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Scan the shade



1회





나는 일요일이 싫어. 아빠가 돌아온단 말이야. 한 손에는 치킨.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 한 손에는 거칠거칠하고 기름내나는 손. 내 얼굴을 밑바닥까지 훑듯이 만지작거린 후에, ‘엄마는?’하고 묻는 웃음.


우리 아빠는 바보다. 주변 사람 모두가 바보라고 했다.

항상 남 좋은 일만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일만 하니까. 아빠는 옳겠지만, 우리는 그럴 때마다 힘들어.


‘힘들어. 그런 건 이런 세상에선 하나도 도움이 안 돼.’


사실은 사실이니까.

진실이 진실이라고, 모두 다 옳은 건 아니니까.

착한 일이라고 옳을 수 없으니까.


옳은 일이, 반드시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일요일이 싫어.

아빠가 더는 돌아오지 않는 일요일이 싫어.

이제는 되찾을 수 없는 일요일이 싫어.



일요일이 싫어. 코끝에서 간지럽히듯 춤을 추는 그 향도 싫어. 베어 물면, 터져 나오는 기름과 바삭한 튀김옷도 싫어. 그걸 보며 웃는 아빠도 싫어. 점점 바뀌어서, 병원에서 기다리게 되는 일요일이 싫어. 보이지는 않지만 깔끔해서 더 기분 나쁜 분위기. 매번 인상을 쓰는 엄마. 그늘진 표정으로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아빠. 더 이상 치킨은 없다. 일요일이 싫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모든 걸 잃고⋯⋯


망가지기 시작한 아빠는 더 싫다. 그냥 착한 바보는, 주변이 평화로울 때나 성립하는 거다. 그냥 착한 바보는, 민폐다. 쓰레기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병신이다. 전부 다 불행하게 만든다. 착하기만 한 바보는, 아무것도 쥘 수 없다. 독한 세상이다. 눈 뜬 채로 코가 베이기는커녕, 몸뚱아리가 사라진다. 


눈앞에서, 모든 걸 잃어도, 그걸 조롱하고 있어도, 그런데도.



착한 바보는 죽어야 해.

그런 건 그냥, 정신병자야. 현실을 모르는,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 저능아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본심.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손. 거칠고, 기름내 나고, 내 세상을 뒤집어 놓는 손.

그런데도 병원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경쾌했다. 돌아가는 시야. 차오르는 눈물.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과 닮았네.

눈앞의 여자아이가 휘두른 주먹은.








원제

Scan the shade

그늘을 훑는다.


-2





마치 흑연으로 그린 것 같은 세계이기에 당연히도 폭발의 여파로 검었다. 지면에 붙은 불길과 파헤쳐진 착탄지가 알려주듯, 대인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위력. 북방 합의체가 개발한 대침식체, 대함 휴대용 CRF 집약 로켓 런처였다. 직격이든 아니든, 노렸던 것이 ‘사람’이라면 육편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정체모를 침식체라도 바닥을 나뒹굴며 잠시동안은 고통에 신음하며, 뜯겨 나간 상처를 재생하고 있었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쏟아지는 흙토의 빗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다.


“뭐⋯뭐야, 저거.”


지이이잉, 냉동고에서 얼음을 가르려 칼을 꺼낸 것처럼 섬뜩한 소리가 이어지고⋯⋯

푸른 눈이 자신을 노렸던 이들을 응시한다. 괴물이라기에는 너무나 푸르렀고, 인간이라고 하기엔 메말랐다. 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이 깊었고⋯ 두 남자는 뒤집어쓴 스코프 너머의 그 눈을 천왕성 같다고 생각했다.

우연이겠지만, 그렇게 느꼈다. 이쪽을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느낌. 한순간, 침식체의 정신 공격 비슷한 무언가인가 싶다가도, 금세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늦었다.


“⋯적대적 행위를 확인했습니다. 당연히 각오는 하셨겠죠. 반휴먼?”


안광조차 남기지 않고, 푸른 눈이 날았다. 은빛 머리카락이 유성 꼬리처럼 뒤따르고, 런처를 든 남자의 턱이 돌아간다. 그대로 차량 위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처럼 몇차례 돈 뒤, 서부의 회전초마냥 지면을 구르고 있다.



“큐컴버! 이, 이 자식이⋯!”



반대편 MA1 험비에 타고 있던 남자가 회전초의 이름을 짧게 부른 뒤, 파일 벙커를 들어 올린다. 몇가닥의 동력선으로 입고 있는 검고 붉은 파워드 슈트에 연결된 파일 벙커. 지금 반대편 차량에서 점프해오는 푸른 눈을 향해 쏟아지는 위력은 2종 침식체도 구멍을 낼 만한 위력이다. 그걸.



