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녕하세요.”

 어딘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채은의 앞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닌 웹캠과 마이크였다.

 모니터에 띄워진 낯선 인터페이스에 비치는 것은 얼굴의 절반을 가리도록 마스크를 쓴 채은 자신의 모습. 

 그 밑으로 조금 시선을 내리면 빨간색으로 점멸하는 숫자들이 있었다.

 현재 시청자 0명. 방송 중. 

 방제:첫 방송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지금 채은은 이른바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에 도전하고 있는 참이었다.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이건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그것도, 야한 쪽의 방송 말이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가볍게 자기소개랑, 그…자위를 할게요.”

 채은은 마음을 다잡고는, 요 며칠간 다른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익힌 멘트를 했다.

 그리곤 미리 생각해두었던 대로, 캠에 잘 보이도록 장난감 몇 개를 책상에 올렸다.

 “으….”

 아직 제대로 된 방송은 시작도 안 했는데, 어쩐지 뱃속 깊은 곳에서 묘한 감각이 오싹, 하고 밀려 올라왔다.

 채은은 낯선 감각에 가볍게 몸을 떨었다.

 자위는 평소에도 많이 했던 건데.

 일부러 장난감도 가벼운 것들로 준비했는데. 

 방송이라곤 해도 보는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태어나서 겪어본 적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내가 어쩌다 이런 짓을 하고 있는거람.’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친한 언니와 가진 술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채은은 한 가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자위가 예전 같지 않다, 라는 남에게 말 못 할 고민 말이다.

 불감증처럼 병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분명 확실하게 절정하고, 느끼긴 하는데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을 뿐.

 손으로 하는 건 물론이고, 평소 아끼고 애용하던 기구도, 실신할 만큼 자극적이라 자주 쓰지 않던 기구를 써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반찬이 문제인가 싶어 이제껏 모아뒀던 폴더를 전부 훑었음에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새로운 취향에 호기롭게 도전해보기도 했으나 실패했다.

 혼자서 끙끙 앓아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인터넷에 익명으로 질문도 해봤다.

 ‘2x 여자, 자위가 예전만큼 기분 좋지 않은데 뭐가 문제일까요. 진지한 답변만.’

 ㄴ연락 주시면 제가 문제 해결해드리겠습니다. 

 ㄴ40대 오빠 한 번 만나 볼래?

 ㄴ물 많음?

 괜히 화만 늘어났다.

 그쯤 되니 채은 스스로도 고작 자위 하나로 고민하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으,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사실 채은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사람은 쉽게 질리는 생물이니까.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여러 번 하면 질린다. 인생픽이라고 할만한 소설이나 영화도 여러 번 보면 다른 걸 찾기 마련이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소설이나 게임은 질리면 다른 걸 찾으면 그만이지만 자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성취향도 성감도 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인데 새로운 자극을 찾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해결책을 찾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요원하기만 했고, 욕구불만도 날이 갈수록 심해져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까지 오고야 말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참에 욕망에 충실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건실한 생활을 해보자 다짐하기도 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실패했지만….

 그런 차에 친한 언니인 유정과 여자끼리 술자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저 언니….”

 술도 제법 들어갔겠다, 안줏거리로 씹을 화제도 떨어졌겠다. 채은은 결국 유정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꺼냈다.

 “뭐? 요즘 딸치는 게 별로라고?”

 곧바로 후회했다.

 “언니, 제발! 여기 저희 말고도 손님 많은데… ! 목소리 좀 낮춰요.”

 “왜? 부끄러울 일도 아닌데 뭐. 여자는 자위 한다고 말도 못 한다니?”

 채은은 취기와 수치심에 삶은 토마토처럼 붉어진 얼굴로 연신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시간이 자정을 넘긴 탓인지, 다른 손님들은 이미 꽐라가 되어 이쪽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채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아저씨처럼 낄낄대는 유정에게 말했다.

 “언니 저 진짜 진지해요. 이거 때문에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잔다니까요?”

