잡히고 만다. 격렬하게 일리엔의 혀를 공략하는 마스크남. 일리엔의 혀가 다시 돌아갈 때, 마스크남의 혀가 일리엔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쪼옵.. 쫍.. 츄웁...."

'싫어... 싫어... 싫은데.....'


바라지 않는 딥키스. 산소가 부족하여 입을 벌릴 때마다, 마스크남의 혀는 그녀의 혀를 집요하게 유린하였고 일리엔은 반항다운 반항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농락당하였다.


그리고... 분명 싫은 행위인데..


'몸이... 뜨거워져...'


신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솔직하게 주어지는 자극에 반응하여 몸을 '준비'시키고 있다.


수 분의 시간 흐른 후.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그 사이를 끈적한 은빛에 타액의 실이 다리를 만든다. 


일리엔의 표정은 멍했다. 첫키스를 아저씨한테 빼앗겼다는 충격에 더불어 부족한 산소, 채 가시지 않은 마취제의 영향으로 멍한 상태일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나 하반신에 느껴지는 뱀 같은 감촉에 일리엔의 정신이 강제로 복뒤되었다.


작은 가위로, 일리엔의 팬티 끈을 자르고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중년남이었다.


"에...?"


사고가, 이해가 현상을 쫓지 못한다. 어째서 남자의 머리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있지? 팬티는 왜 벗겨진 거야? 방금 전 서늘한 감촉은?


그 순간, 다시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민달팽이가 빠르게 몸을 훑고 지나가는 기괴함이 느껴졌다.


"츄릅... 츄릅..."


중년남이 혀가, 일리엔의 소녀의 부분을, 털도 나지 않는 그 매끈한 균열을 핥고 있었다. 과실을 베어물듯이 입을 가져단 채로.


절대로 다른 남자에게 보여줘서는 안되는 순결의 장소가 오늘 처음 만난 중년의 악인에게 겁탈당하고 있다.


있어서는 안될 일.


그제서야 일리엔이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다.


"안, 안돼에에! 그만둬요!!"


소리치며 다시금 전력으로 몸부림친다. 그러나 중년남은 일리엔의 양 허벅다리를 팔로 감싸 안은 채, 더더욱 깊이, 깊숙하게, 일리엔의 균열 안쪽으로 혓바닥을 침투시킨다.


소리쳐도, 반항해도 소용없다.


"흐읏...흐....읏...싫어.... 이건 아니.....읏.."


그러나  소리 지르는 걸 멈추 때 마다, 싫어도 나올 수 밖에 없는 야릇한 몸의 소리. 일리엔은 그것을 멈추려고, 참으려고 했지만....


하반신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미묘하고도 야릇한 열기는 점차 위로 올라갈수록 커져가며 일리엔의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통해 새어나온다.


"으읏... 흐읏....흣..."


점차 짧아지는 호흡 소리. 승합차에 달린 백미러를 통해, 일리엔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 비친 것은 밤하늘을 닮은 검은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비산된 채, 입술은 타액으로 빛이 나고 다리 사이는 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늙고 추레한 중년인에게 내어준 한 소녀.


천사였었던, 그리고 순결했었던.


이제는 천사도 아니고, 순결하지도 않다.


그 사실에 일리엔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져만 가고, 와인을 닮은 두 눈동자는, 넘쳐흐르기 일보직전이다.


'아니야...아니... 나는....'


"나는... 지지 않아..."


일리엔이 입술을 물어 삼켰다.


더럽혀져도,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는다.


일리엔은 신음을 억지로 삼켰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워담고 어떠한 도움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대신에 신음 한 방울 조차 흘리지 않는다.


그것이 천사로서, 일리엔이라는 소녀로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러나.


"오? 이년 봐봐. 아직도 참는데? 이것도 참을 수 있는 지 볼까?"


마스크남이 등 뒤로 돌아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