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타니 리즈벳

요번화는 야한 부분이 크게는 없지만.. 빌드업 느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이후부터는 아마 천박 서열역전 수간 위주로 진행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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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드디어 성공인가..?"

부르르르.. 퍼엉!

안경을 스윽 들어올리며 눈을 밝히는 소녀의 앞에서, 시험관 속의 액체가 부르르 떨더니 펑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뿜었다.

"으악! 콜록, 콜록! 또.. 또 실패야..?"

챙그랑!

만드라고라의 뿌리, 나이트 쉐이드의 발톱, 자이언트 웜의 독액 등 독한 재료들이 잔뜩 들어간 시험관의 매운 연기는, 아무리 만독불침인 그녀라도 기침을 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망연자실한 눈으로, 수 십, 아니, 수 백 번째 실패한 시험관을 놓아버리자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난 시험관이 흐릿해지더니, 내용물만 사라진 채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탁자 위에 등장했다. 

확실히 이런 마법을 시동어도, 집중도 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았을때는 그녀를 꽤나 훌륭한 마법사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374번째.. 실패.. 히잉.."

흰색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인 그녀, 이미타니 리즈벳은 풀 죽은 모습으로 마법 영상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옷은 특이하게도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나타날 시간대가 되지 않은 '교복' 이라는 옷이었는데, 이미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그녀에게는 일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 겉 모습만 교복이지 그녀가 손수 만들며 여러가지 기능을 넣어, 어떤 기후에서든 따뜻하고 시원하게 유지되며, 노폐물이나 땀 등이 모두 사라지는 마법까지 넣어놓아 우리가 생각하는 갑갑한 교복이 아닌, 말 그대로 걸쳤는지도 모를 정도의 간편한 생활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또한 실험용으로 편해서 입었을 뿐이지, 상황에 맞도록 여러가지 옷 들을 손짓 한 번 만으로도, 생각 한 번 만으로도 바꿔 입을 수 있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대에 맞지 않는 옷도 하나의 일탈이자 유희라고 볼 수 있었다. 

"휴.. 이번엔 또 뭐가 문제였을까.. 으음.. 음.."

손에 든 '볼펜' 이라는 물건을 딸깍거리며, 정신사나운 소리를 내면서도 생각에 잠기는 리즈벳.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허공에 한 두 글자씩 적어나가며 처참하게 실패한 실험의 원인들을 파악해 내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똑같은 실험을 몇 백 번이나 실패하는 모습만 보아서는 그녀가 도대체 얼마나 한심한 마법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실은 그녀는 냑스비시르 대륙에 단 하나 있는, 그리고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만큼 대단한 마법사였다.

그녀의 심장 주변으로, 마치 토성의 고리를 이루듯, 마나들이 둥글게 궤도를 이루며 모인다. 중심점은 같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며 모인 10개의 고리들. 이는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에게만 허락되었다는 10서클까지 마스터하며 마법의 한계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이 정도만 해도 전무후무한 일인데, 그녀의 위명이 전 대륙에 펼쳐져서일까? 신이나 드래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언령 조차도, 집요한 연구와 수 백년 넘게 대륙 전체에 떨쳐진 자신의 이름을 통해 모아지는 언력을 이용해 어느 정도는 다룰 줄 아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더 이상 시동어니 마법 지팡이니 마력이니 하는 모든 것들은 의미없는 것. 그저 정신만 있다면, 의지 한 줄기 만으로도 여러가지 다채로운 마법들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고, 수명의 제한에서도 자유로워져 200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였다.

처음에는 이런 힘을 두고, 대륙을 여행하며 자신의 이름을 펼치기도, 어느 한 국가에 정착해 궁정 마법사직을 받으며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에도 올라 보았던 그녀였지만, 그것도 일백 년 단위가 넘어가자 질리고 말았다.

