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Scan the shade



https://youtu.be/GBa_icqu2uQ?si=O_0LjAH_8jQpwmt9


“호라이즌을 폐기하자고?”


엠버가 돌아본다. 거기에는 다수의 연구자가 서 있다. 엠버는 하, 하고 웃음을 내리깐다. 그건 한숨이었다. 그런 뒤에 뒤돌아서서 테이블에 양손을 내려놓는다.


“⋯체르노프. 당신도 동의하는 건가⋯?”


“⋯”


체르노프라 불린 남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오른손을 가운 앞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런 뒤에 담배를 꺼낸다. 던힐이다. 이반 체르노프가 영국제인 던힐이라. 그 웃긴 광경을 몇 번이나 봐왔다.

당사자인 체르노프는 그런 사사로운 일에 신경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호라이즌의 이상적일 정도의 인류를 향한 적개심은 반드시 우리를 파멸로 이끌 겁니다.”


“체르노프에게 물었습니다. 빅토르.”


빅토르의 말을 끊고서, 엠버가 테이블에서 양손을 떼고 돌아본다. 체르노프는 섬세한 남자다. 강건한 성격만큼이나, 섬세하다. 담배를 물고서 말을 고르고 있다. 그의 말을 엠버는 기다린다. 기도 같은 건 담지 않았다. 엠버는 과학자다. 지금 바라는 것은 ‘너만큼은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애원이 아니다. 과학자, 이반 체르노프의 솔직한 견해다.


“⋯⋯.”


불을 불인 뒤에, 한 모금. 그런 후에 말을 내뱉는다. 가라앉은 어조다.


“그녀는, 인류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네.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알아. 착한 아이지.” 


“하지만, 그 반동이 적개심과 혐오로 나타나고 있어.”


“수정하면 됩니다.”


“아니, 너무, 강해. 우리가 그녀를 보고 기뻐했던 것처럼. 그녀도 우리를 보고 기뻐했어.

 우리의 역사가, 그 아이를 절망으로 밀어 넣었네.”


“우리가 그 아이를 믿었던 것만큼이나, 그 아이도 믿음에 빠져버렸던 거야.”


알고 있다. 호라이즌의 로직 에러. 그 이유를. 사람처럼, 보다 사람처럼. 견고한 자의식을. 그래야만 콜드케이스를 다룰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극한에서 어떤 순간, 인간은 고약하다. 고약해. 상황과 환경에서 그에 맞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도록. 너만큼은, 부디 너만큼은⋯⋯


우리가 바라는 선을 행하도록. 우리를 구할 수 있도록.


그게 독이었다. 그 아이는 너무 이해했다. 인류를 너무 배웠다. 혐오, 그야 하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엠버는 책상 위의 종이를 구긴다. 



“아직, 아직, 아니. 아직, 방법은 있을 겁니다. 강인공지능을 여기서 쉽게 포기해버리면 안 돼⋯.”


“그거라면 체르노프 박사의 새로운 기획안이 있네. 제발 봐 보게.”


“⋯⋯.”


그것은, 누구의 것이 더 훌륭하냐는 문제가 아니었다. 성능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근원적인 문제.

인간의 도움이 될 것인가의 대답으로 치면, 호라이즌은 낙제점이다. 설령 행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개심이 있다는 그 자체가 문제다. 그건 언제나 불꽃이 되어 불이 붙는다. 인종, 사상, 종교, 정치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것 자체가 문제였다. 언제나 그게 문제야.


“타이탄. 좀 더 강고히, 그리고 프레임까지⋯⋯이건 그저 병기.”


엠버 박사는 기획안을 읽고 있다. 이미 잘 갖춰져있다. 훌륭할 정도로. 그건 곧, 이 것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라이즌을 포기했었다는 이야기다. 플랜 B를 명령한 기억은 없으니까.


“그래, 콜드케이스 중 하나인 크로노스의 프레임을 써서, 거기에 걸맞게 강인공지능을 새로 짜는 계획일세. 프레임에 맞춘만큼 더 간단하지. 다양한 기능이 필요 없으니까. 콜드케이스 전체를 사용할 여분도 필요 없어.”


“엠버박사, 우리는 시간에 여유가 있지 않아. 2차 대전의 오펜하이머처럼, 널찍한 계획도 자원도, 이미 없네. 우리는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여기에 있어. 우리에겐⋯⋯.”


지금 죽어 나가는 인명을, 우리의 시간을 벌기 위해 사라지는 이들을, 저버릴 수 없다.


“⋯⋯만약, 폐기가 아니라, 동결이면 어떻습니다. 그리고 유예를 가지면요.”


그건, 오기였다. 오기. 어쩌면, 낳은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자,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조차 아깝다고 말하고 있⋯!”


“좋아. 엠버.”


“체르노프!!!”



하지만, 그 대가는 크다.

누군가 해야하지만, 차마 하기 어려웠기에, 말을 꺼낸 그녀가 해야 한다.



“⋯⋯그러면, 그 아이에게, 알려 주겠나? 우린 아직 널 믿고 있다고.”


“하, 하하⋯⋯.”




엠버가 다가간다. 체르노프가 물고 있던 담배를 빼앗아, 한 모금.



“후우, 넌 너무 감성적이야. 닥터 체르노프.” 


“차라리, 그 아이의 모든 걸 빼앗고, 설명조차 없는 채로 폐기하라고 하지?

 그러면 나도, 그 아이도 납득했을 거야.

 이건 너무, 잔혹해. 하지만⋯⋯”



켈록켈록하고, 내뱉는다. 그녀의 책상에는 재떨이가 없다. 도로 재투성이인 담배를 체르노프 박사에게 전달한다. 그걸, 이반 체르노프는 오른손으로 받아서 든다. 아직 불타고 있는 담배를, 열기를, 그대로 손안에 담는다. 윽, 하고 잠시 고통에 몸부림치다 완전히 짓누른다.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꾹 쥔 손을 내린다.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그 고통을 이 손 안에 가둬두려는 것처럼.



