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포항 지진이 있었죠. 당시 포항 지진 때, 어느 한 교회에 저희 부모님이 계셨었습니다. 저는 대구 인근 지역에 있는 자취방에 있었구요. 지진이 일어나고, 부모님이 걱정되어 전화를 드리니 부모님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30분이 지났습니다. 키고 있던 게임을 놓았습니다.

1시간이 지났습니다. 침대 위로 올라가 가만히 앉아 기다렸습니다.

1시간 반이 지나고, 어느새 저는 이불을 몸에 감싸고 있었고

2시간이 지나자 멍해졌습니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습니다. 현실이 믿기지도 않았죠. 그 즈음 번뜩 생각이 들어 한 가지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통신사 마비. 포항 지진으로 인해서 통신사가 마비되었었고, 그 때문에 연락이 안되었던거죠.


30분이 더 지나고, 드디어 부모님께서 연락이 오셨었습니다. 기적적으로 다친 곳은 없는데, 교회의 유리가 전부 깨지는 통에 크게 다칠 뻔 하셨다고요. 저는 그때서야 드디어 마음을 놓고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죠. 저는 그 교회의 구조를 알고 있었거든요. 로비 위 3층에, 천창이 있다는걸요. 만약 그게 깨져서, 부모님 위로 떨어졌다면 하는 생각이 끝없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PTSD로 남아있습니다. 2시간 반 동안 연락이 없던 동안 혹시 그런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아직도 답을 낼 수 있지 않기때문이죠. 그때의 기억을 상세히 되살리는 일이 있기라도 한다면 정말 우연히 떠올리기라도 한다면 호흡곤란과 함께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남에게 전화한다는 단순한 생각도 못하고 남이 저에게 전화를 해줘야 합니다. 저는 그때, 부모님께서 무사하시다는 전화를 기다렸었으니까요.


다양한 방법으로 이 PTSD를 고치려고 해봤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더군요. 완전히 특정한 상황, 그리고 우연히 기억을 떠올리는 때가 아닌 한은 그때의 증상을 재현할 수 없어서, 안심되는 상황에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PTSD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극복할 루틴을 설정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이 PTSD를 안은 채 살고 있습니다.


너무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떠올리는 빈도도 줄어들고 있거든요. 언젠가 제가 제어할 수 있을 만큼 기억이 희미해진다면 그 때는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을테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