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망가질 캐릭터는... 타치바나 카렌 입니다!

커미션주 분의 오리지널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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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끼이익..!


칠흑같이 깜깜한 밤, 어느 커다란 폐공장.

아무도 없이 어두운 공장 창고의 감춰진 트랩도어가 살며시 열리더니,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약간 앳된 얼굴에 가녀린 몸, 그러나 자세히 본다면, 고된 훈련들로 잔근육들이 탄탄하게 잡혀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우..."


마치 운동선수가 마음을 다잡듯, 심호흡을 하며 올라온 그녀. 

검보랏빛으로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몸에 착 달라붙는, 특수 잠행복을 입은 그녀는 발소리는 커녕 치마폭이 펄럭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트랩도어 바깥으로 나왔다.

그녀의 몸매를 드러내는 레오타드 아래로, 그녀가 사뿐 내려앉으며 잠시 올라간 치맛자락은 마치 무도회에 초대받은 공주기사님 같아 보이도록 하기도 했지만, 그 밑으로 그녀가 사용하는 서슬퍼런 날붙이들과 냉병기가 보이며 그녀가 진짜 프로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암막으로 가려진 공장 창문으로 빗겨 들어오는 약한 달빛이 그녀의 짧은 은발에 닿으며 산산히 부서지고, 빛나는 듯한 보랏빛 눈은 마치 숲 속에 숨어있는 한 마리 맹수와 같은 안광을 뿜어 내었다.


"진입 완료."


[스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니 긴장을 늦추시면 안되요!]


짤막하게 자신이 공장이 진입했다는 걸 알리는 그녀의 귀로 스톰이라는, 그만큼 날렵하고 빠른 자신을 가리키는 콜 사인이 들려왔다.

그녀의 이름은 타치바나 카렌. 일본에서 명맥을 겨우 이어오던 닌자 일족의 후예로, 어릴 때 부터 훈련을 받아 쿠노이치로써 잠입 및 첩보, 암살이 특기였다.

자신의 일족이 말살당할 때 목숨만 건져 한국으로 밀입국한 그녀는 자신의 특기를 살리기 위해 플로렌스라는 국제 첩보기관에 들어갔고, FS7이라는 팀의 구성원 중 하나로써 범죄 조직들이 뭉쳐 만들어진 신디케이트에 대항하기 위한 여러 임무를 맡아왔다.

오늘 임무 또한 그런 종류로, 신디케이트의 마약 생산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폐공장으로 잠입한 것이다.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오퍼레이터 하람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공장 내부를 둘러보는 카렌.

일반인이라면 달빛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어둠 속에서 시각 외에도 다른 감각들로 사물을 인지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훈련해왔던 카렌에게 이 정도는 훤한 대낮이나 다름없었다.


[어라..? 내부에는 따로 경비원이 없는 것 같아요.]


"..."


[앗.. 대신 레이저 투사기를 이용한 침입자 감지장치가 있는 것 같으니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위치는... 전방 왼쪽 5m 위에 셋, 후방 오른쪽 1m 뒤에 하나...]


"...그래.."


'이미 내가 인지하고 빠져나간 걸 굳이 다시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하람의 브리핑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답하며 능숙하게 감지용 레이저들을 빠져나가는 카렌이었지만, 속으로 오퍼레이터로써는 아직 미숙한 하람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는 그녀였다.  

그렇게 감시 장치들을 전부 피해간 카렌은 공장의 최심부에 있는 연구실까지 진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없는 인기척.


'음.. 이상한데..? 여기가 마약 생산의 본거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인기척이 없다니.. 족히 몇 달은 방치된 것 같은 느낌...'


"아무래도 이상..."


달각, 달각...!


카렌이 본능적인 감각으로 수상함을 느끼고 하람에게 보고하려는 순간, 연구실 구석에서 들려오는, 무언가가 철창을 흔드는 듯한 소리.

혹독한 수련과 플로렌스의 강화 혈청으로 인해 청각이 일반인보다 몇십 배는 극대화된 카렌에게도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 연구실 내에도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구석에 배치된 캐비넷과 잔뜩 쌓인 잡동사니들을 살살 치워내자 보이는, 비밀 공간 속에 들어가 있는 작은 케이지.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마르고 야윈 손. 

