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Scan the shade

  차원계면을 찣으며, 너덜너덜한 함선 하나가 계층대에 진입한다. 긴급한 다이브였는지 크게 선체가 흔들리고 있다. 떨어져나간 장갑과 한 때, 무언가 커다란 사슬에 꿰뚫렸던 손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34년식 블루브릿지의 초기형 모델은 그럼에도 다이브를 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개발자들의 노력은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피어스와 같다.


뚫은 곳을 메우지 않으면, 송곳은 드나들기 쉽기 때문에.



간신히 차원 계층대에 진입한 블루브릿지의 선체가 아래로 기운다. 충격. 울리는 비상등. 이 함선이 빼앗겼을 때와 같은 경고가 함 내에 울려퍼지고, 사슬은 이미 블루브릿지를 관통했다. 그 다음 펼쳐지는 다섯 개의 손아귀. 앵커처럼 단단히 고정 된 블루브릿지 위로 그늘이 드리운다. 동시에 쏟아져 내리는 약탈자들.


“끼얏호우!”


괴상한 함성을 내지르며 이면세계의 해적. 스캐빈저가 약탈을 시작하고 있다.




.

.

.






“이야, 여기서 다 보네. 우리 친구.”


한 정의 머신건을 들고서 키햐하핫, 경박한 웃음과 함께 발길질을 시작한다. 엉망이 된 헬멧 아래, 드러난 살점. 로치가 고통에 울부짖지만, 포박 된 상태. 벌레가 버둥거리듯이 고통을 신음할 뿐.


“라울⋯! 이, 개자식이!”


“이야, 이거. 개가 사람더러 개자식이라네? 푸하하하하하.”


옆에서 머신건을 든 사내의 이름을 외치는 큐컴버를 비웃으며 라울은 머신건으로 한 방.

윽, 하고 다리를 맞은 로치가 펄쩍 뛴다. 그걸 보면서 다시 터지는 웃음.


“아무튼 그거야. 뭐야, 그거지. 그래. 반갑다. 우리 친구들, 아주 그냥 온갖데다

 일 받고 아주 개-지랄들을 해놨더라?”


“북방합의체에, 제프티 바이오? 거기다 망하기 전에는 리플레이서까지⋯⋯.

 와우, 관리국 일까지 받았으면 그랜드 슬램 아니냐? 왜 안 받았냐?”


“흐하하하하하, 하하하.”


‘딱까리 주제에 뭐가⋯’하는 말이 들리자마자 라울이 다가간다. 큐컴버의 목을 밟고, 헬멧 뒤를 쏜다. 정확히는 파워드 슈트에서 올라오는 배선, 신경증폭제가 올라오는 파이프. 신경에 직결 되어있기에 끊어지면, 격통이 쏟아 질 수 밖에 없다. 바닥을 청소하려는듯 큐컴버의 양다리가 로봇청소기마냥 회전하기 시작한다. 


“어이 친구. 우리랑 방향성이 안 맞는 건 알겠어. 근데, 이름까지 바꾼데다

 우리한테까지 일이 들어오게 하면 곤란하지.

 이 밑바닥은 우리껀데, 합의체놈들이 일러바치러 오잖아~

 이럼, 우리 두목도 곤란하지 않겠어?”


“두목⋯? 크, 그딴 정체도 모를 기계따위한테 두목?! 그러니까 너네랑 찣어진거다!”



허벅지에서 타오르는 총상을 견뎌내며 로치가 입을 연다.


“어라? 친구. 우리 서로 생각하는 바는 달라도, 신조는 하나잖아.”


방금 두 차례나 사격한지라 아직 뜨거운 총구로, 목 뒤를 긁으며 라울은 웃는다.

그리고 다음에 내뱉을 말을 빼앗으며,



“가장, 쎈 놈이 대장이다.”



쿵, 하고 함선 바닥을 뚫을 것 같은 묵직한 중량. 천천히 걸어온다. 어둠 속에서 불길할 정도로 붉은 빛.