 “알았어, 알았어. 안 놀릴게.”

 유정은 앞에 놓인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되물었다.

 “그래서 네 생각엔 뭐가 문제인 것 같은데? 한참 고민했다며?”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기구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새로운 거요.”

 “남자를 만나는 건?”

 “어….”

 유정의 입에서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답이긴 했지만, 채은이 원하는 것과 가장 먼 답이기도 했다. 

 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직은 생각 없어요.”

 “답답하기는, 너 그러다 죽을 때까지 남자 못 만난다?”

 “그러는 언니도 애인 없잖아요.” 

 “흐흐, 내가 연애를 왜 해? 이게 있는데.”

 음흉하게 웃으며 채은의 가슴에 손을 뻗는 유정.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채은이 손을 쳐내자, 술 냄새가 가득 섞인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치, 좀 만지게 해주면 덧나나.”

 “말 돌리지 말고요, 다른 아이디어 없어요?”

 “그게 쉽게 나왔으면 니가 고민을 안 했…아.”

 유정의 입꼬리가 비틀리는 것을 보며, 채은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에 유정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의 말이었다.

 “방송을 해보는 건 어때?”

 “방송, 이요?”

 “그래, 보니까 요즘은 공부 방송이니 브이로그니 별걸 다 하더만.”

 채은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 방송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게임이나 요리, 고민상담같은 흔한 것부터 시작해서, 공부 방송, 강의 방송 심지어는…그런 쪽의 방송이 있다는 것도.

 그나저나 그게 지금 채은의 고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제가 무슨 방송을 해요?”

 “뭐긴 뭐야, 자위 방송이지.”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상상도 못 했던 대답에 채은의 입이 떡, 벌어지며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언니 미쳤어요?”

 “왜? 돈 벌고, 성욕도 채우고 일석이조 아냐.”

 “그게 몸 파는 거랑 무슨 차이에요!”

 “엄연히 다르지, 모니터 너머고. 손가락 하나 안 닿잖아? 까고 하는 거면 모를까 걔네는 니 얼굴도 모를걸?”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애초에 진짜 한들 보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냥 새로운 경험의 하나로 즐겨보라는 거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채은의 노골적인 반응에 유정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뭐 싫음 말구. 맘 편하게 나랑 한 번 자면 자위같은 건 생각도 못 하게 해줄 텐데 말야.”

 “꿈 깨요.”

 그렇게 그날의 고민 상담은 수확 없이 끝났다.

 허나 그날 이후로 채은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그때 유정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평생 마주칠 일도 없는 사람들이잖아.’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을걸.’

 ‘그냥 새로운 자극의 하나로 즐기는 거지.’

 그 끝에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그래, 어차피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딱 한 번. 

 딱 한 번만 해보자.

 그리하여 지금으로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자기소개에요.”

 몇 분가량의 자기소개가 끝났음에도, 방송에는 여전히 단 한 명의 시청자조차 없었다.

 분명 아무도 안 보는 것이 더 좋은 일일텐데, 한편으로는 어쩐지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 편 아닌가?’

 화면에 비친 채은의 모습은, 스스로가 보기에도 꽤 매력적이었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은 귀여운 인상, 배꼽이 드러난 티 위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슴. 골반 아래를 아슬하게 가린 돌핀 팬츠.

 이 정도면 나 좋다고 할 남자가 줄을 설 텐데…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만족을 못 했던 탓에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리라. 

 채은은 잡생각을 털어내려 고개를 흔들고는, 방송 진행을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장난감으로 눈을 돌렸다. 

 순서는 이미 머릿속에서 정해둔 상태였다. 처음은 가볍게 핑크색의 로터부터. 

 그렇게 로터를 향해 뻗어나가던 채은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정말, 이게 맞을까?’

 그만두려면 지금뿐일 텐데. 

 솔직하게, 당장이라도 그만두는 게 맞는 것같은데. 어쩐지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아니, 쓴 돈을 생각하면 이미 늦었지.’

