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밟힌심연



0.

그녀는 선술집의 바에 기대 서서 솜씨 좋게도 맥주잔을 기울였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기사는..."


그녀는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다는 듯 대충 종업원의 시선을 피했다.


"혹시... 기분 나쁘셨나요? 그럼 어찌 부르면 될지..."

"....."


카밀리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제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신세인 그녀로서는 이렇다 할 만한 호칭을 꺼내 놓을 수 없었다.


한 때 전장을 달리던 기사라고 할 수도 없고, 이제와서는 그녀를 배신했던 귀족들이 두려워하는 복수귀라는 이름도, 혹은 그들이 자신을 다시 심연에 처넣기 위해 현상금과 함께 붙인 흑기사...


그래.


그 이름이 좋겠네.


"흑기사."

"네?"

"그리 부르면 됩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카밀리나는 낮게 웃으며 테이블 위에 술값을 내려놓은 뒤 바에 기대어 세워뒀던 클레이모어를 짊어졌다.


"그 이름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카밀리나가 주점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저기, 흑기사님!"

".....?"

"저어, 감사합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주점의 소녀와 눈이 마주쳤던 카밀리나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흔들어보이며 주점을 나섰다.


"후우..."


주점을 나선 카밀리나의 입에서 한숨과 함께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와 달빛 아래에서 흩어진다.


"걱정 마시길. 꼬마 아가씨."


카밀리나는 그녀는 산적들로부터 마을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몇 번이나 하던 순박한 여자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산 속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당신의 마을이 저로인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겁니다."


흑기사는 카밀리나의 머리칼과 클레이모어를 두고서 그녀를 모욕하기 위해 귀족들이 붙인 멸칭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의 흑기사라는 이름은 밤 하늘 아래에 녹아드는 그녀를 더 없이 적절하게 표현하는 이명이 되어 있었다.



1.

몬스터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가?


라고 한다면 학자와 신관 그리고 왕궁, 민간에 따라서 나오는 대답이 달랐다.


인류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온 인류에게 적대적인 생명체라는 이론도 있고, 신이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악행에 자정작용이 되도록 만들어낸 백신 혹은 인간의 죄를 묻기 위해 만든 생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왕국을 세운 건국왕이 봉인한 마왕의 힘이 봉인에서 새어나온다는 이야기도, 인간의 생활권을 탐내서 달에서 찾아온 다른 세계의 주민이라는 이론도 존재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카밀리나도 몬스터의 기원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다.


아는 것은 단 하나.


'좀비!'


좀비의 기원과 제거방법 뿐.


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클레이모어를 뽑아들며 거세게 휘둘렀다.


후웅!


제 키만한 대검을 한손으로 휘두름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는 조금도 죽지 않는다. 마치 수족이라도 부리는 것 같은 정밀함과 기민함.


숲속을 배회하던 좀비 셋이 일검에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며 바닥을 나뒹군다.


카밀리나는 자연스럽게 놈들의 머리를 걷어차 부숴버리며 전진했다.


스륵,


쿠구궁!


몇 번이나 격전을 거친 것 인지 낡아 빠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조각날 것 같은 위태로운 클레이모어가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밀한 호선에 걸렸던 나무들이 카밀리가 지나가고 나서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에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의다 온 모양이야.'


카밀리나는 대검을 수납하며 저 멀리 보이는 요새 근처를 흐르는 강변의 우물로 뛰어내렸다.


풍덩!


그녀는 우물 바닥의 벽을 짚고 매달려 바닥을 살폈다.


대부분의 요새가 그렇다.


애시당초 바위산에 만들어진 요새가 아니면 대부분의 요새는 수원을 끼고 만들어진다.


수원을 통해 침입을 해도, 수원에 오염물을 섞어도 불리해지는 것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일 이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전쟁이 항상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수원을 끼는 것 으로서 생기는 불리함보다 평소에 발생하는 운영자금의 절약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필요한 곳에 나가는 지출을 줄이고 제 사치와 향락에 더 많은 돈을 쓰기를 바라는 귀족의 지은 요새일수록 두드러지는 특성이었다.


그러므로.


'여기 있군.'


카밀리나는 우물 바닥 근처에 얼기설기 세워진 철봉들을 부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걸로 침입은 끝.'


