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군."




주제도 모르고 얼쩡거리던 5종의 머리를 짓밟으며 내가 중얼거렸다.





"주인님께서 상대하실 만한 상대는 아마 이 주변에는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하,그야 그렇겠지.
인간들이나 찌꺼기들이나 마왕을 상대하기에는 미숙하기 짝이 없으니.

보아하니 관리국이니 뭐니 하는 조직을 세운 것 같던데...."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한 검은 옷을 입은 병사가 내게 총을 난사했다.

 이건 좀 흥미롭군. '나'라는 존재가 벌써 저들에게 적으로서 인식됐다고?


상대 쪽에도 꽤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 하나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엑자일러거나.

그건 그렇고.....파리 주제에 귀찮다.







푸샥-





아무런 진심없이 날린 공격 한 번에 그 병사의 몸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하하. 꽤나 깔끔한 사망방법이로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시종?"



"손속을 두지 않으셨음에도 그 정도의 정확성. 실로 감탄할 만 합니다. 다만....."



"어이,주인님?  우리 포위당한 것 같은데?"






유마의 말대로였다.

죽은 병사의 시체를 보고 이것저것 떠들던 사이에 이미 나와 시종들을 둘러싸고 거대하지만 촘촘한 포위진이 완성되어 있었다.

침식체들까지 한 번에 몰아져 있었기에 이것이 나 하나만을 향한 포위였다는 것을 눈치채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인간들도 얌전히 멸망만 당할 생각은 없었나 보군."


"적응의 생물이라고 스스로들을 부르는 모양이더군요."


" 다만 주제도 모르는 짐승들한테는 매가 약이지. 날뛰어도 좋다."


"좋아!  그 말을 기다렸다고!!!!"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주인님."







비명.

튀겨나가는 핏자국과 쌓여가는 주검.

이미 너무나도 보아왔던 광경이라 더 이상 어떠한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내 시종들은 파괴라는 자신들의 임무를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었다.







찌릿-



머릿속에 가볍게 두통이 일었다.



-구세주가 고르디우스 전대를 전멸시켰다.

-그 일부만 남은 먹보가 또 다른 지식을 얻었다.

-카멜롯 전대라는 이들이 재로 돌아갔다.

-아르콘 전대가 무로 화했다.

-그 변태는....봉인된 그대로인가.






클리포트의 마왕끼리만 알 수 있는 특별한 느낌.

다른 이가 행한 살육이 곧 나의 것이 되고 내가 적신 피가 곧 그들의 생명수가 된다.

이대로라면 내가 밀리는 것이 자명한 이치.

그들이나  나나 쓸데없이 인간 몇 명 죽이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이렇게 자랑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승부욕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비켜라,시종들.  아무래도 나도 몸을 풀어야 할 것 같군."


"예?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따로 하셔야만 하는 일이 ..."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도마는 자신의 무기를 집어넣은채 우아하게 나를 그들에게 안내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정말이지,내 생각을 너무 잘 안다.



그 다음부터는 처형,아니 처형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의 학살의 연속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떠밀리듯 시작했기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치 벌레처럼 꾸득꾸득 몰려오는 인간들을 하나하나 터뜨리는 건....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포위망 한 쪽을 뚫어도 계속해서 포위망이 얇지만 꼼꼼하게 채워들어갔다.

하지만 얼마나 그 짓을 반복하든 무의미하다.




그들이 한 짓은 결국 내 옥좌의 각도를 약간씩 트는 정도.

겨우 그것밖에 되지 않는 저항이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대부분의 인원은 후퇴하거나,재가 되었다.

그 안에 같이 포위되어있던 침식체들도 함께.






"충분히 즐기셨습니까,주인님?"


"아아. 이제 슬슬 본 목적을 달성할 차례인가. 힐데는 어디지?"


"그게....우리도 잘 모르겠어. 오빠랑 내가 함께 찾아봤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
대신 그 전대의 부관처럼 보이는 사람은 찾았어."



"흠? 힐데만 안 보인다?  하하. 결국 그 녀석,또 도망친 건가. 뭐 좋지좋아. 그래야 오히려 더욱 보람이 있으니."







나는 옥좌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사방에 포격을 난사했다.

사방에서 비명과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그 책임은 네 부하들이 지겠지만."


"실례스러운 발언입니다만 주인님."


"음?"


"분풀이니,복수니 처음부터 그런 사사로운 생각은 주인님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하.






정말이지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종이다.





"그 말대로지. 난 복수니 원한이니 그런 건 '그녀'를 갈갈이 찢는 걸로 족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즐거움이지."





쾌락.



약자를 짓밟고 강자를 굴복시키고 시체의 산을 쌓아올리고 지배하고 불태운다.

그리고 그 과정 모두가 끔찍할 정도로 즐겁다.




나는 아스모데우스. 불꽃의 마왕.





파괴 그 자체가 나에게는 쾌락이자 죽음이 내겐 최고의 만찬이다.


용케도 내 공격을 피해 가까이 접근한 병사 하나의 멱살을 잡고 위로 날아올랐다.


공중에서,땅이 너무나도 덧없게 보일 정도의 높이에서.





나는 그때까지도 살고자 버둥거리는 병사를 잡고있던 손을 그대로 놓았다.


천천히 낙하하다 점차 가속도를 붙여나가는 추락체.

이윽고 그것이 뭉개지는 소리가 작게 들리자 나는 깔깔 웃었다.




역시,  즐겁다.

























잊지 마십쇼 여러분. 상대는 우리 발레리 예고르 동기를 죽인 마왕입니다 마왕.

지금이야 헤벌레한 것처럼 보여도 우리 모가지 딸 거라구요.


로자리아 융핵운동 절대 찬.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