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평범한 사람에게 권총을 쥐어준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질문은 이유미를 향하고 있었다.
"... 가능성은 여럿 있겠네요. 저라면 필요한 곳에 썼을 거예요."
망설임 없는 대답에 질문자는 잠시 말을 골랐다.
필요한 곳이란?
"범죄자 제압. 최악의 경우는 사살이겠죠."
심판자를 자처하는 건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여전히 카운터 범죄자를 목격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요. 숨은 가빠지고, 주먹에는 힘이 들어가죠. 그때 깨달았죠. '아, 나는 저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구나.' 하고요."
이유미는 회고했다.
"저는 말이죠. 우리 가족 같은 피해자가 더는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경찰이 된 이유도 같아요. 기존의 경찰은 카운터 범죄에 속수무책이었죠. 운이 좋아서 범인을 창살 안으로 잡아넣더라도 그들은 카운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형을 받고는 해요."
깊게 가라앉은 보라빛 눈빛에 일순 증오가 서린다.
"그래서 그냥 생각만 해봤어요. 생각은 자유잖아요?"
이유미가 싱긋 웃었다. 입술 끝이 떨린다. 상당히 무리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질문자는 재차 질문했다.
혹시 살인이 무섭냐고.
"이미 침식체 탈을 쓴 인간도 죽여봤는데. 그깟 사회의 쓰레기 하나 치우는 게 뭐 대순가요."
질문자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잠시 후, 그는 이번 상담의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간만에 4기동이 시끄럽다.
소란의 출처는 성인도 되지 못한 나이에 임시경정 직위를 단 소녀였다.
"잠깐, 설마 또 민병대야?"
"그러게요. 최근 민병대로 추정되는 집단의 보복 현장이 자주 보고되고 있네요."
강소영이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좋지 않다.
최근 리플레이서 테러 사건 이후 많이 유순해진 편인 그녀가 다시 난폭해지고 있다. 원인은 보나마나 민병대의 활약이다. 강소영도 머리가 아팠다.
"피해자는?"
"민병대면 뻔하죠. 카운터라고 하네요. 관리국 기준 C급 카운터였고, 죄목은 특수절도, 강간, 그리고 과실치사네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듯한 쓰레기네. 어쩌다 풀려나게 됐지?"
"원래는 금품갈취나 빈집털이 같은 시시한 범죄만 저지르는 잡범이었던 모양이에요. 근데 범죄 행위가 안 걸리니까 점점 대담해진거죠."
약자를 상대로 행해지던 금품갈취는 여성을 타겟으로 바꾸면서 강간이 되었고, 소심한 빈집털이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강도로 레벨업했다.
"그렇게 나대다가 능력 제어에 실패한 나머지 살인을 저질렀다고 적혀 있네요."
"무슨 능력이었기에 사람이 죽지?"
"바람 조작? 대충 소리를 죽이거나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등의 일에 써먹다 익숙해지니 무기 대용으로 사람을 협박하는데 사용했대요. 경정님도 알다시피, 제어가 안 되는 능력에 피해자는..."
"그만. 말 안 해도 알 거 같아."
현장을 보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유미는 빠득 이를 갈았다.
"그래서. 민병대 소행이 확실해?"
"조사해보니 피해자... 이렇게 말하니 헷갈리겠네요. 카운터 범죄자가 살해한 피해자의 가족이 최근 거금을 들여 카운터에게도 통히는 이터니움 처리가 된 총알을 구매했다고 해요. 어디에 사용한 지는..."
강소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보나마나 민병대에 전달했겠지."
민병대는 기본적으로 돈을 받지 않는다. 범죄자를 사적으로 제재하는 그들도 그게 청부살인이 되면 정의롭지 못한다 여기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운터 범죄자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의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전달받은 무기로 범죄자를 처리하는 일은 꽤 흔하다.
"추적 결과는?"
"꽝이죠."
강소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영장도 없고, 인력도 없고. 늘 그렇죠."
