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상성욕 커미션 샘플 | 전체 분량 6만자 중 초반 분량 2만자. 커미션주님의 허가 덕분에 샘플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ㆍ 등장인물들이 특수한 나노머신을 몸에 적용해, 외부의 공격으로 죽는 게 매우 어려워졌으나, 나노머신은 사용자의 폭력성과 성욕을 증가시키고, 성적으로 흥분당하면 힘과 피부의 방어력이 크게 약해지는 부작용을 지녔다는 설정이였습니다.

ㆍ 설정 이해에 있어 필수적인 위의 내용 이외, 커미션 신청 내용은 비공개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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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흡사 아테나의 창을 닮은 캐터펄트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가동됐다. 순식간에 투척용 캡슐이 레일의 끝을 달려갔고, 최고속도에 달하는 동시에 잠금장치를 해제. 투척된 경량급의 「탈출선」이 상승하면서 증설된 로켓 부스터에 점화. 불길의 꼬리를 끌면서 더욱 높은 곳으로 고도를 올리며 급상승했다. 

순식간에 필요고도에 도달했나. 연소가 끝난 부스터를 자동 분리, 중력에 이끌려 추락하기 전에 이번에는 접혀 있던 일회용 투명 날개를 전개한다. 모든 것에 지배의 손을 뻗는 별의 인력이 그것을 붙잡았다. 펼친 날개가 낙하풍을 붙잡고, 대기를 찢으며 활공에 들어갔다. 지구와 달, 태양계를 공전하는 행성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얼어붙은 하늘에서, 산화철 특유의 붉은 빛이 감도는 사막 같은 지상으로, A─, 아델리오의 탈출선이 입력된 좌표를 향해 급강하했다. 

 

2. 

 

“... .” 


아델리오가 눈을 떴을 땐, 빛 없는 어둠 속이었다. 마구잡이로 나뒹굴어진 자세에서, 아델리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긴, 어디지. 둘러보았지만, 인간의 육안으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맨발의 피부에 전해지는 감촉을 생각하면 마감도 안 한 콘크리트. 압박감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나름대로 넓은 편에 속하는 공간이리라. 

억지로 두피를 지긋이 누르는 것으로 편두통을 죽이려 노력하면서, 아델리오는 다시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듬기로 했다.  「개눈깔」의 뒤를 쫓고 있었고, 그 와중에 진입을 위해 사용했던 탈출선의 시야에서... 플레어를 닮은 무언가의 붉은 빛이 한 번인가 일었다. 그 다음의 기억은 없다. 그 사실에 아델리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담 아마도, 나는 그 녀석의 본거지에 불시착하고 말아버린 것이리라. 추정상 나를 찾지 못한 건가? 일부러 살려 둔 건 아닐 텐데. 틀렸다, 모르겠다. 정보가 부족하다. 아델리오는 비틀비틀, 고개를 흔들면서 일어섰다. 아무튼 도망쳐야지. 

주욱, 주위를 둘러보았다. 달고 있던 무전용 디바이스는 추락하는 도중에 어디론가 떨어트린 모양이다. 슈트 위에 걸친 코트를 탈탈 털어 보았지만,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었을 터인 권총조차 없다.  

다행인 점이라면 한 줄기 빛도 없는 공간이었으나, 잠시 있으니 그럭저럭 눈이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생각했던 대로... 아니, 생각 이상으로 넓은 공간 안, 떨어진 곳에 웅크려 있는 인형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인간, 이겠지. 혹시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이 거리에서 공격해오지 않는 걸 보면, 소리를 내도 바로 공격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긴장한 목을 질타해,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 저기, 어이.” 


그러나, 부르고 살짝 가까이 다가서도 인간들의 무리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으스스하잖아. 아무래도 당연한 불쾌감을 느끼며, 아델리오는 입을 다물었다. 호흡을 하며 어깨가 살짝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인 모양이고, 죽은 것 같지도 않은데. 

무기력하게, 무력하게 숨만 그저 쉴 뿐인,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인 듯한 그림자들. 

무심코 뒷걸음쳤다가, 그런 자신을 깨달은 순간 이를 악물고 발길을 돌렸다. 정신 차려, 아델리오이딴 상황에 말려들지 마라. 의외로 묶이진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문을 찾아서 서둘러 다가갔다. 다각다각 소리를 내는 군화가 지금은 거슬린다. 휙휙 벗어 던지고, 양말만 신은 맨발로 바닥을 내디뎠다.  

문에는 역시 전자식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구식이다. 얇은 카드 같은 게 있다면 간단하게 속일 수 있는 형식. 손잡이를 돌리면서 적당히 주머니에 있던 카드를 리더기에 통과시키자, 단순한 기기는 가벼운 전자음을 내면서 문을 열어 주었다. 

금속성의 문을 슬쩍 열고 그 틈새로 밖을 엿본다. 


“... 아무것도, 없다고?” 


무력한 사냥감에게 일일이 감시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건가, 아니면 정말로 찾지 못한 건가? 그렇다기보다는 정말로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델리오가 살짝 다시금 뒤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인간 형태의 장식물들을 보면, 그렇다기보다는 정말로 필요가 없었던 걸지도. 묶이지도 않은 채, 대충 감금당한 상태에서도 스스로 움직이려고 시도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그냥 문을 닫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이, 도망치자. … …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답하는 목소리는 역시 없었다. 

고개를 내젓고 고양이처럼 아델리오는 슬쩍 문 틈새를 빠져나간다. 무거운 문은 손을 떼자 자동으로 닫혔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네녀석은 또, 버리는 거냐고. 발목을 붙잡는 책망하는 듯한 딱딱한 소리를 머리에서 떨쳐내고 발을 옮겼다. 처음에는 신중히, 이윽고는 서두르듯이. 

