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에 대한 대가란 녀석은 때때로 빚쟁이처럼 잊혀질 때 즈음 찾아온다.
"무슨 말이세요 사장님?"
이수연은 사장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사장,아니 관리자는 분명히 대단한 존재였다. 실제로 회사를 경영하는 건 이수연이었지만 사장은 확실히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고, 그의 도움으로 업무를 빠르게 끝낸 적도 많았다. 그런 존재가 야근을 해야겠다고 선언을 하다니,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정말이십니까? 사장님, 야근을 그것도 일주일 내내 하시겠다고요?"
이수연은 재차 되물었지만 관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관리자를 이수연은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관리자는 대답이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아직은 말하지 않을 거라는 암묵적인 표현이라는 걸 직감한 그녀는 알겠다는 말만을 남긴 채 조용히 사장실을 나섰다.
__________________
이수연이 사장실에서 나가자마자 관리자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담배를 하나 물었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남사스러운 문제였다. 코핀 컴퍼니의 사원이자 관리국의 유망한 전대였던 메이즈 부 전대장에게 매일 밤 쥐어짜이고 있다는 이야기, 그것도 모자라 그녀가 스태미나 넘치는 온갖 음식을 준비해 먹인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아 진짜 ,왜 이렇게 된 거지."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관리자의 말투는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처럼의 위엄이나 유능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과 지침이 가득한 한 남자에 불과했다. 담배를 비벼 끄고서 관리자는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했다. 이 생활이 3주만 더 지속되더라도 관리자는 복상사로 사망할 게 분명했다.
처음에 그녀와 관계를 가졌던 건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정체성을 조금 위로한답시고 술을 같이 먹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계속된 술자리와 한 방에서 잠든 남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둘 다 나체인 건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날 이후 눈 떠버린 그녀의 성욕이었다. 처음엔 좋다고 생각했다. 몇 개의 세계를 거친 관리자 역시도 남자였고, 성욕이란 녀석도 잠시 눌러두고 있었을 뿐 그 안에 분명히 존재했다. 완벽하게 성립되어 이어진 관계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서로간에 마음이 있고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는 관계. 그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선 그녀의 성욕은 자그마한 문제일 거라고 무시한게 화근이었다.
"다음 날 저녁부터 장어를 한 가득 사왔단 말이지"
누군가에게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저녁 밥상에 장어로 된 7첩반상을 보고선 관리자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장어 스테이크부터 시작해서 장어 구이는 물론이고 장어 튀김까지, 식사를 마친 후 나오는 장어 뼈 간식까지 보고서 관리자는 그녀가 보통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그게 하루였으면 괜찮았을텐데, 벌써 한달이라니.."
그녀, 알렉스는 장어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스태미너에 좋다하는 재료들을 왕창 구해오고 있었다.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면세계에서 나와 남자한테 좋다는 알 수 없는 재료들까지 매일 매일 그녀는 잔뜩 사와, 하루 하루 다른 스태미너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불찰이로군. 불찰이야"
사실 완벽하게 나은 몸이 아니고 후유증이 있는 상태로 관계를 가질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그가 특별하다고는 하나 그녀 역시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존재, 그로 인한 약간의 정신적 불안요소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떠나서도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관능적인 여인이었다.
어느 날 그녀가 귓가에 속삭이던 "자긴, 어린여자가 좋아? 아니면 연상 취향? 난 어느쪽이라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데" 하는 말에는 관리자조차도 이성을 잊고서 그녀와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었으니
"띠리리리링"
관리자의 책상 위 무전기에 무선 주파수가 잡힌다. 분명 알고있는 채널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받기에는 쉽지 않다. 반대편의 발신인이 누군지 알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안 받을수도 없다. 분명히 받지 않으면 그녀가 슬퍼할 걸 아니깐.
"띡"
결국에는 체념하고 수신 버튼을 누른다. 멀리서 관능적이면서도 묘하게 게슴츠레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제 와 자기?"
관리자는 그녀의 말에 차마 직설적으론 말하지 못하고,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해 본다.
"크흠 알렉스, 밀린 업무가 있어서 좀 늦어질 것 같은데 괜찮겠나?"
수화기 반대편의 그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완곡한 표현을 알아차려 그런건지, 아니면 그 뜻을 이해해, 화를 참고 있는건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서로의 침묵만이 수화기에 남았다. 그 침묵을 먼저 끊어 낸 건 그녀였다.
"괜찮아, 할 말 있어 자기, 기다릴게"
그제서야 관리자는 그녀가 평소와 다름을 직감했다. 무거운 분위기가 사장실을 감쌌다. 비록 직접적인 대화는 아니었지만, 단순한 이야기나 유쾌한 이야기가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태도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무척이나 중요하고, 그녀와 그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그런 이야기임을 관리자는 알아차렸다.
"알겠네, 곧 가지."
관리자는 조용히 일어나 사장실을 나섰다. 결자해지, 스스로 묶은 관계는 스스로 풀어야만 했다.
통신이 끊어진 수화기만이 사장실에 남아 그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무튼 알렉스 이야기임
마찬가지로 하편으로 끝남
짧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