마을의 주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추격대를 우려해 도망쳤다는 인식도 심어줬다.


흑기사라는 별명도 숨기지 않았다.


여성치곤 큰 키에 낡아빠진 클레이모어도 대놓고 보여줬으니 마을 주민들이 착각 할 우려도 없다.


일부러 요새 근처에 배치된 좀비를 쓰러트리고 자신이 왔었다는 흔적까지 남겼으니 이 주변을 지배하는 청동뱀 일가가 할 수 있는 생각은 둘 뿐 일테다.


하나는 자신들의 방비를 본 흑기사가 도망쳤다는 판단.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방비가 약해질 때 까지 흑기사가 영지 어딘가에 숨었으리라는 판단.


어느 쪽 이든 좋다.


그녀가 도망쳤다고 생각해 방비가 허술해진다면 복수가 편해질 것이고, 그녀가 어딘가에 숨었다는 판단을 했다면 청동뱀 일가의 기사와 가신들은 순식간에 지쳐갈테니까.


이제 남은 것은 이 성 안으로 향하는 수로에 숨어서 적당한 시간을 보낸 뒤 그들의 저택에 침입하는 것 뿐이다.


카밀리나는 우물 바닥에 가라앉았던 철봉들을 회수해 다시 세워놓은 뒤 수로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벽에 기대어 앉았다.


클레이모어를 풀어 어깨에 기댄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 이었다.


오랜시간동안 어둠은 카밀리나의 친구였다.


전장의 영웅이던 시절부터? 아니면 그 전 견습기사로서 전쟁에 참여했던 시절 부터인가?


아니, 귀족들의 배신으로 심연에 굴러떨어지고 지금까지 그녀의 삶들 모두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녀는 어둠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이 새햐얘질 정도의 두려움과 절망은 처절할 정도로 맛을 봤으므로, 귓가에 절망을 속삭이지만 정작 그녀를 해하지 못하는 어둠은 오히려 언제나 그녀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친구라고 봐도 될테다.


그렇기 때문에 카밀리나는 사자를 일으켜 첨병으로 쓰는 청동뱀 일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왕국이 인정하는 흑마법이라고?


허가받은 흑마법이니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 시체를 만든 것은 네놈들 아니더냐.


이미 수많은 전장과 사선을 넘나들며 싸워온 카밀리나는 누군가가 좀비라 말 하는 마법이 고작해야 특수한 마약와 조잡한 마법을 조합해 만들어낸 생물병기라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이다.


슬쩍 눈을 뜬 카밀리나의 눈에 귀기가 흘렀다.


언젠가는 그녀가 배신당한 이유도 모르고 그저 배신감에 몸을 떨던 시기가 있었다.


심연에서 살아돌아온 직후에도 그랬었다.


하지만 그 배신의 배후에 있는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수많은 사선속에서 살아남은 자신들의 영웅이 왕국의 치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면-


복수의 대상은 단순히 귀족이라는 선에서 끝날 수 없는 것이다.


그래.


좀비는 인간이 만든다.


섭취하는 것 만으로도 인간을 향한 공격성을 띄게 되는 마약과 섭취하는 순간 특정한 조건을 충족한 사람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하는 마법의 약물. 그리고 침샘에서 침 대신 특정한 약물을 계속해서 정제하게 만드는 약물을 조합해 만들어낸다.


사악한 비술이다.


왕국은 사악한 비술을 숨기고 있다.


수 년간 귀족들의 견제속에서도 살아남으며 그녀 자신만의 복수를 이어왔던 카밀리나는 그런 왕국의 치부를 알고 있었으며, 이 청동뱀 일가야말로 그런 비술의 명가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자작가이며 이렇다할 특산품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동뱀 일가가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이유는 왕국의 비술에 쓰이는 이 약품을 만들어낼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복수는 카밀리나의 진짜 복수를 완성하기 위한 시발점이다.


왕국을 무너트린 도화선의 시작.


그러니 이 어둠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 어둠속이기에 즐겁게 기다릴 수 있다.


사냥감이 방심하고, 약해져서, 제 목덜미를 드러낼 때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테다.


어리석은 돼지들은 공포에 질렸다가도 잠깐만 몸이 편해지면 삽시간에 긴장을 풀어버리는 법 이니까.


이 곳에서 버티는 것도 간단했다.


