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적 무기력은 영국 청년들 사이에 퍼져 있는 무언의 세계관에 다름 아니며 광범위한 병리 현상들과도 연관이 있다. 내가 함께했던 다수의 10대가 정신 건강 문제나 학습 장애를 안고 있었다. 우울증은 이들의 고질병이다. 우울증은 대개 국민건강보험으로 처리되는 질환이며 이로 인해 고통받는 연령대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다양한 양상의 난독증을 지닌 학생 수는 깜짝 놀랄 만큼 많다. 오늘날 영국의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10대가 되는 것은 어떤 질병으로 재분류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러한 병리화는 모든 정치화의 가능성을 미리 배제한다. 정신적 문제들이 개인화됨으로써, 즉 개인 신경계의 화학적 불균형 그리고/또는 가족 배경에 의해 야기되는 것인 양 취급됨으로써 사회 체계의 인과관계에 대한 어떤 물음도 배제된다."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44-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