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시가 대시하는 소설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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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타는 아무리 고민을 해도 여기가 어디인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이면세계인지, 그도 아닌 아공간인지 조차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혹은 환영─은 있었다. 리타는 대시의 환영을 돌아보았다.


 대시의 환영은 리타가 자신을 돌아보자 빙긋 웃었다.


 "이제야 상대해줄 기분이 드신 거예요, 언니?"


 "오메르타."


 리타는 대꾸 대신 차갑게 내뱉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그 어떤 징조도 없이 리타의 등 뒤에 거대한 금속체가 나타났다. 어딘가 리타의 머리카락 색깔과 비슷한 색상을 가진 투박한 금속체였다. 날개와 꼬리를 가진 괴물과 같은 형상을 한 그 금속체는 이번엔 옅은 빛과 함께 거대한 칼날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그 칼날의 끝을 대시의 환영에게로 향했다.


 "가짜 꼬맹이. 너는 정답을 알고 있겠지?"


 "협박하시는 건가요? 하긴 언니다운 행동이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그런 악당스러운 언니도 좋아하니까요."


 "이게 나다운 행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 대답이 늦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금속체의 칼날은 리타의 의지대로 대시의 환영과 가까워져 갔다. 대시의 환영이 살짝 부주의하게 움직인다면 목을 베일 수도 있는 그런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하지만 대시의 환영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았다.


 "절 고문해서 원하는 대답을 들으시겠죠. 언니는 원하는 게 있으시면 항상 피와 폭력으로 얻어왔잖아요. 짓밟고, 상처입히고, 죽이고…… 하지만 그거 알아요?"


 리타가 그 물음에 의식적으로 반응할 새도 없이 대시의 환영이 몸을 움직였다. 갑자기 의식을 잃은 거 마냥 여린 몸이 앞으로 쓰러져갔다. 잡티 없이 가느다란 목이 칼날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대시의 몸은 칼날에 베이는 대신 허공을 가로질러 앞으로 넘어졌다.


 대시의 환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완전히 일어나지는 않았다. 두 팔은 바닥을 짚고, 무릎은 여전히 바닥에 꿇은 채로 고개만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비웃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요염하게 보이는 미묘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지었다.


 "언니는 저를 상처입힐 수 없다는 걸요. 비록 저를 환영이라고 생각하더라도요. 표정을 보아하니 언니 스스로도 모르고 계셨던 거 같네요."


 리타는 당황했다. 대시의 환영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원인은 리타 자신에게 있었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가 언제 오메르타를 조종한 지도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저것은 환영일 뿐이다. 그런데 왜 자해일 뿐인 행동에 반응은 한 것이지? 리타가 당황해하는 사이 대시의 환영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기뻐요. 언니가 이렇게 사랑해주니까 행복해요."


 리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누구야……."


 "저는 대시에요."


 대시의 환영은 거기서 말을 마치지 않았다.


 "단지, 언니가 바라는 모습을 보여드릴 뿐이에요."


 말이 끝난 순간 대시는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워 리타에게 달려들었다. 거기에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의미는 없었다. 리타는 대시의 환영이 자신의 몸을 붙잡고 쓰러뜨릴 때까지 반응하지도 못했다. 쿵! 리타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대시의 환영은 그런 리타 위를 올라타고 있었다. 리타는 대시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대시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딘가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리타는 그런 의심조차 품지 못했다. 힘이 안 된다면 오메르타를 사용해서라도 밀쳐내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었을 테지만 리타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다. 리타는 단순히 근력으로만 대시의 몸을 밀어내려고 애쓰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짓이…… 읍읍!"


 하지만 리타는 말을 끝마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입이 열린 순간 대시의 환영이 몸을 숙이며 그녀에게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대시의 환영은 리타와 몸을 포개며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리타의 얼굴이 붉게 물듦과 동시에 그녀의 눈이 커다래졌다. 리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상대는 얼굴을 들어올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가까워지려는 듯이, 혀를 섞어왔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행위에 리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대시의 환영이 선물해주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정신을 조금씩 놓을 뿐이었다. 혀와 혀가 얽힐수록 리타는 지금 스스로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당하고 있는 지조차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대시의 환영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대시의 환영과 리타 사이에 침이 길게 이어졌다. 대시의 환영이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고 나서야 실이 끊어졌다. 정신이 혼미해져 평상시의 이성적인 모습이 사라진 리타의 얼굴 위로 침이 떨어져 흘러내렸다.


 "원한다면 더 한 짓도 해드릴 수 있어요, 언니."


 대시는 눈웃음을 지으며 리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리타가 정신을 추스릴 새도 없이 대시의 환영은 리타를 끌어안으며 다시금 입술을 훔쳤다.


* * *


 "음냐…… 언니, 아프지 마요……."


 리타는 눈을 떴다. 눈을 뜬 리타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잠든 소녀의 맹한 얼굴이었다. 단순히 잠든 얼굴이었지만 리타는 깜짝 놀라 그 소녀를 밀쳐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리타는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름한 방 안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이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그런 공간이었다. 리타는 자신이 밀쳐낸 소녀를 다시 돌아보았다. 내동댕이쳐진 덕분에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눈을 부스스 비비며 리타를 쳐다보고 있었다.


 리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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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려고 노력한건 개꼴리는 보빔타락조교물이었으나 현실은 오글거리는 캐붕망상글.


다음화는 심야챈에서 수양을 쌓아서 써보는 걸로 하겠습니다.