생각치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카렌은 처음으로 하람의 콜 사인을 부르며 말했다.


"볼트, 인질을 찾았어."


[넷..? 이.. 인질이요? 분명.. 생산 공장으로만 생각했는데.. 인질이라니...]


"일단 그렇게 됐으니, 구해서 데려갈게."


[아앗... 혼자서 가셨는데, 인질까지 데리고 같이 빠져나오실 수 있나요..? 아아... 인질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하지..? 메뉴얼이...]


"침착해.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자고."


그저 실험 자료나 문서들 정도가 있겠거니 생각했던 상황과 전혀 달라 당황하는 하람을 진정시키며, 카렌이 케이지 앞으로 다가갔다.

그 안에는 깡마른 모습으로 보이는 소녀가, 손과 발, 그리고 입까지 전부 구속당한 채로 추욱 늘어져 있었다.

카렌을 봤음에도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초점없는 눈으로 힘없이 카렌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을 봤을 때, 족히 며칠, 아니, 몇 주는 방치된 것 같아 보였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역시 신디케이트 같은 범죄 조직들은 모두 말살해버려야 해.'


"금방 구해줄테니, 걱정하지 마."


이전에 신디케이트에 의해 조작당한 사건으로 인해 일본 정부에 반동분자로 몰려 몰살당하던 자신의 일족들이 떠오르며 그녀의 속은 분노로 차올랐지만, 그 복잡한 감정들은 전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무표정에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카렌의 차가운 목소리. 

그러나 이 사람이라면 자신을 구해줄거라는 확신이 든 것인지, 인질은 의외로 고분고분 카렌의 말에 따라 조용히 케이지 구석에 몸을 뉘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카렌이 특수 제작되어 강철 정도는 두부 자르듯 두동강 낼 수 있는 자신의 카타나를 꺼내들어 케이지를 박살내버리려는 찰나, 연구실의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저벅, 저벅...!


"볼트, 침입자다! 어서 공장 전체를 다시 스캔해야...!"


[네... 넵...!]


카렌은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치고 인질을 원래 있었던 것 처럼 잡동사니와 캐비넷 사이에 숨기며 말했다.


"꼭.. 구해줄테니.. 걱정말고 여기 있어."  


끄덕끄덕..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익힌 카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인질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자, 인질은 알겠다는 듯 끄덕이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인질을 숨긴 뒤, 그녀는 다시금 하람에게 무전을 날렸다.


"볼트, 어떻게 됐어?"


[치익...! 스... ㅌ... 잘 들리지 않... 치이익!]


"쳇, 꼭 필요할때 하필... 내가 이래서 전자 기기들을 싫어한다니까.."


너무나도 깊은 산 속이어서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중계소가 망가진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덜컹, 콰앙!


"어라,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공장인데 말이야? 쥐새끼 한마리가 들어와 있네?"


"..."


'수신이 끊긴건.. 아무래도.. 이 녀석의 짓이겠지?'


문이 산산조각나며 우락부락한 괴한 하나가 들어왔다.

뇌마저 근육으로 이루어진 건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근육질인 남성은, 양 손에 쥐고 있던 기관총을 탁탁거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거 참, 상대가 말을 하면 무안하지 않게 대답이라도 해달라고.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하자고 전파 교란 좀 해놨더니, 그래도 꿀 먹은 벙어리잖아?"


"...넌 누구지?"


"뭐긴 뭐겠어, 플로렌스의 개새끼인 너한테 원한이 많은, 신디케이트 소속 사냥꾼 레이븐이지!"


드르르륵!


자신을 신디케이트의 플로렌스 사냥꾼이라고 밝히며 기습 사격을 가하는 레이븐.

양 손의 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총알들이 카렌에게 날아갔지만, 이미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던 카렌은, 그가 방아쇠에 손을 얹는 것을 보고 가볍게 피해버렸다.


타다다당!


'역시 기관총인가..? 굉장한 화력이다.. 아무리 강화 혈청이 있다지만, 저걸 직통으로 맞았다가는 온 몸이 벌집이 되겠어... 그렇다면 일단 접근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만들어야 겠군.'


벽 쪽에 붙어서,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자리의 바닥과 캐비넷이 엉망진창으로 박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카렌.