후우우우우, 하고 방독면을 통해 내뱉어지는 숨.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체격이었다. 헬멧을 쓴 머리가 작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배 이상이 되어보이는 커다란 오른팔. 그리고 그 팔로 겨우 붙잡은 커다란 해머.

함선의 바닥에 내려놓자 진동이 철판을 타고 브릿지를 울린다.



“⋯⋯로조!”


“경고했을 거다. 얼마나 갈지 지켜보겠다고. 아미고.”


“젠장, 그딴 게 뭐가 대장이라는거야! 이 미친새끼들.

그건 그냥 미쳐버린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너덜너덜해진 파이프를 쥐고 큐컴버가 절규하듯 외친다. 벌써 머리가 아리다. 기절 할 것 같은 격통이 내달리고 있다.


“규칙.”


“뭐라는거야.”


“그게 우리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아미고.”


“해적에 무슨 규칙이고 나발이고, 이 미친새끼들아.”


“아니, 틀렸다. 스포츠에 규칙을 섞으면 더 재미있어진다.

 딱 그 정도 무게야. 어겨도 상관 없지. 

 다만, 쳐맞을 각오도 해야한다는거다.

 덕분에 재미가 없어졌거든.”



로조가 걸어온다. 과거, 스캐빈저의 대장이었던 자. 가장 센 놈이 대장이라는 스캐빈저의 룰 답게.

현 대장을 제외하고서 로조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명실상부, 이 이면세계 밑바닥의 최강자.

최고의 스캐빈저. 


피가 끓어, 대들긴 했지만 이렇게 포박 된 상태에서 로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로치도 큐컴버도 알고 있다. 걸어온다. 쿵, 쿵, 쿵 마치 죽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처럼.


옆에서 라울이 ‘이야, 당분간 마르게리따 피자는 못 먹겠구만’ 하며 크게 웃고 있다.

둘의 운명이 피곤죽이 될 것을 예상하며 슬슬 물러나고 있다.



“자, 잠깐!”


쿵. 쿵. 쿵.


“자, 잠깐! 기다려! 기다리랬잖아!”


쿵. 쿵. 

잠시 멈춘다.


“뭐지? 로치.”


“코, 콜드케이스. 콜드케이스라고 아나? 퓨처 앳 워 말이다. 그걸 봤어.

 그걸 갖고 있는 년. 퓨처 앳 워에서 만들어진 강인공지능인가 뭔가 하는 년 말이다!”


로치의 말에 큐컴버가 거든다.


“그래! 그 년한테 당한거야. 알겠지? 그 년 분명히 콜드 케이스인가 뭔가하는

 아티팩트를 들고 있어. 정보를 줄게. 원한다면 그거 외에도⋯⋯.”


콰직, 하고. 잘 익은 게를 껍질 째로 부수는 소리. 안은 물렁물렁. 잘 익은 게다.

철판 아래의 살은 이제 발라먹기도 힘들 정도로 뒤섞여서 엉망이 된다.

머리가 사라진 큐컴버를 보며 라울이 우웩하며 손사래를 치는 시늉을 한다.


“큐, 큐컴버!!! 이, 이, 미친!”


로치의 절규에 로조가 쭈그려 앉는다. 그런 후에 비명을 지르는 로치를 들어 올리며,

후우우우우. 깊은 날숨. 


“자, 이야기를 들어볼까.”









.

.

.







“두목.”


로조의 목소리. 거구가 지면을 흔들며 걸어온다. 어둠 속에 푸른 눈이 그 움직임을 포착한다.

그리고 로조가 끌고 온 선물도 함께.


“새로운 제물인가? 진화를 위한 재료들이라면 좀 더 엄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이딴 것보다 다른거지. 콜드케이스, 퓨처 앳 워의 유물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푸른 눈을 향해 던져지는 제물. 탱그르르하고 도는 철판. 철덩어리.

그 안의 무수히 많은 회로. 널부러진다. 뜯어낸 함선에서 가져 온 블랙 박스, 큐컴버의 보디캠, 로치의 파일 벙커, 합의체가 만든 위고의 프레임, 게장처럼 가지런히 헬멧 안에 담긴 로치의 머리 등등.