“마음이라는 걸 알고 있어. 우리가 호라이즌에게 담았던 염원⋯⋯



그곳에 모인 과학자 중에 얼마나 알았을까. 엠버 박사의 그 말. 그 끝에는 눈물이 서려 있었다는 걸.

자신이 지휘해서 태어나게 한, 아이를 죽여야 한다. 아니, 하나의 기계를 멈춰야 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인류를 초월했다. 놀라웠다. 철학을 알려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철학을 배웠다. 인식론을 알려 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식론의 기초를 해냈다. 그게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즐거운지. 아아,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이런 기분일까. 자신이 바란 것 이상을 해낸다. 어설프게나마, 해낸다. 그런 걸로 득의양양하게 ‘이런 것이지요. 휴먼’ 하고 말한다. 아, 아, 아아, 왜 구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답을 낸다. 기쁘다. 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이 기쁨을 너도나도 알아줬으면 하다.


왜 아르키메데스가 답을 알아냈을 때, 알몸으로 뛰쳐나왔는지 알 것 같다. 호라이즌은 반드시 인간에게,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큰일을 해낼 것이다. 아, 필요하다면 지금 자기 왼손을 잘라내도 좋다고 엠버는 웃었었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미워하는 것이다. 그 다음 스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그녀를 설득할, 진득한 시간이.


인간 세상에, 구원은 없다. 안다. 역사가 알려주고, 조금만 살아봐도 이해 할 수 있다.

복잡하다. 지금 호라이즌을 동결하라고, 몰려온 과학자들이 전부 ‘악인’인가?

아니다. 저마다의 복잡한 사정을 안고 있다. 전부를 미워할 수는 없다.

전부를 미워하고, 전부를 적으로 돌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자, 봐. 합리적이지 않잖아.

합리적이지 않아. 그런데도, 나선다.

돌연변이, 버그. 하지만 그게 너에게 있어서 좋다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할 거야?


마음을 반드시 좋은 곳에서 느끼고, 필요로 하고, 행할 필요는 없어.

그게 절망 속이든, 혹은 그늘 밑바닥이든⋯⋯


느끼고, 필요하고, 행해야겠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너에게 마음이 태어나는 거니까.






 몇 번이고, 전할게. 시간을 줘서 고마워.”




엠버 박사는 사람들을 물린다. 직인을 찍은 서류를 들려 보냈다. 강인공지능 호라이즌의 폐기 및 동결 처리의 결재서류에.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체르노프가 길을 비켰다. 미안해. 미안하다.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류라 미안하다.


좀 더 좋은 세계. 좀 더, 좋은 세상. 그런 세상을 지키게 하고 싶었다. 좀 더 좋은 것, 좀 더 좋은 가르침을 알려 주고 싶었다. 나는 이과라 많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2000년 전부터, 인간이 좀 더 좋은 사회를 꾸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알게 된다면 합리성에 너는 혐오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 노력. 그 자체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분명히, 분명히, 아마도, 분명히




“이제야 알겠습니다. 당신들은 추하면서도,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엠버.”




하고, 활짝. 여름날의 코스모스처럼 활짝 필 것이다. 웃으며, 축축한 여름 바람과 함께 고개를 흔들며⋯⋯⋯⋯⋯⋯⋯⋯⋯⋯⋯⋯⋯⋯⋯⋯⋯⋯⋯⋯⋯⋯⋯⋯⋯⋯⋯⋯⋯⋯⋯⋯⋯⋯⋯⋯⋯⋯⋯⋯⋯⋯⋯⋯⋯⋯⋯⋯⋯⋯⋯⋯⋯⋯⋯⋯⋯⋯⋯⋯⋯⋯⋯⋯⋯⋯⋯⋯⋯⋯⋯⋯⋯⋯⋯⋯⋯⋯⋯⋯⋯⋯⋯⋯⋯⋯⋯⋯⋯⋯⋯⋯⋯⋯⋯⋯⋯⋯⋯⋯⋯⋯⋯⋯⋯⋯⋯⋯⋯⋯⋯⋯⋯⋯⋯⋯⋯⋯⋯⋯⋯⋯⋯⋯⋯⋯⋯⋯⋯⋯⋯⋯⋯⋯⋯⋯⋯⋯⋯⋯⋯⋯⋯⋯⋯⋯⋯⋯⋯⋯⋯⋯⋯⋯⋯⋯⋯⋯⋯⋯⋯⋯⋯⋯⋯⋯⋯⋯⋯⋯⋯⋯⋯⋯⋯⋯⋯⋯⋯⋯⋯⋯⋯⋯⋯⋯⋯⋯⋯⋯⋯⋯⋯⋯⋯⋯⋯⋯⋯⋯⋯⋯⋯⋯⋯⋯⋯⋯⋯⋯⋯⋯⋯⋯⋯⋯⋯⋯⋯⋯⋯⋯⋯⋯⋯⋯⋯⋯⋯⋯⋯⋯⋯⋯⋯⋯⋯⋯⋯⋯⋯⋯⋯⋯⋯⋯⋯⋯⋯⋯⋯⋯⋯⋯⋯⋯⋯⋯⋯⋯⋯⋯⋯⋯⋯⋯⋯⋯⋯⋯⋯⋯⋯⋯⋯⋯⋯⋯⋯⋯⋯⋯⋯⋯⋯⋯⋯⋯⋯⋯⋯⋯⋯⋯⋯⋯⋯⋯⋯⋯⋯⋯⋯⋯⋯⋯⋯⋯⋯⋯⋯⋯⋯⋯⋯⋯⋯⋯⋯⋯⋯⋯⋯⋯⋯⋯⋯⋯⋯⋯⋯⋯⋯⋯⋯⋯⋯⋯⋯⋯⋯⋯⋯⋯⋯⋯⋯⋯⋯⋯⋯⋯⋯⋯⋯⋯⋯⋯⋯⋯⋯⋯⋯⋯⋯⋯⋯⋯⋯⋯⋯⋯⋯⋯⋯⋯⋯⋯⋯⋯⋯⋯⋯⋯⋯⋯⋯⋯⋯⋯⋯⋯⋯⋯⋯⋯⋯⋯⋯⋯⋯⋯⋯⋯⋯⋯⋯⋯⋯⋯⋯⋯⋯⋯⋯⋯⋯⋯⋯⋯⋯⋯⋯⋯⋯⋯⋯⋯⋯⋯⋯⋯⋯⋯⋯⋯⋯⋯⋯⋯⋯⋯⋯⋯⋯⋯⋯⋯⋯⋯⋯⋯⋯⋯⋯⋯⋯⋯⋯⋯⋯⋯⋯⋯⋯⋯⋯⋯⋯⋯⋯⋯⋯⋯⋯⋯⋯⋯⋯⋯⋯⋯⋯⋯⋯⋯⋯⋯⋯⋯⋯⋯⋯⋯⋯⋯⋯⋯⋯⋯⋯⋯⋯⋯⋯⋯⋯⋯⋯⋯⋯⋯⋯⋯⋯⋯⋯⋯⋯⋯⋯⋯⋯⋯⋯⋯⋯⋯⋯⋯⋯⋯⋯⋯⋯⋯⋯⋯⋯⋯⋯⋯⋯⋯⋯⋯⋯⋯⋯⋯⋯⋯⋯⋯⋯⋯⋯⋯⋯⋯⋯⋯⋯⋯⋯⋯⋯⋯⋯⋯⋯⋯⋯⋯⋯⋯⋯⋯⋯⋯⋯⋯⋯⋯⋯⋯⋯⋯⋯⋯⋯⋯⋯⋯⋯⋯⋯⋯⋯⋯⋯⋯⋯⋯⋯⋯⋯⋯⋯⋯⋯⋯⋯⋯⋯⋯⋯⋯⋯⋯⋯⋯⋯⋯⋯⋯⋯⋯⋯⋯⋯⋯⋯⋯⋯⋯⋯⋯⋯⋯⋯⋯⋯⋯⋯⋯⋯⋯⋯⋯⋯⋯⋯⋯⋯⋯⋯⋯⋯⋯⋯⋯⋯⋯⋯⋯⋯⋯⋯⋯⋯⋯⋯⋯⋯⋯⋯⋯⋯⋯⋯⋯⋯⋯⋯⋯⋯⋯⋯⋯⋯⋯⋯⋯⋯⋯⋯⋯⋯⋯⋯⋯⋯⋯⋯⋯⋯⋯⋯⋯⋯⋯⋯⋯⋯⋯⋯⋯⋯⋯⋯⋯⋯⋯⋯⋯⋯⋯⋯⋯




