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너무조아 대회 출품작]


작성자 - 금태때문임





강소영은 쓰레기 같은 여자다.


경찰청 제4특별기동수사대. 특수능력범죄 대응반 소속 경위.

이 직위를 이용해 강소영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

카운터 및 침식체 범죄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챙겼다. 이면세계 암시장의 큰손들도 모두 강소영이 뒷배를 봐주고 있다.

벌써 몇 년째. 유착은 끈끈하고 강소영의 주머니도 날로 불러왔다. 

남들은 이곳 4기동을 유배지라고 불렀지만, 강소영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이곳은 자신의 왕국이었다.

저 썅년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 씨-이발…….”


강소영은 담배연기와 함께 걸쭉한 욕을 뱉어냈다.

그녀는 갑자기 4기동에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자신보다 열 살은 어린 꼬맹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미.

그 새파란 기집애는 아주 성가신 애새끼였다.

같잖은 정의감에 젖어서는, 쓸데없이 나대기나 하고. 안 잡아도 되는 범죄자까지 잡고, 눈 감아도 되는 부정도 파헤치고, 안 설쳐도 되는 일까지 설쳐댔다.

이유미가 부임하고 1년도 되지 않아 강소영의 왕국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게다가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게 카운터랍시고 직위는 더 높다.

경정. 저 나이에 경정이라니…….

그 새파랗게 어린년에게 존대를 쓸 때마다 강소영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야, 강소영!”


뒷골목 구석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으려니, 온몸에 문신을 한 불량배같은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강소영이 뒷배를 봐주는 조직의 끄나풀이었다. 오늘은 강소영이 조직들에게서 상납금을 받는 날이었다.

하지만 문신남은 상납금 대신 욕지거리를 강소영에게 처박았다.


“이 개간년아! 대체 너는 돈 받아 처먹고 하는 게 뭐야?”

“……뭐라는 거야, 왜?”

“너희 팀 이유미인지 뭔지 하는 그 잡것이 우리 조직 절단내놨잖아! 마약 정제하던 애들 전부 빵으로 끌려갔다고, 씨팔!”


강소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를 씹었다. 처음 듣는 일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걔 그쪽 구역은 못 가게 막고 있었다고. 언제 그랬는데?”

“오늘 오전에요, 씨팔! 바로 몇 시간 전에!”


강소영은 아파오는 이마를 짚었다. 오늘은 이유미가 휴가를 쓴 날이었다. 그런데 휴가 써놓고는 혼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모양이었다.


“그 씨발년 때문에 장사를 못해먹겠잖아! 어떻게든 해달라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더러?”


직위도 높고, 전투력은 카운터답게 걸출하다.

강소영으로서는 이유미를 컨트롤할 수단이 없었다. 겨우겨우 브레이크나 넣는 게 고작일 뿐.


“어떻게든 못하면, 상납금도 없고!”


문신남이 강소영에게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우리 조직 끝장나면, 너도 끝장나는 거야! 네가 우리한테 받아처먹은 거 다 불어버릴 테니까!”

“…….”

“우리 보스가 한 달 준다더라. 한 달 안에 어떻게든 해. 안 그러면 너도 같이 뒤지는 거야.”


문신남은 바닥에 침을 찍 뱉고는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강소영은 텅 빈 손을 만지작거렸다. 언제나 매달 이맘때쯤에는 두둑하게 쥐어져 있던 현금 다발이 없었다.

강소영은 필터까지 다 핀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며 허공으로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좆같다, 씨이발…….”


***


이유미는 성실한 경찰이다.

가끔 그 성실함이 지나치거나, 성실함의 방향이 엇나가기는 해도, 경찰에게 허용된 공권력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다.

어쩌다 그 테두리를 넘으려 할 때에는,


“경정님…….”


같은 팀의 강소영이 이유미를 말려주었다.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려요. 어딜 들쑤셔도 좋으니까, 사전에 저한테 이야기 좀 해달라니까요…….”