오랜시간 심연에서 배회해온 그녀에게 있어서 스스로 가사상태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간단한 일 이었으니까.


카밀리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눈을 뜬 것을 그로부터 5일이 지난 후 였다.



2.

카밀리나는 수로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가끔 그런 녀석들이 있다.


발작적일 수준으로 침입에 방비하는 놈들.


요새의 출입은 병신같이 해 뒀지만 정작 자신들의 저택 인근에는 마법적인 처리까지 해대며 침입에 방비하는 놈들.


물론 그 방비라는 것의 수준은 대단할 것 까지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껏해야 침입자의 움직임에 반응해 주인에게 알리는 정도.


사교회에서 '제 저택은 이렇게나 대단한 수준의 방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라며 자랑하기 위한.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은 특정한 높이 이상의 물체가 지나갔을 때나 반응하는 정도다.


결국 쥐새끼나 하수도에는 흔히 발생하는 슬라임 따위의 몬스터들에게 반응하게 된다면 하루종일 담당자가 알람에 시달리게 될 테니 지금의 카밀리나처럼 하수도의 바닥을 기어서 침입한다면 손쉽게 파훼할 수 있었다.


물론 마찬가지로 쥐새끼나 슬라임의 공격을 걱정해야할테지만 한 때 전쟁영웅이라고까지 불렸던 사람에게 있어서 슬라임이나 시궁쥐따위는 굳이 칼을 빼들 필요도 없는 저급한 마물에 불과한 것이다.


왕국과 귀족은 자신들의 전쟁영웅이 스스로에게 칼을 겨눌까 두려워 배반한 끝에 괴물을 낳고 말았다.


도망자이자 괴물.


이젠 왕국에 칼끝을 겨눈 용병이나 암살단에게서까지 그 기술을 전수받은 흑기사.


어떤 의미에선 왕국의 최대 위협일지도 모르는.


그렇기에 괴물. 그렇기 때문에 몬스터.


카밀리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수도에 설치된 마법까지 돌파하여 청동뱀 일가의 저택 지하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3.

위치까지는 특정할 수 없어도 일정 거리 내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가정할 때 가장 손쉽게 침입자를 배제하는 방법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하나하나 배제하는 것.


그 끝에 자신의 동료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제거되었다고 판단된다면 안전을 확신할 수 있다.


청동뱀 일가가 행한 행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카밀리나의 흔적을 발견한 즉시 영지 인근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숫자를 체크하고 줄여나갔다.


방법도 심플했다.


자작가라고는 하지만 귀족인 그들에게는 충실한 기사단이 있었고, 자신들의 비약을 칼날에 묻히고 인근의 마을을 학살하는 것 쯤은 아주 간단한 일 이었으니까.


좀비가 된 주민들은 모두가 청동뱀 일가를 수호하는 충실한 방패가 되었고, 살아남은 이 들은 저택 인근의 교수대에 차례차례 매달렸다.


그게 이유였다.


수로에서 빠져나와 청동뱀 일가의 저택에 침입한 카밀리나가 수많은 좀비를 상대해야만 했던 이유.


크나큰 실수였다.


애시당초 청동뱀일가가 왕국의 비술에 사용되는 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비술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은 것은.


-그어어어...

-그으으으...

-어어어어...


카밀리나는 이를 악물고 대검을 빼들었다.


좀비가 마법적인 약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사실 카밀리나쯤 되는 검호에게 이렇다할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것은 좀비가 아니다.


불어날대로 불어난 좀비에 의해서 시간이 빼앗기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위험한 일 이었으며, 청동뱀 일가 또한 그것을 알고 좀비를 자신들의 저택에 채워넣은 것 일테다.


"흐으으읍....!"


카밀리나의 대검이 긴 호선을 그린다.


그 궤적에 걸린 좀비들이 저택의 벽과 함께 몇이나 두동강이 나버린다.


하지만 남아있는 좀비들에 비하면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을 나뒹구는 고깃덩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꺼운듯 한 때 자신들의 동료였을 시체를 향해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물어뜯기 시작한다.


카밀리나가 이를 악물었다.


며칠 전 방문했던 마을이 떠올랐다.


선한 사람들.


왼팔에 하얀 두건을 매고 자신에게 맥주를 가져다주던 여자아이가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하얀 두건을 왼팔에 매고 요리에 열중하던 산적같은 인상의 주방장도 떠올랐다.


