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어스름.


흰 도신은 빛을 반사한다. 자연스레 시선을 끌어당긴다. 흑도보다 한 발 빨리 움직이고, 아무도 모르게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간다.
백색은 스스로의 몸집을 불리는 색이고, 무릇 강자의 기개가 그렇듯이 그것은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일이다.

검은 도신은 빛을 빨아들인다. 그렇기에 달빛 가득한 밤중을 헤엄치며 간단하게 원하는 곳에 도달한다. 허초 다음에 오는 것이란.
흑색은 움츠러드는 색이며, 본디 지천에 깔린 것이 당연한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왜곡된 시야가 목을 바칠 것이다.

소소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새벽녘처럼 빛나는 검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어스름처럼 고요하게 실리를 취한다.
모든 것은 전면전으로 당당히 행하면서도 유리한 고지에 선다. 그것이 그녀다운 것이고, 비류였으며, 소소였으니까.




손 쓸것도 없이.


흰 도신을 크게 휘젓는다. 힘을 뺀 손에 걸친 검은 버들나무처럼 흔들리면서도 곧은 반원을 그린다. 사람에겐 뼈가 없는 것처럼, 공기 속에는 바람이 없는 것처럼 칼날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
허섭스레기에게 보일 검기따윈 없다. 고기 사는 호수에 날을 담그고 휘젓듯, 무성의하게 보이는 그 손짓에 얼마나 많은 축생들이 죽어나갔는가. 설 자격이 없으니 다리를 베었고, 맞설 가치가 없으니 팔을 베었으며, 살 자격이 없으니 친히 목을 베어주었다. 그거면 족하지 않은가?
피를 묻히고도 빛이 바래지 않은 검은 여전히 반짝인다. 보란듯이 반짝여 눈을 사로잡는다.




내리가름결


숨을 들이키고 높이 도약한다.
찰나를 지난 후 하늘에 닿는다.
허리를 돌려 땅을 잠시간 응시한다. 하늘에 걸린 달을 발판삼아 딛고 자세를 취한다.
내리가름결. 숨과 함께 검은 도신으로부터 발하는 사연격을 일순간에 쏟아낸다.
흐드러진다. 마치 내리는 비에 젖지 않을 수 없듯 거대한 충격이 쏟아져내려 지상을 덮친다.
흐드러지다. 피어난 꽃잎에 닿은 것들이
흐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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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져 좆간지; 멋진 스킬을 써주신 엔니엔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