그런 그녀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삿대질하며 도발하는 레이븐이었다.


"이런, 쥐새끼 답게 재빠르기는! 그렇게 도망치지만 말고 이리 내려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우자고!"


'저렇게 머리에 근육만 든 열혈 마초 스타일은 조금만 긁어줘도 쉽게 넘어가지. 타이밍 만들기가 생각보다는 쉬울수도 있겠는데?' 


"흥, 총을 든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육체는 꽤나 수련한 줄 알았는데, 하는 거라고는 고작 가녀린 아녀자에게 방아쇠나 당기는 거라니, 부끄럽지도 않나?"


"뭐.. 뭐라고..? 이익, 플로렌스의 암캐년이 미쳤나?"


드르르륵!


카렌을 도발하려다 역으로 자신이 도발당한 레이븐은 분노에 차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카렌에게 기관총을 난사해댔고, 그 틈을 놓치지 않는 카렌이었다.


'좋아, 빈틈..!'


슈욱! 스가각!


"크윽...! 이.. 이 빌어먹을 년... 감히 암습을 하다니...!"


레이븐이 분노하며 만들어진 잠깐의 빈틈, 카렌은 쿠노이치, 그것도 어중이 떠중이가 아닌 프로 답게 그 찰나의 순간을 비집고 들어가 그에게 쿠나이를 던졌고, 한쪽 팔에 박아 넣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를 또 도발하는 것을 잊지 않는 그녀.


"처음부터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기습사격이나 하는 겁쟁이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군 그래."


"뭐라고..? 이 개년이 입만 살아서는..! 넌 내가 꼭 잡아서 곤죽내주지..!"


드르륵, 따다당!


카렌을 속도로 쫓아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지, 기관총을 이곳저곳 난사해대기 시작하는 레이븐.

오히려 자신을 쫓지 않는 눈 먼 총알들이 카렌에게는 피하기 더 쉬웠지만, 하필이면 인질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총알들이 생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젠장, 저긴 인질이 숨어있는 곳인데...! 어쩔 수 없지...'


피이잉! 


"큿...!"


주르륵...


결국 카렌 자신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총알이었지만, 인질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던 총알들을 막아보려던 그녀의 팔에 총알이 박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걸 보며 비웃는 레이븐.


"크하핫, 너도 나와 똑같은 꼴이 되었구나!" 


"...그렇게 태평하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네 기관총을 한번 보라고."


"그게 무슨... 으윽.. 젠장.. 어느 틈에..!" 


틱! 틱!


슈리켄들이 기관총의 탄피배출구에 박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카렌은 총에 맞으면서도, 반동에 의해 레이븐의 동작이 커지는 걸 노려 그의 총기에 작은 슈리켄들을 던져 박아넣은 것이었다. 

물론 레이븐 또한 힘으로 빼면 그만이지만, 그 사이에 카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바랄 순 없었다.

결국 바닥에 자신의 망가진 총기들을 패대기 치며, 몸을 푸는 레이븐이었다.


우둑, 우두둑!


"으으으, 이딴 것, 필요없다! 내 힘만으로도 충분히 널 박살낼 수 있다고! 그럼 이제 네가 그렇게 원하던 근접전을 어디 한번 해보실까?"


"후우.. 너 같은 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번만 어울려 주도록 하지."


타다닥! 콰앙!


괴물같은 근육질 몸과 다르게, 레이븐은 의외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카렌에게 주먹을 날려, 벽 안에 꽂아 넣었다.


투두둑...


"크하핫, 역시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아니..?"  

 

"..느려."


쩌어억!


아니, 벽 안에 꽂아 넣었다고 생각했을 뿐, 이미 그의 뒤로 피한 카렌은 안광을 내뿜으며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원래라면 목을 노려 무력화 시키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너무나도 근육질인 레이븐을 단 한번에 수도로 기절 시키거나 사살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

그래서 차선책으로, 머리를 노려 뇌진탕을 일으키도록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꺼억.. 끄으... 이.. 이 년이...!"


'후우.. 역시 괴물같은 몸이군... 일반인이라면 즉사했을지도 모를 정도의 세기로 쳤는데 뼈가 부러지는 느낌도 없고... 고작 멍 정도라니..'