결국 그런 굴레들을 모두 벗어 던지고 대륙의 어느 한 구석에 있는, 이름도 잘 기억 안나는 작은 왕국의 마을 뒷산에 정착해 마법 실험들에만 푸욱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들어가면 수 십년간 나오지 않아 그녀를 슬슬 까먹을 만도 하건만, 가끔, 아주 가아끔 사람 냄새도 좀 맡고 물건들을 사기 위해 들리는 마을이나 도시에서는 어김없이 그녀를 알아보며 대마법사라고 추종하곤 했다. 

물론 아직도 대접받고 떠받들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마법으로 모습을 바꾸거나 얼굴을 로브로 가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사람들과 접촉했지만...

"으음... 으윽... 이이이익! 몰라! 이젠 못해!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거라구! 쳇!"

휘릭! 탁, 데구르르...

이렇게 많은 시도에도 또 다시 실패하며 자신의 속을 썩이는 연구.. 화가 난 그녀는 이내 휘갈겨대던 볼펜도 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다.

리즈벳의 외모를 보았을 때 이걸 수 백번이나 실패했다는 것에 의문이 들기 보다는 그걸 수 백번이나 할 만큼 살아온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겉모습이다.

얼굴은 주름이나 기미는 커녕 잡티 하나 없는, 사춘기를 지나 청초함이 남아있는 소녀의 모습이었고, 몸 또한 전혀 늙지 않은 듯 백옥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교복에 의해 잘 드러난 그녀의 몸매를 보자면 확실히 비슷한 나이대의(겉모습의 나잇대 말이다) 청년들이 밤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하다가 비몽사몽하여 몽마에게 정기를 잔뜩 빼앗길 것만 같은 몸인 것이다.

이미 남자 경험이 잔뜩 있을 것 같이 크고 육덕진 몸이거나 기녀와 같이 색기있고 육감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순수해 보이는 얼굴에 걸맞게 수수하면서도 충분히 성숙한 것 같은 봉긋한 가슴, 잘록하게 들어가 튀어나온 골반을 강조하는 듯한 허리 라인, 교복 치마 밑으로 내려오는 스타킹에 의해 눌려진 통통한 허벅지..   

그녀의 나이는 백년 전 쯤에 이미 100살이 넘어갔건만, 대륙 제일인 아카라트 제국의 젊은 황태자가 잠시 궁성을 방문한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해 스스로를 낮추고 청혼까지 하며 애걸복걸한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닌 듯 하다.

물론 아무리 큰 제국이라도, 대륙 전체를 호령하는 황제라도 이미 10서클 정복이라는 위업을 달성해 거의 반신의 경지에 오른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지만... 

데굴데굴.. 콰앙! 푸슈우우..!

"뭐.. 뭐야... 아... 하... 진짜.. 되는게 없네... 호문쿨루스 하나 만드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

그렇게 리즈벳에게서 떨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던 볼펜은, 역시 비범한 물건이 아니랄까봐 펜 촉에서 커다란 은빛 마력 덩어리를 날려보냈고, 또 실험실의 어느 한 곳이 박살나며 그녀의 한숨을 더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되는게 없을까?

그녀가 하고 있던 실험은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실험으로, 이미 시간도 넘나들고 공간도 뒤틀 수 있는 그녀가 이런 간단한 것 하나를 계속 실패하는게 의아할 수 있다.

그저 여러 동물들을 섞어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긴 하지만, 그건 이미 존재하는 동물들을 모자이크 처럼 대충 뒤섞어 만든 합성 생물일 뿐,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원래 존재하는 생물처럼 태어나서 후손을 남기고 죽는 과정을 거치는 생물이 아닌 것이다.

호문쿨루스 또한 인공 생물로, 어찌보면 이 세상에 없는 또 다른 생명을 창조해내는,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과 같이 위험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실험이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마법을 만들어냈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연의 섭리를 수호하며 생명의 계율을 지키는 드래곤이나, 자신들의 신력과 육신을 희생하며 새로운 창조물들을 만들어내는 신 들이 이런 실험을 할 리는 없는 것.