지하 특유의 낮은 천장, 하지만 폭을 넉넉하게 잡았기에 지은 길고 긴 통로다. 어둠 속에서도 희끄무레한 콘크리트 타일 바닥, 좌우에는 꼼꼼학데 화재 방지 은색 셔터가 내려졌고, 그 안쪽에는 세련되었을 가게들이 아무것도 없는 채로 맵시를 겨루었다. 쇼핑몰, 아마도... 거의 틀림없이 상업시설이었을 터다. 화성이 더 이상 인류의 것이 아니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이용객을 천천히 걷게 하도록 완만한 코너가 계속되는 통로는 사각이 많아, 그 그늘을 따라가며 지상으로 향하는 복도를 찾아 아델리오는 계속 걸었다. 숨어 있던 개눈깔 녀석에게 모퉁이에서 습격당해 반격할 틈도 없이 꿰뚫리는 공포와 내심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그러다가 간신히 찾아냈나 싶은 계단은 한 층 정도 올라갔다가, 외길인 채로 다시 내려가서 다른 구역으로 이어졌다. 


“씨발.” 


지하철 터널을 피하기 위해서였으리라. 이해하지만, 신경을 갉아먹는 숨바꼭질에 열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너무 짜증난다. 아델리오는 신경질적으로 그 공간을 둘러 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만큼 다소 덥다, 다리에 달라붙는 듯한 코트를 벗어 어깨에 대충 걸쳤다. 

아까와 달리 공장 같은 구역이다. 무균실이나 수술실처럼, 이질적일 만큼 하얗고 청결하며 어둑어둑한 공간. 여기는 역이나 그 부속시설이 아니겠지. 아마도 이 구역을 제압한 후 개눈깔과 그 녀석의 부하들이 지하공간을 개수해 만든 시설이리라, 틀림없이. 잘 보이지 않느 안쪽의 가늘고 긴 공간에는 무언가의 장치인 듯한 기계나 좁은 침대 정도의 직사각형 받침대가 주르륵 나열되어 있고, 천장에는 가느다란 로봇 팔들이 달렸다. 입구에는 아델리오가 들어온 계단 말고도 관계자 전용인 듯한 좁은 통로와 과거에 이용객들이 오갔을 넓은 길이 있다. 넓은 길에는 뭔가를 끌고 간 듯한 흔적이 닳아버렸으면서도, 무수하게 남아 있었다. 

장치들과 이것을 가르는 투명한 벽 앞,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것에 눈이 멎었다. 


… 이건? 


아델리오가 선 채로 딱 들어갈 정도의 크기와 직경의 강화유리 원통이다. 박물관의 전시 케이스를 떠올리게끔 만드는 규칙 바른 모습과 고요함이, 어둠 속에 몇 개나 초연하게 서 있었다. 그러고 보면 무언가의... 투명한 액체 같은 것이 채워져 있는 모양인 것 같기도. 받침대 부분이 무기질적인 흰색 빛을 내고, 중간보다 조금 위 정도에서 고정되어서 희미하게 떠올라 있었다. 광원의 전원 코드가 접속된 것은 없고, 안의 액체에 기포가 일지 않으니 공기가 순환하는 것도 아니다. 안에 있는 것은 아마도 생물이 아니다. 

실루엣은... 알고 있었던 그 무엇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 아니, 알고 있지만 잘 연상되지 않아서, 아델리오는 한 걸음 앞선 채 다가가서 신중하게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가, 그 정체를 깨달은 순간...  


아델리오의 얼굴에서 핏기가 확 가셨다. 


얼굴이 창백해졌으나, 용병 특유의 냉철함이 그것을 자세히 살피게끔 종용한다. 같은 것이 여러 개. 아냐, 이건 몇 개의 샘플을 같은 종류만 모아 여러 개, 세공 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여러 개─ 정확히는, 「여러 명」을 놓아 둔 것이다. 

이건, 아마도... 

그 순간, 원통 너머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한순간 유리에 비친 자신이 아닐까, 하고, 아델리오는 받아들였으나. 


일순, 척수반사적으로 아델리오는 몸을 움츠렸다. 그와 정반대로, 원통 너머의 인간형이 빠르게 엄습해왔다. 슬로모션. 거울에 비친 모습이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삼류 호러 같은 그 움직임. 직후 깊게 어둠 속에 은색의 잔상을 그리는 것은 돌격소총의 개머리판이다. 정확한 각도로 아델리오의 하복부에 맹렬한 타격을 가하는 궤도를 그렸기 때문에─ 자의와는 상관 없이아델리오의 신체가 꼴사납게 나뒹굴었다. 


“───컥!” 

“오, 버티는 건가?” 


비아냥거리는 허스키한 목소리 직후에, 성대하게 나자빠지면서 투명한 칸막이에 아델리오는 등을 부딪혔다. 벽에 해당하는 장소였던 모양이다. 큰 저항도 없이 안쪽으로 열리고, 실내로 등부터 미끄러져 들어갔다. 회전하는 시야에 온갖 것이 비춘다. 이상할 정도로 청결한 하얀 공간과, 늘어선 유리 기둥. 의료기구와 같은 장치, 좁은 침대와 같은 크기와 높이의... 청소하기 쉽도록 금속판 하나로 만들어진 받침대. 그 위에서 은색 칼날을 번득이는 기계의 팔. 

이건, 수술대. 

아, 여기는... 


─── 「해체실」, 인가? 


벽에 부딪혀서 튕겨난 유리문이 날카로운 음향으로 몸을 떨었다. 비틀, 대면서 아델리오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백병무기와 달리 여자라도 쉽사리 다룰 수 있는 것이 총화기이지만, 라이플의 중량은 어지간한 도검류보다도 훨씬 무겁다. 하물며 총신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7.62mm의 풀사이즈 소총탄이라면 장전 상태에서 무게가 6킬로그램에 육박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가 들고 있는 소총에는 탄창이 없다. 


“하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몇 년 동안 동거동락했던 동료인데 말야. 대접이 너무 시원찮았지?” 


목소리는 성별을 구분하기 힘들 만큼 허스키한 알토. 잘 추슬러지지 않는 붉은 곱슬머리를 짧게 쳤고, 강하게 볕에 탄 것 같은... 아니, 인종 특유처럼 보이는 어두운 피부에 남자처럼 큰 신장과 곳곳이 단련되었음을 증명하는 잔근육. 반면, 어지간한 여자들은 상대도 안 될 만큼 풍만한 가슴이 「탈주자」임을 뜻하는 붉은색 타이를 급각도로 들어 올렸다. 진청색의 오른 눈, 그러나 한순간에 색소가 연해지는─흰색의 왼쪽 인공 안구를 가늘게 뜨고, 들짐승처럼 예리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개눈깔, 비앙카 디마르코. 


