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파편일지도 몰랐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와 나, 두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두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카운터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두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솔저 상향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건틀렛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건틀렛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솔저임에도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상연이가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상향 예정 목록이예요

기어코 왔구나

아버지가 말했다

그러니까 곧 솔저의 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아버지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아버지의 밥상을 내려다 보았다

매 판 지기만 해서 단 한 푼도 받지 못 한 성과급을 상징하듯이 정말 꿀꿀이죽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음식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위해 상향 목록을 천천히 읽었다

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아 말이 없었다

용병 사무소의 높은 지붕 그림자가 시멘트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아저씨들까지 수많은 솔저들이 골목으로 나와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카운터들은 그들을 멸시하며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건틀렛 편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카운터에게 폭행을 당한 뒤 불구가 되어버린 두 다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손을 들어 감각이 없는 다리를 한 번 치고 가슴을 한 번 쳤다

나는 아카라이브로 갔다

솔저들이 잔뜩 몰려들어 자기의 의견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수십 명의 솔저들이 떠든다고 해도 수천의 카운터들은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줄 위인들이 아니었기에

솔저들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었지만 카운터들은 오히려 그들을 조롱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솔저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 할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