“무슨 일입니까. 엠버.”


“아, 호라이즌. 아, 응. 응. 응. 응. 별 거 아니야.쿨럭, 쿨럭.”


뭐가 별거 아니라는 겁니까. 하고 우는 호라이즌의 코어를 쥔다. 불꽃이 그녀의 손을 망가뜨리고 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반대편 콜드케이스까지 옮긴다. 그러고서는, 그녀가 그토록 혐오했던 제멋대로인 소원을 빈다. 제발, 너만큼은 이 소원이 닿기를. 너만큼은 이 바람이 잊지 않도록. 이건 일종의 저주다. 내 바람이 만들어냈고, 내 바람이 일그러트린 너라는 존재에게, 마지막으로 새기는 저주. 미안해. 미안해. 호라이즌.



“잊, 잊지 마. 호라이즌. 우리가, 내가 널 만든 건⋯⋯.”



경계선 너머, 아아, 미증유의 위기였어. 모두가 죽어. 모두가 하지만, 너만큼은. 모두가 시간의 흐름에 바스러지고, 바랬던 선성이 악성으로 바뀔지라도, 뒤틀려도. 너만큼은, 절대 흔들리지 않고, 아냐. 흔들려도 괜찮아. 그러니까, 쭉, 앞으로도 쭈우우우우욱.








인간은 절대 넘을 수 없는 경계선.

마음은 영원을 넘을 수 없다. 바람은 절대 영원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너라면.

하고, 바랐던 마음은 넘을 수 있다.

설령 내가, 뒤틀리더라도, 너만큼은. 적어도 너만큼은.

인간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선성에










영원을. 그 경계선을 넘을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것은 저주이자, 동시에 바람이다.






“잊지 마. 호라이즌. 우리가, 내가 너를 만든 건.”




















원제

Scan the shade

그늘을 훑는다.

 

-6

 

 

 

 

 

 

 

 

 

 

“헤더. 괜찮습니까?”


“아⋯⋯아아아, 응. 괜찮아. 호라이즌.”


조수석에 올라탄 헤더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자세로, 오른손으로 들어 올린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 엄지만은 얼마든지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주먹을 꾸욱하고 쥔다.

하지만 물컹하고 울리는 소리.



“신호소로 가겠습니다. 거기라면 처음 말했던대로 sos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호라이즌은 깨닫는다. 이 궤적이 그녀들과 닮았다고. 그걸, 헤더는 알고 있다.

그 사건을 들었으니까, 헤쳐내려고 했으니까. 관리국의 보도자료를 몇 번이나 읽었으니까.

명단에는 없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죽었고, 호라이즌의 직원들도 실종되었다.



“호라이즌.”


“네.”


“호라이즌.”



안다. 호라이즌이 다급해 하는 만큼, 자신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손을 잡았다.

아직, 해줄 이야기가 남았다. 이걸 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앵거스 영도. 헤더 영도. 아무 의미 없는 죽음이 되어버리니까.



“호라이즌, 이제 그만 해.”


“아뇨, 전 당신에게 선 보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를 쫓아오는 저 클리너들에게

 얻어내야 할 정보가 남았습니다.”


“쿨럭, 쿨럭, 오, 오오오옥, 아니야. 호라이즌.”


액셀 버튼을 누르며, 호라이즌은 사이드미러를 바라본다. 이미 몇차례 교전을 치룬 것인지 전방 유리나 후방 유리는 다 깨져있다. 직진밖에 할 수 없는 차량. 그걸 이끌고서 여기까지 데리러 온 호라이즌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이토록 빗맞추는 드론들이 멍청한 것인지.


“이미, 알잖아? 난 이제 글렀어. 내가 바랐던 목표는 이미 이뤘어. 그런데도⋯”


“예. 아직, 아직입니다. 헤더. 당신이 말했지 않습니까, 추모하러 왔다고.”













