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중견 게임사 웹젠이 임직원 연봉을 1인당 평균 2천만원씩 인상하면서 게임·IT업계 연봉 인상 경쟁에 합류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그동안 '개발자 착취'나 다름없었던 업계 풍토가 바로잡히는 현상이라는 분위기도 있지만, 과도한 출혈 경쟁이 더 큰 '암세포'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태영 웹젠 대표는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연봉과 인센티브, 전사 특별 성과급(200만원)을 더해 1인당 평균 2천만원의 총 보상을 책정했다"고 알렸다.

김 대표는 "올해 예년 대비 연봉의 전사 인상 재원을 크게 상향하고, 개별 상승률은 다소 차이를 두기로 했다"며 "개별 상승률은 개인 직무·역량·성과·기여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업계는 지난달 1일 넥슨이 신입 개발자 초봉 5천만원에 재직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을 선언한 후 줄줄이 연봉을 인상하고 있다.

넷마블이 아흐레 뒤 넥슨과 똑같은 안을 발표했고, 이어 컴투스·게임빌·스마일게이트도 연봉 800만원 인상과 초봉 상향을 약속했다.

그러자 지난달 말 크래프톤이 개발자 초봉 6천만원에 재직 개발자 연봉 일괄 2천만원 인상을 선언했다.

넥슨코리아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기업·중견기업이 개발자 확보에 나서자 중소 게임사들은 재직자 사수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조이시티와 이곳의 자회사 모히또게임즈가 연봉 1천만원 인상을 발표했고, 베스파는 연봉 1천200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게임 개발자들은 최근의 연봉 인상 흐름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게임업계가 '판교의 불 꺼지지 않는 등대'라고 불릴 정도로 근무 강도가 강하지 않았느냐"며 "게임이 주류 콘텐츠로 인정받는 만큼 게임 개발 직군도 이제 우수 인력으로 대우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개발자는 "그동안에는 히트작을 만든 개발팀이나 극소수 리더급만 보너스를 챙기는 구조여서 전체로 보면 박탈감이나 성과 압박이 심했다"며 "그동안 고생한 것이 이제야 보상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연봉 인상 경쟁에 '평균의 함정'은 여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게임사 임원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연봉 인상안 발표에 '평균'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으냐"면서 "대박 게임을 만든 조직에만 더 큰 인센티브를 주고, 나머지 개발자들 처우 개선은 별로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중소게임사마저 연봉 인상 경쟁에 합류할 정도로 '출혈 경쟁'이 심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연봉 인상은 결국 더 큰 성과 압박과 '크런치'(신작 발표를 앞두고 야근·밤샘을 반복하는 게임업계 폐해), 단기 매출을 노리는 아이템 뽑기 장사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건강한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