두동강이 난 좀비의 사체를 씹는 좀비의 왼팔에는 피로 얼룩덜룩해진 두건이 매어져 있었다.


사실 좀비는 그다지 위협적인 괴물이 아니다.


개체 마다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느려터졌고, 내구성도 약하다.


좀비가 된지 시간이 좀 지난 개체는 종종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놈도 있을 정도.


이상할 정도로 강한 악력을 제외한다면 좀비에게 위협을 느낄 일은 딱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좀비가 껄끄러운 괴물인 이유는 숫자가 많거나 전염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간이었다는 것.


그리고 놈들은 죽은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 괴물이 된다는 것.


죽은 이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정을 쌓은 누군가는 결국 괴물이 된 동료를 버리지 못하고 함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것이다.


때때로 이미 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감정을 무기삼는 것.


그것이 바로 좀비가 두려운 괴물인 이유다.


그것은 카밀리나도 마찬가지였다.


고작해야 짧은 시간.


관계마저도 산적들에게 공격당하는 산골마을의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구해준것 뿐.


거기서 조금 더한다면 줄 보상이 없어 시원한 맥주 한잔을 건네받은 것.


그것 뿐인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녀를 쫓아온 모두가 인정하는 '착해빠진 인간'인 카밀리나는 눈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건 괴물이다.'


그렇기에 좀비를 베어 넘기는 것에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아아아악!!! 아빠!!! 언니!!!"


그녀의 칼날에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날아가버리는 좀비의 사체를 보며 비명을 지르는 저 성벽에 매달린 소녀의 비명에는 카밀리나마저도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그것 뿐 이었다.


"걸렸군."


나른한 누군가의 목소리.


"흑기사도 별거 아닌 모양이야."


그리고 장난기 어린 소년의 비웃음과 함께


픽! 하고 실 끊긴 장난감처럼 카밀리나의 의식이 흐려진다.


"도망...쳐..."


쇠로 된 주사기를 손에 든 소년이 카밀리나의 그림자 아래에서 솟아올랐다.


의식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카밀리나는 한손으로 든 클레이모어를 힘껏 집어던졌다.


쒜애애애액!! 하고 파공성을 내며 날아간 대검은 그대로 성벽에 매달린 소녀를 묶고있던 쇠사슬을 박살내고 벽에 틀어박혔다.


"꺄아아악!?"



4.

그것은 괴물이었다.


비웃음과 함께 심연에 버려졌던.


한 때 왕국의 영웅이라고 불렸으나, 그 허울뿐인 이름 아래에 이용만 당하던 도구.


그녀가 배신당할 때 아무도 심연에 버려진 기사가 제 발로 살아돌아와 복수극을 벌이리라는 상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밀리나는 정말로 심연에서 살아돌아왔고, 자신을 배신한 귀족들을 제 손으로 쳐죽이는 복수극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괴물이었다.


수많은 전장을 헤쳐나오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은 적 없는 영웅이 그 칼끝을 자신들을 향해 돌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공포를, 귀족들은 몸소 체험해야만 했다.


고작해야 3년 남짓한 시간만에 카밀리나는 그녀를 배신했거나 그에 가담한 귀족 중 절반 이상을 쓸어버렸으며, 그 복수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었다.


청동뱀일가가 자신들의 본가와 영지까지 제물삼아가며 카밀리나를 잡기위한 함정을 파게 된 것은 그런 이유였다.


곧 있으면 그들이 타겟이 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잘나가는 청동뱀 일가라고 해도 카밀리나의 칼끝에 시뻘건 이슬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흐흐,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잡다니.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카밀리나가 정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 정이 많은 성격인 카밀리나가 우연히 산적들에게 습격당하는 마을을 돕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청동뱀 일가에 소속된 정찰대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카밀리나는 정말로 청동뱀 일가마저도 멸망시키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흑마법을 다루는 귀족가에게 있어서 착해빠진 기사 하나를 제압하는 것은 이다지도 간단한 일 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집어던진 대검이 성벽을 두쪽낸 것은 두렵기 그지 없었지만...


남자는 카밀리나가 전력을 다해 집어던진 대검에 의해 두쪽난 성벽을 보며 몸을 떨었다.


'정말로 운이 좋았어.'