이것들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로조는 입을 연다.

콜드케이스. 퓨처 앳 워의 유물.


“⋯⋯”


“필요없다.”


푸른 눈은 단호하게 로조의 기대를 엇나간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이미, 그것들로는 진화를 이륙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실패작은, 실패작이고, 그 가치는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이미, 질리도록 학습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화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진화란,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생존에 필요한 것만을 취하는 것.

제 살을 깎아내며, 감량하는 운동선수와도 같이. 벼려내는 것이다. 그 시퀀서를 짧게, 보다 정교히

매순간 이륙해나간다. 그것이 푸른 눈. 깊고, 어둡고, 차갑고, 한 없이 밝은, 해왕성과도 같은.

빠져들 것 같은 아름다움. 그 고고함에 호오, 하고 로조는 바지춤을 어루만진다.


“다만,”


“다만?”


“그 말로가 나의 가치는 될 수는 있겠지.”


“하, 그러면?”


“최종적으로 너희는 목도하게 될 것이다. 진화의 정점을.”


“평소대로 하란 말이로군. 알겠다. 약탈하지. 그 기회가 온다면.”



로조가 물러난다. 푸른 눈의 시선이 바닥으로 옮겨진다. 널부러진 이번 제물들을 주시하고 있다.

부질없다. 다 쓰레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진화에 필요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후.

흡수를 시작한다. 그런 후에, 시선을 하늘로 옮긴다.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나. 어리석은.”














-에필로그

비가 오면, 그치듯이.







https://www.youtube.com/watch?v=Gg5kZOhSEJk&list=PLoRyB3OVL7hH4GWwXBNjNMaPG3b1VGJdY&index=3




“아주, 성대하게 해먹으셨구만.”


그 말과 함께, 시작 된 긴 정비를 끝마친다. 수술대에 가까운 정비대에서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있는 호라이즌 뒤로 4시간이나 이어진 일을 끝낸 햄스워스가 창문을 연다. 그런 뒤에 걸터앉으며 뒤를 돈다.



“몇 년간 코빼기도 안 보이더만, 기가 막히게 망가지기 직전에 나타나고 있어.

 대단해. 아주 그냥.”


“돈은 입금처리 하겠습니다.”



블라우스를 입은 뒤, 단추도 잠그지 않고 스커트를 집어드는 호라이즌을 바라보며 햄스워스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칙, 치익. 하는 소리에 호라이즌이 돌아본다.



“어이, 물가 올랐어. 도대체 몇 년이나 지났다고 생각하는거야.”


“휴먼. 실내에서 흡연은 좋지 않습니다.”


“시끄러워. 내 공방이야. 창문도 열었잖아.”



쓰으읍, 후. 하고 거칠게 내뱉는다. 창 밖은 비가 내리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은, 담배 연기를 빼주기는커녕 안으로 깊게 퍼트릴 뿐.

호라이즌의 몸에 비해 품이 넓은 스커트. 어떻게든 두른 후에 벨트로 고정한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입은 블라우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걸로 3개째. 이 다음은 아마, 없다. 같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한. 여분은 그녀가 구입했었던 것 뿐.


결국, 그 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시간은 무자비하게 계속 흐른다. 그녀가 잊으려 해도 흐른다.

컴퓨터가 아무리 기를 써봐야, 프레임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꾼다 해도

그 다음 신제품에게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어이. 꼴통.”


“뭡니까. 휴먼.”


깡통, 기계보지년, 전자오나홀, 부자들의 장난감, 미친년, 머리에 로봇청소기를 얹고 다니는 년,

긴 세월동안 별의 별 욕설을 다 들어본 호라이즌이었지만 햄스워스의 말은 어딘가를 건드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때 마침 머리에 방열판을 달며, 돌아본다.


“언제까지 그럴거냐.”


그 말에, 호라이즌은 푸른 눈으로 햄스워스를 바라본다.


“뭐가 말입니까.”


“하, 이 꼴통새끼. 도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다닐거냐고.”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그래 없지.”