이유미가 출근하면서 제과점에서 사온 빵을 우물거리고 있으려니, 강소영이 피곤한 얼굴로 말을 붙여왔다. 이유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서로 휴가 때는 연락하지 말자면서?”

“아니, 휴가 쓰시고 범죄자 찾아다니실 줄 제가 알았나요…….”

“알았어. 앞으로는 연락할게. 아, 그나저나 샌드위치 먹을래?”

“지금 제가 먹게 생겼…… 웁.”


뭐라고 더 따지려는 강소영의 입에 이유미가 샌드위치를 밀어넣었다.


“또 아침 제대로 안 챙겨먹었지? 그럴 거 같아서 사왔어.”

“…….”


강소영은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투덜거렸다.


“아무리 경정님이 강하셔도, 단독행동은 위험하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

“제가 저 한 몸 편하자고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아니잖아요. 경정님과 저는 파트너고! 서로를 위해, 우리 팀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니까요.”

“알았어, 경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유미가 드물게 잘못을 시인했다.


“그런데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어. 내가 부모님을 잃은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놈들 같았거든. 경위한테 연락할 틈도 없었고.”

“…….”

“놈들은 또 꼬리를 자르고 도망쳤지만, 그래도 놈들에 대한 실마리를 잡아가는 거 같아.”

“그래도요, 경정님.”


강소영이 짐짓 엄포를 놓았다.


“앞으론 저한테 말씀하시고 움직이시는 거예요.”

“그래. 약속. 그렇게 할게.”


이유미가 생긋 미소했다.


“강소영 경위.”

“네, 이유미 경정님.”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거 알지?”

“…….”

“날 걱정해주는 건 경위뿐이라니까. 카운터를 걱정하는 일반인이라니, 참.”


하얗게 웃는 이유미를 마주보며, 강소영은 생각했다.

이유미는 제비꽃 같은 소녀라고.

수수하지만 아름답고, 그리고…….

덧없어서.

저 젊음도, 저 치기도, 저 정의감도, 모두가.


***


시간이 흘렀다.

이유미는 점점 더 조직을 깊게 파헤쳤고, 강소영은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점점 힘에 부쳤다.

이유미는 상대하는 조직이 부모님의 사고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고, 불도저처럼 수사를 밀어붙였다.

조직은 점점 더 풍비박산 났고, 강소영에게 가해지는 조직의 압력도 점점 더 늘어났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시점.

강소영은 조직의 건물로 끌려왔다. 끌려오는 과정은 신사적이었지만, 지하 클럽의 문이 닫히자마자 사방에서 주먹과 발, 파이프와 배트 따위가 날아들었다.


“악! 아악!”

“죽여! 이 짭새년, 죽여!”

“얼마를 너한테 부었는데, 개같은 년아! 이렇게 우리를 배신해?!”


강소영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린치를 받아냈다. 품에 권총이 있었지만, 이걸 꺼내는 순간 살아서 나갈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강소영은 가만히 두들겨 맞았다.


“야야, 그쯤 해라. 그러다 우리 경위님 죽겠다.”


그때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짓말처럼 폭력이 멈췄고, 강소영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양복을 빼입은 중년의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이 조직의 보스.

도시의 지하를 점거한 암흑가의 왕이었다. 다가온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강소영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렇게 쉽게 죽게 하면 안 되지. 먹은 돈도 다 뱉어내고, 여기저기 예쁘게 잘라서 판 다음에 죽여야지.”

“……!”

“응? 강소영. 이 좆같은 씨발년아.”


짜악!


남자의 두터운 손이 강소영의 뺨을 후려쳤다. 강소영의 뺨이 빨갛게 쓸렸다. 핏물이 터진 입술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딴 식으로 나오면 곤란해.”

“…….”

“우리한테 받아 처먹은 돈이 얼만데, 이따위는 곤란하다고. 씨발년아.”


짝! 짝! 짝!


뺨을 계속해서 후려치던 남자의 손이 거칠게 강소영의 가슴팍으로 파고들더니, 권총을 빼앗아 꺼냈다. 남자는 능숙하게 권총을 강소영의 미간에 겨누었다.


