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다.

그러면서도 인내하고 노력하는편도 아니였다.

어쩌면 공부하지 않아도 성적이 나온다는 자만감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으니 공부하다 막히면 내던지고 말아버린다.

내던지고 다시 주워담지 않으니 중, 고등교육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식으로 어느새 대학까지 들어왔다.


대학에서는 뭐가 다르기나 할까.

1시간 미만이던 수업시간이 갑자기 2시간으로 늘어나니 집중하지 못한다.

집안사정이 좋지 못하니 태블릿, 노트북을 사달라고도 못한다.

알바해서 사라고? 

기숙사라서 단기알바 해야하는데 그럼 그냥 상하차 해야한다.

노트에다 필기하라고?

그걸했으면 집까지 ktx타고 5시간걸리는 거리로 오지 않았을거다.

인서울로 2시간 이내로 통학했지.


가끔은 이게 다 유복하지 못한 집안때문이다 생각하다가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진다.

그러면 그만큼 내가 더 열심히 했어야지, 핑계는 많으면서 해결 할 생각은 안하지, 학원은 내 의지로 안다녔던거 아닌가?


아무튼, 대학 교양에서 나의 삶 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오는게 과제로 주어졌다.

나는 이게 정말 싫다.

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지? 나는 어떤 노력으로 이곳에 왔지? 이곳에서 무슨 노력을 할것이지? 노력한다하면 이루고싶은건 뭔데? 그걸 이뤄내면 넌 뭐가좋은데? 그렇게되먼 행복하기는 한가?


옆자리 동기도, 앞자리 선배도 줄줄 써내려가는데

나는 무엇을 쓸 수 있지?


대학을 왔으나 아직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대학 합격을 위해 그나마 쉬울거같은걸 타협해서 적당히 꾸며낸 말일뿐.

내가 하고싶은걸로 정해서 온건지도 모르겠다.


진짜 다 때려치고 부모고 나발이고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24시간중에 15시간은 게임하고 놀고 나머지는 자고싶다.

존나 한심해 죽겠다.

대학에 오고나서 생기는 일종의 번아웃이라고?

이런생각이 7년째 드는게 번아웃이 맞나?


유튜브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이런생각으로는 천명도 못넘길걸 안다.

입담이 좋은가? 목소리가 좋은가? 게임을 잘하기를 하나? 그럼 뭐 잘생겼냐?

무엇도 아니라는거다.


적어도 확실하게 우울증이나 공황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내가 이러는걸 내 주변인물들이 이해해 줄테니까.

난 우울증도 아니고 공황이있어서 힘들어하는것도 아니고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사람을 못대하는것도 아니다.

걍 소심해서 사람을 못대하고 찌질해서 혼자 쌓아두다가 우울해하는것 뿐이며 공황따위 있지도 않다.


성격도 별로라서 대인관계도 망했다.

나는 왜이렇게 겁이 많고 소심할까

대학교 들어가서 개강총회 한다해서 돈내고 가놓고선 친구 하나 못만들고

MT가서도 적응못해서 혼자 방가있었다.



이런 우울한것들을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다.

아니 친구는 많다.

근데 그중에 누가 내 이런면을 좋아해줄까, 내가 오늘 우울하다고 이런걸 털어놓고 나면 나를 보는게 달라지지는 않을까

아니면 소문내지는 않을까 얘 정병같다고

그렇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안남는게 아닐까

그게 너무 두렵다. 

걔네들은 대체 뭘 보고 나랑 친구를 해주는걸까

나 따위랑 친구하느라 힘들거같다.

내가 힘들어서 죽을거같다고 울면서 전화한다고 한들

내가 있는곳까지 달려와 줄 친구가 있기는 할까

나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데

걔네는 날 그렇게까지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할까

고2때 좋은 친구 사귀었다고 생각했는데 고3때 같은반인애들이랑만 친하게 지내고

나한테는 관심없어지는거 뻔히 보였다.