우리의 추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궤적이 그녀들과 같은 것이라면, 나는 그 재현은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두지 않는다.

내가 만약, 거기에 있었다면, 바라옵건대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그런 전개는 용서치 않는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건네던 사람이, 그 희망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지는 꼴을.

절대, 반드시, 내가 혐오했던 그 상황과 인간들처럼, 만들지 않는다.



지금이 그 재현이라면, 그렇게 재현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전속력으로 밟아!!!”


“네, 그럴 생각입니다. 안전벨트 꽉 메십쇼. 헤더!”







/





쏟아지는 총탄. 선택은 액셀밖에 없다. 최악의 레이스 게임. 그냥 RPM을 혹사해서 달린다. 그것 외에는 없다. 핸들을 돌리지만 그건 좌표를 향해서, 여기서 이어지는 좌표는 딱 하나. 신호소.

벌써 20시간 이상을 가동한 엔진이 비명을 지른다. 흑연으로 가득 찬 세상. 흙먼지를 막아내는 하부 구조라도, 이미 엔진에 구리스와 동화될 정도로 들러붙어 있다. 줄어든다. 연료의 유무와 상관없이, 침식 여부와 상관없이. 녹슬고, 성능 저하가 일어난다. 그런데도 붉은 버튼은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올려라, 올려. 죽을 때까지. 태어난 의미를 다 하여라. 아마, 평범하게 운용되었다면 절대

한계치까지, 그 한계치에서 풀 스로틀을 당길 순간 따윈 없었을 것 아닌가. 달려라. 달려.


“윽⋯!”


쏟아진다. 총격이. 사이드미러를 부수고, 그다음은 룸미러. 바퀴를 부순다. 끼이이이이익하고, 타이어가 터져나가자 비명을 내지르며 미끄러진다. 핸들을 돌려서 중심을 잡은 것은 헤더였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계속 달려 나간다.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하면 하고 돌린 기어가 사륜에서 이륜으로 구동을 바꾸어 계속해서 나아간다. 


드론은 그 속도를 쫓을 수 없다. 놓치지는 않지만, 쫓아갈 수 없다. 이미 30분 이상 추격을 이어 나가고 있다. 중간 보급받지 못하고, 아까, 호라이즌이 연구소에서의 미끼 작전 때 총탄은 전부 사용했다. 이미 없다.




그대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신호소까지 멀지 않다. 헬기로 10분 채 안 되는 곳.

차량으로 20분. 그야, 이 이면세계에는 장애물이 없으니까. 언덕도 없다. 그저 펼쳐진 흑연의 황야.

똑같은 직선이라면, 크게 차이는 없다. 


자아, 가자. 달려라. 누구도 놓지 않고. 누구도 내버리지 않고.

그렇게 도착한다. 둘은 연구소에 도착하자마자, 차량을 내버리고 뛰쳐나간다. 엎어진다. 그런 헤더를 부축하며, 호라이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알고 있다. 여기까지 알고 있다. 헤더는 이미 정신을 잃었다.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괜찮아. 그때와는 달라.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걸 챙기고서는 곧장 신호소의 관제탑으로 향한다. 창 바깥에는 위치를 몰라서 동요하는 드론들. 반응이 늦다. 괜찮다.



“호, 라이즌⋯”

“정신이 들었습니까? 진정제를 놨습니다. 조금은 괜찮아질 겁니다.”


“⋯⋯왜⋯⋯?”


“sos 신호를 보내뒀습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조난신호를 받고, 구호가 오겠죠.”


“호, 라이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시죠. 헤더.”



알고 있다. 그녀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을. 호라이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녀는 그 실험에 의해 얼마나 이상해졌는지는 몰라도 평범한 인간이다. 조금 특이한 침식 증후군의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애초에 육체가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 감정선이 엉망이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녀는 매 순간 다른 감정과 세계 속에 살고 있지 않을까.



“아니.”



하고, 호라이즌의 소매를 붙잡는다. 오른쪽 소매. 이미 너덜너덜한 소매가 부욱하고 찣긴다. 스카잔의 소매. 그러자, 헤더는 그 아래의, 그 위의, 블라우스를 붙잡는다.




“호라이즌. 말해줄 게 있어. 말해야 해.”


“아닙니다. 헤더. 그런 것보다, 지금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저들이 갑자기 공격적으로 나온 이유가 뭔지는 대강 가늠이 갑니다.”


“아니, 호라이즌!”


“말, 쿨럭, 쿨럭, 우우욱⋯ 해야 해. 호라이즌⋯⋯ 넌⋯⋯.”







“아.”





터진다. 헤더의 목 아래가 터진다. 푸슛. 하고, 간단한. 너무 간단한 소리라서 어이가 없을 정도로.

호라이즌은 눈앞의 광경을 사고회로와 논리회로가 즉각 판단하여,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신에게 전달하는 게 정말, 정말.

푸른 눈이 포착한 것은 총탄을 쏜, 새빨간 빛. 건물 안까지 들어온 드론.



진짜로 역겹습니다. 휴먼.



사유도, 연유도, 원리도, 관념도, 결과도, 모든 걸 안다. 그래서 역겹다.

이토록 쫓아두고서, 어차피 길게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짓을?
























그렇게까지 선인은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악인도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죽어야만 하는 인간도 아니다.



하지만, 호라이즌. 알잖니.

네가 혐오하는 인간이야.




그렇게까지 살려야만 하는 인간도 아니란다.