본래 화성 주둔군의 얼마 안 되는 나노머신 피시술자였으나, 돌연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등을 돌린 뒤 화성 근처를 지나는 수많은 상선들을 습격ㆍ노략한 우주 해적으로 전락한 여자. 그리고─ 아델리오의 첫 암살 타겟.  


“그나저나, 왜 하필 나야? 사감을 갖게 된 건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 설마, 캐서린이나 다이애나보다 낮잡혀 보인 건가? 색남.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꼴사나운 것도 정도가 있지. 아무리 `최강자`라고 해도 부하들이 잔뜩 있을 곳에 단신으로 침투하다니... 죽고 싶어서 그랬던 거면 얌전히 그냥 죽지 그랬어, 왜 남에게 굳이 피해를 주려는 건지.” 


비앙카는 턱을 쳐들었다, 정말이지 오만하게. 


“... … 잘도 짖는군.” 


그러나 약한 개일수록 잘 짖는다는 의미를 슬쩍 내비친 아델리오의 말 또한 뒤지지 않는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일순간 둘 사이에 정적이 멤돌았다. 색깔이 서로 다른 두 눈동자에 안광이 번쩍거리며 잠깐 널름거렸던 것도 잠시, 비앙카의 장신이 기합 소리와 함께 튕기듯 땅을 박찼다. 


하압!” 


대각선 위에서 철퇴처럼 내리친 비앙카의 발차기를, 아델리오가 반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피한다. 이어지는 공격도 다 읽은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회피하고, 공격 직전의 짧은 빈틈을 꿰뚫듯 찔러서 휘두른 손날로 베었다. 잘려나간 타는 듯한 빨강색 머리카락의 끄트머리가 피보라처럼, 불타며 흩어지는 불똥처럼 잠깐 하늘을 날았던가. 그 색이 비친 하얀색 개눈깔이 들개처럼 사납게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기색은 조금도 없이 화려한 돌려차기를 페인트로 삼아서, 그 회전을 그대로 살려서 축이 되는 다리를 교체하며 하이킥, 관자놀이를 제대로 노린 일격을 완전히 피할 수 없어서 오른팔로 막아낸 아델리오의 슈트 자락이 살짝 찢어졌다. 전투화의 측면과 바닥의 경계, 직각이 되는 날로 베었으리라. 조금 전 손날치기에 대한 앙갚음, 쇳빛 천이 베이고 핏방울 한두 개가 공중에 체류했다, 그러다가─. 

핏방울이 중력에 의해 지면에 끌려가기 시작했을 즈음이다. 한순간, 아델리오의 인영이 잔상을 남긴다. 비앙카가 원래 위치로 돌리려는 다리를, 조금 전에 받아낸 오른팔로 쳐올린 것이다. 동시에 날카롭게 파고 들어서 거리를 좁혔다. 의도치 않게 다리가 튕겨나서인지 균형을 잃은 비앙카의 다리, 그 오금에 다리를 걸어서 위로 후렸다. 


“우, ...?!” 


일순간, 지구보다 현저히 약한 화성 특유의 중력 탓에 완전히 비앙카의 신체는 공중에 뜬 채로 되고───. 

직후, 아델리오가 그녀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고 머리부터 그대로 떨어뜨렸다. 진심으로 바닥에 처박는 일격. 소녀라고 해도 남자처럼 큰 키, 실전으로 단련된 체구다. 상당한 체중에, 젖은 가죽부대를 바닥에 내던진 것처럼 무겁고 단단한 소리를 울렸다. 일반인이였다면 택도 없이 죽었을 수 밖에 없으리라. 특히나 나노머신 시술을 버텨내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자 중 하나인 아델리오의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비앙카 또한 나노머신 시술을 버텨낸 여자. 

둘의 시선이 허공을 중심으로 교차한다. 아무 말도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노머신 시술을 버텨낸 신체가 된 시점에서, 이미 둘은 어지간한 격투와 냉병기에 베이고 찔리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 신체로 살아온지 수 년의 세월이 지났으니까.  


그러나 아델리오는 비앙카를 죽여야 한다, 비앙카 또한 아델리오를 죽일 것이다. 

판단이 서기 무섭게 아델리오가 비앙카의 어깻죽지를 잡아 슈트를 우악스럽게 쥐어 뜯자, 천진난만하고 군데군데 흉터가 남은 여전사적인 얼굴과는 달리, 맵시 있게 부풀어 오른 두 언덕이 리드미컬하게 삐져나와 위아래로 흔들렸다. 잔근육이 탄탄하게 잡혀 늘씬하지만 바디감 있는 구릿빛 몸선은, 고와 보이지 않기는 커녕 모래시계를 연상케 하는 아찔한 곡선을 강조하며 그녀가 가진 풍만함을 두드러지게 만들어, 오히려 건강미 있어 보이고 관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찰나였으나 비앙카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마주친 눈이 불안에 일렁였다. 서서히 볼 위로 옅게 홍조가 피는 꼴이 꽃들 몰래 날갯짓하는 나비라도 본 듯 수줍은 모양을 띄운다.  


“... 하, 대관절 발정이라도 난 거냐? 암캐년한테 어울리는 초라한 꼴이기야 하겠다만.” 

“선수를 잡았을 뿐인데 기세 좋네, 색골다워.” 


제아무리 산전수전을 헤쳐나온 탕녀라고는 하나, 비앙카의 맨 살결은 본인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그녀 스스로의 허락 없이는 건들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물며 낳고 기른 부모마저도 조심스러워 함부로 하지 못하던 것인데. 그동안 고이 지켜오던 여성의 절개가 살짝 바스러진다. 난제라면 난제였다. 일순, 대뜸 목의 핏대를 벌겋게 올리며 아델리오를 등지기 위해 휙 몸을 틀어내며 가녀린 어깨를 들썩였고, 흔들림이 세차지자 육중한 가슴이 출렁댔다. 다만 크게 소득을 거두지는 못하는 의미 없는 반항이었으리라. 