거대 몬스터를 포획할 때나 사용하는 수면제를 잔뜩 주입당했는데도 이 만큼이나 버티고 성벽까지 두동강내다니.


괴물은 괴물이다.


그는 정신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대검을 집어던진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카밀리나를 보며 소리쳤다.


"여봐라! 병사들은 어디있느냐!"


병사를 찾았고, 그들을 이용해 정신을 잃은 카밀리나를 저택의 지하실로 옮겼다.


"너희들은 이제 영지 내에 흘러넘치는 좀비를 처리하도록."

"넵!"


지하로 옮겨지는 카밀리나를 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흑기사와 협상을 하고 그녀의 협조를 얻어내겠다."


귀족은 자신의 영지에 사는 영민들을 징발하고 병력으로 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영민도 인간이었으니까.


지휘권을 가진 귀족의 지시가 있다면 움직이지만, 그것이 영웅적인 존재를 죽이거나 포획하는 등의 목적이라면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를 붙인다면, 어리석은 민중을 조종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정말로 좀비를 우리가문이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하긴, 흑마법이라는 것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왕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비법이니까.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지하실로 향했다.


'자, 그러면 우리 고결한 흑기사님을 조교해볼까.'


뱀처럼 혀를 내밀어 입가를 핥았다.



5.

기분 나쁜 음기와 칙칙한 이끼 냄새를 이정표삼아 잠들었던 의식이 부상한다.


"윽..."


머리 뒤편이 아프다.


정신에 관여되는 약물에 중독되었다가 깨어날 때 느꼈던 그 통증이다.


언젠가 공국에 포로로 잡혀 모진 고문을 받은 적 있는 카밀리나는 이 고통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괴물을 잡을 때나 사용한다는 마취약에 당하면 이런 고통을 느낀다던데..'


저 넓은 대수림의 괴물들을 포획할 때 사용한다는 약물을 희석해서 만든 약품에 당하면 딱 이런 상태가 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도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두 팔은 쇠사슬에 의해 위로 묶여있었고, 클레이모어는 사라져 있었다.


물론 두 팔이 봉해진 상태에서 대검이 있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겠지만...


칙칙한 회색의 돌로 만들어진 감옥의 벽 높은 곳에는 이 감옥이 반지하 아래에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저택의 정원이 보였다.


카밀리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익히 알고 있는 정원. 청동뱀 일가의 지하감옥이다.


저 특이하기 짝이 없는 뱀 석상이 늘어진 곳은 카밀리나가 아는 한 청동뱀 일가의 저택과 그들이 세운 시설 뿐이다.


그리고 정원과 석상이 세워진 곳은 저택과 감옥 뿐이며, 여섯개의 뱀은 감옥의 출입구라는 사실을 카밀리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렇군. 잡힌건가.'


잡힌거다.


그렇게 확신하는 순간 몽롱함과 두통속에 묻혀있던 마지막 기억이 불쑥 솟아올랐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성벽에 내걸린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대검을 던졌다.


자신의 뒤를 찌른 금속질의 주사기를 든 소년의 얼굴도 떠올랐다.


거기까지 떠올리고 기억을 정리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는 언제나 귀족들에 대한 복수심을 등불삼아 길을 찾고 있었지만 개인의 힘으로 귀족들을 모조리 쳐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카밀리나는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이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 형태는 어떻게 생각해도 긍정적인 미래는 아니리라는 사실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고 있었다.


절그럭,


그녀의 체중을 지탱하는 쇠사슬이 불편하다.


높은 쇠사슬에 매달리다시피 묶여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끼이이익-


감옥의 문이 열린 것은 그 쯤 이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반지하에 고이기 쉬운 습기 때문인지 기분나쁜 마찰음과 함께 열린 감옥문의 너머에는 카밀리나의 마지막 기억속에서 그녀에게 주사기를 찌른 소년이 서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귀족적인 복장.


평범한 민초들은 꿈에서나 입어볼법한 코트. 청동뱀일가의 문장을 가슴팍에 새긴 소년은 탁한 녹색의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두꺼운 알의 무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름을 밝혀야 할까요?"

"앞으로 오래 봐야 할텐데. 일단 이름이라도 알아야 정이 생기든 말든 하지 않겠나?"