어쩌면 그런 섭리와 법칙들에서 자유로운 대마법사 리즈벳, 그녀만이 오랜 대륙의 세월 동안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뭉클함과 보람감이라는 뽕에 취해 이 짓을 해온 지도 벌써 40년.. 물론 그녀가 이 오랜 세월동안 실패만 한 것은 아니다.

앞의 20년 동안 손쉽게 일반 동물들의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것은 어찌저찌 해냈지만, 인간과 동물을 섞은 호문쿨루스를 만들기 위해 10년간의 시간을 또 소비했다.

그럼 나머지 10년은..? 이제 더욱 완벽하고 재능있는 호문쿨루스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걸 대륙에 풀어놓아 한 생명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고 생태계의 한 구성 일원이 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약간은 부끄럽지만, 자신의 난자를 이용해 동물과의 합성을 시도해본 것이다.

극에 달한 그녀의 마법이라면, 서로 절대 합쳐질 리가 없는 인간의 난자와 동물의 정자를 수정시키는 것이 가능했지만, 부모와 전혀 다르면서도 개별적인 생식능력을 가진 제 3의 생명체인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것은 그냥 수정만 시키면 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으니 수재를 넘어 천재인 그녀 조차도 30년을 허비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어찌저찌 일반 여성의 난자와 동물의 정자를 이용한 호문쿨루스는 만들어 내었지만, 아쉽게도 자신의 난자와 동물의 정자를 이용해 호문클루스를 합성하는 것은 항상 실패하고 말았다.

스르르륵! 파앗!

"아.. 분명 똑같이 했는데... 히잉.. 평범한 여자 때와 똑같아도 안되고, 그렇다고 조건을 다 바꿔봐도 안되고... 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거야..?"

손짓 한 번 만으로 박살난 연구실 한 켠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굴러 떨어진 볼펜을 다시 자신의 손에 돌아오게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 리즈벳.

사실 10년에 걸친 연구 성과로, 어찌저찌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대부분의 단계는 성공한 그녀였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만은, 자신의 난자와 동물의 정자가 하나가 되는 그 단계만은 언제나 실패하고 말았다.

시험관 속에 조심스레 섞어놓은 두 유기체를 합치기 위해 이미 모든 마법도, 자신의 자랑인 언령도, 몇 백년 전에 사장되었다는 저주도 사용해 보았지만, 그런 저잣거리에나 겨우 굴러다닐 것 같은 하찮은 허섭스레기와 위대하고 고귀한 대마법사인 그녀의 난자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듯, 쉽게 합쳐질 것 같다가도 맥없이 흘러 내리는 동물의 정액... 

이미 몇 백번의 실패 끝에, 그녀도 짐작하고 있는 이유는 있었다. 하찮은 동물 따위와 이미 탈인간의 경지인 그녀의 격이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더 큰 수준으로 다른 탓에, 그녀의 마음 속 무의식이 저런 줘도 안 갖는 버러지 동물과의 수정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는 것.

일반 인간이나 동물의 의지 따위는 의지력을 발휘하기에는 미천하고 가소롭기 짝이 없기에, 오히려 더욱 큰 그녀의 마법에 의해 강제로 섞여버리고 말지만, 이미 드래곤 조차 넘어설지도 모르는 그녀의 의지력은 아주 작은 무의식 조차도 현실에 영향을 끼쳐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사실 그래서 일부러 동물 정자와 수정하고 싶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실험관을 앞에 두고 그런 생각을 하며 만금보화를 주어도 절대 팔아넘기지 않을, 대륙 최고위 대마법사의 유전자를 지닌 자신의 귀중한 난자와 한낮 동물 따위의 정자가 수정되는 상상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었다.

'결국.. 그 방법 밖에는 없는 건가...?'

