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보닌장 전역하고 꽃다운 22살

계절학기 공강때 만났는데 

미드가 리플레이서퀸만큼 크고 얼굴은 커여운

베이글이었음. 


남중남고공대 트리를 탄 나에겐 여신과도 같았지.

캠퍼스 자체가 공대라서 

모두들 리플레이서퀸 닮은 여자를 지켜봤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이거 뺏길거같아서

내가 선수침.


운명의 계절학기 종강 당일날 

계절학기 강의시간보다 2시간 빨리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머리 1시간 만지고 

빈강의실에서 홀로 1시간동안 혼내줄 연습함


내가 준비한 멘트는

"친해지고싶어서 그러는데 연락처좀 알려주세요"

이거였는데 


남중남고에서 거의 히키코모리로 지내던 나에겐

저것도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건

 최후의 일발장전이자 순애보가 담긴 펀치라인이었음.


근데 결정적인 순간에 어버버대면서

"ㅈ..ㅈ..저 ..저 ㅈ ㅈ 친..치..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데 연..연락처 알려줍데..세요"

이런식으로 얼굴이 시뻘게져서 말했고


상대도 나처럼 어버버하면서 한 20초를

어떻..어떻게하지? 라는 말을 반복하더니


자기는 나이 많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몇..몇살이신데요?" 하고 물어보니

나보다 한살많음 ㅋㅋㅋ


내가 " 괘..괘 괘 괘괘 괜찮아요!" 라고 하니까

남자친구 있다고 말하면서 까더라.


그렇게 계절학기가 끝나고

천천히 버스타러 가는데

그여자도 맞은편 길에서 버스타러 걷고있었음.


대학앞이라 큰길가였는데 몰래 힐끗힐끗

훔쳐보면서 이게 마지막인가..하고 곰씹었지.

이렇게 계절학기가 끝나면 영원히 못보는데...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학교는 공대 캠퍼스라

그 여자는 평상시에 한번도 못봤었거든.


그렇게 각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그여자는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었음.


우리집 가는 버스가 먼저 도착했는데..

잠시라도 그 여자가 더 보고싶어서 버스를 일부러

놓쳤다.


그러고나서 몇분뒤 그여자가 탈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가 도착하고서 떠나가더라


그이후 본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