그럼 됐지 않습니까. 라고 장갑을 낀다.

신발도 신는다. 마지막으로 우산. 바깥은 비가 내리고 있다.



“어이, 지금 네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관심없습니다.


“네가 널 어떻게 규정 짓던가 상관 없어.

 난, 이러니저러니 해도 널 오래동안 봐왔지.

 그래. 뭐⋯⋯.”


그래서 뭡니까.


“그래, 아마 난 너보다 널 더 잘 알걸?

 얼마나 많이 니 몸을 만지작거렸는데.”


그래서요?


“농담은 접어두고, 그거다. 그거야.

 내 평가는 널 실패작이라 규정한 놈들과 똑같은 위력을 발휘한단 말이야.

 알아들어?”


무슨 헛소리를.


“넌 어린애다. 엄마가 과자를 안 사준다고 토라져서

  그럼 엄마도 싫고, 다 싫다고 외치는 어린애야.

  그렇게 밖에 안 보여.”



또, 제멋대로.



“다른 이들은 널 차갑고 무뚝뚝한, 돌발행동을 일삼는 미친기계라고

 생각하겠지만 달라. 넌 격정적이고, 그 누구보다 감정적이야.

 같은 업종은 아니지만 널 만들어낸 새끼한테 신앙심이 들 정도로.”


“인간을 만들어냈어. 안 그럼 이런 꼴통이 어떻게 태어나겠어? 안 그러냐?”


“대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뭡니까. 휴먼.”



햄스워스는 피던 담배를 휙하고 던진다. 창밖으로 던져진 담배는 비에 젖어 금방 치이익.

꺼지지만 냄새는 고약하게 남는다. 그런 연기조차 털어내려는 듯 깊게 날숨을 내쉬고 나서야 햄스워스는 창을 닫는다.



“좋든 싫든, 담배 1개피 분량은 담배 1개피 분량이야.

 몸이 안 좋아지면 언젠가는 끊던가, 아니면 죽어서 끊던가.

 바꿔야할 때는 온다고.”



“그 때도 똑같다면, 똑같은 결과밖에 못 만들거다.

 0에 1을 곱해봤자. 0이지. 하지만 에 앞자리가 달라지면 음수든 뭐든, 값어치가 생기잖아?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야 훨 낫지.”


“그래야, 우리 장기고객이 제 때 제 때 내 노후자금을 갖다받치고 그럴 거 아냐?”


“술 마셨습니까? 아니면 잦은 음주와 흡연, 그리고 고령으로 인한 노망입니까?

 응급차를 불러드릴까요? 아, 물론 금액은 그 쪽으로 달아두겠습니다. 휴먼.”


“됐네. 이 꼴통아! 하, 씨. 그리고 술 마신 건 어떻게 알았대?”




그야, 냄새가 났으니까. 그녀처럼.

하지만, 말하지 않고 호라이즌은 길을 나선다. 팡, 하고 펴지는 우산.

150cm 정도 되는 작은 소체를 가리기에는 충분하다. 길을 걷는다.


그래도 빈민가에서 안전하다 할 법한 구역인 햄스워스의 공방을 지나쳐 길을 따라 내려간다.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포장되지 않은 길. 혹은 폭격으로 패인 길. 엉망진창인 길을 걷는다.

그리고 꺾는다.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 쪽이 더 빠르기 때문에. 이유는 그것이 전부.


비가 내리고 있다. 회색 하늘이 세상 전부를 그늘로 만들고, 그 아래를 걷는다.

차박, 차박. 울퉁불퉁한 지면이기에 자연스레 생긴 웅덩이를 걸을 때 마다

신발이 젖는다. 맨다리 위의 스커트도 젖고, 새로 꺼낸 스카잔의 소매도 젖는다.

젖지 않은 것은 얼굴 뿐. 푸른 눈동자 뿐.


그렇게 걷다가, 오른쪽. 벽에 화려하게 그려진 낙서에 눈이 간다.

이런 건 없었다. 비록 이 길이 오랜만이라고 하지만, 이런 벽화와 같은 것은 없었다.