부우웅!


카렌이 경이로울 정도로 강화된(신디케이트에 혈청 따위가 있을 리는 없으니 순수 단련으로만 만들어진 육체인) 레이븐의 몸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쉴 때, 그녀의 얼굴로 레이븐의 무거운 주먹이 날아왔다.


'핫... 위.. 위험했어... 역시 잡생각은 좀 줄이는게 좋겠군...'


"흐읍..!"


뻐어어억!


"크후윽..! 후으.. 이.. 이... 개같은..!"  


무서울 정도의 풍절음과 함께 날아온 레이븐의 주먹을 겨우 피한 카렌이 그의 얼굴에 킥을 꽂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돌덩이를 타격하는 듯,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그였다.

그래도 데미지는 확실히 쌓이고 있다, 라는 판단이 그녀에게 들었다.


턱!


"자.. 잡았다... 흐흐..!"


"...큭..!"


역시 플로렌스 사냥꾼 답게 녹록한 실력은 아니라는 걸까? 카렌이 확실한 데미지를 주기 위해 발을 사용하며 동작이 커진 틈을 타, 그녀의 팔목을 잡는데 성공한 레이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한 듯 짧게 탄식을 내지르는 그녀였다.


꽈악..! 우드득..! 


"...끄윽... 크.. 흑..."


"흐흐.. 어떠냐..? 아무리 강화 혈청이라고 해도, 이 악력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나?"


그대로 힘을 주어 카렌의 팔목을 으스러뜨리려고 했지만, 다행히 강화 혈청 덕분인지 쉽지 않은 듯 했다.

그래도 육체 자체는 가녀린 여성의 몸이니만큼, 언제까지나 버틸수도 없는 터. 

카렌은 자신의 팔목을 쥐고 다른 손으로 확실히 마무리하려는 레이븐의 손을 자신의 남은 손으로 막아내며 힘대결에 들어갔다.


"호오..? 해보자 이건가?"


"크흐... 나.. 나도 어디서든... 힘에서는 지지 않는다고.."


꽈아악...!


그렇게 레이븐과 카렌의 서로 맞잡은 팔이 부들부들 떨리며 서로의 악력을 정면으로 밀어붙여 대었다.

땀방울을 뻘뻘 흘리는 레이븐과 다르게, 입만 악물었을 뿐 흔들림 같은건 하나도 없는 카렌.


'크윽.. 뭐.. 뭐냐.. 이 괴물년은..! 여자 주제에.. 설마 이 나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 인정할 수 없다..!'


"크으아아아아!"


"...흣..!"


타앗..!


결국 정면으로 힘과 힘 대결 조차 자신이 밀린다는 것을 직감한 레이븐은 카렌을 들어올려 바닥에 있는 힘껏 내동댕이 쳤지만, 쿠노이치 답게 한번 공중제비를 돌며 깔끔하게 착지하는 그녀.

그 사이에 자신의 다른 총기를 꺼내들고는 그녀에게 쏘아대려고 하는 그 였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렌은 근접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카타나로 총을 썰어버리고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샤아악! 슈가가각!


"윽.. 크윽..! 이.. 이익.. 겨.. 겨우 이런 천둥벌거숭이같은 년한테... 크아아!"


팔을 교차해가며 자신의 목이나 심장 등 급소들을 막아보는 레이븐이었지만, 그래봤자 결국 팔과 다리에 더 많은 상처들이 생길 뿐이었다.

결국 손바닥을 펴서, 카타나를 정면으로 막는 선택을 한 그.


쐐애액! 콰악!


주르르륵...


"허..?"


카렌은 자신이 휘두르는 카타나에 손을 뻗는 레이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언가 숨긴 수라도 있는 건가...? 그렇지만 그녀의 카타나는 확실히 레이븐에게 타격을 주었다. 그건 손바닥에 카타나가 박혀 들어간 것만 봐도 확실했다. 

그러나 그녀가 카타나를 회수하려고 하자 뼈와 인대에 걸린 건지 잘 빠지지 않는 카타나.


까드득.. 끄득..!


"큿.. 젠장..."


"크흐흐.. 어.. 어떠냐? 이렇게 하면.. 너도 맨손인건 똑같...!"