소년은 카밀리나의 대답에 키득키득 웃었다.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당연하잖아. 아직도 날 죽이지 않았으니까."

"고작 그것 뿐?"


소년은 안경을 고쳐썼다.


"그 비싼 약을 사용하고 본인이 직접 나선다는 리스크까지 짊어져가면서 나를 포획했는데 그냥 죽일 이유는 없잖아? 게다가 굳이 아직도 죽이지 않았다는건 뭔가 내게 바라는게 있다는 뜻 이겠지."

"영리하시군요."


그는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으니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흑기사님."

"호오, 왕국을 어지럽힌 대죄인에게 무려 존대까지 해주는건가?"

"한 때는 저도 당신을 존경했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가 되길 바라므로..."


카밀리나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소년은 말 했다.


"카츠라기입니다. 동북쪽의 저 먼 섬에 있는 자그마한 나라에서 태어났죠."

"그런데 청동뱀 일가의 양자가 되었나?"

"알고 계시는군요?"

"가슴의 그 문장. 한개의 매듭이 있다는건 가주 바로 다음의 권력자라는 뜻 이잖아. 그리고 지금 청동뱀 일가에 후세를 이을 남자아이는 태어나지 않았으니 양자겠지."

"조사가 상세하시네요."


카밀리나는 웃었다.


"유능한 암살자들과 친해서."


카츠라기는 감옥의 구석에 있던 나무의자를 가져와 걸터앉으며 물었다.


"뭐 영민하신 분 이시니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하죠. 저희와 손을 잡으시죠, 흑기사님."

"흥."


카밀리나는 콧방귀를 끼었다.


"뭐 그렇게 반응하실거라는 것 쯤은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카츠라기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야 고결한 기사 아니겠어요."


딱-


그리곤 손가락을 튕기는 것 이었다.


찌릿!


"크윽!?"


카밀리나의 두 팔을 구속하던 쇠사슬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두 손을 묶고있던 쇠사슬 안에서 뾰족한 것이 삐져나와 그녀의 손목을 찔렀다.


"예전에는 단순히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손목에 구멍을 내서 체중으로 손목을 잘라버리는 고문도구였다더군요.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하고 손이 없는 당신은 이렇다할 의미가 없으니까요."


카츠라기는 씩- 웃었다.


"평범한 마약입니다. 여러가지로 좋은 효과를 가진."


카밀리나의 동공이 흐려진 것은 그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 이었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6.

카밀리나는 눈을 떴다.


'여긴...'


손목이 자유롭다. 무언가로 찔렸던 기억이 있어 두손목을 살폈지만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침대에서 눈을 떳다는 사실에 당황한 카밀리나는 닫혀있는 방문을 향해 달려갔다.


덜걱! 덜걱! 덜걱!


방문은 있었다.


문고리도 돌아갔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문이 뭔가 걸리거나 잠겨서 열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아예 문이 아니라 벽에 손잡이만 달려있는 것 같은 감각.


그 사실에 이상함을 느낀 카밀리나는 뒤늦게 자신이 눈을 뜬 침대를 돌아보았다.


이상할정도로 익숙한 침대였다.


익숙한 방 이었다.


그녀는 이 방이 자신이 어릴적 살던 방 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마법?"

"네 마법입니다."


어느틈인가 그녀의 옆에 선 카츠라기가 낮게 웃었다.


"탈출 방법은 간단해요. 언제든지 진심으로 제게 협력할 마음을 담아서, 저를 부르시면 됩니다."

"하? 차라리 자살하면 하지 너에게 협력따위는..."

"그럴수도 있죠. 전설속에나 나올법한 영웅적인 인물이라면."


거기까지 말 한 카츠라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전 아직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군요."


그가 남긴 말도 천천히 흐려지며 허공에 흩어졌다.


"하, 뭘 어쩌라는건지."


고작해야 좁은 방에 혼자 가둬둔다고 해서 뭔가 될리가 없다.


이런 좁아터진 감옥에 가둬놓고 나가고 싶게 만들어야만...


"읏!?"


카밀리나는 순간 자신의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각에 당황스러워하며 주변을 살폈다.


당연하지만 이 좁은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천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감각에 눈 앞이 흐려짐을 느꼈다.


'독? 아니야. 이건...'


미약?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카밀리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우습지도 않는 일 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를 어떻게 해 보려는 인물은 이미 전장에서 몇 번이고 만나봤다.