“선택해.”

“네, 네?”

“그년 죽일래, 아니면 네가 여기서 자살할래?”


덜덜 떨리던 강소영의 이가 악물리더니, 이윽고.


“주…….”

“주? 뭐, 똑바로 말해.”

“죽일게요, 그년…….”

“약속할 수 있어?”

“그럼요. 정말로, 하,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제가 그 거지같은 년, 책임지고 죽일 테니까.”

“…….”


남자는 공포로 떨리는 강소영의 두 눈을 지그시 내려보다가, 이윽고 빙긋 미소했다.


“몰랐는데, 꽤 반반하네. 경위.”

“네, 네?”

“입 벌려봐.”

“네……?”

“말 잘 들었으니 상 줄게. 입 벌려보라고.”


영문을 모르는 강소영의 앞에서 남자는 바지의 벨트를 풀고, 자신의 물건을 꺼냈다. 그제야 남자의 뜻을 알아챈 강소영의 두 눈이 커졌다.


“귀 먹었어? 입 벌리라고.”

“…….”


강소영은 마지못해 입을 벌렸고, 작은 입 속으로 남자의 굵은 육봉이 거칠게 쑤셔들어왔다.


“우웁……!”

“모가지 뽑히기 싫으면 이빨 세우지 마. 잘 빨아봐.”


육봉의 끝이 목을 쑤실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꾹 감긴 강소영의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자는 강소영의 머리채를 붙잡고 허리를 왕복하며 물건을 깊이 쑤셔 넣었다.


“웁! 우우웁!”

“그렇지, 그렇지. 잘하네.”


강소영의 피에 젖은 붉은 입술 위를, 남자의 굵은 물건이 거칠게 왕복했다.

눈물범벅에 피범벅이 된 강소영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남자는 강제 펠라치오를 즐기다가, 이윽고 강소영의 머리채를 붙잡은 채 강소영의 입안에 사정했다.


“커헉! 쿨럭, 쿨럭!”


입안에 뿜어진 정액을 쿨럭거리며 뱉어내는 강소영의 앞에서 남자가 피식 웃었다.


“재능 있는데, 강소영? 나중에 일 그만두면 말해. 우리 가게에 자리 하나 마련해줄 테니까.”

“…….”

“그나저나, 나는 나이가 있어서 한 발 뽑으면 만족하는데, 우리 애들은 젊어서 아주 팔팔하거든?”


강소영이 힘겨운 숨을 들이쉬며 주위를 보자, 군침을 삼키는 짐승들이 보였다.


“예전부터 너 건방진 눈깔 부라릴 때마다 따먹고 싶다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어.”

“…….”

“돌림빵 당하고 칼침 쑤셔져서 잿가루 되기 싫으면 알아서 처신해.”


강소영의 권총을 던져서 돌려준 남자가 엄포를 놓았다.


“그년 똑바로 처리하는 거야. 알겠지?”


강소영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며칠 뒤.

이유미의 생일. 성인이 되는 날이었다.


“생신 축하드려요, 경정님!”


이유미가 출근하자, 강소영이 냅다 꽃다발을 건넸다.

제비꽃이었다. 이유미가 얼떨떨해하자, 강소영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가슴을 쭉 폈다.


“감격하셔서 우셔도 좋아요! 경정님 생신 챙겨주는 사람 저뿐이죠?”

“아니, 하지만…… 나는 경위 생일 안 챙겨줬는데…….”

“그러니까 제가 착한 부하라는 거죠~ 하하하.”

“……정말 고마워, 경위.”


조금 감동한 듯한 이유미에게 강소영이 마구 들러붙었다.


“그건 그렇고 생신이신데, 오늘 저녁에는 둘이서 회식합시다, 경정님! 회식!”


이유미는 질색이라는 얼굴로 그런 강소영을 흘겨보았다.


“경위는 무슨 회식을 맨날 하재?”

“맨날 안해주시잖아요! 우리 팀만큼 회식 안하는 팀도 없을걸요!”

“같이 밥 먹으면 그게 회식이지, 뭐…….”