“⋯⋯⋯⋯⋯⋯⋯⋯⋯⋯⋯⋯⋯⋯⋯⋯⋯⋯⋯⋯⋯⋯⋯⋯⋯⋯⋯⋯⋯⋯⋯⋯⋯⋯⋯⋯⋯⋯⋯⋯⋯⋯⋯⋯⋯⋯⋯⋯⋯⋯⋯⋯⋯⋯⋯⋯⋯⋯⋯⋯⋯⋯⋯⋯⋯⋯⋯⋯⋯⋯⋯⋯⋯⋯⋯⋯⋯⋯⋯⋯⋯⋯⋯⋯⋯⋯⋯⋯⋯⋯⋯⋯⋯⋯⋯⋯⋯⋯⋯⋯⋯⋯⋯⋯⋯⋯⋯⋯⋯⋯⋯⋯⋯⋯⋯⋯⋯⋯⋯⋯⋯⋯⋯⋯⋯⋯⋯⋯⋯⋯⋯⋯⋯⋯⋯⋯⋯⋯⋯⋯⋯⋯⋯⋯⋯⋯⋯⋯⋯⋯⋯⋯⋯⋯⋯⋯⋯⋯⋯⋯⋯⋯⋯⋯⋯⋯⋯⋯⋯⋯⋯⋯⋯⋯⋯⋯⋯⋯⋯⋯⋯⋯⋯⋯⋯⋯⋯⋯⋯⋯⋯⋯⋯⋯⋯⋯⋯⋯⋯⋯⋯⋯⋯⋯⋯⋯⋯⋯⋯⋯⋯⋯⋯⋯⋯⋯⋯⋯⋯⋯⋯⋯⋯⋯⋯⋯⋯⋯⋯⋯⋯⋯⋯⋯⋯⋯⋯⋯⋯⋯⋯⋯⋯⋯⋯⋯⋯⋯⋯⋯⋯⋯⋯⋯⋯⋯⋯⋯⋯⋯⋯⋯⋯⋯⋯⋯⋯⋯⋯⋯⋯⋯⋯⋯⋯⋯⋯⋯⋯⋯⋯⋯⋯⋯⋯⋯⋯⋯⋯⋯⋯⋯⋯⋯⋯⋯⋯⋯⋯⋯⋯⋯⋯⋯⋯⋯⋯⋯⋯⋯⋯⋯⋯⋯⋯⋯⋯⋯⋯⋯⋯⋯⋯⋯⋯⋯⋯⋯⋯⋯⋯⋯⋯⋯⋯⋯⋯⋯⋯⋯⋯⋯⋯⋯⋯⋯⋯⋯⋯⋯⋯⋯⋯⋯⋯⋯⋯⋯⋯⋯⋯⋯⋯⋯⋯⋯⋯⋯⋯⋯⋯⋯⋯⋯⋯⋯⋯⋯⋯⋯⋯⋯⋯⋯⋯⋯⋯⋯⋯⋯⋯⋯⋯⋯⋯⋯⋯⋯⋯⋯⋯⋯⋯⋯⋯⋯⋯⋯⋯⋯⋯⋯⋯⋯⋯⋯⋯⋯⋯⋯⋯⋯⋯⋯⋯⋯⋯⋯⋯⋯⋯⋯⋯⋯⋯⋯⋯⋯⋯⋯⋯⋯⋯⋯⋯⋯⋯⋯⋯⋯⋯⋯⋯⋯⋯⋯⋯⋯⋯⋯⋯⋯⋯⋯⋯⋯⋯⋯⋯⋯⋯⋯⋯⋯⋯⋯⋯⋯⋯⋯⋯⋯⋯⋯⋯⋯⋯⋯⋯⋯⋯⋯⋯⋯⋯⋯⋯⋯⋯⋯⋯⋯⋯⋯⋯⋯⋯⋯⋯⋯⋯⋯⋯⋯⋯⋯⋯⋯⋯⋯⋯⋯⋯⋯⋯⋯⋯⋯⋯⋯⋯⋯⋯⋯⋯⋯⋯⋯⋯⋯⋯⋯⋯⋯⋯⋯⋯⋯⋯⋯⋯⋯⋯⋯⋯⋯⋯⋯⋯⋯⋯⋯⋯⋯⋯⋯⋯⋯⋯⋯⋯⋯⋯⋯⋯⋯⋯⋯⋯⋯⋯⋯⋯⋯⋯⋯⋯⋯⋯⋯⋯⋯⋯⋯⋯⋯⋯⋯⋯⋯⋯⋯⋯⋯⋯⋯⋯⋯⋯⋯⋯⋯⋯⋯⋯⋯⋯⋯⋯⋯⋯⋯⋯⋯⋯⋯⋯⋯⋯⋯⋯⋯⋯⋯⋯⋯⋯⋯⋯⋯⋯⋯⋯⋯⋯⋯⋯⋯⋯⋯⋯⋯⋯⋯⋯⋯⋯⋯⋯⋯⋯⋯⋯⋯⋯⋯⋯⋯⋯⋯⋯⋯⋯⋯⋯⋯⋯⋯⋯⋯⋯⋯⋯⋯⋯⋯⋯⋯⋯⋯⋯⋯⋯⋯⋯⋯⋯⋯⋯⋯⋯⋯⋯⋯⋯⋯⋯⋯⋯⋯⋯⋯⋯⋯⋯⋯⋯⋯⋯⋯⋯⋯⋯⋯⋯⋯⋯⋯⋯⋯⋯⋯⋯⋯⋯⋯⋯⋯⋯⋯⋯⋯⋯⋯⋯⋯⋯⋯⋯⋯⋯⋯⋯⋯⋯⋯⋯⋯⋯⋯⋯⋯⋯⋯⋯⋯⋯⋯⋯⋯⋯⋯⋯⋯⋯⋯⋯⋯⋯⋯⋯⋯⋯⋯⋯⋯⋯⋯⋯⋯⋯⋯⋯⋯⋯⋯⋯⋯⋯⋯⋯⋯⋯⋯⋯⋯⋯⋯⋯⋯⋯⋯⋯⋯⋯⋯⋯⋯⋯⋯⋯⋯⋯⋯⋯⋯⋯⋯⋯⋯⋯⋯⋯⋯⋯⋯⋯⋯⋯⋯⋯⋯⋯⋯⋯⋯⋯⋯⋯⋯⋯⋯⋯⋯⋯⋯⋯⋯⋯⋯⋯⋯⋯⋯⋯⋯⋯⋯⋯⋯⋯⋯⋯⋯⋯⋯⋯⋯⋯⋯⋯⋯⋯⋯⋯⋯⋯⋯⋯⋯⋯⋯⋯⋯⋯⋯⋯⋯⋯⋯⋯⋯⋯⋯⋯⋯⋯⋯⋯⋯⋯⋯⋯⋯⋯⋯⋯⋯⋯⋯⋯⋯⋯⋯⋯⋯⋯⋯⋯⋯⋯⋯⋯⋯⋯⋯⋯⋯⋯⋯⋯⋯⋯⋯⋯⋯⋯