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저 괴물 새끼가!" 관리국 방패병 하나가 마왕을 향해 욕을 뱉었다.



마왕의 공격에 선봉군이 그대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틀렸어! 중앙 전선도 뚫렸대!" 누군가 외쳤다. "도망쳐야 해."



"미쳤냐! 우리는 전선을 사수한다!" 이유리가 외쳤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 관리국의 부대가 아닌, 민병대 소속이었기에 시술을 받지 않아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받았다. 물론 얼마 전, 하늘이 침식되기 전의 이야기다.



"이봐, 난 집에서 우리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녀의 오른손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은 불꽃이 아니었다. 아니, 불꽃이 아닌 폭발이었다.



콰과광

 


"잘 들어, 너는 병사다. 우리가 여기를 지키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어. 우리가 걷는 길이, 인류의 역사야."



"군인으로서 싸워라."



동시에, 파멸의 빛이 이유리의 머리 위에 쏟아져 내렸다.



함선의 표면은 매우 매끄러웠다. 유리엘이 순간적으로 기둥 하나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다시 떨어질 뻔했다.


함내로 진입하는 문에는 번호가 붙어있지 않았다.



"대체 뭐 하는 함선이야, 이건!"



문을 조작하는 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다급했다.



그녀가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힘으로, 문을 뜯어냈다. 오버테크놀로지스러운 모습과 별개로 쉽게 뜯겨 떨어졌다.



함내는 고요했다. 마치 아무도 없듯이. 그리고, 코핀 함선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뭐, 뭐야!" 그녀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함선의 문짝이, 다시 원상 복구되었다.


불멸체 시스템.



그녀는 관리국 지정 병기라 체내에 직접 불멸체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불멸체 시스템이 탑재된 함선은 처음 보았다.



그녀가 채 놀라기도 전에, 검은 무언가가 다가왔다.



"?"



"어?"



"유리엘?"



"머신... 야이 등신아!!!"



"으아아!!! 유리엘이 미쳤다!!!"



"관리자 놈 어딨어!!"



한 20m쯤 쫓아갔을까, 머신 갑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안녕하신가, 유리엘 양." 관리자는 눈앞에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유리엘의 장비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리엘은 무거워진 구속구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과, 관리자?"



"보다시피."



"이 자식아, 서윤이가 죽었어!" 그녀는 마왕과 싸우기도 전에, 4급 침식체에게 밟혀 죽었다. 유리엘은 그녀의 죽음을 회상했다.



"알고 있다."



"류드밀라 언니까지 죽었다고!" 그녀는 류드밀라도 회상했다.



"알고 있다."



"아줌마... 부사장도 죽었고... 어쩌면 선배랑 대장까지..."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그것도 알고 있다. 아까 사망이 확인됐어."



"닥쳐 등신아아아!!"



"이런, 너답지 않게 침착하지 못하군, 그나저나, 꽉 잡는 게 좋을 걸세. 차원 도약 비슷한 걸 할 거라서."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함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머신 갑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이것은 다이브같은 게 아니었다. 함선의 앞머리가 하늘을 향해 기울어졌기 때문이리라.



"뭐 하는 거야..." 유리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순히 목이 쉬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를 봉쇄하는 어떠한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관리자가 조심스럽게 미소 지었다.



"뭔가... 사라졌군요." 나나하라 치나츠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쓸쓸하게 말했다.



"나나하라님!" 치후유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달려오며 외쳤다. "도쿄가 괴멸했습니다!"



"어떻게요?"



"그... 서쪽에서 엄청난 바람이 일더니 도쿄와 근처 도시가 증발했습니다."



"한반도에... 신이 강림했군요."



미약한 진동을 느낀 치나츠가 눈을 감았다.



열도는 바다로 가라앉았다.





"으으..." 마치 수백 년이 흘러간 듯한 시간 속에서, 유리엘이 눈을 떴다. 옆에는 관리자가 서 있었다.



"... 장난쳐?" 그녀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단순히... 하늘이 파랬다.



"왜,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 같나?"



정신을 차린 유리엘은 자신의 구속복이 벗겨진 것을 확인했다. 주변에는 자신이 탔던 함선이 땅에 박혀있는 호수가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세상... 아니, 이전 세상을 버렸다."



"버렸다니?"



"왜냐하면, 그냥 멸망했기 때문이지." 관리자가 손에 묻은 흙을 털었다.



"멸망을... 했어?"



"세피라의 수호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야." 틀렸다. 관리자는 자신이 타고 있던 함선이 그나마 그 괴물,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관리자는 양손을 펼쳤다. "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네, 소녀여."



유리엘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무작정 눈앞에 있는 등신을 해치워버리고 싶었다.



"그럼, 이전 세계의 사람들은?"



"다 죽었지." 관리자가 태연하게 말했다.



"너... 제정신이야?!"



"혹시 이거 알고 있나?" 관리자는 말한다. "나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지금 인간미를 버려야 하지."



"... 꺼져." 그녀가 대답했다.



"그런데 넌 특별한 케이스야." 관리자는 하얀 권총을 꺼내 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유리엘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절망했다. 자신의 과거 속 인물들이 끝없이 회자하였다.


"세상 모든 사람이 죽었는데... 인간으로써 슬픈 건 당연하잖아."



"틀렸어." 틀렸다.



"넌 마왕이잖아?" 관리자는 총구를 그녀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 유리엘이 관리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개새끼"



탕-



총알이 유리엘의 이마를 뚫었다.


솔직히, 유리엘은 불멸체 시스템으로 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방금 그 총알로 인해 코어가 파괴되었다.



"불멸체 코어가..."



"불멸체 코어? 아, 이안 코어를 말하는 건가, 분명 이안이 퇴출당하고 난 후에는 그런 이름이었더라지. 이안 녀석, 골 좀 썩히라고 리플레이서 신디게이트에 넣어야겠어."



유리엘은 자신의 몸을 벽에 기댔다.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이전 세계에서 클리포트 인자의 보유자를 군에 편성시켜 마왕에 대적하는 방법은 좀 기발했어. 하지만 침식률이 미친 듯이 올랐기에 시간이 부족했지." 관리자는 흰 총을 다시 장전했다. "유리엘, 넌 죽지 않을 거다. 총알에 분열 인자가 들어 있어. 힘이 다 빠지면 의식을 잃고 새로운 의식체가 나타나겠지."



"...그래서?"



"나는 마왕이 아닌 것을 키우게 되는 거지. 세피라의 수호자... 그보다 더 높은 마왕으로 발전할 거다."



"등신."



"마지막으로 원하는 거 있나?"



"아까... 이안처럼 이전 세계와 동일한 인물이... 있다고 했지?... 그럼 다시 코핀 소대에 들어가고 싶네..."



"원래 그럴 생각이었다. 힐데는 좋은 스승이지."



"니가 사장해라"



"뭣?"



그녀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분명 말을 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으리라.



관리자의 사용한 총은 그런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무심하게 유리엘의 가슴에 총알을 하나 더 박아넣었다.



"마왕에 대적하기 위해서 마왕을 탄생시킨다라..." 관리자가 중얼거렸다. 프로젝트 카운터사이드는 이미 이전 세계에서 제안되었다. 하지만 클리포트 게임이 너무 빨리 시작되어서 시간이 부족했다. "일단 분열체의 이름은 뭐가 좋으려나..."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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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 혹시 마왕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한번 써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