단순히 힘으로 제압하려는 녀석들이 있는가하면 미약을 사용해가며 그녀를 제압하려는 놈들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카밀리나는 오히려 그들의 성기를 잘라버리거나 팔다리를 잘라 개의 먹이로 던져주는 복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할 때는 자위하는 것 으로 미약을 배출해내는 일도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하면 된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리한다면, 이런 공격따윈 아무 의미가 없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남자가 나타났다.


2미터에 가까운 거구의 남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련된 근육으로 카밀리나를 붙잡아 밀어 넘어트렸다.


그리고 거친 손놀림으로 그녀의 방어구를 벗기고 옷을 찢어발겼다.


찍, 찍, 찌이익! 부와아악!


금속이 섞여있든 진귀한 괴물의 가죽이 섞여있든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무, 무슨!?"


카밀리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밀쳐내려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강한 그의 완력은 그녀의 저항을 아무렇지도 않게 뿌리쳐버렸다.


아니, 내가 약해진거야.


이 수수께끼의 공간안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카밀리나는 회색의 안개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깐 꿈틀하며 모습을 드러내기만 했을 뿐 삽시간에 사라져버린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카밀리나의 입 안에 손을 집어넣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혀를 잡아당겼다.


"으, 으읏!? 머 아는 ㄱ..."


그리곤 자연스럽게 그녀와 입을 맞췄다.


카밀리나는 우왁스러운 남자의 행태에 무언가 저항을 하려 했으나, 거친 움직임으로 그녀를 제압한 남자는 이미 한 손으로는 카밀리나의 두 손을 제압한채로 그녀의 입에서 호흡을 빼앗고 있었다.


'으, 으읍...! 숨이...!'


숨을 빼앗으니 삽시간에 정신이 몽롱해진다.


하지만 남자는 큰 덩치만큼이나 폐활량도 압권인 것인지 아니면 카밀리나의 호흡을 빼앗았기 때문인지 숨이라곤 조금도 거칠어지지 않은 모양새였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그는 미약과 빼앗긴 호흡에 발그레진 얼굴의 카밀리나를 보며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족히 30cm.


평범한 사람으로는 꿈이나 꿀 법한 사이즈다.


카밀리나는 숨을 삼켰다.


미약 덕분에 몸은 달아오른 상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런 큰 물건은 아무렇게나 넣는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카밀리나의 보지는 넓지 않았다.


남자는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카밀리나의 보지를 자지로 잠시 비빈 끝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지를 밀어넣는 것 이었다.


으직, 으직, 으직, 하고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은 보지가 어렵사리 그의 자지를 받아낸다.


경직된 근육이 강제로 풀리며 일어나는 통증이 머릿속에서도 일어나 카밀리나는 몸살이라도 앓는 것 처럼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크, 으으, 윽...! 으윽...! 처, 천천히...!"


남자는 카밀리나의 요구는 받아들일 생각따윈 없는 것 같았다.


여자라는 생명체는 그냥 자신의 씨받이 혹은 성욕해결을 위한 도구라도 된다는양 그녀의 의사따윈 무시한 채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크윽, 흑! 윽, 으윽..!"


퍽! 퍽! 퍽! 퍽!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은, 애무조차 없는 거친 섹스는 카밀리나에게 있어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 애시당초 고문이었지.


이런 수수께끼의 방에 가둬놓고 제대로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하는.


심지어 여자에게의 배려나 애무따윈 하나도 없는 피스톤질은 섹스로 인한 흥분이나 쾌감보다는 통증만이 가득한 일 이어서, 카밀리나의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성만이 흘러나오는 것 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허리 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카밀리나의 보지 안에 정액을 싸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뷰릇, 뷰릇,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찢어지는 격통에 억지로 신음을 참던 카밀리나가 자지를 빼내는 남자를 올려보며 눈물을 흘렸다.


주륵, 하고 보지 사이로 그가 쏟아낸 정액이 흘러내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처녀를 빼앗겼기 때문에 생기는 분함?


아니면 이 남자를 죽이고 말겠다는 증오심?


아니.


그런게 아니다.


이 남자가 이제 만족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실제로 이 남자의 성기는 아직도 팔팔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으므로, 카츠라기의 말마따나 카밀리나는 굴복할 때 까지 이 남자에게 강간당할수도 있는 것 이다.