평소같으면 적당히 하다가 넘어갈 텐데, 오늘 강소영은 어째서인지 필사적이었다.


“그러지 말고 회식해요, 네? 제발! 한 번만요, 한 번만!”

“오늘따라 질기네…… 뭔 일 있어?”

“요즘 유독 외롭고 슬프고 배고파서 그래요. 경정님 생신도 찐하게 축하하고 싶고! 어울려 주세요. 제발!”


강소영이 떼를 쓰자 이유미도 도리가 없었다. 


“알았다, 알았어. 가자, 가. 뭐 먹고 싶은데?”

“삼겹살에 쏘주나 때려요!”

“맨날 먹는 그거네. 뭐가 다른 거야……?”


그날 저녁.

늘 가던 고깃집에 가자, 강소영은 이유미에게도 술잔을 건넸다.


“자자, 한 잔 받으시죠!”

“뭐? 나도?”

“에이~ 경정님도 참. 오늘 생신이시잖아요! 오늘 같은 날에는 한 잔 해야죠!”

“하지만…….”

“이제 성인이신데, 술도 익히셔야죠! 한국에서 사회생활하려면 술자리 문화도 필수라고요?”


강소영이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기며 말했다.


“제가 경정님보다 직위는 낮지만, 인생 선배로서! 술을 가르쳐드리겠다~ 이 말씀입니다!”


이유미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강소영의 억지와 도발 앞에서는 도리가 없었다.

억지로 한 잔을 마시고 나자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한 병이 되고…….


“헤헤헤.”


금세 취해서 헤롱거리는 이유미를 강소영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경위이. 나한테 친구는 강소영 경위뿐인 거 알지이?”

“그 말씀 다섯 번째에요, 경정님.”

“헤헤. 진심이라구. 진심이니까…….”

“진심이라는 말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헤벌레 풀린 얼굴로 이유미는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없어지고…… 이제 나한테 남은 건, 경위뿐이니까아. 내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도, 경위뿐이니까아.”

“…….”

“나랑 앞으로도 친구로 지내주는 거야아, 경위이.”

“……그럼요, 경정님.”


강소영은 이유미의 술잔에 품에 들고 있던 캡슐을 쏟아넣어 녹인 뒤, 건넸다.


“자, 마지막으로 한 잔 하세요. 이거 먹고 집에 가요.”


이유미는 단숨에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었다.


“좋아해. 경위. 히히…….”


직후 이유미의 눈에서 순식간에 힘이 풀렸다.


“졸리……네…….”


쿵!


이유미가 테이블에 쓰러졌다.


“…….”


그런 이유미를 부축해서, 강소영은 가게 밖으로 몸을 빼냈다.


***


“이거 완전 떡이 됐네.”


온몸에 힘이 풀린 채 기절하듯 잠든 이유미를 문신남이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야, 얘 안 깨는 거 맞아?”


이유미를 차에 태워 조직의 건물로 데려온 강소영이 담배를 입에 물며 대답했다.


“너희가 쓰는 캡슐 스무 개를 한 잔에 넣어 먹였어.”

“뭐? 이터니움 정제 마약을?! 한 잔에 스무 개?!”

“그래. 3종 침식체도 그렇게 먹었다간 사흘은 골골댈걸. 아무리 카운터라도 못 버티지.”


이미 이유미의 온몸은 이터니움 중독 상태였다.

카운터라 즉사를 면한 것뿐, 이대로는 살아남는다고 해도 평생 폐인이었다.


“와, 그런 걸 상관한테 먹인 거야? 너도 참 징한 년이야.”

“씨발, 상관 같은 소리 하지 마. 이 좆같은 년 때문에 너네도 나도 좆같은 일 당했잖아.”

“뭐 그야 그렇지…….”


담배에 불이 잘 안 붙었다.

강소영은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불이 붙질 않았다.

그때 쓰러진 이유미를 내려다보던 문신남이 입맛을 다셨다.


“야, 죽이기 전에 따먹어도 되냐?”

“…….”