바르르 떨리는 와중 고함치던 성음. 잇따라 자연스레 어금니를 꽈악 깨물었다. 아델리오─수컷을 보는 암컷의 눈빛이 기이할 정도로 반짝거렸다. 모멸감에 기인한 광기. 선연히 느껴지는 개새끼의 살기였다. 악에 받친 성음이 으르렁대는 것처럼 낮게 울린다. 유독 텀이 긴 것은 숨이 차올라서일까. 교성조차 낼 법을 모르는, 그런 무지한 계집. 볼에 띄운 홍조 근처로 땀방울이 맺힌다. 순간의 열기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멸 그득한 눈으로 비앙카는 아델리오를 쏘아 보기에 바쁘다. 

그러나 제아무리 침착한 아델리오라 한들, 나노머신의 부작용에 상황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닥친 참이기에 예쁘게 모아진 듯하면서도, 손에 쥐면 차고 넘칠 듯 탐스러운 살집이 몹시 먹음직스럽게 보일 뿐이다. 직접 움직이지 않으려던 손아귀가 바스트를 거칠게 휘어잡았다. 불편한 단단함 하나 없이 탄력으로만 이루어진 살갗. 물풍선과 같은 감촉, 손가락을 부드럽게 에워싸는 풍만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숙한 쇄골 아래로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탄력 있는 살결 아래로 멀건 핏줄까지 보이는 듯 했다. 가슴은 나름대로 탄력을 지키며 유연히 늘어난다. 유사 촉감 놀이라도 하는 듯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것이 아델리오의 손에 달라붙어 왔다. 


“흑, . 이, 씨발새끼가...” 


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음에도, 중수골 어귀에 볼록하고 솟아나온 돌기 같은 것의 감촉이 느껴졌다. 수컷에게 주물러져 반응한 암컷의 젖꼭지가 발기한 증거이리라. 탄탄한 피부는 매끈매끈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촉촉하게 손에 달라붙을 정도로 갓 친 찹쌀떡 같은 감촉이었다. 세게 주무르자 출렁출렁, 가슴살이 떨리지만 그 안에는 제대로 탄력이 있어 손가락을 밀어낸다. 그 감촉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즐겁고 기쁘게 닿아온다, 주무르는 맛이 있는 가슴이다. 


“말이 많군, 가슴을 만져지는 정도로 느끼고 있는 주제에.” 

“닥, 쳐... 이, 딴, 동정 같은, , 헉. 손놀림, 따위에는, ... 욱, 조금, 도...” 


어떻게든 참으려고 애를 쓰지만, 감추지 못하고 말 사이사이마다 새어 나오는 한숨이 요염하다. 허나 그러는 와중에도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비앙카의 시선이다. 아래로 두었다가, 아델리오의 얼굴이 걸쳐 보이는 위를 향했다가, 그리 악착스레 비명을 참아낸 신음 뒤로, 칼날의 공명하는 음성이 가득하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비앙카가 할 수 있는 것으라곤 이 궂은 형편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뿐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물론, 나노머신의 부작용은 테스토스테론을 과다 분비하게 만들어 여성으로서 하여금 감도를 몇 배나 올리고, 성욕을 들끓게 하며, 의식을 혼탁하게 하여 정신을 제대로 잡기 어렵게끔 만든다. 특히 이성은 조금씩 마비되어 가다 결국 어느 수준에 이르면 작동할 수 없게 되고, 욕망에 충실해져 간다. 보통의 사람보다 몇 배나 더 날카로운 쾌감에 이성이라는 안전장치가 듣지 않게 된 머리가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먼저 변연계의 도파민이 허용치를 넘기게 되는 순간 나노머신의 효과 또한 일시적으로 마비되고 말아 버리는 것이지만... 

그것은 남성 또한 마찬가지. 

비앙카가 일순간, 손을 뻗어 아델리오의 어느새 우뚝 선 음경에 가져다 댄다. 비앙카의 손이 닿자, 아델리오의 물건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살짝 음경을 부여잡으니, 비앙카의 손가락이 서로 닿을랑 말랑한 정도의 굵기. 아직도 해면체에 피가 보내지고 있어 벌떡벌떡 맥이 뛰고 있으리라. 살짝 눈길을 돌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어마어마한 물건이다. 길이가 20cm는 족히 되어 보였으며, 좆대에는 혈관이 여럿 솟아나 있어 강력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물건이 가진 단단함과 뜨거움을 전달받는다. 

어쩔 수 없이 비앙카는 그 검붉은 느낌의 흉악한 외형을 지닌 것이 자신의 몸을 꿰뚫을 것을 상상하게 되고 만다. 두툼한 주먹 같은 귀두가 소음순을 벌리며 침입해선 비앙카의 질벽을 질퍽질퍽 문지를 것이다. 아니, 저 길이라면 어쩌면 다 들어오지도 못하지 않을까? 귀두가 자궁 입구에 박혀, 억지로 쑤셔넣기 위해 안간힘을 쓸지도 모른다. 그런 정경을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자궁이 욱씬거리게 되어 버린다.  


그러나, 비앙카 또한 나노머신 사용자를 처음 상대하는 게 아니다. 

잠깐 당황한 채 미동도 않고 있던 비앙카가, 이내 입꼬리에 억지로 특유의 여유로운 호선을 회복하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음경을 휘감은 손을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끔씩 손아귀에 힘을 주어서 세게 틀어쥐기도 하는 듯 하다가, 상냥하게 움직이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식으로. 수컷이라면 시선을 뗴놓을 수 없는 처지는 일 없이 탄탄하면서 커다랗게 부푼 풍만한 가슴부터,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에, 매끄러운 경사를 만드는 순산형의 둔부,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 남자라면 누구나 군침을 절로 삼키게 하고도 남을 요염함의 소유자. 그런 매력적인 여성의 가슴을 좋을대로 탐하면서 봉사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기쁨과 배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행위하기 무섭게 그것을 증명하듯, 아델리오의 요도에서 꿀럭, 하고 투명한 쿠퍼액이 흘러 나왔다. 