⋯⋯⋯⋯⋯⋯⋯⋯⋯⋯⋯⋯⋯⋯⋯⋯⋯⋯⋯⋯⋯⋯⋯⋯⋯⋯⋯⋯⋯⋯⋯⋯⋯⋯⋯⋯⋯⋯⋯⋯⋯⋯⋯⋯⋯⋯⋯⋯⋯⋯⋯⋯⋯⋯⋯⋯⋯⋯⋯⋯⋯⋯⋯⋯⋯⋯⋯⋯⋯⋯⋯⋯⋯⋯⋯⋯⋯⋯⋯⋯⋯⋯⋯⋯⋯⋯⋯⋯⋯⋯⋯⋯⋯⋯⋯⋯⋯⋯⋯⋯⋯⋯⋯⋯⋯⋯⋯⋯⋯⋯⋯⋯⋯⋯⋯⋯⋯⋯⋯⋯⋯⋯⋯⋯⋯⋯⋯⋯⋯⋯⋯⋯⋯⋯⋯⋯⋯⋯⋯⋯⋯⋯⋯⋯⋯⋯⋯⋯⋯⋯⋯⋯⋯⋯⋯⋯⋯⋯⋯⋯⋯⋯⋯⋯⋯⋯⋯⋯⋯⋯⋯⋯⋯⋯⋯⋯⋯⋯⋯⋯⋯⋯⋯⋯⋯⋯⋯⋯⋯⋯⋯⋯⋯⋯⋯⋯⋯⋯⋯⋯⋯⋯⋯⋯⋯⋯⋯⋯⋯⋯⋯⋯⋯⋯⋯⋯⋯⋯⋯⋯⋯⋯⋯⋯⋯⋯⋯⋯⋯⋯⋯⋯⋯⋯⋯⋯⋯⋯⋯⋯⋯⋯⋯⋯⋯⋯⋯⋯⋯⋯⋯⋯⋯⋯⋯⋯⋯⋯⋯⋯⋯⋯⋯⋯⋯⋯⋯⋯⋯⋯⋯⋯⋯⋯⋯⋯⋯⋯⋯⋯⋯⋯⋯⋯⋯⋯⋯⋯⋯⋯⋯⋯⋯⋯⋯⋯⋯⋯⋯⋯⋯⋯⋯⋯⋯⋯⋯⋯⋯⋯⋯⋯⋯⋯⋯⋯⋯⋯⋯⋯⋯⋯⋯⋯⋯⋯⋯⋯⋯⋯⋯⋯⋯⋯⋯⋯⋯⋯⋯⋯⋯⋯⋯⋯⋯⋯⋯⋯⋯⋯⋯⋯⋯⋯⋯⋯⋯⋯⋯⋯⋯⋯⋯⋯⋯⋯⋯⋯⋯⋯⋯⋯⋯⋯⋯⋯⋯⋯⋯⋯⋯⋯⋯⋯⋯⋯⋯⋯⋯⋯⋯⋯⋯⋯⋯⋯⋯⋯⋯⋯⋯⋯⋯⋯⋯⋯⋯⋯⋯⋯⋯⋯⋯⋯⋯⋯⋯⋯⋯⋯⋯⋯⋯⋯⋯⋯⋯⋯⋯⋯⋯⋯⋯⋯⋯⋯⋯⋯⋯⋯⋯⋯⋯⋯⋯⋯⋯⋯⋯⋯⋯⋯⋯⋯⋯⋯⋯⋯⋯⋯⋯⋯⋯⋯⋯⋯⋯⋯⋯⋯⋯⋯⋯⋯⋯⋯⋯⋯⋯⋯⋯⋯⋯⋯⋯⋯⋯⋯⋯⋯⋯⋯⋯⋯⋯⋯⋯⋯⋯⋯⋯⋯⋯⋯⋯⋯⋯⋯⋯⋯⋯⋯⋯⋯⋯⋯⋯⋯⋯⋯⋯⋯⋯⋯⋯⋯⋯⋯⋯⋯⋯⋯⋯⋯⋯⋯⋯⋯⋯⋯⋯⋯⋯⋯⋯⋯⋯⋯⋯⋯⋯⋯⋯⋯⋯⋯⋯⋯⋯⋯⋯⋯⋯⋯⋯⋯⋯⋯⋯⋯⋯⋯⋯⋯⋯⋯⋯⋯⋯⋯⋯⋯⋯⋯⋯⋯⋯⋯⋯⋯⋯⋯⋯⋯⋯⋯⋯⋯⋯⋯⋯⋯⋯⋯⋯⋯⋯⋯⋯⋯⋯⋯⋯⋯⋯⋯⋯⋯⋯⋯⋯⋯⋯⋯⋯⋯⋯⋯⋯⋯⋯⋯⋯⋯⋯⋯⋯⋯⋯⋯⋯⋯⋯⋯⋯⋯⋯⋯⋯⋯⋯⋯⋯⋯⋯⋯⋯⋯⋯⋯⋯⋯⋯⋯⋯⋯⋯⋯⋯⋯⋯⋯⋯⋯⋯⋯⋯⋯⋯⋯⋯⋯⋯⋯⋯⋯⋯⋯⋯⋯⋯⋯⋯⋯⋯⋯⋯⋯⋯⋯⋯⋯⋯⋯⋯⋯⋯⋯⋯⋯⋯⋯⋯⋯⋯⋯⋯⋯⋯⋯⋯⋯⋯⋯⋯⋯⋯⋯⋯⋯⋯⋯⋯⋯⋯⋯⋯⋯⋯⋯⋯⋯⋯⋯⋯⋯⋯⋯⋯⋯⋯⋯⋯⋯⋯⋯⋯⋯⋯⋯⋯⋯⋯⋯⋯⋯⋯⋯⋯⋯⋯⋯⋯⋯⋯⋯⋯⋯⋯⋯⋯⋯⋯⋯⋯⋯⋯⋯⋯⋯⋯⋯⋯⋯⋯⋯⋯⋯⋯⋯⋯⋯⋯⋯⋯⋯⋯⋯⋯⋯⋯⋯⋯⋯⋯⋯⋯⋯⋯⋯⋯⋯⋯⋯⋯⋯⋯⋯⋯⋯⋯⋯⋯⋯⋯⋯⋯⋯⋯⋯⋯⋯⋯⋯⋯⋯⋯⋯⋯⋯⋯⋯⋯⋯⋯⋯⋯⋯⋯⋯⋯⋯⋯⋯⋯⋯⋯⋯⋯⋯⋯⋯⋯⋯⋯⋯⋯⋯⋯⋯⋯⋯⋯⋯⋯⋯⋯⋯⋯⋯⋯⋯⋯⋯⋯⋯⋯⋯⋯⋯⋯⋯⋯⋯⋯⋯⋯⋯⋯⋯⋯⋯⋯⋯⋯⋯⋯⋯⋯⋯⋯⋯⋯⋯⋯⋯⋯⋯⋯⋯⋯⋯⋯⋯⋯⋯⋯⋯⋯⋯⋯”