카밀리나가 입술을 깨무는 순간이었다.


"흣!?"


다시금 그녀의 아랫배에서 찌릿! 하고 무언가가 타고 오른다.


아랫배에서 시작해 척추를 타고 솟아오른 감각이 전신에 퍼져나가는 순간 카밀리나는 불안한 예감을 느꼈다.


'처음보다... 강해?'


처음보다 더 강한 미약이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어느순간인가 자신의 질에서 애액이 분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흑...!"


피부가 짜릿, 하고 울린다.


아직도 껄떡대는 자지의 남자가 다시 카밀리나에게 다가왔다.


카밀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윽!?"


그녀의 가슴을 장난감이라도 되는 양 움켜잡은 남자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허리의 움직임만으로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넣으려는 움직임이었다.


카밀리나는 입술을 깨물며 다리를 좁혔으나, 남자는 귀찮다는듯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자지를 보지에 끼워넣는 것 이었다.


"흐윽..!"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이미 한번의 강간에 가까운 거친 섹스 때문인지 몸이 풀렸다는 것.


그리고 질에서 애액이 분비되고 있어서 그의 거친 섹스에도 크게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 이었다.


"흐읏...!"


반대로 통증이 적어진 만큼 섹스에 의한 쾌감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어서, 카밀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대의 이불을 움켜쥐고 쾌감에 의한 신음을 참아야만 했다.


찔꺽, 찔꺽, 찔꺽..!


"흐읏... 흑..! 윽...!"


눈을 질끈 감은 카밀리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남자가 허리를 놀릴 때 마다 보지에서 음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의 몸에서 살과 살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음란한 소리에 카밀리나는 혼란을 느꼈다.


거기에 남자가 허리를 쳐 올릴 때 마다,


퍽! 퍽! 퍽! 퍽!


'큭...'


"히긋!? 흑...! 히야악!?"


찡, 찡, 하고 자궁에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감각에,


"히이이익!!"


카밀리나는 끝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발가락이 제멋대로 접히고, 남자의 우악스러운 힘에 억지로 벌려졌던 다리가 다시 제멋대로 좁혀지며 두 다리고 남자의 허리에 매달린다.


이불보를 움켜쥐었던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팡! 팡! 팡! 팡!


"으흑...! 하, 악..! 히이익...!"


카밀리나는 이를 악물었다.


보지로부터 솟아오르는 쾌감에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 사실이 비참할 정도로 고통스러워서, 그녀는 슬픔과 쾌락에 비명을 지르고 마는 것 이었다.


"......"


퍼- 억!


뷰릇, 뷰르르륵...!


"끼야아아악!!!"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허리를 쳐올려 깊숙한 곳 까지 자지를 박아넣은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정액을 쏟아냈다.


질 안을 넘어 자궁 안 까지 정액이 차오르는 감각.


그 기묘한 쾌감에 카밀리나는 비명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아직도 아슬아슬하게 절정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미묘하게 부족해서, 가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번에도 그저 자지를 카밀리나의 보지에서 뽑은 뒤 숨을 고르는 것 이었다.


뾱! 하고 닫혀있던 마개에서 뚜껑을 뽑아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자지가 뽑혀나오자 아까보다 더 많은 정액이 침대위에 늘어진 카밀리나의 보지에서 질질 흘러나왔다.


찌릿!


"흣...!"


카밀리나는 이번에도 아랫배.


아니, 보지 안에서 찌릿! 하고 솟아오르는 감각에 찔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 이... 한번... 더....?'


전신이 달아올랐다.


숨이 가빠지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무언가를, 무언가를... 원하는데...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눈 앞에 팔짱을 끼고 선 남자를 보니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어서-


그래서-


"해... 줘..."


하지만 남자는 어디선가 나타난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주저앉아버리는 것 이었다.


어느새인가 전장의 병사들이나 입을법한 두터운 가죽바지를 입은 남자는 그저 팔짱을 낀 채 침묵했다.


"제발...!"


남자는 카밀리나의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에도 목석처럼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나를...."


카밀리나는 비명을 질렀다.


강간, 해줘...!





저는 보통 비공개로 진행하는데

이분은 공개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럼 얌전히 샘플용으로 또 올려버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