"으으으... 으윽.. 싫어... 그런 천박한 짓을 해야 하다니... 흐윽... 젠장..."

이미 이런 걸 해결할 방도를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것만은 죽어도 하기 싫었던 것... 그 방법을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떠올려본 리즈벳은, 어느새 발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책상에 처박으며 한숨만을 푸욱 푹 쉬어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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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을에 시장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훔쳐먹는 떠돌이 개가 저것이란 말이지? 거 참, 불쌍하기도 하군. 그런 꼴을 보면 누군가는 데려다가 키울 법도 한데, 어째서 놔두는 것이오?"

"그.. 그게... 다들 개 한테 먹일 게 있다면 자기 자식들한테 먼저 줬을 테니까 말이지요.. 저희같은 무지렁이들은 능력도 없어 하루 걸러 하루 굶는 걸 아시잖습니까, 위대하신 대마법사님..." 

"흠흠.. 그.. 그건 그렇.. 구만... 미안하오." 

얼굴에 전혀 걸맞지 않게, 고풍스러운 말투로 농사꾼에게 반존대로 말을 걸고 있는 리즈벳.

그러나 그녀보다 한참은 늙어보이는 농부는 마치 상전을 뵌 듯 손을 싹싹 빌고 고개를 굽신굽신 거리며 극존칭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어딜가나 대공의 지위를 받을 수 있는, 아니, 마음만 먹으면 대륙을 정벌하고 나라도 세울 수도 있는, 인류에 단 하나밖에 없는 대마법사와 이미 이 대륙이 생겨나면서 지금까지 수 십억은 태어나고 죽어갔을 일반 평민 농부라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예의 차림이 오히려 부족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아닙니다, 다 저희가 미천한 탓이지요. 그저 대마법사님께서 가끔 나오셔서, 저희 마을에 몬스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수호 방벽을 걸어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음... 내가 그런걸 걸었었나..? 몇 십년 전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아무래도 수 십년 전 자신이 이 마을의 뒷산에 자리잡을 때에, 몬스터들이 마을로 쳐들어가면 사람 구경이나 시장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니까 라는 생각으로 대충 걸어놓은 마법인 듯 했다.

자신이 걸어놨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뒷산의 몬스터를 막으며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는 방벽 마법은, 리즈벳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무리 마정석을 이용해 마력을 보급하고, 마법진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마력의 흐름을 뒤틀어 놓는다고 해도, 일반적인 마법사가 설치한 것이라면 주기적인 관리와 보수를 해야만이 제 기능을 하는 것.

그러나 마정석도, 마법진도 없이 자신의 마력만을 이용해 이렇게 반영구적인 마법을 만들어 놓다니, 수준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능력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은 지속된 실패에 답답하기도 하고 마음가짐도 다잡을 겸 해서 마을로 내려온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저 농민도, 그녀가 방벽 마법을 관리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고..

'역시 내 몸으로 직접 하려면... 커다란 가축들 보다는 좀 작고.. 충성심 있는 게 좋겠지..? 떠돌아 다니는게 좀 불쌍하기도 하고 말이야.'

"아.. 아니오. 다 같이 사람 살자고 하는 일일 진데, 이 정도는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지. 아, 그래서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저희 농사꾼 나부랭이들이 도울 수 있는 게 있으시다면야..."

잠시 고민하던 리즈벳이 꺼낸 부탁은 농사꾼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예상하던 것이 아니기에, 아무 힘도 없는 농사꾼이라도 들어 줄 수 있는 부탁이었다.

"그 개를 내가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겠나?"

"아이고, 물론입죠! 저 똥개 새끼가 시장바닥에 끼치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그래주시면야 오히려 저희가 감사할 뿐이지요."

"험험, 아.. 알겠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마을 사람들에게 대마법사 님의 이 혁혁한 공로는 다 일러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지렁이 농사꾼이 갑자기 리즈벳의 손을 덥썩 잡고 마구 흔들며 감사를 표했지만, 그녀는 얼떨결에 그걸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 뿐.. 