“어차피 죽이고 처리할 건데, 그 전에 맛 좀 봐도 되잖아. 그렇지? 이 개간년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 거 생각하면 그 정도는 괜찮잖아?”


이유미의 목숨은 강소영이 조직에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어차피 죽일 거 다른 짓을 한다 해도 말릴 명분이 없었다. 강소영은 고개를 돌렸다.


“맘대로들 하셔…….”

“잘 먹겠습니다~!”


환호성을 내지른 문신남이 이유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얗고 탄력 있는 나신이 클럽의 채도 낮은 조명 아래에 훤히 드러나자, 짐승들이 군침을 삼키며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


강소영은 이유미가 짓밟히는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봉긋 솟은 젖가슴이 올라탄 남자들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린다. 초점 잃은 단아한 얼굴 위로 짐승들의 침이 떨어진다.

긴 손가락이, 가느다란 허리가, 새하얀 둔부가, 탄력 있는 허벅지가, 길게 뻗은 종아리가, 아름다운 보랏빛 머리카락이…… 이유미의 사랑스러운 온몸이, 백탁으로 더럽혀진다.

제비꽃잎이, 사방으로 갈가리 찢긴다.


“경, 위……?”


얼마나 그렇게 범해졌을까.

문득, 이유미가 머리맡에 선 강소영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도 모르는 듯이, 새하얗게 미소짓고는,


“우리, 친구…….”


그렇게 중얼거렸다.


“…….”


강소영은 품에서 잠자코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맛이 가버린 이유미의 미간에 총구를 대고,


탕-!


쐈다.


탕! 탕! 탕-!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온 사방에 피가 튀었다.

피를 뒤집어쓴 조직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런 씨발! 뭐하는 거야! 잘 먹고 있는데!”

“닥쳐, 쓰레기들아.”


강소영은 총구를 조직원들에게 돌렸다. 기겁한 조직원들이 우르르 몸을 뒤로 물렸다.


“재미 볼만큼 봤잖아. 어서 시체 태워서 처리나 해.”


산산조각 난 제비꽃에게서 애써 눈을 돌린 채, 강소영이 고함을 질렀다.


“처리하라고, 씨발! 빨리!”


***


이유미 경정은 이면세계로 도망친 범죄자를 찾으러 무리하게 다이브를 시도했다가 실종.

상부에는 그렇게 보고가 올라갔다.

경찰청에서 사건에 대해 수사가 들어왔지만, 애당초 카운터 관련 범죄나 업무는 관리국 주도였다. 경찰청은 이쪽 일에 깊이 끼어드는 것을 꺼렸다.

유야무야 사건이 덮였다.

몇 달이 지났다. 4기동대는 다시 조용해졌다. 강소영은 자신의 왕국을 되찾았다.

오랜만에 들어온 상납금을 손에 쥐고, 강소영은 담배를 씹었다.


“보스가 오늘밤에 보자더라. 너랑 노는 거 맛들리신 거 같은데? 이야~ 우리 경위님 팔자 폈어?”

“…….”


문신남의 말을 한귀로 흘러넘기며, 강소영은 돈다발의 액수를 세었다.


“돈 체하지 말고 잘 삼키고~ 이따 봐! 보스가 직접 데리러 간대.”

“…….”


문신남도 떠나고, 강소영은 뒷골목에 혼자 남았다.

적막하다.

말려도 말려도 소동을 일으키며 사건으로 돌진하던 상관은, 더 이상 없다.

유일한 카운터 인력을 잃었으니 경찰은 카운터 범죄에서 점차 손을 뗄 테고, 조직의 안위는 보장될 것이다.

강소영에게 다달이 꽂히는 상납금도 무사할 것이다. 보스의 여자가 된 강소영 자신의 목숨도.


“후우…….”


불도 안 붙은 담배를 입에 물고 강소영은 길게 숨을 뱉었다.


“씨발…….”


이곳은 쓰레기 같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쓰레기 같은 여자다.

이런 쓰레기장에서 피기엔, 제비꽃은 너무 고결했다.

그저 그뿐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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