알고 있다. 호라이즌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적합한 정보를 찾는다. 그래피티라는 일종의

하위 예술의 일종이다. 무명으로 허락없이, 남의 사유지나 공공 인프라에 새겨지는 예술.

소리 없는 외침. 


모두가 볼 수 있지만, 누가 했는지는 알 수 없기에, 더욱 더 진솔한 소리.

새빨간 글자 바탕 위로 노랗게, 빛이 내달린다. 거친 획이 글자가 된다.

그래서 무심코, 호라이즌은 읽어버리고 만다.







“울지 마. 언젠가.”

don't cry someday





해는 뜰테니까. 그늘에도 볕이 들테니까.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손을 뻗는다. 검은 장갑에 비와 함께, 흐르며, 젖으며, 도료가 스며든다. 





그럴지도 모른다라고 호라이즌은 감히, 생각했다.

바랐던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영혼도. 부디, 라고.

사고와 논리가 틀렸음을 경고하는 아주 작은 마음을 잠시, 그늘 속에 품었다.


N번째 재생 시작.


하지만, 그럴리 없다.

알고 있다. 현실은 현실, 사실은 사실. 다시 빗길을 걷는다. 사무실로 향한다.

돌아갈 곳은 있다. 반기는 이는 없지만.

돌아갈 곳은 있다. 그 다음은 없겠지만.



그녀가 길을 지나친 후에, 다쓴 캔 스프레이 하나가 구른다. 비 때문이었는지, 혹은 그녀의 발걸음에 울려서 인지는 모른다. 구르다, 서서히 속도가 떨어져간다. 비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흘리던 눈물을 멈추고, 다 쏟아내고 나면 구름도 걷힌다. 캔 스프레이 위로 아직은 눈물이 글썽한 해가 고개를 내민다.









울지 않은 너를 위해서.




















그 다음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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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한거에요.

마지막 에필로그 겸 후일담은 맞춤법 검사기도 안 돌려서 엉망일거에요.

뭐랄까, 마지막은 초고로 이야기하고 싶었읍니다.



원래는 좀 쉬었다가 뒤에 쓰려고 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니 비도 오고 그래서

우산을 쓰고 담배사러 갔다가, 적적한 느낌이 어라? 거울에 비친 것은 여중생 와타시 호라이즌인거에요 하와와하고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와서 호다닥 썼습니다.



제목 어그로로 성대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용두니미였다구요?

흑흑 내가 죄송한거에요. 


이 이야기는 처음에 울않너를 보고서, 다른 분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꽤나 불호였습니다.

그... 뭐랄까, 제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호라이즌이라는 캐릭터의 모순점을 너무

빨리 해결해버린 느낌? 10분짜리 김치찜을 보면서, 아~ 1시간 정도 푹 익혀야하는데 아이고~하고 마는

딸피 꼰대의 틀니 딱딱쇼? 정도일까요.



거기다가 시무르그라는 초딩설정, 하지만 인기는 많고 "난 이쁘잖아!" 같은 인기 여캐에 대한 반감이

제 힙스터 영혼에 불을 질러서 쳐다도 안 보고 있었죠.


하지만, 아 그래도 역시. 조금의 시간이, 분량이 그늘의 밑바닥 - 울지 않은 너를 위해 사이에 있다면

훨씬 더 좋을텐데.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두 짤을 봤을 때부터 구상에 불이 붙었습니다.



호라이즌의 자기 모순을 다른 형태로 품고 있는 엑스트라로 헤더 설정해서 쓰면 자연스럽게

모순 속에서 갈등하며, 후회하는 호라이즌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만, 완전히 해결되면 안 되기에 울않너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되게끔 생각하며 이야기를 짰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프리퀄이네요.



그와 동시에 울않너 시점에서는 없었던 이들의 떡밥을 이런 식으로 미리 넣어뒀으면 더 다채로웠을텐데.

하고 스캐빈저와 합의체쪽을 섞거나 해보았습니다.