"우린 다른 부서랑 협력 못해?"
"카운터 범죄자랑 엮인다고 하면 다들 쉬이쉬이 할 걸요?"
본부에서 4기동의 높은 순직율은 여전히 공포의 대명사다. 개인적인 친분은 몰라도 공적인 일로 4기동과 엮이고 싶은 경찰관은 없다 보아도 무방했다.
"하아. 막상 도와준다고 해도 도움이 될진 의문이지만요."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팀장의 그리운 목소리가 강소영의 귓가를 맴돈다.
지난번 재회 이후 다시 각인된 목소리는 슬프게도, 재회의 기쁨 따위를 누비지 못했다. 한때 상관이자 선배였던 팀장은 이제 민병대. 즉 그녀가 체포해야할 대상이 되었다.
'선배라면 내부에 첩자를 심어놔도 이상하진 않을 사람이고...'
민병대 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도 강소영이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관인 이유미의 과거도 그렇고 최근 경찰을 영 신뢰하기 어려운 일만 일어나고 있어 신중해진 참이다.
한때는 선배도 열정적으로 카운터 범죄자를 체포하고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래.
마치 눈앞의 젊은 소녀처럼.
"잠깐. 시체 상태는 어때? 또 소사체야?"
강소영은 이번에도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요즘 민원이 문전성시래요. 안 그래도 벗겨진 머리가 흔적도 안 남겠다며 청장님이 엄살을 부리시더라구요."
"무슨 민원? 처음 듣는데."
"죽고 싶지 않으니까 감옥으로 보내달라는 그런 민원이요."
본래 카운터는 그 쓰임새가 다양해 웬만한 흉악범이 아니고서야 감형을 조건으로 험한 동네서 장벽 수리 작업을 하던가, 강제로 CSE 침식 구역에 파견돼 경비를 서던가, 아니면 이터니움 채굴 등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
대신 기간은 기존 형량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사람을 고쳐 쓰는 게 힘들다지만, 이런 범죄자들은 백이면 백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른다. 역사가 이를 증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강소영 경위."
"뭐, 갑자기 감옥에 넣어달라고 냅다 넣어주는 경찰이 어딨나요. 당연히 거절했죠. 경찰에 카운터 범죄자를 수용할 감옥이 어디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고."
원칙적으로 그들은 죄가 없기에 도시관리국도 이렇다 손 쓸 도리가 없는 실정이라며 강소영이 덧붙였다.
"굳이 우리 세금을 그런 범죄자들이 호의호식하는데 쓸 필요 없지. 훌륭한 결정이야."
"근데 그랬더니 죄다 죽었더라구요."
"..."
이유미가 아연실색하여 강소영을 쳐다봤다.
"전부...?"
"네. 남김없이."
강소영이 옆구리에 끼워둔 파일철을 건넸다.
"피해자 수는 총 여덟. 하나같이 형량을 다 채우지 않고 도시관리국과 사법 거래를 통해 풀려난 신분입니다. 이터니움 광산이나 장벽 보수 등지에 보내졌죠. 결과는 보시다시피..."
이유미가 빠르게 파일을 뒤로 넘기며 사망 원인을 체크했다.
"여덞 명 전부가 소사체는 아니네. 몇 명은 그냥 머리에 총알이 관통돼서 죽었어."
"하지만 부검 결과 모두 팔이나 다리에 큰 화상을 입었다고 해요. 아마 능력으로 무력화시킨 뒤 앞서 설명한 범죄자처럼, 피해자 주변으로부터 받은 물건으로 마무리한 거겠죠."
이유미가 빠르게 눈을 굴려 사건 파일의 세부 자료를 훑었다.
잠시 후 그녀가 파일철을 탁 접었다.
"강소영 경위."
"네, 경정님."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만약 민병대의 사적 제재가 지속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질문은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소영은 민병대에 강민우가 있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이미 이것저것 조사를 해왔기에 흔쾌히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간결했다.
"죽습니다. 민병대 전원이."
