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우리가족은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아니 정확히는 할아버지댁에 우리가 얹쳐살았다.

할아버지는 사업을 하셨고 꽤 큰돈을 버셨다.

아버지도 젊은때부터 사업을 하셨지만 망하길 여러번, 내가 태어났을때도 백수로 집에서 컴퓨터나 TV를 보고 툭하면 술먹으러 나가는 사람이었다.

초등학생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어머니 후드려패고 경찰이 오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다.

10살이던 나는 공부를 못한다며 체벌로 맞은적도 많았고 집에서 쫒겨난적도 많았다.

쫒겨나던 날이면 아파트 놀이터의 제일 높은 미끄럼틀에서 항상 숨어 울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집 물건을 부술때마다 아버지가 잘때까지 기다리며 옷장속에 숨어있었다.

그렇게 몇년을 지내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님이 어떻게든 재결합 하셨다.

아버지도 어머니께 사과하고 새 직장을 구하셨다.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오는듯 했다.

잠시나마 행복했다.

중학교때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이가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두분은 몇십년간의 갈등이 폭발했었고 인생동안 같이 할아버지와 살았던 나는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떨어지게 되었다.

이사를 했다. 작고 허름한 아파트로.

나는 공부에 뜻이 없었기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갔다.

고등학생때 어느날 아버지가 나를 때렸다.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렇게 작년에 입대를 했다.

오늘 휴가중에 부모님께서 또 크게 싸우셨다.

부모님은 재결합하신 후 항상 다퉜고 지금도 종종 심하게 싸우신다.

할아버지는 점점 나이가 드시니 건강도 안좋아지시고 최근엔 치매초기증상도 보이기 시작하셨다.

아버지는 평소에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폭발한다. 지금은 집에서 자거나 술마시러 나간다.

어머니는 점점 미소가 사라지고 나에게 답답하고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어린시절 가족들 다 같이 한 식탁에서 밥을 먹던 때가 생각난다.

나에겐 가족들이 다 같이 한 식탁에서 웃으며 밥 한끼하는 꿈이 있다.

이젠 정말로 꿈이 되어버렸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