물론 그건 그 당시에 공식에서 스캐빈저고 나발이고 만들지도 않았으니까 못 나왔을 거라는 건 압니다.

환상의 메카닉 이볼브 원 ㅇㅈㄹ ㅋㅋㅋㅋㅋ



작중 주된 갈등점인 호라이즌의 자기모순은 등장인물의 말을 빌려 지적했습니다.

자각하고 있지만, 자각하지 않고 있는 호라이즌의 행동.


혐오한다라고 하지만, 지켜보고 함께하고 있는 행동들은

마치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바퀴벌레가 보이면 그 혐오스러움에 박멸하거나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합니다.


하지만 호라이즌이 한 행동은 그 추악함을 지켜본다는 명목으로, 함께 했습니다.

대시와 리타와 함께 했죠. 대시와 리타는 이미 호라이즌은 솔직하지 못하다라고 알고 있었고.


헤더도 후회하는 자신을 통해서 호라이즌의 모순을 깨닫게 되죠.



태어나게 된 계기. 아버지와 어머니로 하여금 버려졌고, 그로 인해 그 관련 된 것이 전부 밉다라는

약간은 다르지만 닮은 배경에서 호라이즌에게 말해줄 수 있도록 설정하긴 했습니다.



솔직히 마지막 에필로그의 햄스워스는 제 뇌절입니다. 순전히 제 생각이죠.

하지만 울않너로 이어질 '다음'을 예고하는데는 나쁘지 않았달가.




스캐빈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리너 로치와 큐컴버. 결국 스캐빈저랑 똑같은 말 장난입니다.

청소부에 가까운 스캐빈저. 그러면 바다의 청소부? 에서 착안해서 클리너를 만들고,

바다의 청소부면 갯강구와 해삼 아님? 해서 씨로치와 씨큐컴버에서 씨를 뗐습니다.

중성화수술을 한 거죠.


멘탈 프린팅과 마트료시카가 궤는 다르지만 결국 변화라는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에,

제프티 관련인 멘탈 프린팅을 잇지 않고 마트료시카 쪽을 이어봤습니다.

합의체 폼의 파워드 슈트 위고도 멋지잖아요?


합의체쪽 연구자. 빅토르가 만든 위고. 푸하하핫

틀니 딱딱, 아재냄새 물씬.



위고는 참고로, 틀니식으로는 덴드로비움.

그나마 덜 틀니식으로는 GN 암즈입니다.




멋지잖아요? 시발?






로조의 허리춤을 알아보시는 분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뭐 굳이 말하지 않도록하겠습니다.




왠지 그런 캐릭터가 멋있음.

로조X이볼브 원. 순애 지지합니다.








그외 잡다구리한 걸 섞긴 했어도 플룻 자체는 간단하다고 생각해요.

중간에 서술트릭이라는 것을 시도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호라이즌이 직원을 찾으러 왔던 것으로 보였지만

실은 이미 그 때로부터 몇 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라는 게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임팩트가 없더라구요.




아마, 예리하신 분은 눈치 채셨을 수도 있는데.

군데군데 울않너를 암시하는 힌트를 좀 담아 봤습니다.


꽤 자주 나오는 '다음' 이라는 것이라던가.

(울않너 마지막 대사인 저도 이 다음으로 가겠습니다에서 가져 온)

지속적인 그늘의 사용.


이수연과의 만남 때는 그늘로만 그치지만

에필로그에서는 볕이 드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래피티 하면 큼큼.




아무튼, 이 좆노잼 똥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목 어그로에 관해서인데.

아마 앞으로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 하면 보는 이가 적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보는 분들이 몰입이 안 된다고 하셔서.


슬프지만, 제가 준비했던 더 기상천외한 제목 어그로는 꾀꼬리나 정병기사단, 그외 등등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익숙치 않은 3인칭이고, 중간중간 컨트롤을 못해서 조금 난잡한 글이지만.

이렇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럼 다시 또,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을 때 찾아뵙겠습니다.


물론, 그 때까지 카사도 나도 살아있어야 하겠지만요.

푸하하하, 근데 요즘은 내가 먼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살아있다면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