평소 능글맞은 강소영이 아니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이터니움 없이 CSF가 고갈되면 카운터는 그림자가 되죠. 결국, 카운터는 좋든 싫든 어딘가엔 소속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에요."
세상에 이터니움 공급처는 한정된다.
과거 리플레이서 테러 사태 때 이터니움 공급이 정체되어 세계적인 공황이 일어났던 것처럼, 이터니움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반면 수요는 점점 더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개 개인이 수급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특히 이면세계로 자주 다이브를 행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결국, 카운터는 관리국과 태스크포스를 비롯한 양지와 해적, 마피아, 그 외에 여러 범죄 조직이 가득한 음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카운터 범죄자는 우발적이거나 개인인 경우가 많지만, 실력자는 대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케이스죠. 싫어도 그 밑에 떨거지가 모이기도 하고요."
"성냥팔이... 같은 녀석 말이지?"
"네. 등급도 A급이나 되면 알아서 모셔갈 정도잖아요?"
강소영이 건넨 자료에는 B급 이상 카운터만 셋 이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민병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경찰 수사망에도 잡히지 않는 것과 사건 발생율을 감안하면 소규모 집단일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처럼?"
"에이. 우리보단 많겠죠. 게다가 B급을 다수 처리한 실력을 보면..."
강소영이 말끝을 흐렸다.
이미 성냥팔이라는 전례가 있었다. 민병대에는 A급 카운터가 존재한다. 어쩌면 눈앞의 꼬마 경정님보다 훨씬 강할지도 모르는.
"그리고 그 사실을 범죄자가 속한 조직이 놓칠 리가 없어요."
"그들로서는 외통수네."
경찰이라고 한들 뒷세계 조직에 대해 빠삭한 건 아니다.
뒷세계는 힘의 논리가 모든 걸 지배하고, 그 힘의 기반은 카운터일 게 뻔하니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에게도 힘이 있다. 아직 어린 소녀지만 확실히 성과를 내며 정체되었던 4기동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 카운터가.
"우리끼리 독자적으로 조사하긴 힘들겠지?"
"네. 경정님은 언론에 너무 노출되어 있어요. 아마 여기저기서 제동이 걸릴 거예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언니를 찾는데 유명해지는 게 편리할 줄 알았지만, 그게 인제 와서 발목을 잡자 이유미는 지체없이 왼팔 상박에 두른 완장을 찢어냈다.
"어, 경정님?"
"어차피 임시로 달아둔 거였잖아? 잠깐 관두지 뭐, 경찰."
이유미가 던진 경찰 완장이 힘없이 쓰레기통 안으로 떨어진다.
"가자. 강소영 경위."
"ㄴ, 네? 어디로요? 아니 그보다 이렇게 갑자기 관두시면 제가 청장님한테 죽는데요!?"
당황해서 말이 빨라진 강소영한테 이유미가 작게 턱짓했다.
"어디긴 어디야. 코핀 컴퍼니지."
달아둔 빚을 써먹을 때가 왔다.
"까짓거 A급 카운터를 최저시급으로 부려먹게 해주겠다는데 도시 치안에 이바지하는 부탁 하나 안 들어주겠어?"
"돈은 받는 거네요..."
하아. 강소영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세상에 무보수 노동은 없어! 노동법 위반이니까! 가자, 강소영 경위!"
"... 알았어요. 갑니다 가. 세상에서 제일 빠른 총알 택시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경정님."
"경정님은 빼도 돼! 지금부터 나는 민간인 신분이니까!"
"이미 경정님 호칭이 입에 달라붙어서요."
바늘 가는데 실이 안 따라갈까?
강소영은 피식 웃으며 이유미의 뒤를 따랐다.
"근데 혹여라도 저 공무원에서 짤리면 경정님이 책임져주시는 건가요?"
"뭐, A급 카운터 들러리로 경위 정도면 나쁘지 않지. 대신 차 수리는 본인 부담이야."
"그런..."
대충 이런 식으로 전개됐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