“... 하, 주제에 퍽 당당했었잖아, 동정 색골.” 


특유의 맹랑한 기세를 다시 회복하면서, 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수음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나, 아델리오 또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평소 스스로를 위로했을 때 쓰던 것보다 훨씬 두꺼운 사내의 손가락이, 음란한 광택을 머금은 꽃잎을 옆으로 벌렸다. 일상적으로 타인을 강간하고 섹스하는 것을 즐기는 특유의 성미나 습성 같은 것과는 의외로, 세공한 것처럼 섬세한 모양이면서 아델리오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마치 불에 달군 엿처럼 부드럽게 형태를 바꾸더니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기세 좋게 수음을 이어 나가던 비앙카의 손가락이 일순 소리 없이 멎는 듯 싶더니,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어떻게든 꾹 틀어막는 것을 아델리오 또한 볼 수 있다. 


“... , 하. 조금 기세등등해지나 싶었는데, 앙칼진 것도 한 순간 뿐인가?” 

항읏흐읏, 후, 후후... 뚫린 주둥아리, 라고... 같잖은 모양새, 로, 놀리기느은...” 


여성의 생식기라는 것을 실감하며, 아델리오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골반 쪽으로 낮추어서... 어느덧 한 뼘 무더워진 습기에 섞인 아주 약간의... 오줌 냄새를 닮은, 자극적인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흠뻑 젖은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 손가락은 물기로 얼룩져 있었다. 이윽고 벌려둔 밀부 위로 물기가 흘러나와 번질거렸다. 아델리오의 엄지손가락이 민감할 법한 도톰한 살점 위를 문질렀다. 단단한 과실이 쪼개어지듯, 축축한 산호색의 살점이 바로 앞에 있던 아델리오의 눈에 기분 좋게 벌려졌다. 

아델리오가 이런 것에 희비가 교차할 만큼 천박하고 음탕한 성정이느냐면 그것은 아니다... 아닌가? 최소한 아델리오 본인은 그렇게 생각─내지는 착각했다. 비록 이따금씩, 나노머신의 `부작용`으로 `부득이하게` 남을 폭행하거나, 강간하면서 `본의와는 관계 없이` 기쁨을 느낄 때가 `이따금씩` 있을 뿐. 이번 역시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런 개념이였으리라 


이윽고 아델리오는 깊게 앉은 채 젖혀 놓은 대음순의 틈으로 중지와 검지를 넣어, 비앙카의 음부를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델리오의 단련된 손은 엄밀히 따지자면 굵은 편에 속한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보다도 굳은 살이 박혀 굵고 단단한 정도인데, 그런 손가락이 비앙카의 음부를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도... 가볍게 구부린 손가락 끝이 이따금씩 질벽을 어루만진다. 비앙카는 질속을 자극당할 때마다, 본의치 않게 움찔움찔 어깨선을 떨면서 주어지는 쾌감에 저항하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무색하게, 비앙카가 관능적으로 허리를 비틀어댈 때마다 살집 좋은 엉덩이가 크게 한 번씩 출렁인다. 그저 크기만 한 게 아니라, 단련된 구릿빛 대둔근이 살을 탄탄히 붙잡아 처지는 일이라곤 없이, 탱글하고 건방진 맵시를 여과 없이 내보이고 있다.  


찌걱, 찌걱, 찌걱.   


아델리오가 세운 손가락을 넣었다 뺄 때마다 애액과 거품이 뒤섞여, 아델리오의 손을 더럽히고 있었으나 개의치 않는 구색이었다. 아, 살냄새가 우러나듯 더 진하게 풍겨왔다. 먹음직스러운 체향이 감도는 피부결. 후각을 자극하는 저릿한 암컷의 냄새. 아까부터 그럤지만 어느덧, 비앙카의 구릿빛 신체에서는 흔히들 말하는 분. 그것도 아기들이 사용하는 분의 향기가 어렴풋이 나고 있었다.  

가시적으로 숨을 들이마시는 행위를 보이지 않음에도 풍겨오는 요염한 살냄새는 안 그래도 테스토스테론이 과도하게 분비된 아델리오에게 있어서 극약과도 같아,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았다. 어느덧 그의 남근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채 기세 좋게 껄떡대고 있었다. 혈액을 펌프질하기 위해 도드라진 굵은 혈관이 조각상에 양각한 무늬처럼 떠오른다. 피부 위로 붉은 혈선이 생겨나는가 하면 주변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고 보면 비앙카의 눈에도, 아델리오 역시 관능적인 몸을 하고 있었는데, 군살 하나 없이 탄력적인 몸과 옹골진 근육은 그가 얼마나 꾸준히 자신을 관리해 왔는지 반증해 주는 듯했고, 이어지는 근육들은 더없이 매끄러웠으며 외관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덧 둘은 천천히 흐려지는 이성의 시야 속에서,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본능 선에서는 생존을 위해, 먼저 절정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말을 계속 양자의 뇌리에 되새기듯 종용한다.  


또 다시 한 번의 정적, 잠깐의 간극 동안 둘 모두 서로를 농밀한 시선으로 쳐다 보면서 숨을 골랐던가. 


아델리오가 먼저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피부 위를 유영하던 손이 은밀한 골짜기의 사이에서 움직임이 멎었다. 습윤해진 국부가 기분 나쁘게 미끈거리고 끈덕진 느낌을 주었다. 투명한 점액이 실처럼 늘어지고, 추잡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곳에 아델리오의 능글한 시선이 꼭 핥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스쳤다. 어느덧 특유의 차분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건지, 아델리오는 조금 경박하다고까지 해도 좋을 만큼 웃음과 탄식이 뒤섞인 모순적인 낯이 되어서는 길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 번 헤집어 위로 올렸다. 넘겨 올린 이마 위에 핏줄이 치솟고 남성도 모르는 새 삐딱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덧 웃음마저 잃고 침체한 낯만이 그려진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가 보다. 

