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1362507


짤은 머리 스타일을 바꾼 16쨜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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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뜬 내가 과거에 와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께서 멋진 여행을 하라고 주신 티켓일까?

아니면 못다한 것을 이룰 두번째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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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딩→딩↘ 빱빱빱빱빠 빱밥빱빠! 굿↗모→닝↘ 빱빱빱빱빠 빱밥빱빠! 굿↗모→닝↘ '


"핫!!"


울려 퍼지는 알람소리에 이수연은 눈을 떴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 방 침대였지. 익숙한 천장이 처음으로 보였고, 사방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는 풍경이 다음으로 눈에 들어왔어.


깨어나자마자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왔어. 어젯 밤에 술이라도 마셨었나. 이수연은 내가 뭐하다가 침대에 들어오게 된건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어제 일을 하나씩 되감아봐.


야근을 하다가 사진을 꺼내봤고, 관리자에게 그걸 들켜서 실랑이를 벌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이한 제안을 받고, 그 다음부터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어딘가 수술대에 누웠고 뭔가 빛이 한번 번쩍여서 눈을 뜨니까 침대였다 까지가 기억이었어.


"하... 하하... 꿈을 진득하게 꾼건가."


야근을 하다가 갑자기 수술대에는 왜 누웠대. 꿈도 야무지게 꾸네 수연아. 혼잣말을 하며 이수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그런데 뭔가 몸이 좀 가벼워. 매일 아침마다 느껴지던 피로감 같은 것도 하나 없고. 뭐 잠을 푹 자서 몸이 홀가분해졌겠구나 하고 대충 넘겼지.


그리고 화장실 불을 켜고 세면대 앞에 서자, 거울 속에는 36세의 이수연이 아닌 16세의 이수연이 보이는거야.


"????????"


내가 잘못본건가 하고 볼을 꼬집어봤지만 엄청 아파. 그렇다면 현실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현실이라고 해도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36살인 내가 오늘부턴 16살? 무슨 공상과학 소설 쓰는것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되겠어?


"이젠 헛것이... 힉?!"


이수연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격적인 감정에 질겁하면서 뒷걸음질쳤어. 귀에 들린 자기 목소리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거야. 좀 더 낮은 톤의 미성이었던 자신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16살 시절의 높은 톤의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어.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는 잠이 덜 깨서 알아채지 못했던 거지.


얼굴도 16살, 목소리도 16살, 그런데 기억은 36살.  다시 이수연은 세면대 앞의 거울로 가서 얼굴을 막 이리저리 만져봐. 볼도 쭉 늘려보고, 눈도 크게 깜빡여보고, 입도 막 벌려보고, 아아아~ 하고 다시 목소리도 크게 내보고.


놀랍게도 어느 것 하나 꾸며진 것들이 아닌, 전부 진짜들이었어. 


"에.... 에에에....?!"


한순간이나마 꿈에 그렸던 회귀가 실제로 일어나자 이수연에게 제일 먼저 찾아온 감정은 기쁨이 아닌 경악이었지.


수천 수만 침식체의 머리통을 두들겨 부숴온 역전의 카운터가 이런 소리도 낼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의 비명이 이수연의 원룸에 울려퍼졌어.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취방 문을 부술 기세로 닫은 이수연은 코핀 컴퍼니를 향해 미친 것 같은 속도로 뛰어갔어. 


옷? 16살로 돌아가는 바람에 기존에 입던 옷들이 대부분 못입게 되서 그냥 박스티에 반바지 하나만 대충 입고 죽어라 뛰었지. 힐도 신지 않고 집에 있는 운동화 하나 신고 내달렸어.


자기가 어려졌다는 걸 누군가 알아채기 전에 이수연은 회사로 뛰어들어가 관리자를 만날 생각이었어. 눈 떠보니 16살? 좋다 이거야. 근데 이수연 스스로는 납득할지라도 남들은 모르잖아?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설정 같은게 있어야 자연스러울텐데, 생각해보니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었거든. 이 애 딸린 바람둥이 사장이 아무 대책 없이 이런 일을 벌인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이 이수연의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어.


원래 관리국에 있을 때부터 체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던지라 이수연은 삽시간에 회사에 도착하고도 힘든 기색 하나 없었지.


"헉... 헉... 후우...."


사장실로 들어간 이수연은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었어. 제발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인내심이 끊어지려 할 때 쯔음 착신음이 끊어지고 관리자가 전화를 받았어.


"하아아암.... 여보세..."


자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나봐. 자기는 당황스러워서 미치겠는데 날 어리게 만든 당사자란 사람은 태평하게 자고 있는걸 알게되니 이수연은 갑자기 성질이 나는거야.