같이 알바하던 형이 너랑 나는 오래 알고지낼것도 아니고 알바동안 약간만 친한건데 뭐 고민있으면 털어놓으라고 했다. 

자기는 이런거 들어주는거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 착한 형을 감정쓰레기통으로 만들기 싫다. 좋은 형인데 이런 말 들으면 자기도 좋은 마음일리는 없으니까


부모고 가족이고 상담하지도 못하겠다.

아빠랑 형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두사람이고

어머니께는 걱정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취미도 없다.

고작 게임이 취미? 웃기는 소리하네

애니보기? 자랑이라고 취미네


겁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그걸 고칠 수 없잖아.

내가 너무 싫다. 내 팔을 그으면 뭔가 해방감이라도 느껴지지 않을까? 아니면 고통스러운 순간을 물리적인 고통을 통해 잊을 수라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픈건 무서운걸

가끔은, 아니 이틀에 한번꼴로 죽고싶기도 해

근데 죽는게 너무 무서운걸

아무 고통도 없고 향도 맛도 없는 독약이 있으면 좋겠어

그냥 마시고 죽어버리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걸

죽고 나서도 무서워

내가 죽었다고 같이 울어줄 사람이 가족말고 있을까

내 친구들이 나의 장례식에 찾아와 주기는 할까

사인이 자살이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할까

이해해줄까? 아니면 그럴애가 아닌데.. 같은 나를 하나도 모르는 말을 쏟아낼까

아니 애초에,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라도 먹기는 할까



왜 내가 게임하자 할때는 과제때문에 못한다면서 바로 다음날 같이 게임하는게 내가 아닌 다른애야?

왜 6명이서 다같이 친해졌는데 내 소식은 궁금해 하지 않는거야?

분명 그새끼가 잘못한거고 니네들도 같은 이유로 싫어하면서 왜 내가 없을때는 걔랑 같이 게임해주는건데

아니 선심써서 해주는게 나랑 해주는거였나


너네가 집갚이 올랐네 오르지를 않네 쟤네집은 떡상했네 할때마다 내가 얼마나 상처받는지 아니

너네는 너네집이 있어서 좋겠다. 컴퓨터, 핸드폰 바꾸고 싶을때 바꿀 수 있어서 좋겠다.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를 수업시간에 당당히 들고오는게 너무 부럽다.

일주일에 치킨을 한번씩 먹는게 당연하다는 너네가 싫다.

놀러가고 싶으면 용돈받아서 놀러가는 너네가 너무 싫다.

생일파티에 초대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치킨에 피자에 생일케이크에 아이스크림까지 내어줄수있는 너네가 너무너무너무싫다.


그러면서도 내가 찢어지게 가난한게 아니라서 어디가서 토로했다가 돌맞을게 뻔해서 더 싫다.

이럴거면 차라리 낳지 말지그랬어

내가 기숙사 싫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다 무시하고 자취시킬 돈없다고

이런거 하나 못들어줄꺼면 낳지 말지 그랬어

스무살 쳐먹고도 형이랑 같은방쓰게할거면 씨발그냥 낙태하지 그랬어

나 안낳았으면 셋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거잖아


오늘 엄마가 나한테 전화해서 말했지 아빠 생신이신데 전화라도 한번 드리라고

내가 아빠 싫다는데 왜 무시해? 그냥 싫은수준인거같아?

그냥 싫은게 아니라 증오한다고, 내 인생에서 없었으면 차라리 좋겠다고.

형도 똑같은정도로 싫어한다고.

왜 내말을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지?

그러니까 내가 힘들어 뒤지겠어도 부모한테 상담하는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글이나쓰지




내가 우울하다고 암만 생각해봐야 다시 생각나는건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 많은데 내가 우울하다고 깝쳐도 되는걸까 싶다.

나보다 가난한사람 많은데, 나보다 힘든사람 많은데 내가 이런걸 호소해도 될까

소위 말하는 패션우울증같아보이지는 않을까, 아니 진짜 패션우울증일지도 모르지

나만 모르는거고


두서없는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