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데, 게 있느냐"
"예, 로자리아님."
아이였던 소녀들은 어른이 되었다.
키도, 팔도 다리도 성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턱끝에 겨우 닿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허리춤까지 내려오고, 거추장스럽던 긴 머리를 격렬한 전투중에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다루게 되었다.
차를 즐겨마시던 공주는 어느새인가 피처럼 붉은 와인을 즐기게 되었고, 만사에 관심이 없던 소녀가 자신의 욕망을 깨달았다.
"나의 발키리. 내 하나뿐인 방패. 너는 어쩌겠느냐."
"..."
공주의 방패는 아무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제 뒤의 주인을 막아설뿐.
그렇기에 그녀는. 힐데는 입을 열다.
"방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공주는 언제나 한송 이의 장미여야합니다. 누구의 손에도 닿지않고, 가시를 세운채 도도히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후, 네 말이 다 맞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너는 언제나 방패였지."
로자리아가 와인 글라스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내 말했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
"피가 흐르겠지, 아마 그 양은 강을 이룰테고, 미치광이라 손가락질 당할게 분명하다."
로자리아는 글라스 안의 핏빛 액체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야습이 비겁하다며 욕할지도 모르지. 명예가 더럽혀졌다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내가 당하는 입장이라면 짜증이 나겠지. 그러나 그뿐이 아닌가?"
로자리아의 시선이 글라스 너머 힐데에게 향한다. 그리고 공주는, 방패에게 물었다.
"힐데, 내 하나뿐인 친구. 난 네가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다. 너의 영원한 공주로 남아달라면 그렇게 해주마. 꽃밭을 거닐며, 장난이나 치는 평화로운 삶을 살아주마. 너만, 너만 있다면 ."
로자리아, 나의 공주.
힐데의 삶에서 이미 그녀는 떼어놓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 되었다.
아무에게나 날을 세우던 검이였던 그녀의 예기를 잠재운건 아름다운 장미의 향기임이 분명했으며, 그녀의 칼날은 아직까지 그 향기에 취해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공주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공주님. 저는 방패입니다. 그저 공주를 지키는 방패이자...왕가를 수호하는 발키리. 그 뿐입니다."
"후, 그래. 그렇..."
"하지만 로자리아님."
힐데는 허리춤의 검을 풀었다.
그리고, 무뤂꿇어 그것을 자신의 주인에게 바치며 말했다.
"로자리아님이 로자리아님이듯, 저또한 힐데입니다. 공주님께서 정하신 그 이름의 주인. 당신이 공주의 방패가 되라 하시면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로자리아님께서 원하신다면."
달빛에 비친 힐데의 호박색 눈동자가 로자리아의 푸른 눈을 응시한다.
처음 본 순간 빠져들었던 아름다운 보석. 그 보석을 향해 말한다.
"왕이 휘두르는 검이 되겠습니다. 전부 쳐내고 잘라내어, 설사 용일지라도 베어가르는 최강의 검이 되겠습니다. 그러기위한 세월이였으며 그러기 위해 얻은 힘입니다."
"...힐데, 나의 친구."
로자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손에 들고있던 와인잔이 바닥에 떨어져 붉은 것을 흩뿌리며 조각난다.
그리고,
"증명하라. 최강의 발키리가 최후의 발키리가 되는 것을 보고싶구나."
"따르겠습니다."
"증명하라. 용의 수급을 취해, 그 피로 하여금 왕의 불사를 취하거라."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증명하라."
깨진 와인잔의 파편을 손에 쥔다.
작은 손의 살갗을 파고든 유리조각이 붉은 것을 흐르게 하고, 그것을 힐데의 얼굴에 찍어바른 로자리아가 선언했다.
"네가 영원한 나의 것임을, 세상에 증명하여 내 옆에 서라. 왕좌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설 수 있는 이는 너뿐임을 알려라."
"증명하겠습니다. 폐하."
발키리가 일어선다.
두자루의 검을 매고, 왕의 앞길을 가로막는 불경한 것들을 베어버리기 위해.
자신의 공주가 왕이 되고자 했기에.
최강의 발키리는 검이 되었다.
"힐데."
"네, 로자리아님."
"언제나 옆에 있어라. 떨어지지 말고, 내 시야안에서 영원히 살아라."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오늘밤 왕이 될 공주는 그렇게 말했다.
---------------------------
3부작 될듯.
담편은 힐데가 힐데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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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문대] 공주, 그리고 발키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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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새린
아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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