“맨손으로 막는다고⋯?!”



정확히는 장갑을 낀 손이었다. 푸른 눈의 검은색 장갑.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디악의 활약으로 윗부분이 날아갔기에 파일 벙커의 남자는 깨닫지 못할 뿐. 파일벙커가 제 위력을 내기 전에 틀어막은 탓에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양손도 아닌 한 손이라고 하더라도, 충격을 막고 지지할 곳이 없는 공중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손으로 막아냈다는 것.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파일 벙커째로 남자를 밀어낸다. 


“덕분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반휴먼.”

“뭐⋯”


남자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턱이 올라간다. 푸른 눈의 다리. 새하얀 가죽제 앵클부츠가 걷어 올린 우아한 궤적. 남자의 헬멧에 대보자면 1/4도 안 되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 발. 하지만 남자는 싸구려 액션영화처럼 뒤로 공중제비를 돈다. 육중한 거구가 파일 벙커를 들고서 두 바퀴. 낙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한 바퀴도 지면에 처박히기 전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남자는 들었던 파일 벙커를 퍼지하고서 중심을 잡으려 한다.


“크억⋯!”


하지만, 푸른 눈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왼발 로우킥. 구겨서 던진 콜라 캔처럼 통하고 흑토 위를 한 번 헤집더니 남자가 엎어진다. 150㎝ 정도 되는 푸른 눈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괴력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그 괴력에 맞고도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은 그들의 파워드 슈트가 대단한 것인지, 쫓기던 여성은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자신이 쓴 침식 방호복의 바이 저가 망가졌나 확인해보지만, 딱히 문제는 없다.



“그래도 그 이터니움 합금이라면 적당히 합의를 볼 수 있겠군요. 다행입니다. 열혈변호사가 없어서, 망가트리지 않은 채로 수금할 수 있겠네요. 반휴먼.”


푸른 눈은 지면에 엎어진 남자를 마치, 감정이라도 하듯 내려다본다. 정확히는 남자가 아닌 그 슈트였다. 그런 뒤에 이미 거적처럼 손바닥 부분만 남은 검은 장갑이었던 것을 뜯어낸다. 춤을 추며 떨어지는 검은 천 너머로 어느새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서 있다.


“안타깝게도, 이 의복은 제 물건이 아니라 빌린 것이어서요.


⋯⋯.


아니군요. 정정합니다. 제 소유의 물건이 맞습니다.”


그녀의 공간 안에 있었던 것이니까. 푸른 눈의 자신의 아집을 깨닫지 못한 채, 논리 사고의 잘못을 뒤집어씌운다. 


“뭐⋯뭐라는거야. 이⋯미친⋯!”

“제게 물질적인 손해를 입혔습니다. 고로, 당연히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기본적인 것도 일러줘야 합니까? 반휴먼?”


⋯아니면, 그 혐오스러운 살덩이에 기판 몇 개를 펴 발라서 저열한 본성을 숨길 수라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로 이어지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슬슬 푸른 눈도 깨닫는다. 이것은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비록 이 행동이 그녀가 이전에 수도 없이 되풀이해 왔던 행위임에도, 지금은 유난히도 감정적이라는 것을.



감정적?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손해를 입은 자의 합당한 요구. 정당한 권리. 오히려 뒷일조차 생각하지 않고⋯


종료. 논리회로가 엉망이다.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일의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예를 들면 지금 이 차량 쪽이 더⋯



“야이 씨발년아!!!”




회전초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섬광. 급격히 올라간 광도(Candela)에 푸른 눈의 시각 정보처리 장치가 적응하는 동안 남자가 뛴다. 파일 벙커를 들고서, 달려간 곳은 푸른 눈이 서 있는 차량이 아닌 반대편. 회전초가 되어버린 남자, 푸른 눈에게 로켓런처를 쐈던 큐컴버가 타고 있던 차량.



“읏⋯!”


검은색 크레파스를 갈아내는 것처럼 지면을 바퀴가 파헤치고, 거칠게 엔진이 드리프트를 한다. 



“로치!”

“야! 타!”



섬광탄을 던졌던 남자. 큐컴버에게 다가가더니, 속도를 줄인 후에 엑셀. 겨우 조도 처리가 끝난 푸른 눈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



푸른 눈은 MA1 험비에 장착된 기관총에 시선을 두었다가, 뗀다. 어차피 각도도 나오지 않는다. 운전해서 쫓아갈 이유도 없다.