 마이크며 캠이며 고작 이거 하나에 얼마를 태웠는데,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지. 

 그래야 실패하더라도 미련이 안 남을 테니까.

 채은은 그렇게 생각하며 행위가 화면에 제대로 담기도록 캠을 조금 내리고, 책상에서 살짝 거리를 벌렸다.

 “이 정도면 잘 보이겠지….”

 적당히 준비를 마친 채은이 모니터로 캠을 확인하자, 입에서 무심코 탄성이 흘러나왔다.

 “으아….”

 화면에는 채은의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군침으로 미끈해진 음부가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었다.

 ‘내게 이렇게 생겼었나?’

 거울로 몇 번 볼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자신은 어쩐지 이전보다 훨씬 더 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채은은 모니터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윽고 껍질 아래로 빼꼼 튀어나온 클리에 조심스레 로터를 가져다 댔다. 

 익숙한 싸구려 플라스틱의 냉기가 피부 너머로 느껴졌다. 채은은 평소와는 다르게 콩닥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조심스레 전원을 올린다.

 “힉?!”

 로터의 전원을 넣은 것과, 채은의 허리가 튀어오른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읏, 으응…! 뭐가…읏.”

 예상한 것과 다른 쾌락에 채은은 당황을 함께 느끼면서도, 그대로 로터를 꾸욱 눌렀다. 

 “흐으…윽!”

 채은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로터는 채은이 가진 기구 중에서도 얌전한 편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전희 용도로 쓰던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전희는커녕 참는 것조차 한계였다. 

 “아, 이거…으, 아?!”

 첫 절정이 찾아온 것은 고작 몇 분 만이었다. 

 배 안쪽이 꾸욱, 하고 조이는 느낌과 함께 귀엽게 구겨진 채은의 발가락이 바닥을 긁었다.

 가볍지만 요 몇 달 느꼈던 것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절정. 

 조금만, 조금만 더.

 이미 채은의 머리에서는 방송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로터를 쥔 손이 계속해서 움직였다.

 미끈거리는 액으로 윤활이 된 로터가 빙글빙글 돌며 계속해서 클리를 자극한다.

 마사지에도 쓰지 못할 가벼운 진동인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배 안쪽까지 울리는 기분이었다.

 “아, 으으으. 이거…좋앗…!”

 얼마 못 가 다시 절정의 파도가 채은의 몸을 덮쳤다. 

 “간다. 간다…! 아으…으으읏…!”

 아까보다 더 크고, 더 긴 파도. 채은은 도망칠 곳 없이 닥치는 쾌감에 몸을 비틀었다.

 “아?!”

 위기를 느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부드럽게 긴장이 풀린 채은의 구멍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뻗어 나와 로터를 적셨다.

 시오후키,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잠깐, 안 돼!”

 구름 위에 오른 것 같았던 채은의 정신이 한순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급한 대로 손으로 틀어막는다 한들,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손가락 틈 사이로 흐른 액체가 의자와 바닥을 한순간에 적셔나갔다.

 “아, 진짜…휴지, 휴지.”

 자리에서 일어난 채은이 급하게 휴지를 찾아 책상 위로 눈을 돌린 때였다.

 “아.”

 문득 모니터에 간 그녀의 시선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들어왔다. 

 현재 시청자 100명. 

 치타는웃고있다:첫뱅부터 자위라니 무친년무친년...

 강남실장:발가락 접히는 거 귀엽네ㅋ

 진짜20대:임자~분.수가 참으로 곱읍니다^^

 철새:오늘 첨인데 이 방 vip방도 있나요?

 .

 .

 .

 못 봤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채팅창은 이미 채은의 치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한창이었다.

 한순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은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아우아아아!!”

 쿠당탕!

 인터넷 성인향 방송 채널 나초TV의 전설적인 존재, VJ채은의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은 그렇게 끝났다. 

 아직도 나초 TV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잊을만하면 그녀의 이름이 올라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