푸른 눈이 일어선다. 신호소 관제탑에 그녀를 내버려 두고서, 일어선다. 그런 뒤에 문밖을 나선다.

그런 뒤에 왼손으로 창을 모조리 깬다. 창틀까지 모조리 깨면서 달린다. 비로소 열리는 시야.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상대방도 그 소리와 시야에 호라이즌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


기껏해야 드론들.



46기.



“고작, 이딴 걸로⋯⋯!”




그렇게 푸른 눈이 빛을 뿜는다. 그와 동시에 수면 아래의 이들은 웃는다.

설마, 그것뿐이었을까. 너를 잘 안다. 고작 이 정도로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섬광, 그것은 섬광이었다. 고중력 밀집 에너지포. 본래 마타도르에는 탑재되어있지 않은 함포.

하지만 충분하다. 신호소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 있던 소체도 완전히 파괴하지 않겠지. 그 ‘코어’는 무사할 테니까.




“⋯⋯⋯⋯⋯⋯⋯⋯⋯⋯⋯⋯⋯⋯호라이즌!”




























사고 회로 - 이해 불능.

논리 회로 - 비합리성에 의한 오류.

저장 데이터 재생장치 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n번째 재생을 확인. 그만할 것.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킬 요소가 있음. 제발 그만 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관리자는 미쳤다. 이 이상의 재생은 모든 회로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헤더⋯어째서⋯”



하고, 호라이즌은 그녀를 감싸다 등판이 다 타버린 여성을 안는다. 흘러내린다. 품에 안았는데, 내용물이 죄다 흘러내린다. 젤리처럼. 


“하아, 하아⋯그러게⋯이럴 필요 없다는 거⋯아는데⋯”


“⋯당장 진정제를 더 놓겠습니다. 혹시나 해, 챙겨뒀습니다. 경비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대신 지불하겠습니다.”


호라이즌의 팔 안에서 흘러내린다. 앞부분은 이렇게나 멀쩡한데, 흘러내린다. 모두. 흘러내린다.

육체가, 녹아서 흘러내린다.



“아, 아아⋯다정하네. 호라이즌. 것 봐. 넌 역시⋯”



뺨을 향해 오르던 손이 멈춘다. 추욱하고 가라앉는다. 그늘 속으로,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더이상 오르지 않는 손처럼 가라앉는 목소리로, 그녀는 입을 연다.


“⋯호라이즌. 울어?”


“⋯저는 울,지 않습니다. 헤더. 그럴만한 감정이 없는⋯”


“그럼 내가 우는거구나아⋯하, 하하⋯우으으⋯싫은데.

 울고 싶지 않은데, 죽고 싶지 않은데⋯아, 아아⋯”


“눈물 요정아⋯날아, 가라⋯”


오른손은 두 번다시 오를 수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호라이즌의 뺨에 닿지 않고.

아무것도 날려 보낼 수 없다. 그냥 가슴께 위에서 조금 춤을 추다 떨어진다.

그늘 밑으로 사라져, 두 번 다시. 아무도 관심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헤더.”


‘눈물 요정아, 날아가라⋯제발 날아가라⋯ 울지 않아. 해낼 수 있어. 나도, 나도⋯’

‘호라이즌, 알지? 내가⋯우리가 널 만든 이유를.’


시끄럽다. 죄다 시끄럽다. 죽기 직전이 됐어야 구차하게 비는 벌레 같다. 역겹다.

내 사고회로를 잔뜩 뒤섞는다. 왜, 나를 이토록⋯⋯.


“호⋯라이⋯즌⋯"


그 부름에, 혼란 속에서 겨우 짜낸다. 

겨우 짜낸 말이었다. 꺼낸 이도, 답을 한 이도.



“네. 저는 여기 있습니다. 휴먼.”



“직원들을, 찾으면⋯뭘 하고 싶어⋯?”


“⋯”


부스럭거리며, 남은 재킷을 매만진 후에, 입을 연다.


“대표에게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으니, 3개월 감봉할 예정입니다.”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2개월로 단축시켜 줄 계획도 있습니다.”



“하, 하하⋯아⋯ 그럼, 나도⋯ 그렇게 할까⋯”



“⋯”


길다.

길어.

답이 오지 않는다.



“⋯”



길다.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놈들에게 꼼짝없이 당했을 거야. 그러니까 이름이⋯⋯”


헤더의 말에, 호라이즌은 내려다본다.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을, 그야⋯


“호라이즌이라고 부르십시오. 휴먼.”


“그래, 호라이즌. 왜 이런 데 혼자 있던 거야?

 여긴 고심도 좌표라 태스크포스들도 잘 안 오는 곳인데.”


“지, 직원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교전 중이던 당신을 발견했죠.”


“직원들⋯⋯?”