화는 나지만, 오히려 좋다. 좋은 이동 수단을 얻었다고 치면 나쁘지 않은 합의 조건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때, 투둑하고 겨우 달라붙어 있던 그녀의 스카잔 점퍼의 오른팔 부분이 그대로 뜯어진다.


‘이거면, 손해입니다.’


찌릿하고 멀어지는 차량, 지금은 검은 먼지밖에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눈가를 흘긴 뒤 푸른 눈은 덜렁거리는 점퍼의 오른팔을 붙잡고 차량에서 내려온다. 되도록 무시하려고 했지만, 쓰러져 있던 여성이 푸른 눈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저기⋯”


헬멧 너머로 전해져 오는 여성의 목소리. 푸른 눈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타고 있던 차량은 산산조각이 났던 탓일까, 주춤거리는 모양새. 콜록, 하고 기침을 한 뒤 푸른 눈을 올려다본다. 흡사 우주인 같은 외형의 구형 침식 방호복. 푸른 눈은 보자마자, 제원을 알아차린다. 정확히는 그녀의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걸맞은 모델을 찾아낸 것이다. 제법 개량을 거쳤지만, 현세대 기준으로는 골동품. 대정화 전쟁 말기에나 등장한 최초의 침식 방호복. 그것의 마이너 카피 모델. 스틸레인제 등급에는 한참 못 미치는 물건. 심지어 이면세계 다이브 절차 중 하나인 관리국 인증 넘버도 없다.


푸른 눈이 알고 있는 솜씨는 좋지만, 심성은 못돼먹은 그 속물적인 영감조차 기겁할 물건.


‘아닙니다. 그 휴먼이라면, 오히려 골동품을 발견했다고 좋아했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햄스워스의 공방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정도로, 낡아빠진 방호복이었다는 것이다.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놈들한테 꼼짝없이 당했을 거야.

 그러니까 이름이⋯”




푸른 눈의 논리회로가 사고를 끝마친다. 몇 가지 결과가 남는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그녀는 짐 덩이다. 쫓기고 있었다는 상황을 떠나서, 다른 모든 걸 제쳐두더라도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푸른 눈의 행동에는 담겨 있었다. 정확히는 모른 체 하고 싶다. 싶다? 푸른 눈의 사고회로가 제동을 건다.


그럴 이유는 없다. 마치, ㅁㅁ처럼⋯


요즘 들어, 사고회로와 논리회로가 충돌하는 일이 잦다. 안정된 공간에서 제대로 된 메인터넌스와 데이터 조각 모음이 필요하다. CPU의 할당이 생각보다 여유롭지 못하다. 푸른 눈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시선을 돌린다.


“⋯”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MA1 험비. 이면 세계에서는 귀중한 이동 수단. 



“호라이즌이라고 부릅시오. 휴먼.”



하지만, 직접 운전하는 것은 조금 거부감이 든다. 그도 그럴 게⋯⋯.



“그래, 호라이즌.

 왜 이런 데 혼자 있던 거야?

 여긴 고심도 좌표라 태스크포스들도 잘 안 오는 곳인데.”



푸른 눈, 호라이즌의 말에 여성은 ‘이유’를 묻는다. 사고한다. 논리회로가 적절한 답 몇 가지를 내놓는다. 거부할 ‘이유’는 없다. 사고회로가 오류를 내며 승인한다.



“직원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교전 중이던 당신을 발견했죠.”


“직원들⋯⋯?”


교전이라고 하는 표현보다, 직원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여성. 호라이즌은 위화감을 느낀다.



“네. 저는 호라이즌 파이낸스의 대표로서,

 실종된 직원들을 수색할 책임이 있습니다.”



여성은 아~ 하고, 턱을 괴었다가 고개를 든다. 동그란 헬멧의 바이저가 두꺼워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싸구려 소재로 어떻게든 침식파를 막아내기 위해 궁리한 결과다. 


“호라이즌 파이낸스,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야. 콜록.

 하지만 그 사채업자는 빚쟁이한테 속은 것 때문에 미쳐서

 정신병원에 갇혔다고 했는데⋯⋯”


눈앞의 흙먼지 탓인가, 검은 땅이 일구어내는 모래비에 그녀가 기침하며, 자신이 아는 호라이즌의 대한 것을 입에 담는다. 반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호라이즌은 남 일이라도 되는 양 옷과 손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답한다. 구태여,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윌버란 자였죠.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사고회로는 외부 자극에 그렇게 취약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콜록콜록. 소문의 주인공을 다 만나 보네.