손바닥에 카타나가 밀고 들어가 팔까지 뚫고 들어간 섬뜩한 모습으로, 피를 줄줄 흘리며 말하는 레이븐.

자신의 한쪽 손과 팔을 희생해 병기를 빼앗아 낸다... 어줍잖은 의지로는 할 수 없는 그의 대담한 결단에 잠깐 눈이 커진 카렌이었지만, 칼을 쓰지 못한다면 체술을 쓰면 될 뿐이었다.


콰아앙! 쿠당탕!


"그래, 방금 전까지 나와 체술로 싸워놓고는 하는 짓이 그거라니. 멍청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이지."


"크억.. 크으..." 

    

저벅, 저벅...


카렌은 레이븐의 얼굴에 다시 한번 발차기를 날리며 그를 연구실 구석에 처박았다.

그런 그를 이제 마무리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애병인 카타나를 회수하기 위해 자욱한 먼지를 헤집으며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


"크윽.. 크.. 흐.. 사.. 살려다오..."


"..유언 정도는 들어주지."


"내.. 내가 이렇게.. 죽을 순 없다.. 아직.. 아직 복수해야 할 놈들이.. 원한 깊은 놈들이 많은데...! 이렇게 죽을 순 없지!"


"역시 범죄나 저지르는 악당 답게 삶에 대한 미련도, 욕심도 많군. 남을 해칠 때 그런 생각을 좀 해봤으면 좋았을텐데.."


먼지가 걷히며 레이븐의 모습이 보이자, 카렌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아.. 아으.. 아아.. 사.. 살려줘요..."


"큭큭, 이런 깜찍한 인질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덕분에 상황이 역전되었군, 그래?"


레이븐이 아까 카렌이 숨겨두었던 인질의 목에, 자신의 카타나를 대고 있는 것이었다.

카렌은 이전까지 보이고 있던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아무 죄 없는 인질은 놔주고, 우리끼리 승부를 보는게 맞지 않겠나?"


"아아, 당연히 놔 드려야지. 그 전에 말이야, 네가 내 말을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다면 말이지."


"그래도 육체를 단련한 것을 보고 남자답기나 한 줄 알았더니, 하는 짓은 총이나 갈겨대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빌미로 협박하는 꼴이라니.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위인이구나?"


"흐.. 흐흐... 그런 도발이 두번이나 통할 것 같나? 죽을 것 같으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레이븐을 도발해보는 카렌이었지만, 역시나 두번이나 통하지는 않는 그였다.

거기에 이미 카렌과의 힘의 차이를 느낀 레이븐으로써는 인질을 놔주고 다시 싸울만한 여유도 없었다.

이미 이런 연약해 보이는 여성에게 자신의 전력을 다했음에도 패배했고, 다시 싸우더라도 또 패배할 것이다.. 그 사실 자체가 그에게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오히려 이런 비겁한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굴복시켜 이뤄낸 추함과 더러움으로 얼룩진 승리가, 그의 안에 있던 분노와 열등감을 잠재워줄 유일한 방법인 듯 했다. 


"그래, 알았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먼저 무기를 전부 버려라. 나도 바보가 아니니까, 네 년이 이 카타나 말고도 다른 무기들을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야 잘 알고 있다고?"


찰칵, 챙그랑!


무장을 해제하라는 레이븐의 말에, 그를 노려보며 자신의 치마 속의 스트랩을 풀어 무기들을 떨어뜨리는 카렌.

포켓 속의 슈리켄과 쿠나이 마저 바닥에 떨어지며 분하다는 듯 냉랭한 금속음을 울부짖어내었다.

그런 그녀에게 딱 봐도 수상해보이는 목걸이를 던져주는 레이븐. 그는 인질에게도 똑같이 생긴 목걸이를 채우며 말했다.


"자.. 이제 인질과 함께 사이좋게 이걸 차 주실까? 내 생각만으로도 폭발시킬 수 있는 폭탄 목걸이라고.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하면... 알지? 네 년의 강화육체는 반병신이 되는 정도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질은 수박처럼 터져나가겠지. 크큭...!"


"..."


찰칵...!


스트랩은 가죽으로 되어있어 초커처럼 생긴 목걸이.

