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술마시는

 

@흑환

--------------------

 

 

어두운 건물 안은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거리 통제가 있는 시간이긴 했지만, 명확한 목적지가 있으면 거리를 치키는 치안대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그런 두루뭉술한 시간엔 신당들은 무척 소란스러웠다.

 

온갖 고성방과와 함께 웃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올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자랑하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시끌벅적 떠드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건물이 낡아 허름하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그래도 깔끔하게 정리된 이 펍은 카밀리나가 자주 찾는 술집이었다.

 

단골이라고 하기엔 방문하는 시간이 띄엄띄엄했지만 그녀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주인장도 그녀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안주와 함께 단단한 나무잔에 나온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카밀리나는 거칠게 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찧는다

 

크으으... 시원하네.”

 

입가를 적시는 시원한 파도가 목구멍 너머로 쓸려나감과 동시에 맥주 특유의 씁쓸한 맛이 뒤따랐다. 자신의 씁쓸했던 과거가 생각나는 이 음료수는 기억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잊어버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잠깐의 시간을 벌어주는 아주 고마운 물건이었다.

 

어떤 사람이 맥주라는 것을 발견했는지는 몰라도 참 고마울 따름이었다.

 

깨끗한 접시 위에 정갈하게 가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정갈하게 플레이팅 된 안주를 응시하며 들끓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펍에 들어오기 전 운동이 너무 과격했던 걸까. 전신에 묻었던 피를 씻을 때도 일렁이는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건만, 음식과 함께 맥주를 들이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의 불길은 금방 소화됐다.

 

무슨 일 있었수? 오늘은 표정이 영 좋지 않아 보이는데.”

 

펍의 주인이 진상같은 손님들의 목소리는 듣기 지친다며 슬쩍 물어봤다.

 

아뇨. 별 일 없었습니다. 그저 이상하게 이유 없는 심란함에 머리가 복잡했을 뿐입니다.”

, 그런 날도 있지. 이건 서비스여.”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데 서비스라니, 무슨 부탁이 있는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주인장을 쳐다보니 카밀리나가 생각하고 있는 걸 간파했다는 듯 주인장은 팔짱끼고 있던 손을 풀며 손을 흔들었다.

 

그냥 좀 더 자주 찾아오라는 의미여. 별 의미는 없으니께 그런 눈으로 쳐다보진 말게나.”

“...죄송합니다.”

 

표정이 드러날 정도로 마음이 흐트러져 있던 걸까. 빠르게 사과한 카밀리나는 그가 갖다 준, 서비스라고 보기엔 상당히 큰 생선 구이를 향해 포크를 뻗었다.

 

이 근방에서 인기 있는 생선이지만 손질하기 까다로워서 식당에선 판매를 하지 않거나 판매해도 비싼 값에 파는 그런 어종이었다.

 

비늘을 제거해도 육류처럼 껍질이 있는 이 생선구이는 바삭한 껍질이 특이한 생선이었다. 그 덕에 통으로 구우면 육즙이 안에 같혀 더욱 강한 풍미를 내는 고급식재료이기도 했다.

 

그런 물고기를 서비스라고 주다니 실제론, 진짜론 무슨 꿍꿍이가 있는게 아닐까 싶으면서도 포크는 멈추지 않았다.

 

큼지막하게 덜어낸 살점을 조심스럽게 입 안에 넣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흩어지는 살과 순식간에 퍼지는 짭짤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요동친다.

주인장의 선심과 생선의 고요한 물결이 입 안에서 살아 움직였다.

 

그야말로 천상의 맛! 이라고 표현해도 좋은 정도다.

 

손이 자연스럽게 술잔으로 향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엔 당연히 술이 빠질 수 없었다. 오히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감칠맛나는 멋진 음식이었다.

 

주인장의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시선을 느끼며 순식간에 요리를 해치운 카밀리나는 깔끔하게 생선의 가시뼈만 남기고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평가를 기대하고 있는 주인장을 바라봤다.

 

이런 멋진 음식을 제게 주시니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이곳의 음식이 맛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실력이 더 늘어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아유, 그런 칭찬을 해도 뭐가 더 나오진 않아. 하지만 맛있게 먹었다면 나야말로 기쁘군. 이번에 새로 개발한 메뉴라 제대로 평가해 줄 사람이 필요했거든.”

 

나를 심사위원으로 사용한 건가.’

 

그의 속셈을 이제야 알게 된 카밀리나는 아직 가시지 않은 입을 맥주로 행구며 아쉬워했다.

 

배는 무척 불렀지만 입은 심심한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을 뒤로하고 카밀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멋진 식사를 대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다음엔 제 값을 내고 먹도록 하지요.”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지. 다음에 또 오게나.”

 

그렇게 시끄러운 펍을 나온 카밀리나는 먼 발치에서 뒤돌았다.

 

다음 복수를 행할 장소를.

 

주인장에겐 미안하지만, 정보는 이미 맞춰졌다.

 

아마 다음 주. 저 가게엔 피바람이 불 것이다.

 

아무런 죄가 없는 주인장은 살아남을테지만, 과연 가게가 살아남을 지는... 미지수였다.



----------------------------------


이걸로 오늘 두 번째 글버스가 완성되었습니다. 


멋진 캐릭터를 보여주셔서 흑환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만일 이 이후 스토리를 쓴다면 매우 어둡게 써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스토리입니다.


다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글 버스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