 네 얘기는 태스크포스 사이에서도 유명해.”


“그렇습니까?”


여성의 들뜬 목소리에도, 호라이즌은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점퍼의 오른팔이 뜯어진 것이 신경 쓰이는지 마치, 상처를 접합하듯이 갖다 붙이지만 소용없다. 뜯겨 나간 곳은, 아예 사라진 상태이다. 이대로라면 손목 위로 올라오는 7부 점퍼같이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응. 돈 빌려 놓고 안 갚으면서 배짱부리던 용병들을 박살 냈다며?

 군벌이랑 싸웠다거나, 마피아를 괴멸시켰다거나, 혼자 함선을 때려 부쉈다던데.

 엄청 부풀려진 소문들이겠지만.”


“⋯”


“어, 그거 다 사실이야? 진짜로?”


호라이즌은 눈을 감는다. 긍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한숨을 쉬는 행동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했다. 침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여성의 들뜬 목소리는 마치, 재미난 것을 본 아이 같았다. 재생장치가 에러가 난다. 이 반응은 싫다. 감정회로가 내달린다.


“휴먼들의 의사소통에는 휴먼에러가 많습니다. 부풀려지고, 또는 곡해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휴먼.”


“아⋯그치? 그나저나, 그 소문만큼은 반은 맞았네.”


답할 필요가 없다. 혹할 이유가 없다. 흥미를 가질 이유도 없다.


“어떤 것이 말입니까? 휴먼.”


“⋯그 왜, 머리에 로봇청소기를 두 대나 단 귀여운 여자아이가, 자기가 로봇인 것처럼 군다고 하는 소문. 컨셉질이라고 하던데, 그런게 아니라 진짜⋯”


로봇이었구나. 정확히는 틀렸다. 호라이즌은 로봇이 아니라, 그녀의 강인공지능. 즉, 자의식을 가진 AI를 뜻한다. 로봇보다는 안드로이드, 지금의 소체는 여성형이기에 가이노이드에 가깝다. 본체는 어디까지나 인공지능. 소체에 있지 않다. 하지만, 그걸 설명할 이유도 없고, 과정도 귀찮다. 이미 질릴 정도로 겪어 왔고, 구태여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푸른 눈을 여성에게 던질 뿐이다.


다만,


“뭐든 상관없습니다만, 휴먼들은 제 냉각기를 왜 매번⋯”


“아, 미안.”


여성이 고개를 살짝 숙인다. 사과의 제스쳐.


“그나저나,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을 못 했네. 아, 그러네! 내 소개도 못했어.”



손을 뻗는다.



“고마워. 난 그릴 파티의 현장 직원. 헤더 영이야.

 비정규 태스크포스라서, 이름을 말해도 알지는 모르겠지만.”


뻗어진 손에 호라이즌은 답하지 않는다.


“이야, 이런 곳에서 스캐빈저를 만나서 끌려갔을 때는 진짜 간담이 서늘했는데⋯.

 어떻게든 도망쳐서⋯어, 어라? 호라이즌?”


자신을 무시한 채 남겨진 험비에 오르는 호라이즌을 따라 헤더도 차량 근처로 다가온다.



“그것보다 휴먼, 운전은 할 줄 압니까?”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아 벨트를 매는 호라이즌을 올려다보는 헤더.

잠시 사고가 멈추지만, 응. 하고 운전석에 오른다. 읏차, 하고 침식 방호복이 익숙치 않은지 

버둥거리지만, 어찌어찌 착석하는 데 성공한다. 



“⋯운전하십쇼. 휴먼. 좌표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벨트를 매려다가, 방호복 때문에 도저히 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헤더가 관두고서 입을 연다.


“어, 근데 어디로 가는데?”


“직원들을 찾아야 합니다. 북동 방향으로 가면, 연구소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SOS 신호를 발신할 수 있는 장비들도 있으니 당신에게도 손해는 아닐 겁니다.”


호라이즌은 능숙하게 벨트를 맨 뒤, 뜯어진 오른팔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답한다.

알겠어, 하고 운전대를 잡은 헤더. 그렇게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다.



“⋯⋯”


“⋯휴먼?”


그 이상에, 호라이즌이 고개를 돌리자, 헤더도 고개를 돌린다. 불투명한 바이저 너머에는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이이⋯ 호라이즌?”


“뭡니까. 휴먼. 얼른 운전하시죠.”




“⋯⋯나 오토 밖에 안 몰아봤는데,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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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