붉은 색으로 생기고 클립으로 고정하는 것이 마치 애완견에게 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겨 보여 마치 스스로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떨어뜨리는 듯한 모습...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수치심과 굴욕감을 짓누르며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목걸이를 착용하는 카렌.

그 목걸이와 그녀의 특수 잠행복이 맞물려 마치 코스플레이 풍속점에서 일하는, 돈만 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업소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제.. 됐지? 어서 인질을 놔줘라."


"큭큭, 무기 말고도, 다른 것들도 있을텐데? 어서 내려 놓으라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


레이븐은 이제 다 됐지 않냐는 듯 말하는 그녀의 귀에서 초소형 수신기를 찾아내고는 바닥에 내던져 버렸다.


"하, 전파 방해로 통신조작을 한 게 바로 나인데, 이런 걸 모르고 넘어갈 줄 알았나?"


콰직!


"...쳇.."


수신기를 워커로 짓밟아버리며 조소를 짓는 레이븐.

전파 방해가 풀리면 통신을 통해 하람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지원을 요청하려고 했건만, 이렇게 될 줄이야.. 


"왜,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가 쪼르르 달려가 선생님께 이르는 것처럼 네 년의 리더에게라도 연락 하려고 했나? 이거 아쉬워서 어쩌나? 이제 할 수 없게 되었네?"


"..."


"네 년의 부모님에게라도 일러바쳐보지 그러나? 아, 그래, 네 년의 일족은 모두 몰살당했었지? 같은 나라의 민족들의 손으로 말이야! 큭큭... 그러게, 닌자 일족 답게 튀지 말고 조용히 살아가지 그랬나? 예전에는 정치가들의 도구였던 나부랭이들이 왜 음지에서 기어나와서 설쳐서는 멍청하게 주인의 손으로 살처분 당하는 건지.. 크하핫!"


비웃음을 지으며 카렌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레이븐.

그러자 그를 노려보던 카렌에게서 알 수 없는 기세가 쏟아져 나왔다.

분명 겉으로는 아무 감정 변화가 없이 무표정한 그녀였지만, 무엇이든 뚫어내고 잘라버릴듯한, 광포한 살기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더 이상 우리 일족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마라..."


"큿...!"


'젠장, 젠장! 뭐냐고... 사냥꾼인 이몸이, 이 내가.. 저런 코흘리개 어린아이 같은 년에게... 기세조차 짓눌린다고? 있을 수 없다...!'  


당장 폭탄 목걸이를 터뜨리면 카렌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그녀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압박해오는 기세에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움츠러들었던 것이다.

동등한 상태에서 싸움에서도 져버린 그가, 이렇게 확실히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도 기세에서마저 확실히 밀려버리다니, 이는 그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이런 여성에게 패배하고 정신마저 밀려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 마지막 남은 그의 이성을 갈갈히 찢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개 씨발년이!"


퍼어억!


"크흑? 켁.. 큭..."


조그마한 쿠노이치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리고 자신을 이겨먹으려 했다는 것이 괘씸하다는 듯 대뜸 카렌의 복부에 강펀치를 후려 갈기는 레이븐.

그의 탄탄한 근육에서 나오는 묵직한 펀치가 그녀의 배에 정통으로 들어가자, 지금까지의 그와의 전투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통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경보음처럼 울려왔다. 고통을 감내하기 위한 훈련과 강화 혈청으로 단단해진 그녀의 몸도 이는 견디지 못하고 침음성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의지만은 꺾이지 않은 듯, 바로 자세를 똑바로 하며 그를 조용히 바라보는 카렌이었다.


"크핫, 그래. 쉽게 쓰러지면 재미 없지. 어디 한번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한번 해 볼까?"


빠악!


"끄흑..."


이번에는 옆구리에 작렬하는, 레이븐의 강력한 미들킥.

복부 다음으로 약한 부분에 꽂히는 강렬한 회전격에 가녀린 그녀의 몸은 비틀거렸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악물며 참아내고 자세를 다시 고쳐잡는 카렌.

그러자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금방 자세를 고쳐잡는 그녀가 괘씸하다는 듯, 이제는 마구잡이로 그녀의 몸을 샌드백 치듯 난타하는 레이븐이었다.


퍽! 뻐억! 으드득!