그럼에도 묘하게 비앙카의 눈에 시선이 향했다. 이 쪽도 고혹을 투영한 섬세한 유리 세공 같은 눈동자가 관능을 품고 아델리오를 유혹해왔다. 동공이 마치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한 줌의 달빛 같았다. 아델리오의 손은 자연스레 비앙카의 허벅지 위로 얹어지고, 바깥 몸선을 따라 쓸어내릴 때마다 살갗이 가진 잔근육과 군데군데 패인 상처의 감촉이 다른 여성들과 대조되어 쉽사리 거기서 손이 떼이지 못했다.  

시선 또한 본능적으로 드러난 피부 위를 훑으며 음란하게 탐하고 있었다. 일이 여기까지 다다르고 나니, 더 이상 머릿속엔 도덕이나 윤리 같은 미약하게나마 존재했던 인간성들이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오로지 사악한 욕망만이 피어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델리오의 손가락을 눅진하게 적신 애액이 비앙카의 허벅지에 문대어진다. 아담하고 잘록한 허리와 예사롭지 않은 골반 아래 굴곡, 젖가슴처럼 부드러울 수밖에 없는 골반 쪽의 두 둔덕에 손이 얹어졌다. 핏줄이 도드라지면 손이 굽어져 살점을 짓뭉갰고, 이리저리 뭉그러뜨리는 감각에 새삼스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게 된 아델리오의 탄탄한 나신이 전율했다.  

엉덩이는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데다, 제법 풍만하기까지 했다. 소녀의 엉덩이를 틀어쥐자, 부드럽고 말랑이는 그녀의 엉덩이가 손안에 꽉 차는 느낌이 든다고, 아델리오는 멀거니 남의 일인 것처럼 생각했다. 마치 젤리처럼 부드러운 엉덩이가 손 안에서 일그러지는 것이 선명히 느껴졌다. 핑크빛 살점, 추잡하고 역겨운 응어리가 고여있는, 적당한 위치까지 오른 여성의 비부가 제 것의 첨단을 비비며 자지의 위치나 각도를 조정했고, 이윽고... 


“흑, 핫?!” 


짧은 탄성─ 에 가까운 신음. 삽입하는 것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음사한 웃음이 입가에 가득 담겼고 걸친 팔을 당겨내자 벌어진 질벽에 핏줄이 도드라진 굵은 자지가 젖은 살점 사이로 무지막지한 힘으로 가로지르며 들어갔다. 좁은 속살을 아델리오의 흉물에 맞춰 벌려가며 단번에 자궁구에 닿았다. 연분홍빛의 미약한 살결들이 뒤엉켜져 엉킨 질벽과 마찰해 강한 자극을 해왔고, 자지에 꽈악 달라붙어오는 비좁고 미끈거리는 질의 느낌을 참을 수 없었다. 


“아, 하하... 어때? 깊숙이 쑤셔지니까 좋아? 아, 엄살 피우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씨발년아... 지금부터 따먹히는 게, 어떤 기분... 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억센 비앙카의 힘에, 겨우 3분의 2가량의 묵직한 자지를 쑤셔 넣은 채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순간적으로 위축되는 질벽의 강도가 형용하기 힘들었다. 아델리오의 체온이 올라 혈색이 보기 좋게 돌았고, 맨몸에 땀이 스며들자 윤곽이 짙어지는 남성 특유의 신체에 야성성이 더해진다. 앙칼지게 물고 있는 음부 안쪽을 맛보며, 하반신이 떨려왔다. 자지의 떨림과 보지의 진동이 조화를 이루어 고스란히 서로의 뇌에 전해졌고, 빈틈없이 주름진 속살이 옥죄어오니 자지 맥박이 좁은 틈 안에서 울리며 익숙지 않은 쫀쫀한 내부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 그럼에도 스산하게 웃는 것이 제가 이겼다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새였다. 손목을 틀어내고, 우악스레 여성의 손가락을 잡아, 손등과 외접하게 꺾어낸다. 먹이를 품평하는 듯한 건조한 시선. 그저 미물을 눈에 담는 행위와 비슷하다. 피식. 그것은 웃음이지만 실소와 더 닮아있었다 


흐윽, 이, 씨발...” 


비앙카가 가녀린 신음을 길게 늘어트렸다. 진즉 비명횡사할 것을 악으로 버텨낸다. 아델리오 손에 쥐어진 것은 고작 해봐야 여성의 것인 뼈대다. 손목이 굽어지면 안 될 수준으로 굽어져있는 모양새가 기괴하다. 오한이 돌며 식은땀이 날렵한 턱선을 타고 경부로 흘러내렸다. 여성의 몸은 어느새 신열이 올라와 있었다. 화성 특유의 무미건조한 순환기의 공기 주제에 살갗을 찢어놓을 듯 시리다. 이질적인 기류였다. 더 이상 제 구실을 못하는 손목. 미약히 움직여 본다. 손가락을 굽히는 등의 하찮은 행동에도 여성의 상상의 배 만큼이나 아프다. 안에서 부서진 뼛조각이 피부 표면을 꿰뚫고 나올 듯했다. 여성에게서 봐줄만한 것은 기백 뿐이었는데, 이젠 그 기백도 사그라들었나? 의욕을 잃곤 퀭한 눈. 핏자국에 더러워진 입가. 그 새로 보이는 것은 가지런한 앞니 뿐, 결코 송곳니는 드러내지 않았다. 


히극, 이, 개새... 잠, 시만. 흑. 응긋.. 자암, 시... 욱, !” 


마시는 숨이 있자, 잠시 잠잠했던 교성이 다시금 터져 나왔다. 엇박이었으나 몸선의 자태가 고와 움직이는 모습이 율동을 닮았다. 거침이 없는 허릿짓에 비앙카의 몸은 점차 하룻밤 향락이 크게 일었다. 여태 느끼던 간지러운 것과는 달랐다. 단순 종족 번식 본능이라는 유치한 이유 아래 깊게 내재되어 오던 것이 몸 안의 감각 이곳 저곳으로 낭자하며 봇물 흐르듯 터져나온다. 저릿한 전율이 뇌까지 치솟아 여성의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힘 없이 처 내린 고개는 그대로 바닥과 접면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비앙카 디마르코는 지금까지 남성을 절대적으로 강간하는 입장에 속해 있었다, 한 때는 아델리오와도 함께 행동했으니 남성 중에서는 적수가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조금 달랐다. 

