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조베 할루슈키Bryndzové halušky

슬로바키아를 대표하는 감자 요리
두 달 전에 슬로바키아 갔을 때 식당에서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나 직접 만들어보았음
(정작 현지에서는 느끼하다고 코폴라 0.5L 옆에 두고 꾸역꾸역 먹은 건 안 비밀)

사실 진품은 브린자(bryndza)라고 하는 슬로바키아산 양젖 생치즈가 필요한데 이 조선팔도에 양젖 생치즈같은 세레브한 유제품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크림치즈와 사워크림을 섞어 만든 유사품이다

뭐 현지인도 브린자 못 구하면 이렇게 만든다고 하니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재료(2인분 기준)
- 감자 중간 크기 4개
- 밀가루(중력분) 40~50g
- 크림치즈 60g
- 사워크림 80g
- 베이컨(두께 좀 있는 것) 1~2줄
- 소금 약간
- 파슬리 가루
*베이컨은 지방층 두꺼운 게 좋음
*채식(락토오브)의 경우 베이컨 빼고 올리브유 1큰술

만드는 방법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채칼로 채썬다
현지 레시피 사이트에는 가늘게 채썰라고 되어 있는데 없으면 그냥 강판에 갈아도 된다 그조차도 없으면 잘게 썰어서 블렌더로 좀 갈아주면 되고

2. 갈아놓은 감자에 밀가루를 넣고 섞는다
감자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따로 물을 넣을 필요는 아마 없을 거고 대개는 질척한 반죽이 나올 거다(정상임)
너무 마르면 물 살짝만 넣으면 된다

3. 베이컨은 조그만 정육면체 모양으로 다져 프라이팬에 넣고 가열한다
비계가 두꺼운 녀석이면 비계에서 기름이 나와 반쯤 튀겨지듯 잘 만들어질 거다
비계가 좀 얇다 싶으면 식용유를 아주 살짝 둘러주면 좋다
*채식이면 생략

4. 베이컨칩 겉면이 갈색으로 잘 익으면 건져내고 기름도 따로 받아둔다
이 돼지기름은 뒤에 쓸 데가 있으니 버리지 말자

5. 중간 크기 이상의 냄비에 물을 절반 이상 받고 소금을 약간 넣은 다음 끓인다

6. 끓는 물에 감자 반죽을 수제비처럼 떠서 넣고 8~10분 삶는다
현지에서는 제면기구 비슷한 걸로 마카로니처럼 뽑아내 삶는데 우리 대다수는 집에 마카로니 뽑는 기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으므로 그냥 못난이 수제비처럼 만들면 된다

*팁: 반죽이 밀가루 수제비처럼 모양 빚어내기 쉬운 상태가 아니라 질척한 상태니까 그냥 모양은 포기하고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로 집어서 던져넣는 게 좋다
굳이 손 안 더럽히고 (그나마)보기 좋게 만들 생각이라면 밥숟가락에 반죽을 1/4 정도 담아서 포크로 물에 밀어넣으면 깔끔하다

7. 다 삶아지면 체에 건져내 전분기를 씻어내고 서로 한 덩이로 들러붙지 않게 따로 받아둔 돼지기름을 넣고 섞어준다
*채식: 돼지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넣고 섞어준다

8. 크림치즈와 사워크림을 뭉치지 않게 잘 섞어서 팬에 넣고 가열한다

9. 치즈가 따뜻해지면 건져뒀던 할루슈키를 팬에 같이 넣고 잠깐 뒤섞는다
때깔 곱게 만드는 식당판은 생크림 얹는 것마냥 따로 올리지만 투박한 시골 집밥에 그런 사치는 필요하지 않다

10. 접시에 담고 파슬리 가루와 베이컨칩을 뿌려준다
기호에 따라 소금과 후추를 곁들여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된다

===완성===

사실 맛은 유제품 베이스의 굉장히 느끼하고 투박한 녀석이라 향신료에 익숙하고 느끼함과는 상극인 한국인한테는 일상식으로 먹으라 하면 절대 못 먹는다고 손사래칠 음식일 거다
이게 슬로바키아에서는 흔한 식사라 그렇지

(이... 이런 걸 어떻게 매일 먹누...)

치즈와 사워크림 대신 자우어크라우트를 넣고 만들면 스트라파츄키(strapačky)가 되는데 아마 그쪽은 내 경험 상 거부감이 덜할 거다

여담) 중부유럽인데 왜 안 고기요리요?
- 슬로바키아는 10세기부터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제1공화국으로 독립할 때까지 헝가리 왕국의 북헝가리 지역으로 존재했다

그래도 소 키울 평지라도 그럭저럭 있는 이웃 체코랑은 달리 영토 대부분이 산지라서 대규모 목축이 어려웠고 헝가리 귀족들이 그런 산지는 광산이나 온천이 있는 게 아니면 개발 ㅈ도 신경 안 써서 산간지역 농민들은 마을에서 소규모로 돼지나 양을 기르는 게 전부였다

농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양은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고 돼지는 어느 정도 크면 도살한 다음 값어치 나가는 살코기는 도시에 내다 팔고 값어치가 떨어지는 뱃살 쪽 비계(베이컨) 등 잡육과 창자(소시지 재료) 정도만 부산물로 챙겼다고 한다

거기에 감자가 유입된 이후 만들어진 게 브린조베 할루슈키로 감자 유입 이전에는 아마 오트밀이나 밀가루 등으로 비슷한 요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니 슬로바키아에 제대로 된 전통 고기요리란 게 있어봐야 굴라시인데 그거 내밀면 왜 헝가리 거 가져왔냐고 할 거잖아

후기) 아 할루슈키 만드니까 탭에서 뽑은 코폴라도 마시고 싶어지네

*kofola: 공산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개발된 체코 및 슬로바키아의 콜라 대용품 격 탄산음료로 주재료는 코코아다
요즘엔 코카콜라에 밀려 그저그런 취급이지만 아직도 생맥주처럼 뽑아마실 수 있는 식당도 더러 있는 등 매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음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