"크흑.. 케흐윽... 끕... 크후으... 캬학..! 크하.. 흐윽..."


털썩!


"크흐흐, 어떠냐, 약자가 된 기분은? 네가 지금까지 망쳐놓은 신디케이트의 일들과 네 손으로 죽여버린 동료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배와 옆구리를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레이븐의 주먹에, 결국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뼛조각이 폐부를 찌른 것인지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내비치는 카렌.

이전의 감정과 고통을 못 느끼는 것 같던 모습에 비하면 지금은 말 그대로 일반인처럼, 맞으면 비틀거리고 비명을 지르며 압도적인 폭력에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범죄집단의 사냥개 노릇을 하는 주제에, 범죄를 막고 흉악범들을 사살한 것들에 대한 복수라며 호소하는 것이 어이없기 짝이 없었지만, 이미 신디케이트에 단단히 감화된듯한 레이븐은 이게 당연한 권리이고 이치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어때, 이제 네 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래?"


"..끄흡.. 퉤엣...! 개소리... 비겁한 수나.. 쓰면서... 쓰.. 쓰레기 같은... 놈..."


옆으로 쓰러져 침을 주르륵 흘리는 카렌의 머리채를 붙잡고 들어올리며 패배를 인정하라는 레이븐.

그러나 범죄자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플로렌스의 정신처럼, 인질로 협박이나 해 비열한 짓이나 하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그를 조롱하는 말을 힘겹게 내뱉는 그녀였다.

의외로 그런 조롱과 침 세례에도 분노하지 않은 표정으로, 얼굴의 타액을 스윽 닦아내고는 말하는 레이븐.


스윽...!


"하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래. 졌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어려운가?"


뻐어억! 콰당탕!


"캬학! 크헤엑... 쿨럭.. 쿨러억... 우웨에엑..."


그냥 인정하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이미 너무 많이 맞아서 피멍이 들어버린 그녀의 명치에 한방 더 묵직한 펀치를 꽂아넣는 것이었다.

흉강이 뒤틀리고 위장이 파열되는 듯한 격통을 느끼며 날아가 나동그라진 카렌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가 섞인 위액을 게워내고 말았다.

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눈물을 주르륵 흘려대며 구토하며 바들바들 몸을 떨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부대원이라기 보다는 더 강한 폭력에 짓눌리는 한낱 연약한 암컷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거기에 전투에서 찢어진 그녀의 옷들과 바닥에 버려진 장비들이 더욱 그녀를 전투에서 패배한 요원처럼 보이게 했다.


"맞으면 계집처럼 소리 지르고 박히면 암컷처럼 앙앙댈 것 같은 주제에, 그래도 꼴에 플로렌스의 특수요원 답긴 하네. 입이 이렇게나 무거우신 걸 보니! 어디 언제까지 입을 열지 않나 볼까?"


털썩! 꾸우욱..!


"끄흑.. 케헤엑.. 아으윽... 흐으.. 흐아아..."


카렌이 그저 신음소리만 내며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자, 레이븐의 무자비한 폭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잔인하게도 이미 뼈가 부러져 겉으로도 피멍이 보이는 카렌의 가슴 아랫부분을 워커발로 즈려밟는 레이븐.

그러자 흉강 내의 장기들을 보호해야 하는 갈비뼈는 오히려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그녀의 폐부를 찌르는 것이었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숨 쉬기 힘들어하던 카렌은, 비명을 지르며 레이븐의 워커를 힘 빠진 손으로 밀어내 보았지만, 아무리 강화인간이더라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제 힘을 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왜, 혈청으로 스스로를 강화한 강화 인간이라면서, 이런 것도 못 견디나? 크하핫!"


"흐윽.. 허으윽... 끄으으으... 그.. 그만..."


"큭큭, 넌 발밑에 밟히는 개미가 애원한다고 봐줄 것 같나?"


꾸우우욱!


"꺄흐윽... 끄아아..."


카렌을 비웃으며 워커발에 더 힘을 가하는 레이븐. 이 세상에 범죄라는 것은 없으며 오직 약육강식의 법칙에 지배되는 신디케이트 답게,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상대를 발 밑에 놓고는 다시는 싹이 자라지 못하도록, 즈려밟는 그들이었다.