허리에 힘이 실린다. 서서히 안쪽을 들쑤시기 시작하는 것이 뱃속 안을 난폭하게 헤집는 남성기가 뱃속 안 구석구석 무차별하게 공격을 해냈다. 가냘픈 양 다리를 벌린 채 여성의 가랑이 사이로 가해지는 가혹한 난도질. 자지를 부드럽게 옭죄여 물고 있는 질내의 살갗들을 짓긁고 파헤쳐, 빈 곳 하나 없이 공허함 하나 못 느낄 정도로 벌려진 음부를 탐했다. 우악스러운 피스톤질에 질구엔 희뿌연 애액에 거품이 일며, 거센 박음질에 애널에도 살짝 거품이 일었다.  

자지에 달라붙는 꿀단지는 끈적하고 부드러우며 달라붙을 때마다 마치 먹혀드는 것 같다고, 막연하게 아델리오는 느낀다. 넘쳐흐르는 애액에 녹아내려버릴 것 같은 쾌락에 버틸 수 없었고, 뿌리 부분을 조이고 있던 질구가 한층 더 조여왔다. 넘쳐흐르는 애액이 자신의 허벅지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적셨다. 밀어붙이는 힘이 느껴졌던 건, 휘어잡힌 골반이 제 허벅지와 치골과 부딪히던 여성의 히프에서였다. 한차례 부딪힘이었지만, 살갗에 일었던 보기 좋은 물결은 짧았지만 꽤 커다란 편이었다. 엇박자로 여성의 둔부에 일으켜지는 물결과는 다르게 여성의 몸을 비집고 들어간 그것을 붙잡듯 조여오던 여성의 안쪽 살갗은 그것이 빠져나갈 때 치부의 끈적한 살갗들이 쓸려나가는 듯한 꽤 음란한 모습을 보였다. 


“이, 씨... 바알... 학, 흐윽, 헉... 적당히, 매너를, 조옴... ! 히, 욱...” 


뜨겁고, 비좁고, 탄력적이면서도 유연한 근육의 조임은 극상의 감각이었지만, 입술 새로 흘러나오는 말은 탐탁지 못했다. 하지만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거센 박음질을 해대는 것이 강제적인 고통에서 이어져 일구어진 쾌락은 비앙카의 뇌까지 뒤흔들고, 쫄깃하게 조여오는 질벽은 자지를 문 채 형태를 새겨나갔다. 여성의 복부가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허리가 무참히 휘며 다리를 속절없이 벌린 채 박히는 모습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삽입할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고, 질에서 공기가 밀려나갈 땐 방귀 같은 천박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켠의 애잔, 애정도 없는 그저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쾌락만을 추구하는 우직하고 투박한 허리 움직임은 비앙카의 약점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예민한 살점을 집요하게 찔러댔다. 

느껴지는 이물감과 복부의 팽만감에 비앙카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에 몸은 서서히 앞으로 밀려났다. 고꾸라진 시선을 겨우 들어올리던 고개. 파르르 떨려오던, 팔뚝으로 지탱하던 몸으로 그 시선을 아델리오 쪽으로, 비스듬하게 비추었지만 교묘하게 얼굴을 가렸던 건 땀에 젖은 머리칼들이였다. 야릇한 물기에 젖어 있던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나왔다. 제 치부의 모습이 얼마나 추잡해졌는지에 대해서도 좀처럼 파악이 되지 않았다. 머리칼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던 남자의 입꼬리가학스러울 정도의 남자의 행위에, 겨우 무뎌졌나 했을 지경이었으나 연약한 몸체로는 그것에 무뎌질 틈이 없었던건지, 다시금 힘없이 고개를 푹 떨구었고 우스꽝스럽고, 엉망이 된 표정과 행색을 하고 있었다.  


비앙카─ 아니, 이제는 암컷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의 귀를 유린하던, 살결과 살결. 그 사이에서 타액이 미끄러지는 지저분한 마찰음이 멎어들었다. 언제 아득해졌을지도 모를 정신이 겨우겨우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던 건 여기저기 바닥에 부딪힌 팔뚝과 무릎의 통증이었다. 암컷의 허벅지와 치부 부근에서 느껴지는 어느샌가 식어있는 지저분한 타액의 흔적.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머릿속을 휘감고 있을 때 다시금 제 둔부에 느껴지는 따끔함. 아까보다 더욱 선명한 통증에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여태 쭈욱 좁았던 것을 억지로 크게 벌려내니 쾌락에 묻어 오는 통증은 당연시 되는 귀결이었다.  

고통에 우짖는 소리가, 울음이 뒤섞여 발음이 뭉개져 애틋한 소리를 자아냈다. 암컷이 앗아가는 것은 없는데, 수컷이 앗아간것은 수두룩. 낙망을 느끼기에 여성은 바빴다. 질내의 알 수 없는 온기는 출처 모를 기이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단순 간지러움이라며 치부하기엔 그 정도가 심히 비대하여 그것의 이름을 암컷은 도저히 정의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느꼈던 남근과는 스케일이나 경도에서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리라. 남녀간에 살이 부딪히며 나는 물소리가 꽤나 추잡스러웠다. 그것에 어렴풋 그려지는 모습이 짐승과 닮아서. 암컷이 느끼는 치욕스러움은 극에 달한다. 


어느덧 아델리오의 모양대로 수축과 팽창함을 반복하던 질내는 곧 유연히 그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비앙카가 느끼기에는 여전히 벅찼던 터라,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것에 절여진 채론 그저 케케묵은 교성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델리오의 힘에 못 이겨 마냥 앞으로 몸이 밀려나던 것이 하반신을 짓누르는 체중에 의해 저지됐다.  


“허리 더 쳐들어, 변기년아움츠려들잖아. 감사합니다, 맛이 어떻습니다. 어떻게 해주길 바란다... 아니, 애초에 무릎이라도 꿇고 부탁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 힉, 욱. 닥, 치라고... 했잖, 앗...”  