"뭘 잘했다고 이 상황에 하품이 나와요!!!"


"으아아악!!"


번개같은 이수연의 불호령은 잠에 취해 있던 관리자도 단숨에 정신이 들게 만들었어.


"지금 어디에요. 회사죠? 저도 회사인데."


"아... 아뇨 회사는 아니고 그..."


"아니에요? 그럼 회사로 와요. 당장."


"갑자기요?!"


"날 이렇게 만들었으면 책임져야 할거 아녜요!! 무슨 세세한 설정 같은거라도 합의를 하고 했어야지 대뜸 이렇게 작아지게 만들면 다른 사람들한텐 뭐라고 설명할건데요? 짜잔~ 36살 부사장이 갑자기 애기 이수연이 되었습니다! 하면서 구관리국 관리자의 릭트쇼라도 만들 생각이에요?"


36살의 따박따박 쪼아대는 말투에 16살의 카랑카랑한 높은 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이 따로 없지. 글로 보는 너네는 몰라도 직접 듣는 관리자는 아마 죽을 맛일거야.


"아 됐고, 회사로 와요. 아직 직원들 출근하기 전이니까 조금은 시간이 있...."


"그, 제가 지금 당장 가는건 좀 무리에요. 대신 다른 조치를 취해 놓을게요."


관리자의 말과 함께 익숙한 기계음과 한대 때려주고 싶은 목소리가 이수연의 귀에 들려왔어.


"시스템 기동. 삐리비리비리비리~~~ 머쒸이이이이이인~ 갑!"


관리자 본인은 회사에 없지만 머신갑은 항상 회사에 있잖아? 관리자는 그래도 자기가 만들어 놓은 대리인이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그게 정말 틀린 선택이었다는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


"호오~ 나의 영도력이 미치지 않은 가련한 어린양이 여기에...."


까앙!!!!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블릿 하나가 머신갑의 미간에 명중, 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몸체를 저 멀리 날려버렸어.


"수... 수연 양...?"


"당장 안 튀어오면 다음은 누가 될지 잘 모르겠네요~ 우리 영민하신 사장님? 호호호호."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이수연의 눈동자에서 분노의 업화가 이글거리고 있다는건 불 보듯 뻔했어.


똑똑똑-


"힉!?"


관리자에게 대충 험한 말을 더 하려던 이수연은 사장실 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에 황급히 전화를 꺼버렸어. 대외 및 대내적으로 코핀 컴퍼니 사장은 로봇 머신갑인 것이 정설이었고 관리자의 존재는 극비였거든.


벌써 누군가 온걸까? 하나 양? 아니면 스승님? 아니면 미나 양이나 시윤 군? 알트 소대 전원부터 레나나 클로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원들의 얼굴이 이수연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어.


문이 열리자 거기에 서 있던건 관리부장 김하나였어.


"사장님? 벌써 출근하셨.... 어머?"


"엑-"


잠시간의 침묵이 사장실을 조용히 감쌌어. 김하나는 눈 앞의 소녀가 이수연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고. 


누굴까 하면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우리 회사에 저런 얼굴을 가진 사람은 없는거야.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다는 점이 부사장이랑 닮긴 했는데 부사장이랑 생김새도 다른데다가 훨씬 어리게 생겼고. 이게 도대체 누군가 싶은거지. 막막한거야.


"저기.... 혹시 넌 누구니...?"


"아, 그... 저...."


애써 침묵을 깬 김하나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한건 이수연도 마찬가지야. 아직 아무런 얘기도 관리자랑 정해둔게 없는데 무슨 핑계를 대야 자신이 부사장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숨길 수 있을까? 


비사중학교 학생? 카운터 아카데미에서 현장실습 나온 학생? 아니면 어린 시절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고 어색하게 넘어가볼까? 이수연에게는 1초가 1000년같았어.


"아~ 하나 양, 왔는가? 그 아이는 우리 부사장의 사촌동생 '이수련' 양이라네!"


어색함 1000배의 기류를 싹 날려버린 것은 아까 전에 이수연이 날려버린 머신갑이었어.


"부사장님한테 사촌동생이 있었...나요....?"


"그렇다네!"


"저한테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던거 같은데...."


"아, 본인도 몇달 전까지는 몰랐더군. 어릴 때부터 생이별을 한 이후로 미국 쪽의 도시에서 지내다가 얼마 전 이곳에 입국했지!"


정말로 관리자 대신 머신갑이 16살 이수연의 신변을 완벽하게 위조해주고 있는거야. 당장 와서 그럴듯한 설정을 짜내라고 닥달을 했는데 관리자는 이미 짜놓았으니 내심 놀랄 수 밖에 없었지.