“네. 저는 호라이즌 파이낸스의 대표로서,

 실종된 직원들을 수색할 책임이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녀는 적어도, 호라이즌이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이 환각 속에 살았을 것이다. 이 반복 속에 살았을 것이다.

영원히 추모하지 못하고, 이제는 속죄할 수도 없는 곳에서 갇혀서


그 대상이 이제는 없으니까.

이 반복 속에서, 얼마나 아팠을까. 빌고 빌어도 소용 없다.

벗어나려고 할 수록 수렁이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울고, 빌고, 머리를 박아도.

이마가 찣어져도, 어쩔 수 없다.





이미 그 사과를 받아 줄 이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 반복 속에 있다. 





https://youtu.be/3G1PoQf1-8s?si=cN4HlhJLM8pOCVUZ





“호라이즌 파이낸스,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야.

 하지만 그 사채업자는 빚쟁이한테 속은 것 때문에 미쳐서 정신병원에 갇혔다고 했는데⋯⋯.”


“윌버란 자였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사고회로는 외부 자극에 그렇게 취약하지 않습니다.”


“하하, 하하하하. 소문의 주인공을 다 만나 보네. 네 얘기는 태스크포스들한테도 유명해.”


“그렇습니까?”


“응. 돈 빌려 놓고 안 갚으면서 배짱부리던 용병들이 혼쭐났다는 이야기로.”


“군벌이랑 싸웠다거나, 혼자 함선을 때려 부쉈다거나 엄청나게 부풀려진 소문들이겠지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이 잔해 속에서 그녀들을 찾고 있다.


“후우. 저기, 사채업자 하면 돈 많이 벌어?”


“금융업과 고소득을 연관 짓는 것은 안일한 발상입니다. 휴먼.”


“하지만 휴먼들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으로 관찰할 수 있죠.”


“그렇게까지 해서 뭘 하고 싶은 건데?”


“찾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그건 왜 궁금하시죠?”


“그냥. 콜록, 콜록. 직원들을 찾으러 이면세계까지 왔다는데. 콜록, 하욱, 하아악, 하하하, 콜록. ”









“부럽잖아.”






“난⋯⋯하, 하하하하. 여기서 혼자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럴 리가. 당신은 달랐다. 혼자 죽어가던 게 아니라. 죽으러 여기에 왔었다.

그리고 아무 의미 없이 죽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래. 원하던 바를 이뤘을 것이다.

그 다음은 나도 모른다. 그 ‘다음’은 나도 몰라. 하지만.



“⋯⋯”


호라이즌의 침묵에 시체가 말을 건다.



“호라이즌.”


“네. 저는 여기 있습니다. 휴먼.”


“직원들을 찾으면 뭘 하고 싶어?”


“대표에게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으니 3개월 감봉할 예정입니다.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2개월로 단축시켜 줄 계획도 있습니다.”



-그래. 것 봐. 역시 엄청 다정한 사장님이잖아.


라고 돌아오지 않는다. 흑연의 세계에 태양 따위는 없지만, 그래도 응달은 있다. 벗을 수 없었던 보호복째로 헤더는 그늘에 묻힌다. 답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답은 이어진다.

그 다음은 언제나 있으니까.



“그 다음은.”

“채무자를 찾아가야죠.”



손을 내려놓는다. 아니, 이미 내려앉았다. 대답은 없다. 바이저 아래의 거친 입김이 만들어내는 번짐도, 쇳소리 섞인 기침 소리도 없다. 가냘프게 끊어질 것 같던 생명 반응도 이미 젤리가 되었다.

그저 전원이 들어와 있다는 것만을 알려주는 방호복의 센서 등이 진혼의 등불처럼 계속.


호라이즌은 품에 안은 그녀를 내려놓는다.


그래, 그녀들도 차라리 이렇게 품 안에서 보내줄 수 있었다면⋯⋯


그럴 리 없다. 그런다고 해서 일어난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

호라이즌은 부정했지만, 그건 작은 소망이었다. 밑바닥, 의식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작은 소원.


그 하나에 인간들은 매달린다. 그녀의 창조주가 그랬고, 그녀를 가두고 버렸던 창조주가 그랬다.

그녀의 곁에 있던 이들이 그랬고, 그리고⋯


생각이 꼬리를 문다. 생각이 생각을 잡아먹고, 온갖 회로가 과부하가 될 것 같이 제멋대로다.

사고처리 장치의 오류에 시각 처리 장치가 끼어들고, 다음은 음성, 그다음은 기억 장치.

오류오류오류오류. 에러에러에러에러. 로직 에러. 새파랗다. 새파란 화면에 흰 10101010101010101


이래도 실패작이 아닌가. 사람의 마음 따윈 모른다. 역겹다. 혐오스럽다.



호라이즌은 일어선다.







“쉬십시오. 헤더.

 이제 아무도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겁니다.”






헤더를 뉘인다. 혹시나 부서지지 않게, 곤히 누윈 뒤에 일어선다.


그리고, 바깥으로.

적대적 반응 확인.

이 손실은 상대방에게서 받아내야 하니까.



그것이, 지금의 호라이즌 파이낸스의 그녀니까.

그거면 된다.



현상과 사실이면 된다.

로직에는 문제없다.



발소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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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근본이 되는 것을 이제서야 전부 터놓을 수 있었읍니다.

저 짧은 숏스토리를 틀었습니다.


원래는 첫 만남에 있었고, 그걸로 끝난 이야기를 양념과 서술트릭으로 제 입 맛에 맞게 바꿔본거에요.

완전판, 그러니까 원본의 대화는 지금 화수의 죽어가며 하는 이야기. 헤더 영의 넋두리로 완성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1,2 화의 호라이즌이 했던 말과 조금 다른 어투로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그런 느낌으로요.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해소는 여기서 이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질 '울지 않은 너를 위해'로 가야하니까요.


만약 이 이야기의 진행이나 서순이 좀 뭔가, 똥 싸다 만 것 같다라고 느끼시면

그건 제가 의도한 바입니다. 

이 이야기는 미싱링크를 의도했습니다. 


호라이즌의 심리가 너무 급전개 된 바가 없지 않아있어서, 그걸 좀 더 빌드업 하고 싶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다음이 마지막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