그렇게 리즈벳에게 한참을 감사해 하던 농사꾼은,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었다며 집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휴.. 팔 아프게 갑자기 왜 그런담... 사람을 너무 오랜만에 본 탓일까...? 여.. 역시 인간 관계는 어렵다니까... 뭐, 그래도 이번에도 고귀한 이 몸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 준 거겠지?" 

"감사합니다아아!"

"헛.. 깜짝이야.. 알겠네, 알겠어!"

멀어진 인영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양 팔을 흔들며 감사를 표하는 그의 모습에, 다시금 '위엄있는 대마법사'로 돌아간 리즈벳은 한 팔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대답했다.

"후... 그럼 돌아가 볼까?"

파앗!

그녀가 바람에 나부끼는 흰 머리를 찰랑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개를 잡아간다더니 그냥 돌아간다니?

사실 리즈벳은 농사꾼에게 허락을 받은 시점부터 떠돌이 개에게 슬립 마법을 걸고, 자신이 창조해낸 아공간 주머니에 잠시 넣어두었다. 물론 아공간 주머니 또한 그녀의 마법에 의해 알아서 그 똥개를 안으로 집어넣기도 했고.

그런 걸 농사꾼에게 손이 붙잡힌 채로, 집중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은채로 내색 하나 없이 해 내는 모습이 확실히 대마법사라고 불릴 만 했다.

그렇게 마을 광장 한 가운데 있던 그녀의 몸이 흰 빛에 휩쌓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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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여.. 역시 마법사님은 대단하시단 말이지... 후후.. 그 보드라운 손길 하고는..."

어느 평범한 나무집 안. 걸걸한 목소리로, 리즈벳의 말랑한 손을 맞잡았던 것을 회상하는 한 아저씨.

그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그녀와 대화를 나눴던 농사꾼으로, 눈을 감고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대마법사 답게 멋진 마법복과 로브를 걸치고 있던 그녀였지만, 어느새 그의 상상 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알몸이 되어 있었다.

"흐흐... 그런 좋은 몸을 하고... 할 일 없이 저 뒷산에 처박혀 있다니... 아깝게 말이야.." 

'체엣.. 그 놈의 마법만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넘어뜨려서 내 자지를 박아주고 내 첩으로 만들었을텐데... 아니, 오히려 마법을 쓰니까 더 가치있는 거잖아? 그것 덕분에 십 년이 지나도 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에... 오히려 더 아름다워진 것 같기도 한데?'

누가 알아본다면 천인공노할 음습한 상상을 하면서, 눈을 감고 허공에서 리즈벳의 가슴을 양 손으로 주물럭대는 상상을 하는 농사꾼.

그는 이미 아내가 있는 몸이었지만, 냑스비시르 대륙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데다가 이로 인해 여자는 천것이라는 남존여비 사상이 은근 퍼져있는 곳이기에,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다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햇빛을 잔뜩 쬐인 농사꾼 처녀들의 피부가 금방 까무잡잡해지고 주름지게 되어, 금방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와 대비되어 백옥같이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상상 속의 리즈벳.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평생 나가보지도 못한 무지렁이 농사꾼이, 대륙의 제1제국의 황태자도 반하게 만든 그녀의 미모를 뛰어넘는 사람을 보기나, 아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자신 말고도 꽤나 많은 남자들이 마법사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아무튼 리즈벳이 알면 그를 단숨에 가루로 만들어버릴 만한 상상을 하며, 아랫도리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는 그였다. 

뭐, 세상 물정에 어둡고 아직까지 꽤나 순수한 그녀라면, 자신의 외모에 홀린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나 열망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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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새로 나온 소설입니다!

앞으로는 수간 위주로 나올 예정이니.. 보실 분들은 미리 주의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추천이나 댓글 남겨 주시면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