결국 자신보다 약한 상대한테 약점을 잡혀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다는 수치심과 패배감, 분노가 폭발해 이전과 같은 감정 컨트롤이 불가능해진 카렌이 말했다.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차라리 죽여라... 우리는 최소한 너희 범죄자들에게 깔끔한 죽음을 내려줬는데... 어째서..."


"아.. 뭐 복수의 의미도 있고, 그보다는... 재밌잖아?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되었던 상대를, 이렇게 벌레처럼 짓밟고 그 위에 설 수 있다는게? 정복감과 희열감이 느껴져서 온 몸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네 년의 일족들이 '약하고 멍청해서' 제거당했던 것 처럼 말이야. 크큭!"


"이.. 이....! 개.. 새... 쿨러억... 어.. 언젠가... 언젠가는... 꼭...! 주.. 죽여버리겠다... 크하악...!"


"예, 예. 그러시겠죠! 크크큭, 어디 한번 해 보시지!"


그래도 범죄자를 인도주의적으로 단칼에 보내주었던 플로렌스와는 다르게, 임무만 완수한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견해의 신디케이트.

그에 충실히 따라 자신보다 강한 상대였던 카렌을 일단 굴복시키고 나자 자신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신의 아픈 부분을 계속 찔러대는 레이븐의 모습에 분노하는 카렌이었다.

계속 의지를 꺾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레이븐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다른 부분을 망가뜨리기 위해 워커 발을 들어 올렸지만, 그 사이에 끼어드는 인물이 있었다.


"그만. 이 정도면 충분해." 


푸욱..!


"아.. 아...?"


자신의 목에 꽂힌 주삿바늘에서 퍼지는 소름끼치는 느낌.

수상한 약물을 주입당한 탓인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잘 돌아가지도 않는 고개를 돌려 확인하려는 카렌의 눈에 보인 것은, 분명 손과 발이 모두 묶여있던 인질이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목에 주사기를 꽂아넣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 어째.. 서...? 아..."


"이제야 눈치챘나? 이 공장 자체가 플로렌스의 불나방들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었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파악되는 바람에 인질을 준비할 수 없어서 내가 인질 노릇을 하긴 했지만..."


"그.. 그런...! 우우욱..."


"아, 이 폭탄 목걸이? 당연히 가짜지. 너 같은 멍청한 실험체가 차는 것하고 내가 차는게 같을 줄 알았나?"


투둑...


아까의 두려움에 떨던 모습과 말소리와는 전혀 다르게, 냉혹한 표정과 냉정한 목소리로 카렌에게 말하는 인질.

그러면서 간단하게 자신의 목에 있는 가짜 폭탄 목걸이를 보란듯이 풀어내고 있었다.

그녀가 냉랭한 눈으로 카렌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마치 과학자가 아무런 감정 없이 실험쥐를 내려다보는, 아무런 동정과 연민 없이 상대를 도구로써 대하는 느낌이었다.

그랬던 그녀는 레이븐을 쏘아보며 말했다.


"아무리 우리의 원수인 플로렌스의 개라지만, 실험 동물을 이렇게나 망가뜨려 놓으면 실험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 다음부터는 좀 더 살살, 부서지지 않게 다뤄." 


"쳇, 이거 너무 냉정한 여동생일세? 오빠가 몸 좀 갈아넣어서 겨우 잡은 년을 가지고 재미 좀 보려고 했더니만..." 


"흥, 실험 결과가 이상하면 모두 당신 탓이니, 그때는 시말서나 쓸 준비 해."


'시.. 실험 동물...? 아.. 안돼.... 크... 흐윽...'


목소리 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로 점점 시야가 좁아져가는 카렌.

결국 눈을 감고는 축 늘어진 카렌을 두고, 두 오누이는 역시 한 배에서 나온 자식들 답게 서로 기싸움을 해가며 그녀를 들쳐업고 사라졌다.

팔과 다리, 복부와 가슴, 그리고 얼굴까지... 온 몸에 찰과상과 타박상, 그리고 골절이 가득한 카렌이 흘린 피와 타액만이 모두가 사라져버린 이 폐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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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r18은 아니고 료나였읍니다..

물론 다음화부터는 조교이니 r18도 젖절히 섞여 나올 것 같네요.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