아델리오는 태어나 한 번도 남에게 고개를 숙여 본 적 없는 특유의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비앙카를 내려다 본다. 풋. 푸하핫푸하하하핫. 속으로 곱씹고 또 곱씹었다. 골백번을 비웃었고, 다시금 비웃었다. 하지만 겉으로도 심적으로도 이를 조그마하게 조차 티 내지 않았다. 상체를 세운다. 그리고 틀어지는 어깨에 힘이 실린다. 양손은 바닥에 디딘 채, 허리를 더욱 밀착시켰다. 팔로 체중을 분산시키고 코어 힘으로 버티는 것이 무릎, 팔꿈치의 아치에 비앙카를 완전히 가두어 버린다.  

아델리오의 체온이 제로거리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육봉은 만족을 모르고 조금 더, 조금 더 밀려 들어간다. 뿌리 끝까지 완강하게 밀어올릴 때면 매끈한 배, 살짝 볼록하게 솟게 만들자 그제서야 아델리오의 물건이 뿌리 끝까지 겨우 박힌 듯했다. 첨단은 생 질내를 위로 뚫고 올라가 안의 내장을 압박하고, 자궁을 찌부러뜨리는 것이 우악스레 제 크기에 맞춰 비앙카의 것을 넓히고자 시도했다. 

봉긋한 가슴이 조금 찐빵처럼 완만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쁘지 않은 크기와 모양새였다. 제 한 손에 전부 담기지 않을 젖가슴을 오른손으로 쥐어내고, 여성의 선단을 힘껏 비틀었다. 흔들림이 세차지자 잔뜩 부풀어 있는 젖가슴이 원을 그리며 출렁이며 흔들리는 것이, 고혹적이었다. 찰팍찰팍, 세차게 출납하자 아델리오의 고환이 비앙카의 치부에 털럭거렸다. 자지는 비앙카의 예민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분별없이 긁어내렸고, 유연하게 풀어졌으면서도 조여지는 감각은 비좁았다.  

슬림한 근육질의 복부는 자지의 모양대로 부풀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신체 구조라곤 조금도 신경쓰지 않은 거친 허릿짓에 비앙카의 뱃가죽이 튀어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안까지 제 자지 모양으로 변모하며,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휜 허리와 아델리오에게 의지하는 비앙카의 몸뚱이는 어떤 남성에게도 요염하게 다가오는 종류의 것이다. 우악스러운 기질이 돋보이는 강렬한 살갗의 마찰음에 호흡이 점차 가빠지는 것이 새삼 느껴질 정도였고, 천박하면서도 남이 듣기에는 낯간지러운 물소리가 찰지게 철퍽이며 교접부에서 터져 나왔다.  

비소를 흘렸다. 오른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리고, 비앙카의 시뻘겋게 물든 왼쪽 뺨을 향해 한차례 휘갈겼다. 찰싹, 찰지게 울리는 파찰음과 함께 아델리오는 허리를 굽혀 비앙카와 시선을 가까이했다. 비앙카의 뺨을 때린 아델리오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가녀린 목을 옭아매더니 손에 힘이 실렸다. 비앙카의 숨통을 우악스럽게 조인다. 볼이 터져 저도 모르게 핏물을 구내에 머금은지 얼마나 되었나. 입안이 바짝 마른 것을 보니 시간이 깨나 흘렀나 보다. 아니면 그저 긴장에 의한 생리학적 반응? 비앙카의 동요 없는 눈동자 안에는 무엇이 담긴 걸까. 여전히 혼란인가? 그렇다기엔 올곧다. 응시하는 대상이 확실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혼란한 치가 보일 눈빛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그래. 

분노.  


아니지, 어쩌면 그보다는 조금 더 착잡하고 끈덕진. 찡그린 것도, 그렇다고 마냥 편안한 것도 아닌 오묘한 낯을 아델리오에게 보이고 있었다. 천연덕스레 그녀의 탄탄한 갈색 몸선을 탐미하던 아델리오의 손길은 일말의 배려도 보이지 않고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바빴으나, 비앙카는 어쩐지 이제 그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보인다불그스름해진 낯빛이 알 수 없는 해소감을 띄우고 있었다. 간질이는 이 기분을 저는 형언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어느새 비앙카는 타의에는 허용한 적도 없던 육체로 아델리오와 놀아나는 중이었으므로, 혐오함을 당연시했으나 이젠 그것보다 조금 더  단순하고 달콤한 형태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남성기의 첨단이 안쪽을 들쑤실 때마다 여성은 예민하게도 반응을 해대었다. 아, 아아... ... 안 돼, 이렇게 되었다간... 본인 역시 느끼고 있었다. 위험하다. 가늘어 금방에라도 끊어질 듯 위태하다. 눈가의 아랫쪽에 잔류하던 것이 뺨 아래로 얼굴 외곽선을 따라 흘러 내렸다. 시야가 흐려졌다가, 이내 다시 선명해지는 것이 결코 미량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음을 제게 상기시켰다.  

단순 쾌락에 의한 것이라기엔 때가 이르다. 마음 속에 커다란 해일이 일어 자신을 침수 시켰다가, 그 위로 하나 둘 떠오르는 날 선 감정들의 편린들을 갈무리짓는 것에 능숙했다. 입을 다물고, 끊임없이 뜨거운 호흡을 내쉬었다.  


... 나는 여기서 죽지 않아.  


얼음장같던 몸은 달아올라 신열에 녹아내린 지 오래였다. 어금니를 꽈악 깨문다. 결심을 굳힌 듯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비앙카가 목전에 있는 아델리오를 노려보았다. 죽여야 한다. 죽여야만 한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점차 증폭되어 갔고, 불안하게 떨어 댔던 몸의 떨림이 차츰 안정되어 무인 특유의 규칙적 호흡으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일순, 비앙카가 재빨리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려 아델리오의 어깨에 올려두고서 힘을 주어 발로 그를 밀어냈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지는 일. 그러면서도 다른 한쪽 다리가 아델리오의 허리를 감싸더니, 곧 그의 몸이 뒤로 꼬꾸라졌다. 시야가 반전되며 끝이 휜 귀두에 내벽이 사방으로 긁히고 짓이겨졌다. 방심하고 있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그로선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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