이수련이 된 이수연은 눈치 좋게 머신갑의 말을 받아서 답했어.


"이수련이라고 해요. 하나...언니 맞죠? 수연 언니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회사에 엄청 예쁘신 분 있다고... 하하..."


"어머머. 정말 부사장님이요? 부사장님도 참~"


뛸 듯이 기뻐하는 부사장을 보면서 한편으로 이수연은 자기가 한 말에 또 놀랐어. 16살의 자신은 단순무식해서 이런 처세술 같은 말은 하나도 할 줄 몰랐었으니까.


"그런데 부사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아아. 부사장은 아주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장기 파견 겸 휴가를 보내줬네. 너무나 중요한 업무여서 당분간 회사에서 볼 수 없을거야."


"그랬었나요? 한마디 말도 없었는데요?"


"하나 양이 퇴근하고 결정된 사실이어서 미처 알려주지 못했을걸세. 아무튼 우리 수련 양은 부사장의 부탁으로 당분간 우리 코핀 컴퍼니에 자주 들리게 될거야. 잘 대해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김하나는 이수련이 된 이수연에게 싱긋 웃으며 사장실 문을 닫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어.


십년감수한 이수연은 잔뜩 긴장했던 가슴을 쓸어내렸어. 머신갑 로봇이 아주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제시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금방 들통났을테니까.


곧 다시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어. 이수연은 전화를 받아.


"너무 과열되어 있으셔서 제대로 설명을 못드렸네요. 미안해요 수연 양."


"아니에요. 제가 좀... 심했죠? 이게 뭐랄까... 저도 모르게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성질이 주체가 안됐던거라...서요. 아하하하...."


성질을 다 부려놓고 부끄러워서 이수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어. 실제로16살 때는 텐션이 높은 것 뿐만 아니라 성질도 꽤 있는 편이어서 사람들과 종종 다투기도 했었거든. 나이만 어려지고 성격은 36살에 머물러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건 또 아니었나봐.


"괜찮아요. 덕분에 수연 양이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사람인지 다시 알았으니 나쁠 건 없죠."


"저야말로 미리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셔서 덕분에 위기를 넘겼어요. 엄청 불안했었는데, 감사합니다. 관리자님."


"아. 끊기 전에 하나만 더. 머신갑이 만들어낸 알리바이는 16살 시절 수연 양의 얼굴을 아는 사람에게는 효력이 없어요." 


훈훈하게 끝날 수 있었던 분위기에 관리자의 말이 찬물을 끼얹었어.


"네?????"


"그러니까 힐데 씨라던가 류드밀라 양, 알렉스 양 같은 사람들이요. 까먹어서 설정에 안 넣어놨기도 하고, 그런 설정을 말해봤자 곧대로 믿을 사람들은 더더욱 아니기도 하니까요."


"무, 무슨!!"


"어쨋든 행운을 빌게요. 하하하."


"하하하는 뭔 놈의 하하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관리자로부터 통화가 끊어졌어. 이수연의 머릿속은 안정을 찾은지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지. 


스승님을 만나면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지금도 솔직히 예전의 그 일 때문에 어색해서 사장과 사원의 관계 이상의 대화는 많이 나누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수도 없이 많은 의문들이 이수연의 머릿속을 마구 어지럽혀가고 있었어.


아냐. 침착해 수연아. 스승님이나 류드밀라가 나를 알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하면 되는거야. 어차피 편법이 통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진정하자. 일단은 진정하고 스승님을 뵙게 되면 어떻게 대할지부터 대책을-


사장실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생각의 흐름을 끊어놓았어.


"아침부터 소란스럽군. 무슨 일이라도 있나 사ㅈ..."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펜릴 전대의 전대장이자 이수연의 스승이었던 힐데였지.


그리고 힐데의 눈에 비친 것은 머신갑보다도 머신갑의 옆에 서 있던 한 소녀의 모습. 길다란 갈색 장발머리에 루비같이 불타는 눈동자, 박스티에 가려진 육감적인 몸과 강아지같은 귀여움을 간직한 앳된 외모. 당장에라도 스승님!!! 하면서 달려들 것 같은 인상을 가진 소녀.


"스승...님...?"


"....이수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은 스승과 36살에서 16살로 돌아온 제자의 불편한 만남.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기묘한 만남의 막이 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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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쨜 이수연은 단순무식하면서도 댕댕이같으면서도 한 성깔 하지 않았을까? 정말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음??


그리고 전편 비추 5개나 박혔던데 ㅈ노잼으로 썼나 싶음. 미안하다. 하지만 글은 못써도 한번 돌아간 회로는 끝까지 돌리고 싶은걸 ㅠㅠ 다음에 보자.


이수여어어어언 스트라이크으으으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