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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은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아직 피로가 몸에서 다 떨어져나가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부지런히 일을 하지 않으면 수확량이 줄어 분명 겨울에는 쫄쫄 굶게 될 것이 분명했다. 


"오, 브라운. 왔나?"


밭에는 옆집의 브레들리가 벌써 와 있었다. 


"빨리도 나왔군." 브라운이 하품을 쩌억 하며 말했다. 


"평소에는 해가 중천에는 떠야 기어나오더니."


"에이, 누가 들으면 진짠줄 오해하겠네."


브레들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요즘에는 일찍 나오는 맛이 있어서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린가?"


브레들리는 대답 대신 밭 옆으로 나있는 길로 시선을 돌렸다. 


"아침에 나오면 성녀님이 여길 지나가는 걸 볼 수 있거든."


"뭐?" 브라운은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느꼈다. 


"아침마다 성녀님이 이 길을 따라서 마을숲으로 들어가더라고. 밭에 나와있으면 성녀님이랑 인사를 나눌 수 있지."


"이, 이 사람아! 그걸 왜 이제 알려주는 거야!"


"하하하! 그러게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왜 나왔겠나!"


브라운은 궁시렁거리며 지금쯤 성녀님이 있을 숲을 아쉬운 듯이 바라봤다. 


며칠 전 홀연히 나타난 떠돌이 성직자 셀레나. 


숙식을 제공해주는 것을 요건으로, 이 외딴 마을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귀한 포션과 치료를 싼 값에 제공해주는 이 외지인은 순식간에 마을의 인기인이 되었다. 


물론 아침바다처럼 푸르게 흐르는 그녀의 긴 머릿결과, 터질 듯이 풍만한 가슴 또한 그녀의 인기에 한 몫했을 것이지만. 


풍요의 여신이 현현한 것만 같은 그녀의 외모를 보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면, 하루를 훨씬 더 기분좋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내일부턴 좀 더 일찍 나와야겠구만."


"핫핫, 그러도록 하게."




같은 시각, 떠돌이 성직자임을 자칭하는 슬라임 셀레나는 오늘도 숲 속에서 약초를 찾아 헤메고 있었다. 



*



"으음~여기까지 들어왔으면 이제 보는 사람은 없겠지?"


셀레나는 혹여나 자신을 따라온 사람이 있을까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신하자 손에 낀 기다란 장갑을 벗었다. 


"후~시원하다."


장갑 아래에 드러난 것은 인간의 피부가 아닌, 셀레나의 머리색과 같은 푸른색의 점액질로 이뤄진 손이었다. 


"얼른 의태하는 것도 익숙해져야 장갑으로 가리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야."


여러 사정으로 인간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성직자라는 신분과 지금의 외모를 만들어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섬세한 작업을 하는 손을 완벽하게 인간의 것으로 의태하는 것은 아직 셀레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치료를 진행할 때에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지만, 그래도 평소에도 이런 손을 보여줬다간 의심을 사겠지."


인간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적이었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셀레나가 생각해냈던 것이 바로 체내에서 물질을 흡수, 재조합, 방출하는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의 상처와 질병을 치료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었다. 


이번에 이 마을에서 머물기로 한 것도 마을 근처에 있는 숲에서 치료제의 재료가 되는 약초가 많이 자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보자 만달고라들풀이 분명 이 근처에 있을텐데......아 찾았다."


만달고라들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만달고라들풀로 약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보통 사람들에게 이 풀은 그저 흔하게 나는 풀일 뿐이었다. 


하지만 셀레나가 약을 제조하는 방식은 전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자 그럼......"


한 손에 만들고라들풀을 쥔 셀레나는 다른 한 손으로 가슴팍에 있는 옷을 잡아 당겼다. 발목에서부터 배꼽을 지나 가슴부근까지를 덮고 있는 옷은 한 개의 천으로 되어 있었기에, 셀레나가 옷을 잡아 당기자 천은 손 쉽게 끌려 내려오면서 셀레나의 풍만한 젖가슴을 드러냈다. 


슬라임이면서도 야외에서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가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셀레나는 손에 쥐고 있던 만들고라들풀을 그대로 가슴 '안으로' 쑤셔넣었다.


"흐긋."


야릇한 신음소리와 함께 셀레나의 손이 자신의 체내에 들어갔다. 의태에 방해를 받은 부분이 손과 같은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손에 들려 있던 만들고라들풀이 마치 강한 부식성 액체에 들어간 것처럼 빠르게 녹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셀레나는 손을 빼고 가슴을 여전히 드러낸 채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체내에 흡수하고 분해하는 것은 신체 어느 부위를 통해서도 가능했지만, 슬라임의 코어가 자리잡고 있는 심장부근에서 가장 빠르게 분해가 일어났기에 셀레나는 이렇게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가슴 안에 재료를 넣는 것을 선호했다.


'게다가 묘하게 기분도 좋고 말이지.'


이렇게 분해된 재료들은 셀레나가 몸에 저장해두고 있는 다른 여러 재료들과 함께 뒤섞여, 오직 슬라임인 셀레나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약이 될 것이다. 


기왕 일하는 건데, 즐기면서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만들고라들풀을 가슴 안으로 쑤셔박는 셀레나의 입에서 또 즐거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렇게 산을 돌아다니며 한참을 돌아다는 셀레나. 


그녀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만다. 


"만달고라들풀 말고는......쓸 수 있는 재료가 별로 없잖아?"


만달고라들풀은 어디까지나 셀레나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팔 포션의 재료. 


이 마을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본래 셀레나는 산에서 흔히 나는 다른 풀들과 열매들을 이용해 간단한 음료나 피로회복제를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산에서는 만달고라들풀이 많은 대신에 다른 재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겨우 몇 명에게 팔 정도의 양밖에 제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쩐담......" 


내리고 다녔던 천을 다시 올려 가슴을 가리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셀레나는, 어느 생각에 도달하자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산 바로 밑에 있던 밭......거기서 일하는 분들은 분명 남자 두 분 뿐이었지."


오늘 아침 지나오면서 인사를 나눴던 브레들리 씨, 그리고 그와 같은 밭에서 일하는 친한 친구 브라운 씨. 


이 마을에 머무르게 된 첫 날, 환영파티에서 자신의 거대한 젖가슴을 힐끔힐끔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빛을 셀레나는 기억하고 있다. 


두 명 분의 '특별금'이라면......


"흐음."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친 셀레나는 서둘러 몸 안에서 피로회복제의 제조를 진행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륵......


그런 셀레나의 가슴팍에서 어떤 액체가 흘러나와 가슴천을 적시기 시작한 것이 의태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인지 그녀의 기대감 때문인지는, 


오직 본인만이 알 이야기이다. 



@일미호아야

리어카를 몰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다른 사람의 소중한 자캐에다 제 맘대로 설정을 이것저것 갖다붙여도 되는가 고민입니다. 


오너 분께서 맘에 드셨음 좋겠네유





글미션이 가능한 실력이 갖춰질 그날까지 오늘도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